네 사람은 이같이 직업이 다르고 처지가 다르고 지식의 형성 과정도 다르지만 이들에게 공통된 것이 있었다. 공통된 것이라기보다 운명적으로 깊이 연결되어 있다, 하는 편이 옳다. 그것은 물론 부모대에서 또는 조부대에서 시작된 것이며 시세에 따라 부침하고 성쇠를 거듭한 최참판댁 명운과 무관하지 않고 일본의 침략으로 파생되는 사건과도 연관된다.(p355/478) - P355

제국주의 일본의 동물적 탐욕은 그 얼마나 많은 조선 백성들의 운명을 바꾸어왔는가. 두메산골, 골짝골짝마다 핏줄같이 시내 흐르는 곳에서 삶의 터전을 빼앗기고 유민이 되어 떠도는 이 그 얼마인가. 만주로가고 중국으로 가고 연해주로 가고 하와이 일본으로, 피 값도 안 되는 노동력을 팔기 위해 많은 사람들이 떠나갔건만 도시에는 여전히 거지들이 떼지어 다니고 지게 하나에 목숨을 건 사대육부 멀쩡한 사내들이 정거장마다 부둣가마다 허기진 눈빛으로 짐을 기다리고 있는 풍경, 바로 이들에 소속되었던 사람들이 방 안에 앉은 사내들 부모들이었다. 정면돌파를 했든 측면 지원을 했든지 간에 그들의 유대는 동지로서 깊고 강한 것이었다.(p357/4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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