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베르틴은 내가 그녀를 안 날부터 그토록 나를 실망시켰던 갖가지 상이한 성격들을 하나씩 벗어 나갔다. 이제 그녀는 식물이나 나무의 무의식적인 삶, 내 것과는 아주 다른 낯선 삶, 그렇지만 내게 더 많이 속한 것처럼 보이는 삶으로 인해 활기를 띠는 것 같았다. 그녀의 자아는 둘이서 얘기할 때처럼, 내게 고백하지 않은 생각이나 시선이라는 통로를 통해 끊임없이 빠져나가지 않았다. 그녀는 그녀 밖에 있는 모든 것을 자기 안으로 불러들이고 피신시키고 가두고 요약했다. 내 시선 아래, 내 손안에 그녀를 붙잡으면서, 나는 그녀가 깨어 있을 때는 갖지 못했던, 그녀를 완전히 소유한다는 느낌을 가졌다. 그녀의 삶은 내게 순종했고, 나를 향해 가벼운 숨결을 내뿜었다.

단 하나의 알베르틴에게서 여러 명의 알베르틴을 알고 있던 나는, 더 많은 알베르틴이 내 곁에 누워 있는 모습을 보는 듯했다. 지금까지 한 번도 보지 못했던 아치 모양의 눈썹이, 전설 속의 바닷새가 짓는 아늑한 둥지처럼67) 눈꺼풀의 둥근 형체를 에워쌌다. 인종, 유전, 악덕이 그녀의 얼굴에서 쉬고 있었다. 그녀의 머리가 움직일 때마다 매번 내가 생각조차 해 보지 못한 새로운 여인이 창조되었다. 나는 단 한 명의 소녀가 아니라 무한한 소녀를 소유하는 것 같았다.

이렇게 해서 한 존재와 관련된 고뇌의 시간으로부터, 그 존재를 붙잡는 일이 가능한지, 혹은 그 존재가 우리로부터 빠져나가지 않을지 하는 불확실성으로부터 사랑이 생기는 경우, 그 사랑은 그것을 초래한 커다란 변화의 흔적을 간직하기 마련이며, 따라서 동일한 존재를 생각할 때마다 우리가 지금까지 보아 왔던 것을 거의 기억하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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