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9 - 갇힌 여인 1
마르셀 프루스트 지음, 김희영 옮김 / 민음사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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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 속에서의 나의 이동과 마찬가지로 태양 빛을 받으며 바다를 똑바로 걸어가는 모습이 아닌 전깃불 아래서 내 옆에 앉은 소녀를 바라보는 일이나, 알베르틴의 실제 풍요로움과 알베르틴의 독자적인 발전도, 내가 지금 알베르틴을 보는 태도와 처음 발베크에서 보던 태도 사이에 존재하는 차이의 주요 원인은 아니었다. 보다 많은 세월이 이 두 이미지를 갈라놓았다고 해도 이렇게 완벽한 변화는 가져오지 못했을 것이다. 이 변화, 갑작스럽고 본질적인 변화는 내 여자 친구가 뱅퇴유 양의 친구에 의해 거의 키워지다시피 했다는 말을 들은 후에 일어났다. _ 마르셀 프루스트,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9> , p88/257

알베르틴과 ‘나‘의 거리는 갈수록 멀어진다. 화자는 이러한 원인을 ‘듣는 것‘에서 찾는다. 거짓을 말하는 알베르틴과 거짓을 들으며 거짓임을 알아가는 화자. 어쩌면 알베르틴은 스스로 기억의 방으로 유폐되고 있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그렇지만, 사실 화자가 알베르틴에 대한 감정에 변화가 있었던 것은 진실을 ‘들어서‘가 아니라 알베르틴과 앙드레의 왈츠를 ‘봤기‘ 때문이 아니었던가. ‘시각‘적으로 생겨난 감정의 변화를 인정하지 않고 ‘청각‘적으로 들은 진실 때문으로 원인으로 돌리는 화자. 화자가 알베르틴의 거짓에 지쳐가듯 알베르틴 또한 화자에게 견딜 수 없는 압력을 느꼈던 것은 아니었을까.
9권에서는 ‘시각‘과 ‘청각‘이라는 감각 그리고 ‘청각‘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언어‘의 문제가 알베르틴과 화자의 관계 사이에 놓여 있음을 느낀다... 이들에 대해서는 리뷰에서 보다 상세히 살펴보도록 하자...

진실은 하나의 이름과 과거의 뿌리를 갖고 있으며 그래서 우리는 그것을 기억하지만, 즉흥적으로 꾸며 낸 거짓말은 쉽게 잊어버린다.(p173)... 그녀는 자신이 처음부터 얘기했던 온갖 사실이 일련의 거짓된 이야기임을 인정하기보다는, 차라리 자신이 진술한 단언 중의 하나가 그런 단언의 취소가 내 모든 체계를 무너뜨리는 거짓이라고 말하는 편을 더 좋아했을지도 모른다.(p174)... 기억이란 우리 눈앞에 항상 현존하는, 삶에서 일어난 여러 다양한 사건들의 복사본이 아니라, 오히려 현재와의 유사성에 의거하여 죽은 추억을 꺼내고 되살리는 빈 공간이기 때문이다. _ 마르셀 프루스트,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9>, p175/2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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