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유류의 번식―암컷 관점 오파비니아 20
버지니아 헤이슨.테리 오어 지음, 김미선 옮김, 최진 감수 / 뿌리와이파리 / 202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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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암컷 중심적 관점을 취하면, 모든 번식이 사회적이다. 짝짓기부터 젖떼기까지, 그리고 흔히 그 이후까지도 암컷은 자식 및 짝과 상호작용한다.(p208)... 암컷 사회집단의 3대 형태는 모계, 동맹, 연합이다._버지니아 헤이슨, 테리 오어, <포유류의 번식-암컷 관점>, p209/285


 버지니아 헤이슨 (Virginia Hayssen)과 테리 오어 (Teri J. Orr)의 <포유류의 번식-암컷관점 Reproduction in Mammals: The Female Perspective> 새로운 관점에서 '배란 - 임신 - 출산'이라는 번식과정을 바라본다. 책에서 제시하는 새로운 관점은 무엇일까? 리뷰에서는 여기에 초점을 두고 내용을 정리하고자 한다.


 '임신' 이전 단계에서 저자들은 먼저 호르몬에 대한 편견을 지적한다. 남성 호르몬으로 알려진 테스토스테론을 포함한 안드로겐(Androgens including testosterone), 여성 호르몬으로 알려진 에스트로겐(Estrogen)이 전환된다는 사실을 통해 성(性) 별 차이를 생리학적 원인에서 찾지 않는다. 또한, 보다 많은 염색체를 포함하는 X염색체의  특성을 통해 임신 과정에서 암컷의 주도권을 강조하고, 수동적으로 정자를 받아들이는 난자가 아닌, 정자가 이동하는 플랫폼 제공자로서의 역할이 강조된다.


 수컷 포유류의 뇌에서는 테스토스테론이 에스트로겐으로 전환된다. 따라서 에스트로겐이 수컷 행동의 많은 측면을 통제한다. 안드로겐도 암컷 번식에 중요하다. 간단히 말해, 안드로겐이 전적으로 남성호르몬인 것은 아니며 에스트로겐이 전적으로 여성호르몬인 것도 아니다.(p72)... 안드로겐이 에스트로겐으로 전환된다는 사실은 에스트로겐을 '여성' 호르몬으로, 안드로겐을 '남성' 호르몬으로 보는 일반적 시각이 틀렸음을 증명한다._버지니아 헤이슨, 테리 오어, <포유류의 번식-암컷 관점>, p77/285


 X염색체는 흔히 크며, 번식 이외의 중요 기능을 갖춘 유전자 다수를 싣고 있다. 인간에서 X염색체는 유전자를 1,000 ~ 2,000개 가진 반면, Y염색체는 100개도 갖고 있지 않다. 여성은 두 종류의 X염색체를 가졌다. 한 종류는 어머니로부터 받고, 한 종류는 부계 할머니로부터 (아버지를 통해) 받는다. 여성에는 둘이지만 남성에는 하나뿐인 X염색체의 존재는 나머지 유전체의 작동에 도전을 제기한다. 가능한 생산량이 남성에서보다 여성에서 두 배로 많은 X염색체 유전자들은 유전체의 나머지와 통합되기가 어렵다.(Lyon 1961)_버지니아 헤이슨, 테리 오어, <포유류의 번식-암컷 관점>, p39/285


 임신 이전의 단계가 암컷과 수컷의 관계였다면, 임신 이후 전분비기까지의 단계에서  수컷의 위치는 뒤로 밀려나고, 새롭게 '태아- 자식'이 등장한다. 수컷과는 달리 암컷은 여기서도 관계의 주체로 자리하지만, 이들의 관계는 일방적인 수혜의 관계가 아닌 평등-갈등의 관계임을 저자들은 강조하는데, 이 역시 '어머니의 사랑'이라는 관념에 익숙한 우리에게 새로운 관점으로 다가온다. 이같은 관계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이러한 관계가 일어나는 계(界)가 폐쇄계(closed system)이 아닌 개방계(open system)임을 먼저 이해해야 한다. 


 우리는 이제 모체 - 태아 단위가 언제나 협력업체인 것은 아닐 수 있음을 이해한다. 어미와 자식은 서로 다른 선택압을 받을 것이다... 태반은 많은 기능을 수행한다. 그 기능에는 영양분 및 면역 전달, 보호, 어미와 자식 간 타이밍 조정, 포궁 내 교신이 포함된다. 모체 관점에서 태반은 배아 거부를 위한, 이를테면 이질적(즉, 부계) DNA의 존재 때문에 자식을 거부하기 위한 자리일 수도 있다.(p54)... 태반은 어미를 그의 자식으로부터 보호한다. 자식을 어미로부터 보호한다. _버지니아 헤이슨, 테리 오어, <포유류의 번식-암컷 관점>, p128/285


 우리의 인식은 태반(胎盤, placenta)을 중심으로 '어미- 자식'의 폐쇄계를 전제로 한다. 탯줄을 통한 영양분의 공급과 양수로 둘러싸인 환경에서 산소의 공급이 이들의 주된 교환 관계지만, 정작 이들 모두의 생존을 위협하는 요인은 외부에 있기 때문이다. 개방계의 관점에서 '어미 - 자식'의 관계를 바라봤을 때, 우리는 이들의 갈등 - 협력이 생존을 위한 최적의 조합/선택임을 깨닫게 된다.


 다양한 면에서 출산은 복잡하고 위태롭다. 어미와 자식은 그 과정에서 포식에 취약하고, 출산의 잔재 또한 포식자나 기생충을 끌어들일 수 있다. 그러므로 출산은 빨라야 하지만, 어미와 그의 한배새끼 사이에서 주의 깊게 조절되기도 해야 한다.(p142)... 전반적으로 출산은 임신기의 끝을 표시할 뿐만 아니라 젖분비기로의 이행을 표시하기도 한다. 출산, 그리고 신생아의 특성들은 포유류 번식의 품질보증마크, 다시 말해 젖분비로 가기 위한 출발지다._버지니아 헤이슨, 테리 오어, <포유류의 번식-암컷 관점>, p143/285


 젖분비기는 포유류의 진화에 중심적이다. 포유류는 그들의 번식을 구성하는 이 다면적 요소로 정의되며, 그것이 그들의 생화학, 생리학, 해부학, 행동, 사회성, 생태학, 그리고 진화에 영향을 미쳐왔다.(p158)... 정확한 정의가 무엇이건 간에, 젖떼기라는 사건은 어미와 자식의 생활을, 하지만 반대 방향으로 변화시킨다. 에너지적으로 말해, 집중적 투자 기간 후에 자식에 대한 어미의 일일 압력이 급격히 떨어지고, 에너지 부담 전체가 자식에게 주어진다._버지니아 헤이슨, 테리 오어, <포유류의 번식-암컷 관점>, p160/285


 <포유류의 번식-암컷 관점>은 우리에게 두 가지 관점을 제시한다. 수컷과 암컷의 성을 구별짓는 요소를 생리학적으로 찾을 수는 없다는 사실과 함께 포유류 생명 활동 중 하나인 번식에서 '새끼' 의 능동적 역할이다. 이는 임신기 이전 'X염색체', '난자'와 마찬가지로 역할의 주도성에 대해 관심을 받지 못했는데, 이 책은 사회변화와 함께 과학의 새로운 패러다임(paradigm)이 바뀌고 있는가를 잘 보여주는 책이라 여겨진다.


난관은 수동적 환경이 아니라는 게 핵심이다. 난자는 난소로부터 수태의 자리로 운송되고, 정자는 반대 방향으로 포궁으로부터 난관으로 운송된다. 짝짓기에서 정자는 난자와 생리적으로 융합할 능력도 없고, 도움을 받지 않고서는 수태의 자리에 도달할 능력도 없다._버지니아 헤이슨, 테리 오어, <포유류의 번식-암컷 관점>, p59/285

암컷의 생리학은 가변적 수준의 갖가지 호르몬 하에서 일어난다. 비교하자면, 수컷의 생리학은 비교적 일정한 높은 수준의 테스토스테론 하에서 일어난다. 불행히도 대부분의 생리학적 탐구는 수컷을 대상으로 시행되며, 표면적인 이유는 가변적인 호르몬들의 혼재 효과를 피하기 위해서다._버지니아 헤이슨, 테리 오어, <포유류의 번식-암컷 관점>, p74/2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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