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씨부인은 끊임없이 매질을 하던 형리를 잃었다. 생전의 최치수는 아들이 아니었으며 가혹한 형리였던 것이다. 그것을 윤씨부인은 원했다. 원했으며 또 그렇게 되게 만든 사람이 윤씨부인이다. 그 사실을 지금 윤씨부인은 공포 없이 생각할 수가 없었다. 가엾은 형리, 세월을 물어뜯으며, 물어뜯으며 지겨워서 못 견디어 하다가 그 세월에 눌리어 가버린 사람, 최지수는 윤씨부인을 치죄(治理)하기 위해 쌓아올린 제단에 바쳐진 한 마리의 여윈 염소는 아니었던지.

사실 이들은 하느님을 본 일이 없다. 그 누구도 본 일이 없는 것과 마찬가지로, 나라님도 본 일이없고 터줏님 조상님의 얼굴도 모른다. 설령 삼 대사 대쯤, 어린 시절에 본 일이 있었다손 치더라도 그들이 죽은 후 만난 일이 없다. 다만 하느님을 하늘과 해와 달에서, 별빛이나 구름이나 강물에서, 자연에 존재하는 크나큰 것, 혹은 신기하고 위태로운 것에서 느끼는 것이며, 나라님은 포졸의 육모방망이나 원님들의 거룩한 도임행차 같은 데서 느끼는 것이며, 터줏대감은 무당의 주술에서, 조상은 신주 위패에서 느끼는 것인데, 하느님을 말할 것 같으면 천지만물을 창조하시고특히 농민들이 실감하는 것으로는 사계절 천후(天候)를 임의로 하심이요, 세상에 태어나고 또하직하는 인간사를 관장하신 분이 하느님이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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