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대 국가 - 유대인 문제의 현대적 해결 시도 b판고전 4
테오도르 헤르츨 지음, 이신철 옮김 / 비(도서출판b) / 201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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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반유대주의는 날이 가고 시간이 지날수록 증대되고 또 더 증대될 수밖에 없는데, 먼 원인 causa remota은 중세에 시작된 우리의 동화 가능성의 상실이며, 가장 가까운 원인 causa proxima은 우리가 밑으로는 어떠한 배출구도 지니지 못하고 위로는 아무런 상승통로도 지니지 못하는 중간층 지식인들을 과잉 생산하는 것이다._테오도르 헤르츨, <유대 국가>, p42


  테오도르 헤르츨(Theodor Herzl, 1860~1904)의 <유대 국가 The Jewish State>에서 '반(反)유대주의'에 대해 말한다. 그는 유대인 디아스포라(Diaspora)가 존재하는 이상 유대인 문제는 근절될 수 없다고 단언한다. 오랜 역사 속에서 유대인들은 자신들의 전통을 고수하며 동화되지 않기 때문에, 이들은 주위로부터 박해받게 되었고, 직업의 제한을 받아 왔다. 비록 그들이 원치 않았지만, 금융업에 종사할 수밖에 없었던 상황은 자본주의 시대라는 패러다임의 변화로 경제 주도권이 이들에게 넘어가는 결과를 낳았고, 이러한 상황은 반유대주의의 강화로 이어졌다는 것이 헤르츨의 분석이다. 결국, 유대인들이 유럽에 있는 한 갈등은 커져갈 뿐이다. 그렇다면, 이를 해결하는 방안은 무엇일까? 헤르츨의 대안은 다른 세계에서의 유대 국가의 수립이다.


 내가 이 글에서 상세히 논의하는 사상은 매우 오래된 것이다. 그것은 유대 국가 Judenstaat의 수립이다.(p9)... 여기 이 구상은 현실 속에서 출현하는 추동력의 사용을 담고 있다. 나는 다만 아주 겸손히 나의 불충분함을 고려하여 그리고 나보다 더 훌륭하게 논의할 기계기사가 존재하리라 믿으며 이제 제작되어야 할 기계의 톱니바퀴들을 암시하고자 할 뿐이다. 관건이 되는 것은 추동하는 힘이다. 이 힘은 무엇인가? 그것은 유대인들의 고난 Die Judennot이다._테오도르 헤르츨, <유대 국가>, p12


 헤르츨의 <유대 국가>는 단순한 선언문이 아니다. 여기에는 구체적인 유대 국가의 모습이 표현되는데, 이는 '금융업에 기반한 사회주의 국가'로 요약된다. 그리고, 이러한 국가 수립의 정신적 원동력은 '유대인의 고난'이며, 실질적인 힘은 '금융'에서 비롯된다. 유럽과 이슬람 제국(오스만 투르크)에 막대한 재정 기여를 통해 영토를 확보하고, 고난을 통해 고취된 민족 의식은 신생 국가를 잉태할 바탕이 된다.


 우리는 의심할 바 없이 금융업에서 탁월함을 획득했는데, 왜냐하면 중세 사람들이 우리를 거기로 내몰았기 때문이다. 지금 동일한 과정이 반복되고 있다. 우리는 다른 모든 직업 분야가 우리에 대해 닫혀 있는 까닭에 지금은 증권 거래소라고 불리는 금융업으로 다시 몰리고 있다. 그러나 우리가 증권 거래소가 있다면, 그것은 또 다시 우리에 대한 경멸의 새로운 원천이 된다._테오도르 헤르츨, <유대 국가>, p37


 열강들이 유대 민족에게 중립적인 땅에 대한 주권을 부여할 준비가 되어 있음을 보인다면, 유대인 협회는 차지해야 할 땅에 관해 협상하게 될 것이다... 유대인 협회는 현재 그 땅의 통치자들과 협상하게 될 것이며, 그것도 유럽 열강들에게 그 대의가 분명히 이해될 때 그들의 보호 하에 협상하게 될 것이다... 팔레스타인은 우리의 잊을 수 없는 역사적 고향이다. 오로지 이 이름만이 우리 민족에 대해 강력한 감동을 주는 집합 구호일 것이다. 만약 술탄 폐하께서 우리에게 팔레스타인을 제공한다면, 우리는 터키의 제정을 자청해서 완전히 해결해 줄 수 있을 것이다._테오도르 헤르츨, <유대 국가>, p48


 이를 기반으로 도덕적/법적 법인체(法人體)인 '유대인 협회'와 '유대인 회사'를 설립하고 유대 국가를 운영하자는 것이 헤르츨의 주장이다. <유대 국가>에는 유대인들 모두가 행복해질 수 있도록 금융대자본이 적극적인 기부를 하고, 개인들은 7시간의 노동을 보장받는 이상적인 사회주의 국가의 모습이 그려진다. 여기에 발달한 '기술'은 더이상 주변부의 수탈을 필요없는 것으로 만들게 되어, 새로운 유대국가는 '노동'과 '기술' 그리고 '자본'이 완전하게 결합된 새로운 이상향이 될 것이었다.


 이 운동은 완전히 합법적인 수단들을 가지고서 개시될 수 있을뿐만 아니라, 또한 그것은 일반적으로 그로부터 본질적인 이익을 얻게 될 유관 정부들의 우호적인 협력 하에서만 수행될 수 있다. 이념의 순수성과 그 실행의 힘을 위해서는 오로지 이른바 '도덕적 moralishen' 인격들이나 '법적 juristischen' 인격들에서만 발견될 수 있는 보증들이 필요하다. 나는 법률가 언어에서 자주 혼동되는 이 두 명칭을 구별하고자 한다. 사유재산 영역 외부의 권리들의 주체인 도덕적 인격으로서 나는 유대인 협회 Society of Jews를 내세운다. 그와 더불어 법적 인격/법인은 영리 단체인 유대인 회사 Jewish Company이다._테오도르 헤르츨, <유대 국가>, p32


 유대인 회사와 유대인 협회의 과제들은 이 구상에서는 분리되어 따로 제시될 수 없다. 사실상 이 두 커다란 기관들은 지속적으로 협력해야만 할 것이다. 유대인 회사는 유대인 협회의 도덕적 권위와 뒷받침에 의존하여 그에 머무를 것이며, 그와 마찬가지로 유대인 협회에게는 유대인 회사의 물질적 도움이 결여될 수 없다._테오도르 헤르츨, <유대 국가>, p77


 하지만 오늘날 그 모든 것은 현실적이다. 모든 기술적 성과들을 향락적으로 내려다보는 부유한 자들은 돈으로 모든 것이 이루어질 수 있다는 것을 아주 잘 알고 있다. 그리고 일은 그렇게 되어갈 것이다. 유대인들이여, 그것은 여기 있다!_테오도르 헤르츨, <유대 국가>, p133


 헤르츨의 예언대로 <유대 국가> 출간 후 52년이 흐른 1948년 이스라엘이 수립되면서 그가 주창한 시오니즘(Zionism)은 결실을 맺게 되었다. 그렇지만, 현실의 이스라엘은 그가 꿈꿨던 이상국가와는 많이 달랐다. 마치, 현재 이스라엘 국기에 그려진 6각의 '다윗의 별  Magen David'이 헤르츨이 주창한 7개의 별과 다른 모양인 것처럼, 오늘날의 이스라엘은 세계를 자유롭게 하지도, 모두를 행복하게 하지도 못했다는 사실을 오늘날 우리는 확인한다.


 우리는 국기를 갖고 있지 않다. 따라서 우리에게는 국기가 필요하다... 내가 생각하고 있는 것은 일곱 개의 황금빛 별들이 그려진 흰 깃발이다. 흰 면은 우리의 새로운 순수한 삶을 의미한다. 별들은 우리의 황금빛처럼 뛰어난 7시간 노동일을 나타낸다. 왜냐하면 우리는 노동의 표지를 달고 새로운 땅으로 갈 것이기 때문이다._테오도르 헤르츨, <유대 국가>, p123


 반유대주의의 해결안으로 유대 국가의 수립을 주창하며 결국 이스라엘을 만든 이들이 그후로 반세기가 지난 지금에는 가자 지구(Gaza Strip)에 팔레스타인 게토(ghetto)를 만들고 이들을 박해하는 모습은 아브라함이 받은 약속의 실현일까, 아니면 인간의  오만(hybris)의 다른 모습일까. 히틀러의 유대인에 대한 증오가 이스라엘을 만든 것처럼,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 박해가 하마스 투쟁의 힘이 되는 악순환 속에서 혐오/증오는 결코 우리 삶의 대안이 될 수 없음을 깊이 느낀다...


 이제 너의 이름은 아브라함이다. 내가 너를 많은 민족들의 아버지로 만들었기 때문이다. 나는 네가 매우 많은 자손을 낳아, 여러 민족이 되게 하겠다... 나는 나와 너 사이에, 그리고 네 뒤에 오는 후손들 사이에 대대로 내 계약을 영원한 계약으로 세워, 너와 네 뒤에 오는 후손들에게 하느님이 되어 주겠다. 나는 네가 나그네살이하는 이 땅, 곧 가나안 땅 전체를 너와 네 뒤에 오는 후손들에게 영원한 소유로 주고, 그들에게 하느님이 되어 주겠다.(창세 17:5~8)

그 나라에서 누가 이방인인지는 다수가 결정할 수 있다. 그것은 민족들의 교류에서의 모든 것과 마찬가지로 힘의 문제이다... 세계의 현 상태에서나 아마도 미리 내다볼 수 없을 만큼 먼 시대에서도 힘은 권리보다 앞서 간다. - P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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