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재하는 인간에게 씌우는 신화는 잔인하다. 여성에게 아름다움이나 모성애의 신화를 덧씌우며 개별 존재의 고유성을 인정하길 거부했을 때 여성의 존재가 부정당했던것처럼, 예술과 예술가도 그것을 신성시하는 시선 속에서 소외된다. 예술은 표현의 자유 하에 존중받아야 하지만, 그것을 만드는 자는 생존권을 보장받아야 하는 인간이다. 반 고흐의 서사를 유독 좋아하는 우리나라에서는 가난에서 숭고한 예술이 탄생한다는 편견이 널리 퍼져 있지만, 그것은 순서를 잘못 이해한 것이다. 그의 작품이 뛰어났기 때문에 가난하고 불행했던 삶이 후에 미화된 것이지, 가난했지만(또는, 가난했기에) 명작을 탄생시키지 못한 작가들은 과거에도 지금도 수없이 많다. 가난은 예술의 필수 조건이 아니다.  - P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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