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전력은 후쿠시마 제1원전 오염수 대책의 특단의 카드로 시작한 동토차수벽에 대해 2016년 여름 완전히 동결시키는 것은 어렵다고 발표했다. 전국지는 그다지 크게 다루지 않았지만 후쿠시마민보(7월 20일)는 1면 톱으로 도쿄전력의 배신을 보도했다. 그리고 녹아내린 핵연료의 상태에 대해서는 여전히 알지 못한다. 완전히 '속수무책'인 것이다._야마모토 요시타카, <일본 과학 기술 총력전>, p387


  지난 13일 일본은 후쿠시마 오염수를 방류하겠다는 발표를 했다. 충격적인 결정이기는 하지만, 사실 야마모토 요시타카(山本義降)의 글에서 보듯 오염수의 완전 동결이 어렵다면, 다음 수순이 방류가 될 것이기에 이는 몇 년 전부터 예정된 일이었는지도 모르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별다른 대책이 세워질 수 없었던 것은 원자력이 갖는 타고난 '통제불능'의 위험이기 때문이리라. 


 본래 원전은 민생용 상품으로는 치명적인 중대 결함을 몇 가지나 갖고 있다. 경수로에 국한된 얘기가 아니다. 연료인 우라늄 채굴에서 정기 점검에 이르는 과정에서 노동자 피폭이 불가피하다는 점, 운전 과정에서 발생하는 열오염과 방사선오염이 지구환경에 미치는 영향, 사용 후 리사이클은 커녕 사람이 접근할 수조차 없는 거대한 폐로가 남고, 수십만 년에 걸쳐 위험한 방사선을 방출하는 사용 후 핵연료의 처분방법 미해결이 그것이다. 보통의 상품이라면 이 중 어느 것 하나만 있어도 시장에 내놓을 수 없다._야마모토 요시타카, <일본 과학 기술 총력전>, p379


  원자력 발전이 가져오는 위험은 이미 체르노빌 원자력 발전소 사고(1986), 후쿠시마 원자력 발전소 사고(2011)를 통해서 입증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원자력이 계속 사용되는 이유는 간단하다. 군사력 때문이다. 이는 일본이 원전 사고 이후에도 핵탄두 6,000개를 만들 수 있을만큼의 플루토늄을 보유하고 있다는 사실을 통해서도 입증된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후쿠시마 원전 사고를 단순한 천재지변으로 볼 수 없다. 여기에 더해 사고를 처리하는 과정과 마무리하는 과정에서 보여준 그들의 무책임한 모습을 보노라면, 1945년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의 비극을 말하는 그들의 모습과 다른 이중성을 발견하게 된다. 이것이 일본식 다테마에(建前)와 혼네(本音)인지는 모르겠지만... <일본 과학 기술 총력전>에는 후쿠시마와 관련된 이야기가 간단하게 다루어지지만, <후쿠시마, 일본 핵발전의 진실>은 이 주제에 대해 상세하게 다룬다. 이와 관련해서도 내용 정리를 해야겠다...


 원자력의 '군사 이용'과 '평화 이용'이라는 이분법은 전후 널리 언급돼왔다. 그러나 본래 군사기술과 비군사기술의 경계는 애매한 것이고, 전후 세계에서 최첨단 기술이 군산복합체에서 다뤄지고 있는 한 양자를 말끔히 나누는 것은 불가능하다. 게다가 나카소네의 발언은 핵기술이 원폭 제조로 시작했고, 비군사적/산업적 이용이라고 해도 기술 보유 자체가 대국주의 내셔널리즘을 불러일으키고 국제 사회에서 발언력 강화를 가져온다는 극히 정치적인 의미를 갖고 있음을 시사한다._야마모토 요시타카, <일본 과학 기술 총력전>, p363


 1988년에 체결돼 2017년까지 유효한 신미일원자력협정에는 지정된 시설에서의 재처리 실시를 사전에 승인하는 '포괄적 사전 합의'가 삽입됐다. 미국의 양해가 사실상 불필요해진 것으로, 그 결과 플루토늄 사용 규제가 대폭 완화되면서 일본의 재처리와 증식로 건설 노선이 연명됐다. 이는 비핵 보유국에서는 일본에만 허용된 '특권'이다. 도카이무라의 시설과 해외 위탁으로 생성된 일본의 플루토늄 보유량은 이미 48t에 달한다. 국자원자력기구(IAEA) 지침에서는 핵무기 1개 만들 수 있는 플로토늄의 양은  8kg으로 돼 있다. 그렇다면 일본은 무려 6,000발의 플루토늄 폭탄을 만들 수 있을 만큼의 재료를 보유하고 있는 것이 된다._야마모토 요시타카, <일본 과학 기술 총력전>, p3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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