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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젤렉의 개념사 사전 9 - 해방 ㅣ 코젤렉의 개념사 사전 9
카를 마르틴 그라스 & 라인하르트 코젤렉 지음, 오토 브루너 & 베르너 콘체 & 라인하르트 / 푸른역사 / 201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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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30년대 말에 와서야 이 표어는 지금까지의, 그리고 미래의 역사에서 선도 개념으로 정착된다.(p45)... 정치적인 개념을 넘어서 "또 다른 확장", 즉 "해방이라는 근본사상을 단순히 국민적인 삶만이 아니라 오히려 인간적인 삶 전반과 연관 지을 때 필연적으로 따라오는 철학적이고 세계사적인 개념"으로의 확장 또한 존재한다. _ 라인하르트 코젤렉, <코젤렉의 개념사 사전 9 : 해방>, p47
라인하르트 코젤렉(Reinhart Koselleck, 1923 ~ 2006) 개념사 사전의 9번째 주제는 '해방 Emanzipation'이다. 19세기 후반에 계몽주의와 맞물려 오늘날의 의미 체계가 완성된 이 독일어 안에는 두 의미가 혼합되어 있다. '성인으로 인정' 또는 '노예 해방'과 같은 법률적 행위로서의 해방과 관계 변화로서의 해방이 그것이다.
합법적인 법률 행위의 영역과 다양한 내용으로 채워질 수 있는 목표를 가진 역사 과정의 영역을 이 개념 내에서 하나로 결합한다는 것은 바로 '해방' 개념의 유연성과 파괴력을 나타낸다.(p74)... 정치적인 언어 사용에서 이 표현은 합법적인 법률 행위를 의미했고, 동시에 변혁 개념으로도 사용되었다. 그래서 해방 개념은 양자의 항목이 지닌 난점들을 대립적으로 상호 지시하는 방식을 통해 연관시켰다... 이 표현이 변혁 개념으로 사용되는 곳에서는 해방되는 당사자에 반해 항상 엘리트적 주도권을 함축하고 있다. _ 라인하르트 코젤렉, <코젤렉의 개념사 사전 9 : 해방>, p75
해방이 양 자의 평등한 관계로의 회복을 의미한다고 했을 때, '해방'은 상호 존중과 동등함을 결과로 가져온다. 그렇지 않을 경우, 해방은 기존 계약의 변형이 된다. 전자의 경우 '갑(甲)-을(乙)'관계의 청산이 이루어진다면, 후자는 '갑-을' 관계의 변경이 이루어지게 된다는 것이며, 이 경우에 특히 '해방의 당사자'보다 '해방 시혜자'가 우위에 서는 것이 당연할 것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1945년 해방을 바라봤을 때, 우리의 '해방은 되었으나 아직 해방되지 않은' 현재 상황이 바로 보인다. 일제와 우리가 동등한 계약의 주체로서 과거사를 종료짓지 못했고, 대신 다른 이들에 의해 계약이 종료되었기 때문에, 우리는 다른 의미에서 지금도 해방을 갈망하는 것은 아닐런지... 다른 민족의 언어인 독일어가 우리의 현실과 역사를 정확하게 설명할 수는 없겠지만, 대강의 의미를 미루어 짐작해 본다. 시간과 지역을 넘어 역사는 순환하는 것이기에...
'해방'은 운동이자 목표의 개념이며, 결국에는 성취의 개념이 되었다. 그래서 이 개념은 [우선] 그것의 의미가 펼쳐진 두 가지 의미 축을 지니고 있다. 말하자면 과거와의 단절과 해방이 강조되거나, 아니면 미래 지향성과 목표, 즉 자유에 집중했다... 둘째로 이 개념은 항시 해방을 실행하는 사람에 따라 다른 위상을 지녔다. 말하자면 해방은 승인되거나, 쟁취될 수 있었다. _ 코젤렉, <코젤렉의 개념사 사전 9 : 해방> , p4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