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세 유럽에서의 페스트(흑사병) 창궐이 인구의 감소를 불러와 노동력의 가치를 상승시켰다면, 코로나19의 팬더믹화는 인간 노동을 지식 집약적 산업에서는 인공지능(AI)으로, 노동 집약적 산업에서는 로봇으로 대체한다는 면에서 차이를 발견한다. 노동의 공급 감소가 아닌 (유효)소비자의 감소가 예상되는 현재 상황. 결국, 경제 전반의 소득이 원활하게 순환하지 못하는 현실이 우리가 코로나19 이후의 세계를 낙관할 수 없는 밑바탕이 아닐까...

 흑사병은 분명 엄청난 인명피해를 불러왔지만, 살아남은 자들은 사회적, 경제적 상황이 호전되는 이점을 누렸다. 수많은 사람들이 사망하여 모든 분야에서 노동력이 부족해졌던 것이다. 이에 따라 살아남은 수공업자나 농부들은 그 이전이라면 상상도 하지 못할 만큼 유리한 위치에서 거래처나 지주들과 협상할 수 있게 되었다. 서유럽과 북유럽을 비롯해 유럽 내 수많은 지역에서 노동자들의 임금이 상승했고 농노를 구하기 힘들어져 노예를 부릴 수있는 기회는 더 이상 주어지지 않았다.  - P53

흑사병이라는 대재앙이 이러한 긍정적 효과를 불러온 것은 매우 주목할 만하다. 역병이 번지기  전까지만  하더라도 유럽 대부분 지역은 기근과  빈곤에 시달렸다.  몇몇 지역은 인구 과밀로 매우 열악한 상황에 처해 있었다. 그런 상황에서 사회가 발전할 리 만무했다. 하지만 1352년 이후 인구수가 급감하면서 살아남은 이들은 이제 제한된 자원을 보다 효과적으로 활용하기 시작했다. 수확량이 적은 토지들은 목초지로 전환시켰고, 기술 혁신이 인간의 노동력을 대체하기 시작했으며, 방앗간의 수도 늘어났다. 당시 사람들은 이제 곧 다가올 미래를 낙관적으로 바라보고 있었을 것이다.  - P54

질병은 이미 권좌에 오른 이의 앞길을 막아 역사의 흐름을 바꾸기도 하지만, 권력이 보장된 자를 덮쳐서 사망에 이르게도 만들고, 이를 통해 다른 이에게 앞길을 터주기도 한다.  - P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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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12-14 10:05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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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12-14 14:26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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