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북조선 : 유격대국가에서 정규군국가로」를 써서 출판한 것은 1998년 3월이었다. 김일성 사망 후 4년이 지나 김정일 체제가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한 시점이었다. 나는 그 새로운 체제, 즉 김일성 사후의 체제변화를 포착하는 데 실패하고 말았다. 책에는 ‘유격대국가‘가 계승되었다고 썼지만, 그것은 이미 북한에서 사라진 상태였다...몇달 뒤 나는 김정일의 새로운 체제를 ‘정규군국가‘로 본다고 보고했다.(p7)

「와다 하루끼의 북한 현대사」는 김일성의 항일무징투쟁이 있었던 1932년부터 김정일 이 사망한 2012년까지를 개설한 역사책이다. 제3자인 일본인의 시선으로 바라본 이 책은 여러 면에서 거시적 관점에서 러일전쟁을 조망한 「러일전쟁」을 떠올리게 한다. 개별 사건에 매몰되지 않고 상황과 당사자들의 관계에 집중한 저자의 서술을 통해 우리는 역사의 본질에 보다 가까이 다가간다.

「와다 하루끼의 북한 현대사」의 장점은 인과관계로 개별사건을 묶어 알기쉽게 독자에게 소개한다는 점이라 여겨진다. 이러한 저자의 안내로 우리는 유격대국가 시기의 북한에서 갑산계, 소련계, 연안계 등의 치열한 권력 투쟁이 1950년대 공산주의 국가들의 갈등과 분열이라는 국제정세와 밀접한 연관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또한, 1960년대 무장공비의 남침이 당시의 베트남 전쟁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는 사실과 1978년 신상옥, 최은희 납치사건이 김정일 체제 구축과 연관된다는 것 등을 깨닫게 된다. 이러한 과정에서 단편적인 사건으로 볼 때는 이해할 수 없었던 북한의 행위가 사실은 치밀한 정치, 외교 행위였음이 보여진다. 이의 연장선상에서 강대국을 상대로 대등하게 맞서는 북한 외교의 실력이 어디에서 나왔는가도 파악할 수 있다.

이런 점에서 「와다 하루끼의 북한 현대사」는 가까우면서도 우리가 잘 알지 못하는 북한역사에 대한 좋은 개론서라 여겨진다. 여기에 서동만 교수의 책을 더하면 보다 북한 역사 지식에 깊이를 더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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