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비드 하비(David Harvey, 1935 ~ )는 <데이비드 하비의 맑스 <자본> 강의 A Companion to Marx's Capital >를 통해 맑스(Karl Marx, 1818 ~ 1883)의 <자본 Das Kapital: Kritik der politischen O"conomie>을 알기 쉽게 설명한다. 그리고 우리는 책을 읽으며 <자본>의 세부 논의에 길을 잃던 독자들이 포기오하지 않도록 친절하게 손을 빌려주는 저자의 배려를 느낄 수 있다. 저자는 매 단원별로 다음과 같이 <자본>의 내용 요약을 반복하여 제시하기에, 강의가 끝날 때 즈음에는 마치 후크송(Hook Song)처럼 <자본>의 용어가 익숙해지게 만들어 준다.
맑스는 상품이라는 단일 개념으로부터 시작하는데 이 상품은 사용가치와 교환가치라는 두가지 성격을 지닌다. 교환가치의 배후에는 사회적 필요노동시간으로 규정된 가치라는 단일 개념이 놓여 있다. 가치는 구체적 노동과 추상적 노동의 이중성을 품고 있는데, 이들 두 노동은 교환행위를 통해 합쳐지고 가치는 이 교환행위를 거치면서 상대적 가치형태와 등가형태의 이중성을 통해 표현된다. 여기에서 일반적 가치형태인 화폐상품이 등장하는데, 그러나 이 화폐상품은 가치가 내포하고 있는 사회적 관계의 의미를 은폐하고 상품의 물신성을 만들어낸다. 완벽하게 기능하는 시장에서 화폐가 서로 다른 두 기능을 수행하는데 그것은 곧 가치척도와 유통수단으로서의 기능이다. 그러나 실제로 존재하는 것은 단 하나의 화폐이고 이들 두 기능 사이의 등장은 얼핏 새로운 화폐관계에 의해 해소된 것처럼 보인다. 그렇지만, W - G - W의 유통형태는 G - W - G' 이고 G'는 '처음 투하된 화폐액 + 일정 증가분'이 되면서 완벽한 시장에서의 등가교환과 잉여가치의 생산에서 요구되는 부등가물 간의 모순을 불러일으킨다. _ 데이비드 하비, <데이비드 하비의 맑스 <자본> 강의>, p207
<데이비드 하비의 맑스 <자본> 강의>가 다른 <자본> 해설서가 가지지 못한 장점은 큰 틀에서 <자본>을 조망할 수 있게 해준다는 점이라 생각된다. 저자는 맑스가 <자본>을 통해 고민한 대전제가 무엇인지를 제시한다. 그래서, <자본>의 지향점을 처음부터 제시하여 독자들이 방향을 놓치지 않도록 나침반을 놓고 시작한다. 여기에 더해 무엇인지, 이전 경제학자들과 맑스의 사상과의 차이점과 영향관계등을 제시하면서 충분한 배경설명을 하기에 독자들은 <자본>이라는 숲에 들어가기 전 지도를 통해 전체 얼개를 잡을 수 있다. 이러한 부분은 <E.K. 헌트의 경제 사상사>와 마찬가지지만, 초보자 입장에서는 조금은 덜 비판적이고 따뜻하며, 상세한 설명이 <데이비드 하비의 맑스 <자본> 강의>에서 느껴진다.
리카도는 가치의 개념을 노동시간이라고 주장했다. 맑스는 사회적으로 필요한 노동시간이라는 개념을 사용했다... 우리는 곧바로 이런 물음을 던질 수밖에 없다. 사회적으로 필요하다는 것은 무엇인가? 사회는 어떻게 만들어졌으며 누구에 의해 만들어졌는가? 맑스가 이에 직접 답하지는 않지만 이 물음은 <자본> 전체를 관통하고 있는 하나의 주제다. ... 이 물음은 근본적으로 '가치'가 누구에 의해 어떻게 결정되는지에 대한 물음으로 되돌아가게 만든다. _ 데이비드 하비, <데이비드 하비의 맑스 <자본> 강의>, p49
맑스는 이제 우리가 화폐형태가 품고 있는 모순을 분석해야 한다고 말한다. 즉 모순의 끊임없는 확대만 존재하는 것이다... 그의 변증법은 완결된 것이 아니다. 오히려 반대로 그것은 끊임없이 확대되고 있으며 바로 여기에서 그는 그것이 정확하게 어떻게 확대되고 있는지를 설명하고 있는 것이다._ 데이비드 하비, <데이비드 하비의 맑스 <자본> 강의>, p122
이러한 저자의 전체 설명이 이해에 얼마나 도움이 되는가. 이에 대해서 살펴보자. 저자가 해설서에서 밝히는 내용은 다음과 같다. <자본>에서 맑스는 변증법을 통해 만물은 서로 영향을 주고 받으며, 그 가운데 서로가 변해간다는 것을 강조한다. 이것은 인간, 자연, 노동에 있어서 모두 공통적이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화폐도 마찬가지다. 화폐가 가지고 있는 가치척도와 유통수단으로서의 기능이 하나의 화폐 안에 담겨있다는 맑스의 분석은 이에 대한 증거가 된다.
노동과정은 전적으로 자연적인 것과 인간적인 것을 분리하는 것이 불가능한 "물질대사"의 하나의 변증법적 계기로 파악된다. 그러나 이 과정은 인간이 자기 자신의 행위를 통해 인간과 자연 사이의 물질대사를 매개하고 규제하며 통제하는 한 과정이다... 우리는 우리 자신을 변화시키지 않고는 우리 주변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들을 변화시킬 수 없다. _ 데이비드 하비, <데이비드 하비의 맑스 <자본> 강의>, p210
그렇지만, 자본주의 체제의 두 주체인 화폐소유자와 노동자의 관계는 이와 다르다. 노동자는 가치를 생산할 수 있는 능력(노동력)을 가지고 있으나 혼자 힘으로 노동을 할 수 있는 위치에 있지 못하다. 반면, 화폐소유자는 생산할 수 있으나 노동자를 소유할 수 없다. 단지 일정 기간 동안 노동력을 소유할 수 있기 때문에, 화폐소유자는 더 오랜 기간(量)또는 더 높은 정도(質)로 노동력을 소유하고자 하며 이로 인해 잉여가치 문제가 발생됨을 맑스는 말한다. 절대적 잉여가치와 상대적 잉여가치 문제, 더 많은 잉여가치 획득을 위한 불변자본의 투입 등의 논의가 이어지지만, 우리는 이미 자연법칙과 사회법칙에 맞지 않는 자본 내부의 모순을 보게 된다. 그렇다면, 추가 논의는 계속되지만, 하비가 이미 보여준 전체 조망을 통해서 우리는 맑스의 결론이 어느 방향으로 흘러갈 것인가를 어렵지 않게 짐작할 수 있다. <지킬박사와 하이드>에서 하나로 수렴하지 못하는 두 인격(人格)이 공존해야 하는 모순되는 상황. 이러한 자본주의 내부의 모순은 외부의 어떤 노력으로도 해소될 수 없기에 물 끓는 주전자처럼 넘치고 만다는 것이 <자본>의 이후 논증이 될 것이다...
어떤 상품의 소비에서 가치를 뽑아내려면 우리의 화폐소유자는 운좋게도 유통영역의 내부에서 다음과 같은 특성을 갖는 하나의 상품을 발견해야 한다. 즉 자신의 사용가치가 곧 가치의 원천이면서 동시에 그것의 현실적 소비가 곧 노동의 대상화이자 가치창출이 되는 그런 상품을 발견해야 하는 것이다. 그리고 화폐소유자는 시장에서 실제로 바로 그런 특수한 상품을 발견한다. 노동능력이 바로 그것이다.(M181) _ 데이비드 하비, <데이비드 하비의 맑스 <자본> 강의>, p186
화폐소유자가 노동력을 시장에서 상품으로 발견하기 위한 제2의 본질적인 조건은 노동력의 소유자가 자기 노동을 대상화시킨 상품을 판매할 수 없고 그 대신 자신의 살아있는 육체 안에서만 존재하는 자신의 노동력 그 자체를 상품으로 팔기 위해 내놓아야 한다는 것이다.(M183) _ 데이비드 하비, <데이비드 하비의 맑스 <자본> 강의>, p187
<데이비드 하비의 맑스 <자본> 강의>이 유일한 <자본> 해설서는 아니다. 다만, 여러 좋은 해설서 중에서 다른 장점을 가진 해설서임은 분명하다. <자본>이라는 큰 숲 안에 있는 여러 나무들에 대한 설명을 듣고자 한다면 <원숭이도 이해하는 자본론>이 좋은 설명이 제공하는 입문서가 될 것이다. 반면, 지리학자인 하비의 책은 <자본>이라는 숲의 전체적인 크기와 구조를 이해하는데 도움이 되는 책으로 여겨진다. 물론 그 어느 경우에도, 저자 맑스의 책을 직접 읽으면서 느끼는 것이 가장 중요하고 좋은 것임은 너무도 당연할 것이다. 만약, <데이비드 하비의 맑스 <자본> 강의>와 함께 읽을 때는 역자의 <자본 1- 1> < 자본 1 - 2>를 읽는 편이 호완성 측면에서 더 좋게 느껴지더라는 말을 마지막으로 페이퍼를 갈무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