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뒷세이아>는 트로이아 전쟁에 참가했던 영웅이, 바다를 떠돌며 모험을 겪은 후 20년 만에 집에 돌아와, 자기 아내에게 구혼하면서 자기 집 재산을 먹어치우고 있는 횡포한 무리들을 처단하는 걸 주된 내용으로 한다. 이것이 <오뒷세이아>의 중심 주제 두 가지이다. 하지만 작품을 펼치면 독자들은, 대개는 들어보지도 못한 낯선 인물과 마주치게 된다. 바로 오뒷세우스의 아들 텔레마코스다.... <오뒷세우스> 첫 부분의 핵심은 텔레마코스라는 젊은이의 성장이다. 그는 아버지의 행방을 찾아 여행을 떠나고, 아버지의 모험을 축소해서 겪고, 그것을 통해 어른이 된다. 그래서, 이 세 가지가 <오뒷세이아>의 세 주제이다._ 강대진, <오뒷세이아, 모험과 귀향, 일상의 복원에 관한 서사시>, p43
<일리아스>는 아킬레우스 분노 사건을 그리면서 트로이아 전쟁 전체를 보여 주고 있다. 따라서 중심적인 주제는 '분노'이고, 부차적인 주제는 '전쟁'이다. 그런데 기본적으로 '분노' 주제는 '전쟁'을 배경으로 삼고 있기 때문에, 처음에는 일단 '전쟁' 주제가 두드러지고, 뒤로 갈수록 '분노' 주제가 강해질 수밖에 없다._ 강대진, <호메로스의 <일리아스>읽기>, p45
<오뒷세이아> 안에 담겨 있는 이야기 속에서 우리의 삶에 대해 생각하게 된다. 모험을 떠나 작은 시련을 겪고 어른으로 성장한 한 소년. 치열한 삶의 전장에서 돌아와 안식을 위한 귀환을 하는 노년. 이 사이에 자리하고 있는 것은 <일리아스>에서 그려진 청년 아킬레우스의 혈기 왕성함과 자신의 책임과 가정, 나라를 지키기 위해 처절하게 노력하는 중년 헥토르의 모습을 맞춘다면, 우리는 오이디푸스가 풀었던 수수께끼의 답(答)에 가까이 갈 수 있을 것이다. 마치 연어와도 같은 우리의 삶. 추상적인 인생(人生)이라는 주제는 <일리아스>에서 신(神)에 의해 무구(武具)에 새겨지면서 구체화되고 이를 통해 우리는 일상으로 실현된 운명을 볼 수 있다.
라이오스가 통치할 때 큰 재앙이 테바이를 엄습했다. 헤라가 스핑크스(Sphinx)를 보냈기 때문이다. 스핑크스의 어머니는 에키드나이고 아버지는 튀폰이었는데 그녀는 여자 얼굴과 사자의 가슴과 발과 꼬리, 새의 날개를 갖고 있었다. 그녀는 무사 여신들한테 수수께끼를 배운 뒤 피키온(phikion) 산에 앉아 테바이인들에게 그 수수께끼를 냈다. 그 수수께끼란, 목소리는 하나뿐이지만 처음에는 발이 네 개인데 그 다음에는 두 개가 되었다가 그 다음에는 세 개가 되는 것이 무엇이냐는 것이었다... 오이디푸스는 그것을 듣고 수수께끼를 풀었으니 그의 말인즉 스핑크스의 수수께끼는 사람을 의미한다는 것이었다. 왜냐하면 사람은 어린아이 때는 사지로 기니까 발이 네 개고 어른이 되면 두 발로 다니고 늘그막에는 그 밖에도 지팡이를 셋째 발로 의지하기 때문이라는 것이었다. _ 아폴로도스, <원전으로 읽는 그리스 신화>, 제3권 8, p210
<일리아스>에서 헤파이스토스가 아킬레우스를 위해 만들었던 방패. 그 안에 구체적으로 새겨진 인생의 모습. 이는 우리의 삶이 인생에 형상화된 것을 의미하는 것이 아닐까. 또한, 아킬레우스와 함께 전장(戰場)으로 가는 방패와 그 안에 새겨진 삶은 바로 삶이라는 전쟁터로 가는 우리의 모습이 아닐런지. 이 시점이 아킬레우스가 파트로클로스를 잃고 나간 복수전이라는 점에서 이 무구에 새겨진 삶은 가치를 잃고 번민하는 인생의 좌절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마지막으로, 아킬레우스 사후에 이 방패를 갖게되는 오뒷세우스의 귀환과 함께 삶이라는 전쟁도 끝나는 것은 아닐까. 시인(詩人)이 실제 <오뒷세우스> <일리아스>를 통해 삶의 치열함을 이야기하고자 했는지는 잘 모르겠다. 그렇지만, 코로나 19로 인해 격랑에 시달리며 일상으로의 복귀를 꿈꾸는 요즈음에는 이런 모습으로 다가온다. 언젠가 다시 <일리아스> <오뒷세이아>를 읽는다면 분명 다른 의미를 주겠지만...
[사진] Shield of Achilles(출처 : 위키백과)
거기에 그는 대지와 하늘과 바다와
지칠 줄 모르는 태양과 만월(滿月)을 만들었다.
그리고 하늘을 장식하고 있는 온갖 별들을,
플레이아데스와 휘아데스와 오리온의 힘과
사람들이 짐수레라고도 부르는 큰곰을 만들었다.
큰곰은 같은 자리를 돌며 오리온을 지켜보는데
이 별만이 오케아노스의 목욕에 참가하지 않는다.
거기에 그는 또 필멸의 인간들의 아름다운 두 도시를
만들었다. 한 도시에서는 결혼식과 잔치들이 벌어졌는데
사람들이 휘황한 횃불 아래 신부들을 방에서 인도하여
도성 안으로 데려가고 있었고, 축혼가(祝婚歌)가 높이 울려 퍼졌다...
거기에 그는 또 부드러운 묵정밭을 넣었는데
세 번이나 갈아엎은 넓고 기름진 밭이었다.
그 안에서 여러 농부들이 소를 몰고 이리저리 돌고 있었다.
그들이 밭의 경계에 이르러 돌아서려고 할 때마다
한 남자가 다가가 각자에게 달콤한 포도주가 든 잔을
손에 쥐어주곤 했다....
밭이랑을 따라 곡식이 줄지어 한 아름씩 땅에 쓰러지면
묶는 자들이 그것을 새끼로 한 단씩 묶었다.
세 명의 묶는 자들이 곁에 서 있었다. 한편 아이들은
베는 자들의 뒤를 뒤따라가며 곡식을 주워 모아 한 아름씩 안고 와서
그것을 묶는 자들에게 쉴 새 없이 건네주었다....
포도밭으로 들어가는 길은 하나밖에
없었는데 포도 따는 자들은 수확기가 되면 이 길로 해서
들어갈 수 있었다. 처녀 총각들은 신이 나서
엮은 바구니에 꿀맛 같은 과일을 담아 나르고 있었다... (이하 중략) _호메로스, <일리아스>, 제18권 483 ~ 6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