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라시아 견문 1 - 몽골 로드에서 할랄 스트리트까지 유라시아 견문 1
이병한 지음 / 서해문집 / 201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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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에서 중국으로, 서구에서 동방으로, 북에서 남으로 권력이 이동하고 있다고 말하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가 않다. 물론 권력이 이동하고 있음은 분명한 사실이다. 머지않아 중국이 미국을 넘어서는 것은 기정사실이다. 아시아가 구미를 능가하는 것도 시간문제다. 다만 중국이 미국을 흉내 내고, 동방이 서방을 복제하고, 남이 북을 답습하면 진정한 변화라고 하기가 힘들다.(p106)

「유라시아 견문 1」에서 저자는 태국 치앙라이에서 말레이시아의 할랄 스트리트에 이르는 길을 여행하면서 변화하는 세계를 체감하고 해석한다. 이를 통해 저자가 바라본 변화의 핵심은 중국에 의한 새로운 세계 권력 구도 재편이다.

지난 200년 세계를 지배했던 영국과 미국은 국가들과 세력들간의 대립을 부추겨 어부지리를 얻는 것을 기본 전략으로 삼았다... 한반도의 분단 또한 그 일환이었다. 동아시아에서 미국의 패권을 확립하고 재생산하는 핵심 기제였다. 이러한 패권 전략을 학문적으로 정립한 것이 소위 ‘지정학 Geo-Politics‘다. 그리고 이 지정학은 ‘거대한 체스판‘이라는 유명한 비유처럼, 유라시아를 분할하고 분단하는 것을 핵심 교리로 삼는다.(p234)

저자는 책에서 중국 주도의 새질서에 기대감을 숨기지 않는다. 그가 바라보는 중국은 이전의 패권국이 아니라, 과거 9세기 ‘성당‘시대를 재현할 실력과 신유학 사상을 갖춘 대국이다. 그리고, 머지않은 미래에 중국과 인도가 손잡고 유라시아를 선도할 것이라고 전망한다.

‘책임대국‘을 표방하는 중국은 일본이나 미국과 같은 20세기형 ‘강대국‘을 추구하지 않는다. 무력에 의존하여 패도를 행사하는 패권국이 아니라, ‘왕도의 근대화‘를 도모한다. 20세기의 대장정이 21세기의 일대일로와 접속하는 연결고리가 바로 여기에 있다.(p407)

작금의 길항은 미 - 중간의 패권 경쟁이 아니다. 패도를 부리는 세력과 왕도를 소망하는 세력 간의 일합이 있을 뿐이다. 반동파와 반전파의 길항이다. 구체제와 신상태의 대결이다. 20세기와 21세기의 충돌이다.(p128)

나는 친디아(China + India)의 시너지 효과에 낙관적인 편이다. 모자란 것은 보태고, 남는 것은 나눌 수 있는 여건이 조성되었다. 중국은 자본이 넘쳐나지만 노동력이 줄고 있다. 인도는 자본은 부족한데 인력은 넉넉하다. 상호보완할 수 있다.(p90)

「유라시아 견문 1」은 우리에게 생소한 유라시아의 구석구석을 소개한다. 책에 소개된 내용 중 많은 부분이 생소하여, 그동안 이들 지역에 대한 자신의 무지를 확인할 수 있었던 것은 하나의 성과라 생각된다. 그렇지만, 저자의 생각에 전적으로 동의하기는 어려운 것도 사실이다. 저자는 중국이 21세기를 이끌어갈 책임있는 대국이라고 확신하지만, 개인적으로는 주저하게 된다. 그들 문화에 뿌리깊은 ‘중화주의‘가 영화, 노래 등에 표현되는 것을 보면, 이들 역시 미국과 크게 다르지 않아 보이기 때문이다.

서구의 힘이 예전같지 않은 상황에서 중국의 부상은 우리에게 어떤 의미가 있을까. 중국의 부상이 위기를 맞은 21세기 문명에 전환점이 될 수 있을까. 「유라시아 견문」에서는 이를 기정사실화하지만, 우리의 고민은 다른 것에 있어야 하지 않을까를 생각하게 된다. ‘미- 중 전쟁‘의 승자가 누구인지 보다, 어떻게 하면 우리가 ‘유라시아 - 태평양‘ 사이의 균형자가 되어 국익을 극대화하는가에 집중되어야 하지 않을까. 그런 위치에 섰을 때 중국문명의 잘못된 선택에도 우리는 의연하게 대처할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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