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이나교는 인도의 모든 종교 중에서 가장 금욕적이다. 자이나교 신자들은 이 고통스런 세계로의 끊임없는 환생에서 벗어나 해탈(Morksha, 모크샤)로 나아가기 위해 금욕을 실천한다... 자이나교는 어떤 신도 인정하지 않고, 모든 책임을 개인의 행동과 행위에 둔다. 금욕은 자이나교의 핵심이다... 자이나교에서 중시하는 또 다른 덕목은 타인에 대한 봉사, 종교 연구에 대한 관심, 욕정으로부터의 해방, 정중함과 겸손 등이다. 이 모든 실천과 평신도의 계율에서도 요구되는 금욕이 결합되어, 과거 행동의 결과인 업(業)[카르마, Karma]이 줄어든다. - 슐라미트 암발루 외, <종교의 책>, p68 - p70
불교와 거의 같은 시기인 BC 6세기 무렵 마하비라(Mahavira, BC 599 ~ BC 527)가 창시한 것으로 알려진 자이나교. 금욕(禁慾)의 종교로 우리에게 알려진 자이나교는 이를 통해 업(카르마)를 소멸시키고자 한다. 한편, 위야사의 <마하바라따 Mahabharata 1권>에는 고행을 하는 수도자 이야기가 나온다. 자이나교 수행자라는 말은 없지만, 가인의 이야기에 담긴 내용은 자라뜨가루가 자이나교의 금욕수행자임을 짐작케 한다.
대고행자 자라뜨가루는 얼굴을 아래로 처박고 풀 한 줄기에 의지한 채 구덩이에 거꾸로 매달려 있는 조상들을 보았답니다. 그 풀을 구덩이가 사는 생쥐가 갉아먹고 있었습니다. 그들은 음식을 먹지 못해 야위고 초췌했으며 고통스럽게 구원의 손길을 기다리고 있었답니다. 자라뜨가루는 가엾고 초라해 보이는 사람들에게 다가가 말했습니다. '당신들은 누구십니까?'... 조상들이 말했지요. '여기에서 우리를 구해주려 하다니 당신은 참 마음 넓은 금욕 수행자인가 봅니다. 훌륭한 브라만이여, 그러나 고행이 우리를 구할 수는 없답니다. 친애하는 이여, 웅변가 중의 웅변가여, 우리를 이렇게 추락하도록 만드는 것은 바로 고행 때문이랍니다... 브라만이여, 당신이 보고 있는 이 생쥐는 아무도 거역할 수 없는 시간이랍니다. 마음은 시간에 잠식되어 가지요. - 위야사, <마하바라따 1권>, p223 - p225
자라뜨가루는 금욕을 통해 인과율(因果律, Causality)을 끊고자 하지만 그의 고행은 자신을 넘어서 다른 이들에게 미치지 못하고, 자연의 법칙을 거스르지 못한다. 현생의 고난과 어려움이 내세(來世)의 업을 약화시킨다는 자이나교의 사상은 자연의 법칙에 들어맞고, 어려움을 겪는 이들이 고통의 의미를 되새기게 하는데 도움을 준다. 그렇지만, 선인(善人)이 언제나 행복한 것은 아니고, 선하지 않은 사람이 언제나 불행한 것은 아닌 현실을 그리 낯설지만은 않다. 그런 면에서 같은 책 아야띠의 내용은 생각해볼만 하다.
죄악은 업을 거꾸러 가게 하고
죄악의 세계로 이끈다고 합니다.
선한 사람은 선하지 않은 사람을 따르지 않습니다.
자신의 영혼이 바로 가게 하기 위해서입니다.
무릇 중생에게 행과 불행이 있다면
이는 운명의 힘이요, 자신의 힘은 아니랍니다.
그래서 중생은 운명의 위력을 깨달아
너무 괴로워하지도 지나치게 즐거워하지도 말아야 합니다.
행과 불행의 무상함을 아는데, 아슈타까여
내가 어이 나를 괴롭히리요?
무엇을 하건 무엇을 했건 나는 고통스럽지 않습니다.
이렇게 깨어 있는 나에게 괴로움은 비껴가는 것이랍니다. - 위야사, <마하바라따 1권>, p404 - p405
현생에서의 고통이 내세의 업을 소멸시키거나, 현생에서의 선한 행동이 하늘 나라에 보화를 쌓는 행동으로 보상을 받는다는 인과율에 기초한 교리(敎理)도 어려운 이들의 마음에 희망의 빛을 준다는 면에서 의미가 있을 것이다. 그렇지만, 자신의 행복과 불행이 자신의 힘만으로 어쩔 수 없는 것임을 알고서도, 바로 가기 위해서 선을 행하는 뜻을 넘어서지는 못할 것이다. 보상을 받을 수 있으리라는 기대를 갖고 하는 선행도 선한 것이지만, 자신을 위해 선행을 할 수 있다면 진정한 깨달음이라는 것을 말하는 것일까. 이렇게 본다면, 업은 소멸되거나 약화되는 것이 아니라, 진정으로 깨달은 이에게 의미가 없어지는 것이 윤회(輪廻)의 고리를 끊는 것의 다른 뜻은 아닌가 생각해본다... <마하바라따>에는 이외에도 많은 이야기가 담겨 있다. 내용 정리하는 것이 쉽지 않지만, 틈틈히 하다보면 많은 내용을 음미할 수 있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