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보세요? 예, 메가도도 출판삽니다. 알려진 우주 전체에서 전적으로 가장 훌륭한 책인 <은하수를 여행하는 히치하이커를 위한 안내서>의 본부죠.(p272)... <은하수를 여행하는 히치하이커를 위한 안내서>는 무한하게 복잡하고 혼란스러운 우주 속에서 인생을 이해해보고자 애쓰는 사람에게는 없어서는 안 될 지침서다. 비록 이 책이 모든 문제에 대해 쓸모가 있고 정보를 줄 수 있기를 기대할 수는 없지만, 적어도 이 책은 이런 든든한 주장은 한다. 즉, 이 책에 틀린 곳이 있을 때는, 적어도 '결정적으로' 틀렸다는 것이다. 중요한 오류가 있을 경우, 잘못된 쪽은 항상 현실이다(p273) <은하수를 여행하는 히치하이커를 위한 안내서> 中


 <은하수를 여행하는 히치하이커를 위한 안내서 The Hitchhiker's Guide to the Galaxy >는 긴 제목만큼이나 두꺼운 책이며, 비(非)논리적이어서 이해하기 어렵고 진도나가기 어려운 책이다. SF소설이 과학적 상상력을 바탕으로 쓰여지는 작품이기는 하지만, 어디로 튈지 모르는 얌체볼 같은 전개에 산만하다는 느낌을 받는다. 이러한 느낌은 나만이 받는 것일까? <문학으로의 모험 Literary Wonderlands>에 담겨진 편잡자의 해설을 보면 작품에 대한 혼란을 느끼는 것은 거의 모든 독자들에게 공통된 사항으로 여겨진다. 


 적응 능력이야말로 이 작품의 성공에서뿐만 아니라 그 내부의 논리에서도 핵심이 된다. 왜냐하면 시리즈가 늘어나면서 그 줄거리도 기발하고 부조리하고 터무니없는 방향으로 늘어났기 때문인데, 그래도 그 핵심은 여전히 평범한 인간 아서 덴트의 '물 밖에 나온 물고기'이야기다.(p232)... <히치하이커>의 매력은 희극성 이상의 어떤 것에 의존한다. 애덤스가 상상한 세계는 흥미진진하고, 각양각색이고, 다른 무엇보다도 팬의 참여와 관련해서는 무척이나 호의적이다. 우주에는 무능함과 신랄함이 가득하지만, 그래도 순순한 악이나 잔인성은 찾아보기 힘들다(p235) <문학으로의 모험> 中


  개인적으로는 <은하수를 여행하는 히치하이커를 위한 안내서>가 눈을 뗄 수 없을 정도로 몰입감을 주는 뛰어난 작품이라 생각하지 않는다. 그렇지만, 예상치 못한 등장인물과 끊임없이 이어지는 사건은 맥락없이 책 진도를 끌어나간다. 그래서 1,000 페이지에 달하는 방대한 책임에도 불구하고 독자들에게 짧은 시간 내에 벽돌책을 정복하는 성취감은 산만한 이 책이 주는 작은 선물이다.


 모험이 이어지면서 덴트와 포드는 지구가 실제로는 평범한 행성이 아니라 오히려 거대한 우주적인 수수께끼를 해결하기 위한 프로그램을 무려 수백만 년 동안이나 가동하던 거대한 컴퓨터였음을 알게된다. 이 수수께끼는 '삶의 의미'가 아니라 오히려 '삶의 의미의 의미'였다.(p234) <문학으로의 모험> 中


 <은하수를 여행하는 히치하이커를 위한 안내서>는 책에서 제기한 '삶의 의미의 의미'를 풀기 위한 '책 안의 책'이다. 작품 안에서 <안내서>는 거대한 수수께끼로 다가가는 과정을 해설한 백과사전이라 하겠다. 그렇지만, 안내서 안에 담긴 내용은 딱딱하지 않고 우리의 상상 너머의 내용을 보여주기에, 우리는 책의 정신없는 전개에도 불구하고 미소를 잃지 않고 나갈 수 있다. 이처럼 작은 미소를 작품 전반에 걸쳐 지을 수 있다는 것은 분명 <안내서>가 주는 큰 매력이다. (황당한 웃음도 포함해서)


 <은하수를 여행하는 히치하이커를 위한 안내서>는 폐 한가득 숨을 들이마시면 완전 진공 상태의 우주에서 삼십 초 정도는 버틸 수 있다고 말한다. 하지만 이 책은 계속해서 말하길, 이 믿기지 않을 정도로 거대한 우주 공간에서 그 삼십 초 안에 다른 우주선에 의해 구조될 수 있는 확률은 이십칠만 육천칠백구의 제곱분의 일이라고 한다. 어떤 엄청나게 경이로운 우연의 일치에 따르면, 그 숫자(276,709)는 또한 영국 이즐링턴에 있는 한 아파트의 전화번호이기도 했다.(p95) <은하수를 여행하는 히치하이커를 위한 안내서> 中


[사진] Stars and galaxy space sky night background, Africa, Kenya(사진 출처 : https://www.123rf.com/photo_43201820_stars-and-galaxy-space-sky-night-background-africa-kenya.html)


  책을 읽다보면, 독자들은 마치 우주선에 앉아 우주여행을 하는 느낌을 받는다. 예기치 못한 등장인물과 좌충우돌 벌어지는 사건은 독자들을 정신없게 만들고 이런 뜻밖의 상황이 독자들에게 웃음을 주는 것은 분명하다. 


<히치하이커>의 유머 가운데 몇 가지 사례를 추출한다고 해도, 애덤스의 세계에서 유머의 느낌을 제대로 전달할 수는 없는데, 왜냐하면 그 각각의 유머는 그것이 발생하는 광대하고도 기발한 문맥에 크게 의존하기 때문이다. 유머를 문맥에 녹여 넣는 용해제는 바로 매력인데, 이것이야말로 문학에서는 진정으로 귀한 특성이며, 과학소설에서는 더더욱 귀한 특성이다.(p235) <문학으로의 모험> 中


 그렇지만, 저자 더글러스 애덤스 (Douglas Adams, 1952 ~ 2001)가 작품에서 보여주는 웃음은 단순한 농담 따먹기에 그치는 것이 아니다. 은하계의 변방 '태양계'의 작은 행성에서 일어나는 '자본주의' 시스템과 '민주주의'에 대한 설명은 미소 한 편에서 우리 삶을 돌아보게 만든다.


 저 멀리 시대에 뒤처진 은하계 서쪽 소용돌이의 긑, 지도에도 나와 있지 않은 그 변두리 지역에 아무도 주목하지 않는 작은 노란색 항성이 하나 있다. 이 항성에서 대략 구천팔백만 마일 떨어진곳에 시시하기 그지없는 작은 청록색 행성이 공전하고 있는데, 이 행성에 사는 원숭이 후손인 생명체들은 어찌나 원시적인지 아직도 전자 시계가 꽤나 대단한 아이디어라고 생각하고 있을 정도다. 이 행성에는 문제가 하나 있는데, 이 행성에 사는 사람들 대다수가 대부분의 시간 동안 불행했다는 것이다. 이 문제에 대해 수많은 해결책이 제시되었는데, 이 해결책들은 대부분 주로 작은 녹색 종잇조각들의 움직임과 관련된 것이었다... 그래서 그 문제는 해결되지 않고 그냥 남아 있었다. 많은 사람들이 비열했고, 그들 대다수는 비참하게 살았다.(p721) <은하수를 여행하는 히치하이커를 위한 안내서> 中


 사람들을 통치하는 데 있어 중요한 문제는 누구에게 통치하는 일을 시키느냐 하는 것이다. 아니면, 누가 사람들이 그 일을 스스로 저지르도록 조종하고 있냐는 것이다. 요약하자면, 사람들을 통치하기를 '원하는' 사람이 사실상 그 일에 가장 부적합한 사람이라는 사실은 이미 잘 알려져 있다. 이 요약을 다시 한 번 요약하자면, 스스로를 대통령으로 만들 수 있는 사람에게는 어떤 일이 있어도 그 일을 수행하도록 허락해서는 안 된다. 요약에 한 이 요약을 다시 요약하자면, 문제는 사람들이다.(p432) <은하수를 여행하는 히치하이커를 위한 안내서> 中


 이러한 정치와 경제 비판 외에도, '주님'이라는 이름의 고양이를 키우는 '우주의 통치자' 이야기와 '평행 우주(Parallel World)' 라는 난해한 물리학 용어를 간단하게 무시하고 넘어가는 안내서의 설명은 독자들에게 종교와 과학의 기존 권위를 부정하는 묘한 통쾌함을 안겨준다.


 우주의 통치자는 소리를 감추기 위해 말을 시작했다. "나하고는 아무 상관이 없어요. 나는 사람들하고 상관이 없어요. 내가 잔인한 사람이 아니라는 건 주님도 알아요." "아하! 당신 '주님'이라고 하셨죠! 당신 뭔가를 믿기는 하는군요!" 자니우프가 소리를 질렀다. "내 고양이지요. 난 이 녀석을 주님이라 부르죠. 난 이 녀석에게 정말 잘 해준답니다."... "전혀 몰라요. 고양이처럼 보이는 대상에게 어떤 특정한 방식으로 행동했을 때 내 기분이 좋을 뿐이죠. 당신은 다르게 행동하나요?"(p441) <은하수를 여행하는 히치하이커를 위한 안내서> 中


 <은하수를 여행하는 히치하이커를 위한 안내서>는 평행 우주에 대해 할 말이 많았다. 하지만 신 중에서도 상급 신 레벨에 미치지 못하는 사람들에게는 알아들을 수 없는 소리들이다. 게다가 우리가 알고 있는 모든 신들이 자기네들이 주로 주장했듯이 우주 탄생 일주일 전이 아니라 탄생 후 백만분의 삼 초는 족히 지나고 나서야 등장했다는 것이 이제는 완전히 기정 사실로 인정되었기 때문에, 이들은 안 그래도 해명해야 할 것들이 무진장 많다. 따라서 이 시점에서 복잡한 물리학 문제를 설명할 여유는 없는 것이다.(p990) <은하수를 여행하는 히치하이커를 위한 안내서> 中


 개인적으로 <은하수를 여행하는 히치하이커를 위한 안내서>는 정신없게 빠져들게 만드는 몰입감있는 SF 작품은 아니었다. 그렇지만, 이 안에는 현실 풍자와 신비로운 여행은 마치 <걸리버 여행기>나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요즘 아이들에게 인기있는 <13층 나무집> 시리즈를 떠올리게 하는 면이 있는 매력있는 작품임은 분명하다.  


PS. 이 작품에 대한 등급을 준다면, 나와는 맞지 않기에 애인은 되기 어렵지만, 나름 매력있는 '좋은 사람' 등급을 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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