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 자본 Capital in the Twenty-First Century>에서 피게티(Thomas Piketty)는 20세기 실증데이터를 기반으로 부의 불평등이 심해지고 있음을 입증하고, 이를 통해 기회균등의 사회가 아닌 상속사회가 현대사회의 문제점임을 주장한다.


 사회의 부(富)/연간소득(所得) 비율은 총저축률에서 경제 성장률을 나눈 값으로 수렴할 것이다. 시간이 흐르고 기회가 창출될수록 상대적으로 작은 규모의 집단의 지배 아래에 불가피하게도 부는 더욱 집중될 것이다. 부의 불평등이 극심한 사회는 소득의 불평등 또한 극심할 것이다. 극심한 부와 소득의 불평등을 지닌 사회는 시간이 지나 부에 대한 통제권이 상속자에게 돌아가는 '상속정치' 사회가 될 것이다. 부가 경제적으로 가장 중요하게 작용하는 사회는 부자가 경제/정치/사회문화적으로 매우 지대한 영향력을 미치게 되면서 여러 가지 이유로 불행한 사회가 될 것이다.(p20) <애프터 피게티> 中


 현대 사회를 '불평등한 상속 사회'로 규정한 피게티의 근거는 20세기 실증데이터다.

 2차 세계대전 이후 냉전시대는 미국-소련을 중심의 체제 경쟁으로 이어지고, 이로부터 세계경제는 유례없는 빠른 성장과 불평등을 경험하게 되었다는 것이 <21세기 자본> 전반의 주장이다.


 20세기는 로버트 고든 Robert Gordon이 강조한 제2차 산업혁명으로부터 막대한 동력을 얻고, 선진국들이 미국과의 경제적 격차를 성공적으로 줄이는 데 성공하면서 유달리 높은 경제 성장률을 기록했다. 20세기는 전쟁, 혁명, 혼돈의 시기였으며 사회화와 진보적인 세금 제도를 도입하기 위한 정치 운동은 저축률을 유례없이 강하게 감소시키는 힘으로 작용했다. 하지만 20세기는, 그런 힘들이 아직 완전히 쇠퇴하지 않았지만 쇠퇴하고 있는 상태에서 21세기에게 자리를 내주고 물러났다.(p20) <애프터 피게티> 中


 2014년에 발행된 <21세기 자본>의 이러한 피게티의 주장에 대해 <애프터 피게티  After Piketty>에서는 여러 전문가들이 을 자신의 입장에서 평가한다. 책 본문에서 전문가들은 대체적으로 피게티의 실증분석에 대해서 동의한다. 


 선진국에서 개인의 부는 소수에 집중된 채 자원을 통제하고, 사람들이 일할 장소와 방식을 지시하고, 정치 구도를 형성할 수 있는 권력을 행사해왔다는 피게티의 주장은 옳다. 약 150년 전 벨 에포크/제1차 도금시대에 전형적인 선진국의 축적된 부와 연간소득 사이의 비율이 약6이었다는 주장은 옳다. 약 50년 전 사회민주주의 시대에 자본/소득 비율이 약3이었다는 주장도 옳다. 그리고 지난 두 세대에 걸쳐 부/연간소득 비율이 급상승했다는 주장 또한 옳다.(p24) <애프터 피게티> 中


  <애프터 피게티>에서 피게티에 대한 비판은 대체적으로 불평등의 원인과 불평등 해소에 집중된다. 과연 피게티가 말한 요인 이외에 다른 요인이 불평등에 영향을 미칠 여지는 없을까? 또한, 피게티가 말한 것처럼 자본주의 내에 불평등의 요인이 내재되어 있는 것일까? 이러한 논점에 대한 피게티의 반론(反論)은 <애프터 피게티>에서는 충분히 다루어지지 않았다.


 논란이 될 만한 요인은 부/연간소득 비율의 상승이 정말 피케티가 강조한 원인에 의한 것인가의 여부다. 그리고 더 치열한 논란을 과연 그 자체로도 부/연간소득 비율 상승의 결과이기도 한 부의 불평등에 의해 소득 불평등이 심화되었는가의 여부다. 이 점은 논쟁의 여지가 있으며, 실제로 논쟁이 벌어지고 있다.(p24).... 또 다른 가치 있는 논쟁은 제도, 정치, 사회운동에 의한 구조적, 경제적 압력에 대한 상대적인 자율성이다. 피게티의 논지는 미래에 대해서는 완전히 결정론적인 이론에 근거하고 있다. 그들이 모은 부에 관계없이, 부자들은 5퍼센트의 이익률을 유지하려 할 것이다.(p25) <애프터 피게티> 中


  이번에 출간될 <자본과 이데올로기 Capital and Ideology>는 이러한 <21세기 자본>의 주장에 대한 보완, 그리고 <애프터 피게티>에 대한 자신의 반론, 그리고 이후 변화에 대한 피게티 자신의 주장이 담길 것으로 예상된다. <자본과 이데올로기>를 읽기 전 피게티의 전작(前作)의 내용을 간략하게 정리하면서 '극장에서 상영하는 2편을 위해 명절 TV에서 틀어주는 1편 같은 페이퍼'를 갈무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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