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마가 이미 시몬 이스카리옷의 아들 유다의 마음속에 예수님을 팔아넘길 생각을 불어넣었다.(요한 13 : 2) ... 유다가 그 빵을 받자 사탄이 그에게 들어갔다. 그때에 예수님께서 유다에게 말씀하셨다. "네가 하려는 일을 어서 하여라."(요한 13: 27)
The devil had already induced Judas, son of Simon the Iscariot, to hand him over(Jn 13 : 2)... After he took the mersel, Satan entered him. So Jesus said to him, "What you are going to do, do quickly."(Jn 13 : 27)
그(루시퍼)는 여섯 눈구멍으로 울고 세 조각
턱 위로는 눈물과 피맺힌 침을 뚝뚝 흘리더라.
입이란 입은 이빨로 한 죄인을
발기는 게 삼을 찢는 듯한데, 이렇게
세 놈을 아파 못 견디게 굴더라.
스승이 가로되, "저기 드높이 가장 무서운
벌을 받는 영혼이 유다(이스카리옷)이니,
그 골통이 쑥 들어가고 정강이만 쑥 내밀었구나.(p466) <단테의 신곡 上 지옥편 제34곡 52 ~ 63)> 中
기독교 역사 2000년 중 가장 유명한 죄인, 배신자인 유다 이스카리옷. <성경 The Bible> <신곡 La Divina Commedia>에서도 설명되고 있듯 생전에는 사탄(Satan)의 유혹을 받은 존재로, 죽어서는 지옥에서 루시퍼(Lucifer)에게 괴롭힘을 당한다. 이처럼 기독교인들에게 그리스도를 죽음으로 이끈 배신자인 유다는 용서할 수 없는 죄인이다. 때문에, 기독교 문명에서 그에 대한 평가가 좋지않은 것은 당연한 결과일 것이다. 많은 작품에서 유다는 '할 말 없는 죄인'에 불과하지만, 레오니드 안드레예프(Leonid Andreyev, 1871 ~ 1919)의 <가룟 유다>는 그런 관점에서 벗어난 작품이다.
힘이 있어 보였지만 유다는 왜 그런지 나약하고 병색이 있는 듯 가장했고, 목소리는 일정치 않았다. 때로는 힘 있고 남성적이고, 때로는 듣기에 불쾌하고 기분나쁘며 남편을 욕하는 늙은 여편네의 째지는 목소리를 냈다... 붉은빛의 짧은 머리칼은 그의 이상한 두개골을 감추지 못했다. 그의 두개골은 두 번의 칼질에 의해 절단된 듯 뒤통수에서부터 네 부분으로 확연히 구분되어 있어 불신과 불안감을 불러일으켰다. 그런 두 개골을 갖고 있다면 고요와 평화는 있을 수 없으며 유혈의 무자비한 전투 소리가 끊이지 않고 들릴 것이다. 유다의 얼굴 역시 두 부분으로 구분되어 있었다. 날카롭게 관찰하는 검은 시선의 한쪽 눈은 활기차고 생동감이 넘치며 그 주위는 많은 주름이 져 있었지만, 다른 쪽은 생기도 없이 밋밋하고 마비된 듯하고 주위에 주름살도 없었다.(p30) <가룟 유다> 中
<가룟 유다>에서 유다의 외모는 이중적이다. '살아 있는 눈'과 '죽은 눈'을 가진 좌우 비대칭 외모를 가진 인물. 마치 마징가Z의 아수라 남작처럼 다른 면을 가진 유다는 그의 외모처럼 스승에 대한 사랑과 미움이 공존하는 인물이다. 스승을 사랑하지만, 동시에 스승을 미워하는 제자. 한 인물 속의 애증(愛憎)의 감정은 결국 그를 파탄으로 이끈다.
모든 이에게 예수는 부드럽고 아름다운 한 송이 꽃, 좋은 향기가 나는 장미였지만, 유다에게는 날카로운 가시였다. 마치 유다에게는 심장도 눈도 코도 없어 그가 다른 사람들처럼 부드럽고 순수한 꽃의 아름다움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처럼.(p45) <가룟 유다> 中
자네(유다)는 아름답지 않고 자네의 혀 또한 얼굴처럼 유쾌하지 않네. 자네는 거짓말을 일삼고 항상 험담을 늘어놓네. 그러면서 예수가 자네를 사랑하기를 바라는가?(p60)... 도마, 난(유다) 그를 아네. 스승님은 유다를 두려워하는 거야! 스승님은 용감하고 강하고 아름다운 유다로부터 숨고자 하네. 스승님은 바보, 배반자, 거짓말쟁이를 사랑하네. (p61) <가룟 유다> 中
스승의 사랑을 바라지만, 스승의 사랑을 받지 못한 유다. <가룟 유다>에서 유다는 똑똑하지만 거짓말을 일삼는 비열함도 함께 가진 이중적인 인물로 설명된다. 그리고, 하나의 사건은 유다를 제사장 안나스에게 이끌어 스승을 팔아 넘기게 된다.
그들은 스승님을 항상 사랑합니다만, 살아 있을 때보다 죽었을 때 더 사랑합니다. 스승님이 살아 있으면 가르침에 대해 물을 것이고 그러면 그들은 마음이 편치 않습니다. 그러나 스승님이 죽으면 그들이 스승이 될 것이고 그때는 다른 이들의 마음이 불편하겠지요!.... 그들은 불쌍한 유다를 모욕했습니다. 그들은 제가 은화 세 닢을 훔쳤다고 말했습니다. 마치 유다가 이스라엘에서 가장 파렴치한 사람인 것처럼 말입니다!(p77) <가룟 유다> 中
[그림] 스승을 넘기는 유다( 출처 :https://www.history.com/news/why-judas-betrayed-jesus)
<가룟 유다>에서 끊임없이 번민하는 유다의 모습이 제시된다. 예수를 유대 제사장들에 넘긴 후 유다가 자살한 것은 역사적 사실이다. 성경에서는 유다의 죄책감에 초점에 맞추지만, <가룟 유다>에서 유다는 조금 다르다. 예수 죽음의 책임을 자신에게만 전가하지 않고, 다른 제자들에게 되묻는다. 가장 사랑받는 제자라 불렸던 요한, 반석 위에 교회를 세울 것이라는 말을 들은 베드로, 예수 오른쪽과 왼쪽에 앉게 해달라고 청한 야고보와 요한. 그들 중 어느 누구도 예수가 잡혔을 때 예수 곁에 있지 않았음을 유다는 비판한다. 너희들이 나를 배신자라고 욕하지만, 너희들 역시 나와 마찬가지가 아니냐는 유다의 물음은 통렬하다.
자네가 말하는 훌륭한 희생이라는 게 정말 있는가? 희생이 있는 곳에는 통곡 소리와 배신자들만이 있네. 희생이란 한 사람의 고통이자 모든 이들의 치욕이네. 배신자들, 자네들은 이 땅에 무슨 짓을 한 건가? 자네들 자신이 모든 죄를 짊어졌네. 자네로부터 배신자 종족과 소심쟁이, 거짓말쟁이 가문이 시작되지 않겠는가? 자네들은 이 땅을 파괴하려 했네. 자네들은 조만간 자네들이 예수를 못 박은 십자가에 입 맞출 것이네!(p136) <가룟 유다> 中
<가룟 유다>에서 유다 죽음의 동기는 죄책감이라기보다는 허무감에 가깝다. 스승을 사랑하는 마음과 미워하는 마음에서 비롯된 사건. 예수 수난기. 유다의 분열된 마음이 가져온 이 사건과 유다의 죽음을 통해서 비로소 유다의 마음은 하나로 통일이 된다. 여기서 한 가지 물음을 던지게 된다. 유다의 죽음은 <성경>의 내용처럼 그 자신을 회개하지 않은 죄인으로 만든 선택이었을까, 아니면, <가룟 유다>에서처럼 분열된 인격의 통합으로 이룬 완성이었을까. 잘 모르겠다.
예수는 죽었다. 공포와 꿈이 실현됐다. 이제 누가 유다의 손아귀에서 승리를 빼앗겠는가? 실현됐다. 지구상에 있는 모든 군중이 골고다에 모여 '구해 주소서, 구해주소서!' 외치도록 내버려 두자. 피와 눈물의 바다가 땅 위에 흐르겠지만 그들은 단지 치욕스러운 십자가와 죽은 예수만을 발견할 것이다.(p124)... 유다는 자신의 발밑에서 하늘과 태양을 느꼈다. 이 세상에서 유일하게 외로운 그는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세력의 무력함을 느끼고 그 모든 것들을 심연 속으로 던져 버렸다.(p125)... 기괴한 열매처럼 유다의 몸은 밤새도록 예루살렘 위에서 흔들렸다. 그러나 죽어서 이상해진 얼굴이 어느 방향을 향하건, 핏기로 가득 찬 붉은 두 눈은 쌍둥이처럼 닮아 있었고 한결 같이 하늘을 바라보고 있었다.(p141) <가룟 유다> 中
<가룟 유다>에서 유다는 모순된 인물이다. 거짓말을 일삼는 교활한 인물이기도 하면서, 스승의 사랑을 원하는 지고지순한 인물이기도 하면서, 상처 받기를 두려워하는 인물이기도 하다. 또한, 유다는 도마와 대화를 나눌만큼 이성적인 면도 가진 반면, 베드로와 힘을 겨눌만큼 튼튼한 신체도 가진, 문무(文武)를 겸비한 매우 복합적인 면을 가진 인물이다. 우리의 인식과는 다른 유다의 모습을 우리는 <가룟 유다>에서 발견한다. 우리는 유다의 다른 면을 외경(外經)에서 찾을 수 있는데, 지난 2006년 세상에 알려진 <유다복음 The gospel of Judas>이 그것이다.
유다가 말했다. "선생님, 제 후손들이 그 통치자들의 다스림을 받을 수 있을까요?" 예수가 대답하여 그에게 말했다. "오라, 나는 [-2행 누락-], 그러나 너는 네가 그 나라와 그 모든 세대를 보면 많이 슬퍼질 것이다." 유다가 이 말을 듣고 그에게 말했다. "내가 받아들인 그것은 좋은 것입니까? 왜냐하면 당신은 저 세대를 위해 저를 떨어뜨려 놓으셨습니다." 예수가 대답하여 말했다. "너는 열세번째가 될 것이며 다른 세대들에 의해 저주받을 것이다. 그리고 너는 그들을 다스리게 될 것이다. 마지막 날에 그들은 네가 거룩한 [세대]로 올라간 것을 저주할 것이다. 예수가 말했다. "[오라], 내가 너에게 어느 누구도 본 적이 없는 [비밀]에 대하여 가르쳐주마. 왜냐하면 위대하고 끝없는 세계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유다복음> 中 (번역 출처 : http://m.pressian.com/m/pages/articles/320?no=320)
Judas said, "Teacher, surely the rulers are not subject to my seed?" Jesus answered. He said to him, "Come ..... [about two lines are untranslatable] [b]ut because you will groan deeply when you see the kingdom and its entire race." When Judas heard these things, he said to him, "What benefit have I received because you separated me for that race?" Jesus answered. He said, "You will become the thirteenth and you will be cursed by the rest of the races - but you will rule over them. In the last days, they will < > and you will go up to the holy ra[ce]." Jesus said, ["Com]e and I will [te]ach you about the [things ..... that] no human will see.(p116) <Judas, 9 : 26 ~ 10 : 1> 中
영지주의(Gnosticism) 복음서로 여겨지는 <유다복음>이 기독교에서는 받아들여지지는 않지만, 이 안에서 유다는 예수에게 인정받는 첫 번째 제자이면서, 비밀을 전수받는 존재로 묘사된다. 신앙적으로는 내용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기 어렵겠지만, <유다 복음>의 인간 유다의 다른 면을 발견한다는 것에 의의를 두도록 하자. <가룟 유다>와 <유다 복음>을 통해 용서받을 수 없는 악인(惡人)이 아닌 인간 유다에 대해 다시 생각하면서 페이퍼를 갈무리한다...
PS. 사탄과 루시퍼에 대한 이야기는 제프리 버튼 러셀(Jeffrey Burton Russell, 1934 ~ )의 <악의 역사> 시리즈를 통해 다음 기회에 정리해보도록 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