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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의 무늬 ㅣ 북즐 시선 3
강미옥 지음 / 투데이북스 / 2020년 2월
평점 :
절판
<바람의 무늬 1> <바람의 무늬 2> p14/ p15
<모래톱은 숨쉬고 싶다> p53
모래에 새겨진 바람의 흔적 저 편에 앙상한 나뭇가지가 보인다. 그 옆 사진에서는 물결인듯 모래인듯 바람이 만들고 지나간 자국 위를 오리가 걷는다. 또는 헤엄쳐간다.
비슷한 배경의 바람이 만들어낸 무늬지만, 먼저 사진에서는 거센 바람의 힘에 꺾인 생명의 잔해가 처량하게 다가오는 반면, 둘 째 사진에서는 바람을 뚫고 나가는 생명의 도약을 느끼게 된다. 쉴 새없이 바뀌는 바람이고, 그에 따라 모래/물결에 새겨지는 무늬는 끊임없이 변화하겠지만, 사진에서 담지 못한 더 높은 곳에서 바라본다면 바람이 만들어 낸 거대한 프랙탈(fractal) 구조를 확인할 수 있지 않을까 추측해 본다. 조각과 전체의 자기 유사성처럼 순간과 영원은 결국 같은 모습이 아닐까.
순간의 바람이 만들어낸 변화를 <바람의 무늬>가 표현한다면, <모래톱은 숨 쉬고 싶다>는 파도가 만들어낸 모래에 남겨진 자국이다. 하루에 두 번 반복되는 밀물과 썰물이 새긴 모래 위의 흔적은 보다 정형적이고 예측 가능한 약속이다. 그래서일까. 모래톱 위의 자국이 직선인 것은 다소 고지식하게 느껴진다.
바람은 자신의 흔적을 외부에 새긴다면, 물은 자신의 내부에서 흔적을 꺼내 보여준다. 여러 면에서 대비될 수 있는 바람과 물을 담은 두 장의 사진에서 우리가 공통점을 찾는다면, 황혼(黃昏)을 떠올리게 하는 ‘지는 해(석양)‘때문이 아닐까.
여러 장의 사진과 시(詩)가 함께 한 강미옥 시인의 작품에서도 이들 세장의 사진과 시에 잠시 머물며 삶을 되돌아 보는 시간을 갖게 된다. 어수선한 시기, 잠시 휴식을 취할 수 있는 선물을 주신 이웃분께 감사의 마음을 전하며 글을 마무리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