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과 예술의 사회사 1 - 선사시대부터 중세까지, 개정판 문학과 예술의 사회사 1
아르놀트 하우저 지음, 백낙청 외 옮김 / 창비 / 1999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선사시대

신석기시대의 새로운 예술양식을 낳은 요인은 두 가지가 있다. 그 하나는 채집/수렵민들의 기생적이고 순전히 소비적이던 경제생활이 농경/목축민들의 생산적이고 건설적인 경제로 이행했다는 사실이요, 다른 하나는 구석기시대 마술 중심의 일원론적 세계관이 애니미즘의 이원론적 세계관으로 대체되었다는 사실인바, 이 세계관 자체도 새로운 경제형태의 산물이었다.(p27)

예술은 자체의 고유한 형식을 고수하면서 사물의 일상적인 모습에 맞선다. 예술은 이미 자연의 모방자가 아니라 그 반대자이며, 현실의 연장으로서 현실에 뭔가를 덧붙이기보다 현실에 맞서 어떤 당위적인 형상을 제시한다. 이것은 애니미즘 신앙과 더불어 발생하여 이후 수백 가지의 철학체계 속에 그때그때 새로운 모습으로 나타난 이원론으로서 관념과 현실, 정신과 육체, 영혼과 형식 등의 대립으로 표현되며 이제는 예술의 개념과 따로 떼어 생각할 수 없게 되었다.(p27)

고대 오리엔트의 도시문화

예술적인 의지란 그물처럼 촘촘히 얽힌 장애물을 뚫고 나감으로써 비로소 성취되는 것이다. 즉 모든 예술작품은 일련의 목표 설정과 이에 대립되는 일련의 장애들 사이의 긴장에서 탄생하는 것이다.(p48)

정면성의 원리에 따라 인체를 묘사할 경우 상체가 정면을 향하고 있다는 사실은 감상자와의 어떤 직접적이고 구체적인 관계를 표현하는 것이다. 감상자라는 존재를 아예 예상조차 하지 않았던 구석기시대 예술의 경우에는 정면성의 원리라는 것은 없었다.(p61)

고대 그리스와 로마

선사시대나 역사시대 초기의 예술작품에 그 자율적/미학적인 요소가 많았든 적었든간에, 그리스 아케이즘 시대까지의 예술은 모두 근본적으로는 실용예술이었다. 아무런 거리낌없이 형식 그 자체를 음미하고 즐기는 능력, 수단 자체에서 목적을 찾고 예술을 현실지배나 현실개조를 위해서뿐 아니라 단지 현실을 묘사하기 위해서만 사용할 가능성은 이 시기의 그리스인들에 의해서야 비로소 발견된 것이다.(p114)

헬레니즘에서 과장적인 바로끄나 우아한 로꼬꼬가 막다른 골목에 도달하여 끝에 가서는 이미 낡아빠진 형식만을 되풀이하게 된 반면 제정하의 로마는 제국의 통일적 통치체제와 더불어 상당한 통일성을 지닌 '제국예술'을 만들어냈고, 이 '제국예술'은 그 근대적 성격 때문에 머지않아 도처에서 지도적인 역할을 하게 되었다.(p151)

중세

그리스도교 예술이 존재하는 곳에는 어디나 비잔띤 예술이 침투할 수 있었던 것은 비잔띤 황제가 이미 누리고 있던 권력과 권위를 서방의 카톨릭교회도 목표도 삼았기 때문이다. 예술적인 목적은 동/서가 모두 같았다. 즉 절대적 권위, 초인간적 위대함, 신비적인 위엄 등을 표현하려는 것이었다.(p191)

수도사와 수녀 사이에 오간 우애의 서한을 보면 이미 11세기에 일종의 과열된 감상적 관계가 엿보이는데, 그것은 우정이라고도 연애라고도 할 수 없는 관계였고 그 속에는 기사적 연애에서 볼 수 있는 정신적인 경향과 관능적인 경향의 혼합이라는 현상이 이미 나타나있다... 기사계급의 연애서정시와 중세 수도원 문학의 관계는 직접적인 영향이나 차용이라기보다 오히려 하나의 평행현상이라고 보아야 할 것이다.(p296)

로마네스끄 교회는 그 자체로 완결된, 그 이상 아무것도 구할 바 없는 안정된 공간상(空間像)이다. 비교적 넓고 상징적이고 간소한 그 내부는 감상자의 눈을 끌어 그 내부에 머물게 하고 감상자에게 언제까지나 완전한 수동적 태도를 갖게 한다. 이에 반해 고딕 교회는 생성의 상태를 계속하고 있고, 말하자면 우리 앞에 솟아나고 있다. 그것은 결과가 아니라 하나의 과정인 것이다.(p3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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