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보수 패거리가 지금까지 팔아먹고 산 것은 박정희 이미지밖에 없었다. 박근혜까지 나왔을 때는 거의 떨이 수준이다. 떨이가 언제까지 가는지 지켜보는 것도 흥미롭다. 이민 갈 필요 없다.(p22)... 박정희는 1979년에 죽었다. 요즘 정황을 보면 공포영화의 상투적 패턴을 보는 것 같다. 악마는 막판에 다시 한번 되살아난다는 것.(p84) <내가 모르는 것이 참 많다> 中


 유신 시대가 뭔지 모르는 사람들을 위해. 유신은 간선제 선거를 통해 박정희를 사실상 종신제 대통령으로 뽑게 한 유신 헌법과 이 헌법에 대해 이의를 말하면 잡아 가둘 수 있게 한 9개의 긴급 조치로 이루어졌다. 아무튼 정치적으로 말도 안 되는 일이 벌어진 시대... 유신 시대의 두 가지 좋은 점.  하나는 모든 사람들에게 정치적 판단의 노력이 면제된다. 또하나는 훌륭한 민족의 지도자라고 무조건 믿어야 할 사람 한 사람 있다. 유신 시대가 끝나자 그 두 가지 좋은 점이 갑자기 없어졌다. 어버이연합이 난리치는 이유.(p536) <내가 모르는 것이 참 많다> 中


 "유신 헌법이 민주화 운동의 헌법적 근거가 됐다."는 내용을 국정 교과서에 넣으려 했다 한다. 그쪽 사람들은 걸러진 내용을 가지고 왜 시비 삼느냐고 말했다는데, 삭제된 내용이라곤 해도 집필의 기본 정신이 거기 다 들어 있지 않은가.(p530) <내가 모르는 것이 참 많다> 中


  황현산(黃鉉産, 1945 ~ 2018)의 <내가 모르는 것이 참 많다>에는 문학 이야기와 함께 2014년부터 2018년의 정치 상황도 함께 녹아있다. 우리는 글을 읽으며 짧은 트윗들을 통해 박근혜 정부를 유신체제의 연장으로 바라보는 저자의 생각을 알아간다. 우리는 이와 함께 트윗에 기록된 시간을 통해 저자의 글이 어떤 맥락에서 올라온 것인지도 함께 파악하게 된다. <내가 모르는 것이 참 많다>의 글은 구체적 시간과 함께 묶여 있다.


 헌재의 논리 부족은 저들의 불행이 아니라 민주 시민들의 불행이다. 이 논리 빈약한 말이 앞으로 모든 민주적, 진보적 의견에 종북 딱지를 붙일 수 있는 근거가 될 것이기 때문이다. 막무가내, 무논리와의 싸움, 그게 다시 시작되었다.(p65) <내가 모르는 것이 참 많다> 中


 세월호 유가족들에게 돈 퍼주느라고 담뱃값을 올렸다, 어느 택시기사도 이렇게 말했다. 나는 이게 작은 일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세상을 몽매하게 만들어서 나라를 망치는 길로 지금 이 정부가 뛰어가고 있다.(p89)... 책 - <금요일엔 돌아오렴>- 을 손에 들기는 했지만 읽으려면 용기가 필요하다. 아이들이 우리에게 그 용기를 숙제로 내주고 갔을 것이다.(p99) <내가 모르는 것이 참 많다> 中


 실시간 소통을 특징으로 하는 SNS(Social Networking Service)의 특성이 잘 나타난 글들에서 우리는 저자의 정제되지 않는 생각과 즉각적인 감정을 확인할 수 있다. 또한 교정을 본 책에서는 결코 허용되지 않을 오타도 너그럽게 허용되는 트위터의 글에서 우리는 구술(口述)문화의 특징을 발견하게 된다. 반면, <백낙청 회화록>은 상대적으로 정제된 저자 생각을 전한다. 이러한 면에서 회화록(會話錄)은 상대적으로 문자(文字)문화에 더 가깝게 느껴진다.


 오늘은 세월호 참사 1주기다. 1년 중에 애국가를 부르지 않고 태극기를 달지 않고, 나라가 무엇인지에 대해 생각하는 날이 하루쯤 있어야 한다. 오늘을 그날로 정하는 것이 옳겠다.(p140) <내가 모르는 것이 참 많다> 中


 세월호 이후에 흔히 정부가 있기는 있나, 국가가 있나 하는 질문을 많이 하잖아요. 근데 좋은 정부가 없고 좋은 국가가 없는 거지 있기는 확실히 있어요, 정부가... 세월호만큼 많은 사실을 생생한 육성과 기록과 화면으로 갖고 있는 경우는 드물어요. 그런데도 우리가 아무것도 모른다고 하는 건 이걸 바탕으로 더 진실을 규명해야 하는데 그걸 못하고 있다는 얘긴데, 이게 저절로 안되고 있는 게 아니라 이걸 확실하게 막고 있는 정부가, 뼛속까지 나쁜 정부가 있기 때문에 안되는 겁니다.(p298) <백낙청 회화록7> 中


 <내가 모르는 것이 참 많다>에 남겨진 관련 트윗과 함께 이제는 <백낙청 회화록>으로 넘어가보자. <백낙청 회화록>에도 백낙청(白樂晴, 1938 ~ )의 문학비평과 함께 당대의 시대상이 담겨있다. 이 역시 대화로 이루어졌다는 점에서 구술문화로 분류할 수도 있겠지만, 140자의 짧은 문자로 자신의 생각을 담아야하는 트위터와는 달리 보다 체계적으로 자신의 생각을 정리할 수 있다는 점에서 문자문화의 특징이 잘 드러난다. 


 백낙청 선생이 창비를 붙들고 있는 것은 비단 문학 때문에만은 아니리라. 선생의 분단 체제론이 끝을 보지 못했고, 그와 관련해 아직 할 일이 많다. 그러나 선생이 창비를 붙들고 있는 한 그에 대해 선생보다 더 잘 생각할 사람이 나오기 힘든 것도 사실이다.(p57) <내가 모르는 것이 참 많다> 中


 선생님 쏘셜 네트워크 서비스(SNS)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시나요? (백낙청) 페이스 북도 하는데 열심히는 못해요... 말이 너무 흔하면 아무래도 금이 떨어지죠. 그래서 우리가 가만히 있지는 말아야 하고, 그만할 짓은 그만해야 좋을 것 같아요. 엄살도 그만 떨고 쓸데없는 수다도 덜 떨고 그런 것도 필요하지 않나...(p300) <백낙청 회화록7> 中


 <백낙청 회화록>은 1968년부터 2017년까지의 한국현대사의 사건과 문화 등을 담고 있기에 보다 깊이 있는 내용이 담겨있다. 우리는 박근혜 탄핵을 배경으로 하는 두 글의 내용을 통해 <내가 모르는 것이 참 많다>에서는 당시 상황의 긴박성을, <백낙청 회화록7>에서는 시대과제를 확인할 수 있다. 


 나경원 의원이 "좌파에게 정권을 내줘선 안 된다"고 말했다고 한다. 이해가 간다. 상대는 좌파고 좌파는 나쁜 것이라고 말함으로써만 새누리의 존재 이유와 정당성이 겨우 돋아나는 것 같으니.(p537) <내가 모르는 것이 참 많다> 中


 촛불혁명이 탄핵이라는 1차적 목표를 달성하면서 이제부터는 국회에 맡겨주고 정치인에게 맡겨주십시오, 하는 사람들이 점점 늘어나고 있습니다. 개헌 얘기도 그렇고요. 저는 이것을 어떻게 제어하느냐 하는 게 촛불혁명의 과제라고 봐요... 탄핵을 가결하느냐 안하느냐는 분명한데 다른 문제들은 복잡해서 판가름하기가 어렵지요. 그렇더라도 광장의 민심이 끊임없이 개입하는 메커니즘을 개발해야 하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에요.(p525) <백낙청 회화록7> 中


 우리는 두 책에 담긴 매체의 특성을 통해 월터.J.옹(Walter J. Ong, 1912 ~ 2003)의 <구술문화와 문자문화 Orality and Literacy>의 내용을 연상하게 된다. 트위터의 구술성과 책의 문자성. 이제는 이미지 중심의 인스타그램(instagram),이 SNS의 대표주자이고, 많은 정보가 유튜브(YouTube)를 통해 유통되는 것을 보면 과학기술이 인류의 구술성을 회복시켜주는 면도 보게 된다. 문제는 소통이 주로 온라인에서 이루어진다는 점에서 현실세계와의 단절은 심화되었다는 점이겠지만...


 모든 인간들이 태어나면서부터 몸에 지니는 구술성과 또 태어나면서부터 몸에 지니고 있지 않는 쓰기라는 기술과의 사이의 상호작용은 마음의 깊숙한 곳까지 영향을 주고 있다. 개체발생적으로도 계통발생적으로도 분절된 언어로써 우선적으로 의식을 비추는 것은 구술언어다.(p265)... 쓰기는 분절과 소외를 끌어넣는다. 그리고 그와 더불어 한층 고차원적인 통일도 끌어넣는다. 쓰기는 자기 자신이 아는 감각을 강화함으로써 사람들 사이의 한층 의식적인 상호작용을 북돋는 것이다. 쓰기는 의식을 끌어올린다.(p266) <구술문화와 문자문화> 中


 <내가 모르는 것이 참 많다> <백낙청 회화록 7>은 공통적으로 2014년부터 2017년 가까운 한국 현대사를 배경으로 한다. 우리는 이 책을 통해 우리 시대 지식인의 생각을 걸러지지 않은 언어로 또는 정리된 언어로 만날 수 있다. <내가 모르는 것이 참 많다>를 통해 당시의 구체적 사건을 확인하고 자신의 감정도 다시 느낄 수 있고, <백낙청 회화록 7>을 통해 시대를 보다 높은 곳에서 조망할 수도 있다. 마지막으로, 우리는 두 글들을 통해 구술문화와 문자문화가 서로 배타적인 것이 아니라 서로 보완해서 우리 의식을 통합하는 수단임을 확인하며 페이퍼를 갈무리한다.


 결과론적이기는 하지만 우선 2013년에는 설혹 우리가 이겼더라도, 정권교체가 됐더라도 새로운 체제를 만들 준비는 안되었었다, 이렇게 보는 게 맞을 것 같아요... 문재인씨가 아무리 무능하고 미숙한 지도자라 하더라도 지금보다는 낫게 했을 거 같아요. 다만 한가지, 그들보다 낫게 한다는 걸 아무도 몰랐을 거에요... 박근혜 대통령을 안 겪었다면 저 진보라는 자들 맡겨놓았더니 또 죽 쑤는구나, 박근혜가 되었어야지, 이런 여론이 퍼져서 오히려 2017년 선거에서는 박근혜 후보가 대승을 하고 더 장기적인 한나라당 내지는 새누리당 정권이 가능했을지도 모릅니다.(p317) <백낙청 회화록7> 中


PS. <백낙청 회화록>에 대해서는 한국현대사와 함께 틈틈히 정리해보려 한다. 개인적으로는 경험하지 않은 과거보다 사회를 인식할 수 있었던 시기를 배경으로 한 4권 이후 부터가 상대적으로 읽기 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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