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전환시대의 논리 ㅣ 창비신서 4
리영희 지음 / 창비 / 1990년 10월
평점 :
<전환시대의 논리>에서 전환의 시대는 언제일까. 저자는 전환의 시기를 1961 - 1966년으로 지정(p338)하는데, 이 시대는 유엔에서의 미국 지배력이 상실되고 다수의 중립국들이 힘을 얻기 시작한 시기이기도 하다. 1970년대 초반 씌여진 이 책은 베트남 전쟁, 중공(현 중국)의 부상, 경제대국 일본의 정치대국 야심을 배경으로 하기에 여러 상황에서 현재의 정세와는 차이가 있다. 그렇지만, 이러한 시대의 변화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책 안에서 변함없는 논리를 발견할 수 있다. 그것은 있는 그대로의 '언어 言語'다.
'절대로 잘못 해석될 수 없으리라고 그들이 진지하게 믿었던 용어'로 분명히 씌어진 헌법조항을 견강부회하려는 세력에 의해서 국가의 비극이 초래된 사례들을 생각할 때 '용어 그대로 생각하자'는 헌법해석의 태도가 국가권력과 언론의 관계를 규정하는 유일한 척도이어야 하겠다.(p16) <전환시대의 논리> 中
일그러진 언어로 전달되는 사상은 일그러진 사상을 그 커뮤니케이션의 상대에게 재구성하게 마련이다. 그것은 사각형을 보고 삼각형이라는 표면의 언어로 전달된 사상이 상대방에게 삼각형의 형상을 재구성케 하는 절차이다. 사각형을 놓고 삼각형의, 또는 원을 놓고 직선의 관념을 국민에게 재구성케 하려는 의도는 현대 국가사회에서는 주로 통치자들의 정치적 목적에 있다.(p206) <전환시대의 논리> 中
저자는 <전환시대의 논리>를 통해 일그러진 언어로 표현된 비뚤어진 사상이 그릇된 욕망을 채우는 수단으로 전락할 수 있음을 지적한다. 사법부의 독립과 공정한 언론이 부족한 우리의 현실 속에서 시대의 표상(表象)은 분명히 변환되어 왔지만, 이 시대를 관통하는 '논리 論理'는 현재도 유효하다는 것을 <전환시대의 논리>는 잘 보여준다.
국가이익을 해치고 국가안보에 중대한 영향을 끼친다고 미국정부가 공개하기를 반대한 그 비밀문서를 숙독해보면 그것이 공개됨으로써 타격을 입는 것은 국가나 국민이 아니라 집권자와 정책에 참여한 인물들의 위신과 체면뿐임을 알 수 있다.(p28) <전환시대의 논리> 中
사법부의 독립성을 믿을 수 없는 나라 같았으면 신문은 처음부터 그와같은 대담한 폭로기사를 보도할 생각도 못했을 것이고 법의 판단에 기대하지도 않았을 것이다. 마찬가지로 자유언론이 존재하지 않는 사회 같았으면 그와같은 행정권력의 페어플레이 정신과 사법부의 독립성도 존재하지 않았으리라는 것은 당연하다.(p15) <전환시대의 논리> 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