퀴리 & 마이트너 : 마녀들의 연금술 이야기 지식인마을 29
박민아 지음 / 김영사 / 200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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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리 퀴리와 리제 마이트너의 연구는 20세기 원자핵물리학의 발전에 엄청난 영향을 미쳤다. 이들이 여성이었기에 그 연구의 의미가 더욱 각별하기는 하지만, 여성이 아니었다 할지라도 이들의 과학적 업적은 과학사의 중요한 자리에 기록되었을 것이다. 마리 퀴리의 방사는 연구는 ‘방사화학‘이라는 새로운 분야를 개척했다... 폴로늄과 라듐 원소를 찾아내기 위해 채택했던 화학적 분석 방법과 물리적 분석 방법의 결합은 이후 방사화학의 표준적인 방법으로 자리잡게 되었다.(p114)

마이트너의 연구는 퀴리가 시작하고 촉진시킨 연구 위에서 시작되었다. 마이트너와 한의 프로트악티늄 발견은 퀴리의 새로운 원소 발견을 모델로 해서 이루어졌다고 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핵분열 과정에서 손실되는 아주 작은 양의 질량으로부터 아인슈타인의 질량-에너지 등가식에 따라 엄청나게 많은 에너지가 발생한다는 것을 밝혀냄으로써 마이트너는 핵 시대의 서장을 열였다. 요컨대 퀴리와 마이트너는 그들의 연구를 통해 원자핵 내부를 들여다볼 수 있게 해주었다. 그들은 신비로운 연금술의 세계에 속해 있던 것을 합리적인 과학의 영역으로 끌어들인 과학자들이었다.(p115)

<퀴리 & 마이트너 : 마녀들의 연금술 이야기>는 책 표지처럼 20세기 초 열악한 여성의 지위에서 피어난 꽃처럼 세계과학사에 업적을 남긴 두 과학자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물리학과 화학의 결합을 통해 방사선 연구에 발자취를 남긴 마리 퀴리와 핵 분열 연구의 선구자가 된 마이트너의 이야기가 다루어졌다는 점은 다른 지식인 마을의 책들과 크게 다르지 않은 구성이다.

그렇지만, 저자는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마녀‘에 대함 이야기를 이어간다. 저자는 ‘퀴리 부인‘ 위인 전기에서도 거의 다루어지지 않은 피에르 퀴리 사후 라주뱅 스캔들을 통해 마리 퀴리가 부당하게 마녀 사냥을 당했음을 지적한다.

랑주뱅 스캔들에서 주목할 점은 지극히 개인적일 수 있는 사건이 우파 언론에 의해 사회/정치적으로 확대 해석되는 방식이다. 우파 언론들은 여성, 외국인이라는 마리 퀴리의 정체성을 교묘하게 엮어 국수주의를 강화하려는 정치적 목적에 이용했다. 마리 퀴리의 불륜을 도덕적으로 지탄하는 표면적인 논조 아래에는 타자를 설정하여 그에 대비되는 ‘우리‘의 결속을 강화하고 ‘우리 것‘의 가치를 높이려는 배타적인 국수주의적 의도가 놓여 있었던 것이다.(p143)

책의 제목 <퀴리 & 마이트너 : 마녀들의 연금술 이야기>가 말해주듯 이 책은 단순히 여성과학자의 업적을 소개하는데 그치지 않는다. 이 책의 주된 독자층이 청소년 층이라는 점을 감안한다면, 저자의 진정한 의도는 단순한 지식 전달이 아닌 다음 세대의 변화 촉구가 아닐까. 이런 면에서 이 책은 과학사라는 역사가 현대에 주는 의미가 무엇인지를 알려주는 좋은 입문서적이라 여겨진다.

여성 과학자들에게 과학자라는 점보다 여성이라는 점이 부각되면 그것이 여성 과학자들의 사고와 행동의 범위를 제한할 수도 있고, 여성 과학자 본인이 여성이라는 틀 속에서 스스로를 검열하는 결과를 낳을 수도 있다.(p155)... 근본적으로 필요한 것은 남성과 여성이라는 이분법적 잣대로 보는 사회적 시각의 변화라 할 수 있고 이는 다양성의 존중과 일맥사옹한다고 할 수 있다.(p1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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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1-21 16:06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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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1-21 19:37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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