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시백 작가의 <35년> 3권은 1910년부터 1925년까지의 시기를 다룬 작품이다. 일제무단통치부터 1920년대 사회주의 운동이 일어난 이 시기의 변환점은 역시 3.1혁명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무단통치에 대한 저항으로 일어난 3.1혁명과 이의 좌절. 그리고 이어지는 투쟁이 시대의 큰 흐름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35년 1권 : 1910 -1915 무단통치와 함께 시작된 저항>


 1910년 초대 조선총독 데라우치 마사다케의 임명으로 시작된 일제의 조선지배는 시작되었다. 사상, 언론, 종교, 교육의 모든 분야에서 내선일체(內鮮一體)을 지향하며 기존 질서를 뿌리부터 흔든 일본의 통치는 민족 탄압으로 이어졌으며, 일제는 강제 동화정책을 추진했다. 동양척식주식회사에 의한 토지수탈은 지주-소작제도의 정착과 함께 많은 이들을 국외(특히 간도)로 떠날 수 밖에 없었는데, 이들이 훗날 해외독립투쟁의 주역이 되었다. 


<35년 2권 : 1916 -1920 3.1 혁명과 대한민국임시정부>


 제1차 세계대전의 종전과 함께 윌슨의 민족자결주의의 영향으로 일본에서 2.8 독립선언, 1919년 3.1 혁명이 일어나게 된다. 서울에서 시작된 만세운동은 일본의 야만적인 진압으로 인해 비록 뜻을 이루지 못했지만, 이를 통해 대중들이 깨어나면서 만주, 연해주 지역에서 독립군 투쟁과 1920년대 대중투쟁의 기반을 마련하게 되었다.


<35년 3권 : 1921 - 1925 의열투쟁, 무장투쟁 그리고 대중투쟁>


 3.1혁명의 결과 일제는 문화통치를 표방하였으나, 실제로는 조선의 지식인들을 친일파로 포섭하고, 보이지 않는 차별, 검열 등으로 민중에 대한 통제는 더 강화되었다. 또한, 산미증식계획으로 대표되는 식민지 수탈이 이 시기로부터 본격화되었다. 한편, 국외의 무장독립투쟁은 봉오동 전투와 청산리 전투의 성과를 올렸으나, 경신참변으로 대표되는 일제의 민간인 학살 등으로 근거지를 옮기게 되었고,  자유시 참변을 계기로 그 세가 크게 꺾이게 되었다. 이후 독립 투쟁은 약산 김원봉으로 대표되는 의열단 활동과 사회주의 운동이 뒤를 잇게 되었다.


 <35년>이 배경으로 하는 일제시대는 어둡고 희망이 없던 시대로 느껴진다. 원치 않은 식민지배의 역사는 아픔을 전해 주기에, 찢겨진 상처를 바라보는 것처럼 고통스럽지만, 그럼에도 우리는 이 시기 역사를 똑바로 바라봐야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1910년대 조선에 신작로와 각종 근대화 설비를 가져다 놓으며, 일제 시대 이후 생활양식이 크게 변화한 것처럼, 우리 삶과 현대의 많은 문제들이 일제에 뿌리를 두고 있기 때문에 우리는 이 시대로부터 결코 눈을 뗄 수 없다. 조선의 근대화를 부르짖은 개화기 지식인들과 독립선언서를 작성한 민족대표들이 1920년대 이후 변절하는 모습에서 우리는 뉴라이트 지식인들의 모습을 발견하게 된다. 또한, 1920년대 민족 신문인 동아일보, 조선일보가 1925년 일제탄압으로 인해 어용신문으로 변질되는 모습에서 현재 언론 모습의 뿌리를 발견할 수 있으며, 1921년 자유시 참변을 통해 한국전쟁 이전 동족상잔의 비극도 확인하게 된다. 또한, 1920년대 일제에 의한 학교설립 규제가 오늘날 사학재단의 문제와도 무관하지 않음을 깨닫는다면, 우리는 지금 이 순간도 일제의 잔재와 함께 살아가고 있음을 인정할 수 밖에 없다. 이처럼 일제시대에 이루어진 많은 사건들이 오늘날 우리 삶과 직접, 간접적으로 연결되어 있기에 우리는 고통스러워도 이 시기로부터 눈을 돌려서는 안될 것이라 생각한다.


 이러한 면에서 볼 때, 박시백 작가의 <35년>은 암울한 시기의 역사를 만화로 그려내면서도 많은 내용을 담고 있는 책이라 생각된다. 그리고, 이 시기의 문제점과 함께 과거 우리 할아버지, 할머니들이 결코 무기력하게 일본에 굴복한 것이 아니라 국내, 하와이, 연해주, 만주 등지에서 치열하게 독립을 위해 싸웠음을 잘 보여준다는 점에서 일독(一讀)할 가치가 있는 책이라 여겨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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