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제도의 이해 (반양장)
데이비드 파렐 지음, 전용주 옮김 / 한울(한울아카데미) / 201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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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카츠는 자신의 역작인 <민주주의와 선거 Democracy and Elections>(1997)에서 다음과 같이 결론을 내린다. "특정 선거제도를 열성적으로 지지하는 사람들은 만병통치약 같은 수많은 처방들을 제시하고 있다. 그러나 모든 기준에 딱 들어맞는, 그리고 극히 민주적인 선거졔도는 존재하지 않는다."(p34) <선거제도의 이해> 中


  2019년 하반기 한국 정치에서 가장 이슈가 되고 있는 사항은 아마도 공수처 설치와 선거제도 개혁일 것이다. 선거제도와 관련해서는 보다 세부적으로 선거구제 문제와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이 쟁점의 주요 내용이라 생각되지만, 선거 제도와 관련하여 일반의 관심은 크게 높지 않다. 그것은 일반인들에게 선거 제도는 복잡하고 어렵게 느껴지기 때문일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선거제도 논의가 한창 이루어지는 현시점에서 이 문제를 그냥 넘기기는 어렵기에 데이비드 파렐(Farrell, David M.)의 <선거제도의 이해 Electoral Systems : A Comparative Introduction>를 통해 우리 나라 선거제도와 관련된 내용을 중심으로 살펴보려한다. 


 득표수를 계산해 의석수로 전환시키는 것이 바로 선거제도의 기능이다. 이제 선거제도를 정의해보자. 선거제도는 공직자를 선출하는 과정에서 표를 의석으로 전환하는 방식을 결정하는 것이다.(p24) <선거제도의 이해> 中


 저자는 서두에 '투표 수'를 '의석 수'로 전환시키는 방식을 '선거제도'라 정의한다. 이는 투표 수(x)라는 독립변수와 의석 수(y)라는 종속변수의 관계를 어떻게 가져갈 것인가 하는 함수(function)문제라는 뜻이며, 식(式)을 어떤 방식으로 설정할 것인가 하는 방법론적인 문제라는 의미기도 하고, 정답이 없다는 다른 표현이기도 하다.(그리고, 정답이 없기 때문에 이 문제에 대한 접근은 대개 보수적이다.)


 대표(representation)라는 용어의 의미는 매우 다양하다. 가장 기본적인 것은 대표의 '축소판(microcosm)' 개념과 '주인 - 대리인(principal-agent)' 개념이다. 전자는 비례대표제 옹호론자들, 그리고 후자는 비(非)비례적 선거제도 옹호론자들과 관련 있다.(p32) <선거제도의 이해> 中


 투표 수와 의석 수의 관계를 보다 긴밀하게 가져갈 것인가, 아니면 보다 중요한 다른 대의를 위해 일정부분 포기해야 하는가. 이것은 선거제도를 통해 선출된 권력(權力)의 성격을 규정짓는 문제라는 점에서 선거 제도를 구분짓는 기준점이 된다. 그리고, 이러한 관점에서 우리는 '비례적'- '비(非)비례적' 선거제도로 크게 구분할 수 있다.


 선거제도는 서로 너무 다르기 때문에 모두가 인정할 수 있는 유형으로 분류하는 것은 매우 어려운 작업이다. 한 가지 간단한 방법은 선거제도가 낳을 수 있는 결과(output)을 기준으로 유형을 분류하는 것이다. 즉, 득표수를 의석으로 전환하는 과정을 기준으로, '비례적(proportional)' 결과와 '비(非) 비례적(non-proportional)' 결과를 낳는 선거체제로 분류하는 것이다. 비례적 선거제도의 핵심은 각 정당의 의석수를 자신들이 얻는 득표수에 가능한 한 근접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반대로 비(非)비례적 선거제도에서는 한 정당이 다른 정당보다 더 많은 표를 확실히 얻을 수 있도록 함으로써, 강력하고 안정된 정부를 구성하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p25) <선거제도의 이해> 中


  저자는 <선거제도의 이해>에서 선거 제도를 다음과 같이 분류하고 있으나, 크게 본다면, '비례제 - 비(非)비례제'로 나눌 수 있을 것이다. 먼저, 우리나라에서 현재 시행하고 있는 소선구제 하에서 1인 선출 체제는 선출 방식이 단순하다는 장점이 있는 반면, 투표율이 낮은 상황에서 과연 민의(民意)가 제대로 반영될 수 있는가 하는 문제점도 함께 던진다. 이러한 문제점은 2010년도 기준 세계에서 가장 낮은 투표율을 보이고 있는 우리나라의 현실(46%)을 고려했을 때 더 커지게 된다.(p346) <표 10-4> 2000년대 상이한 선거제도에서의 투표율과 무효표 비율


 본질적으로 당선 결정방식은 몇 개의 주요 부류로 분류할 수 있다. 상대다수제(plurality), 절대다수제(majority), 비례제(proportional), 그리고 혼합형(mixed)선거제도가 그것이다.(p27) <선거제도의 이해> 中


 1인 선출 상대다수제(relative majority)'에서 후보는 당선되기 위해서는 '최다 표(plurality of vote)'를 얻어야 한다. 옹호론자들에게 이 제도의 미덕은 단순함(simplicity)에 있다.(p37)... 그러나 50% 이상의 표를 얻을 필요는 없다는 점을 주목하라.(p44) <선거제도의 이해> 中


 그렇다면, 현재 우리나라 선거제도의 문제점은 무엇일까. 소선구제 아래에서 1인 선출 시스템이 문제가 되는 것일까. 저자의 견해에 따르면 우리나라 제도는 절반의 문제점을 갖고 있다. 저자는 상대다수제 아래에서 중/대선거구에서 다수의 의원을 선출하는 제도가 비례성을 갖추기는 어렵다고 본다. 때문에, 선거구 문제 이전에 비례제의 논의를 먼저 살필 필요가 있다.


 레이(Rae, 1967)는 처음으로 선거제도의 구성 요소를 다음과 같이 세 가지로 구분했다. 1) 선거구 크기(district magnitude), 2) 당선결정방식(electoral formula), 3) 기표방식(ballot structure).... 일반적으로 합의된 점은 선거구 크기가 선거 결과의 비례성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다.(p26) <선거제도의 이해> 中


 기본적으로 선거구 크기가 클수록(즉, 한 선거구에서 선출하는 의원 수가 많을수록) 선거 결과의 비례성은 더 높아진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이 법칙이 비례대표제에서만 적용될 수 있다는 사실이다. 상대다수제나 절대다수제에서는 실제로 이 관계가 역으로 나타난다. 즉, 한 선거구에서 선출하는 의원 수가 많아질수록 비례성은 낮아진다.(p41) <선거제도의 이해> 中


  우리나라는 정당명부제(비례대표제)와 1인 선출 상대다수제를 혼합한 혼합형 선거제도를 실시하고 있다. 그렇지만, 이들의 비율이 15 : 85로 현저하게 차이가 나기 때문에 비례제의 장점인 민의 수용과 상대다수제의 장점인 안정성의 결합보다, 오염효과가 더 크게 나고 있는 실정이다. 상대다수제로 선출된 의원수가 현저하게 높은 비율을 차지하며, 정당의 목표보다 지역민심에 기반한 정당(政黨)이 오랜 생명력을 가지고 지역 감정을 조장하며 유지되는 현실은 이런 오염 효과의 증명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우리는 오랜 기간 이러한 부작용을 경험해왔다.


 혼합형 선거제도에 대한 지배적 견해는 이 제도가 정당명부식 비례대표제의 비례성이라는 장점과 상대다수제가 갖고 있는 선거구 대표성이라는 장점을 이상적으로 절충한 것으로 받아들여진다.(p187) <선거제도의 이해> 中


 한국의 정당명부 의석은 전체 의석의 15% 밖에 되지 않는다. 이는 독일의 50 : 50 비율과는 차이가 큰 것이다. 그렇다면 어떤 비율로 나누어야 선거제도의 완전한 비례성을 해치지 않을까라는 질문이 제기된다. 왜냐하면 정당명부 의석 비율이 너무 낮을 경우 선거구 선거가 야기하는 비(非) 비례적 결과를 보완할 수 없기 때문이다.(p179)...  페라라(Federico Ferrara)와 동료들의 연구는 혼합형 선거제도에서의 두 종류 선거 간에 일종의 상호 '오염 효과(contamination effect)'가 있는지를 찾으려 했다. 오염 현상이 발생한다는 것은 한 부분(예컨데 상대다수제)의 존재가 다른 부분(예컨대 비례대표제)의 작동에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의미한다.(p188) <선거제도의 이해> 中


 그럼에도 불구하고, 선거제도 개혁과 문제점에 대한 일반의 관심이 낮은 이유는 무엇일까. 우리나라에만 존재하는 정치인 불신 문제일까. 저자는 정치제도에 대한 낮은 대중의 관심은 우리나라만의 문제가 아님을 보여준다. 복잡한 선거제도에 대한 대중의 낮은 이해는 선거 제도의 개혁을 어렵게 한다는 것이 저자의 견해다.


 선거제도의 복잡성, 그리고 선거제도에 대한 대중의 낮은 관심과 지식수준을 고려할 때, 선거제도에 대한 태도를 측정하는 가장 효과적 인 수단은 질적 연구(qualitative research) 방법을 활용하는 것이다.(p308)... 다음 두 가지는 이 연구의 주요 결론이다 첫째, 실험 초반에는 제도 관련 쟁점을 거의 알지 못하고 있었다. 따라서 다수 응답자들이 기존 제도를 유지하는 것을 선호한다는 것을 알게 된 것은 놀라운 것이 아니었다... 둘째, 선거제도의 특징 중 비례성 문제는 포커스 집단에게 중요한 관심 사항이 아니었다. 그들에게 가장 중요한 기준은 선거제도 복잡성을 최소화해야 한다는 것이었다.(p309) <선거제도의 이해> 中


 그렇다면, <선거제도의 이해>를 통해 저자가 제안하는 이상(理想)에 가까운 제도는 무엇일까. 서로 다른 제도의 장/단점을 비교한 후 저자가 내린 결론은 '비례대표제 - 그중에서도 정당명부식 비례대표제 - '가 민의 반영과 안정성 모두를 고려했을 때, 가장 가성비가 높은 제도라는 것이다. 물론,  정당 명부식 비례대표제가 직접 대표성이 없다는 문제점은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장 효율적인 제도라는 결론을 내린다. 


 선거제도의 영향에 관한 논의의 기저에는 정치체제 안정성 문제가 있다. 특히 비례대표제가 대의 기구를 강화시키는지 아니면 약화시키는지에 대해 서로 다른 견해가 제시되고 있다.(p267) <선거제도의 이해> 中


 정당명부식 비례대표제의 기본적인 원리는 간단하다. 정당은 각 선거구에서 후보 명부를 작성하게 된다. 가장 기본적인 유형은 유권자가 후보가 아닌 정당에 투표하는 것이다.(p112)... 정당명부식 비례대표제도 비례성을 왜곡시키는 특유의 성질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것은 정당명부식 비례대표제가 지방 선거구(subnational constituencies)나 지역(regions) 단위로 운용되고 있다는 사실에 그 원인이 있다.(p113) <선거제도의 이해> 中


 여러 형태의 정당 명부식 비례대표제가 선거 공학자들에게 가장 인기가 있는 선거제도라는 사실에는 정당한 이유가 있음이 입증되고 있다. 이 제도는 분명히 정당 지도부에게 상당한 정도의 통제력을 부여한다.(p149)... 정당명부식 비례대표제가 공통적으로 가지고 있는 한 가지 부정적 측면은 선거구에 기초한 직접적 대표성이 부재하다는 것이다.(p153) <선거제도의 이해> 中


 특정 선거제도의 비례성과 정부나 정치제제의 안정성 정도 사이에 존재할 것이라고 추측되었던 상반관계(trade-off)는 대부분의 경우 찾을 수 없다는 사실이 오히려 눈길을 끈다. 나아가 비례대표제에서 정부 안정성 정도가 높다고 결론짓는 것이 더 정확해 보인다.(p351) <선거제도의 이해> 中


 결과론적으로 '정당명부식 비례대표제'에 손을 들어준 데이비드 파렐의 의견에는 분명 찬반이 갈릴 것으로 생각되지만, 개인적으로는 저자의 의견에 동의한다. 특히, 우리나라 국회가 의원 개인의 정견에 따라 운용되지 않고, 정당의 거수기에 머무는 현실에서 전국을 하나의 선거구로 놓고, 정당에 표를 주는 방안이 오히려 민심의 올바른 수용이 되지 않을까. 또한, 이런 방향으로 갔을 때 국회의원이 지역유지들과 결탁해서 지역 이권은 나눠갖는 문제 또한 해결할 수 있을 것이며, 지방의 문제는 지방의회에서 논의되면서 지방자치가 활성화될 수 있으리라 생각기에, 이상의 이유로 저자의 견해에 동의한다. 여기에 더해서, 인구통계적 특성에서 성, 연령, 지역, 소득 등 수많은 요인 중 지역만을 대표하는 대표를 선출해야하는 이유가 있을까도 질문을 던져본다. 과거에는 다른 요인들이 데이터 베이스(DB)화되지 않았지만, 이제는 모든 유권자의 정보가 빅데이터로 저장된 현시점에서 세대별 갈등, 소득 양극화 갈등, 성별 갈등을 완화할 수 있는 대표의 선출과 이들에 의한 법률입안이 필요할 때가 아닐까 생각해본다.


  이처럼 <선거제도의 이해>는 선거제도에 대해 잘 정리하며 내용을 전달하며 여러 생각할 거리를 던진다. 그래서, 국회 개혁 문제로 국민의 관심이 모아지고 있는 현 시점에서 유권자의 한 사람으로서 읽을 필요가 있는 책이라 생각한다. <선거제도의 이해>는 현재 개정판이 나와있어, 읽고자 하시는 분은 개정판을 보시기를 권장하며, 이번 리뷰를 마무리한다.


 PS. 국회의원 수를 어떻게 가져가야할 것인가 하는 문제에 대해서는 전체 국회의원 월급 총액을 현수준에서 동결하고, 민의 반영차원에서 의원 수는 늘려야 한다고 생각한다. 수학 극한(極限, limit) 문제 풀이 방식으로 답을 찾아보자. 의원 수를 한없이 줄이는 것과 한없이 늘리는 것을 동일한 제약조건(현재 예산) 수준에서 고민한다면, 답은 자명(自明)하다. 국회의원을 극적으로 줄일 경우 1인 입법자(독재)로 갈 것이며, 극적으로 늘려 '국민 수 = 국희의원 수' 라면 완전 민주주의가 구현된다. 때문에, 같은 조건이라면 늘리는 편이 바람직하다. 마지막으로, 국회의원 월급은 자신들이 정하는 것이 아닌 다른 기관에서 정해야 할 것이다. 세상에 어느 직장인도 자신의 연봉을 스스로 책정하는 경우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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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11-09 10:53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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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11-09 11:32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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