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사성폐기물 어떻게 처리할 것인가 대우학술총서 신간 - 과학/기술(번역) 499
콘라드 크라우스코프 지음, 김지영 외 옮김 / 아카넷 / 2001년 1월
평점 :
절판


  에너지 생산을 최대화하기 위해서는 플루토늄과 우라늄의 분열성동위원소들을 회수하기 위한 사용후 핵연료의 재처리를 해야 한다. 그러나 이는 정치적 관심사와 충돌하게 되었다. 사용후 핵연료의 재처리가 일반적으로 실행된다면 플루토늄을 생산하는 많은 공장들이 세워질 것이고, 좋지 못한 목적으로 그것을 이용하려 하는 테러리스트 등에 의해 플루토늄을 도난당할 가능성이 커지기 때문이다... 재처리에 대한 논쟁은 현재 사용후 핵연료가 양면성을 가지고 있음을 의미한다. 한쪽에서 보면, 방사성폐기물이고 다른 한쪽에서 보면 미래의 가치있는 에너지원이다.(p45) <방사성폐기물 어떻게 처리할 것인가> 中


 콘라드 크라우스코프(Konrad Krauskopf)는 <방사성폐기물 어떻게 처리할 것인가 Radioactive Waste Disposal and Geology>에서 방사성폐기물 처리의 위험에 대해 말하면서 동시에 폐기물 처리의 양면성을 지적한다. 저자의 말에 따르면 현재 기술로는 폐기물이지만 고열과 여전히 많은 방사성 동위원소들을 포함하고 있는 이들은 향후에는 훌륭한 자원이 될 수 있기에 이들을 영구매립해야하는가에 대해서 논란이 생길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그림] 세계 셰일가스 매장량 분포 현황(출처 : 아시아투데이)


  이와 비슷한 사례로 셰일(shale)가스 혁명을 들 수 있을 것이다. 전통적인 원유 채굴방식과 달리 셰일 층에서 원유를 추출하는 방식은 예전에는 많은 비용이 소비되었으나, 기술이 발달한 현재는 적은 비용으로 원유를 추출할 수 있게 되었다. 그리고, 이러한 셰일 가스 혁명으로 인해 미국은 최근 에너지 패권마저 가져갈 모양새다. 방사성 폐기물이 장래 이렇게 되지 않으리라는 보장 또한 없기에, 폐기물의 영구 매립에 대해서는 찬반이 엇갈린다.


 지난 2011년 3월 동일본 대지진 방시 후쿠시마 원전에서 발생한 수소폭발 사고 당시 더 큰 피해를 막고자 일본 정부에서는 급히 냉각수를 투입하고 이를 막았으나, 이로 인해 오염수가 발생했다. 그런데, 최근 일본에서는 바로 후쿠시마 제1원전의 고준위 방사성 오염수 100만 톤을 바다에 방류할 계획이 있다고 하여 현재 많은 국민들이 분노와 걱정을 하고 있다. 그렇다면, 후쿠시마 오염수의 방류는 무엇이 문제일까.


[기사] https://www.yna.co.kr/view/AKR20190807146200004)


 여러 종류의 방사성폐기물 중 "고준위 폐기물(HLW, high-level waste)"라고 지칭할 때는 원자로의 운영에 의해 직접적으로 생산되는 폐기물로 한정되며, 후속 화학처리를 하거나 하지 않은 것에 관계가 없고, 나머지 모든 폐기물은 "저준위"로 취급된다.(p35) <방사성폐기물 어떻게 처리할 것인가> 中

 

 일반적으로 두 가지 종류의 주요 고준위폐기물이 누적되고 있는데, 원자력발전소 부지 내의 수조 안에 보관되어 있는 사용후 핵연료봉과, 플루토늄을 생산했거나 생산중인 몇몇 나라에 있는 강철 탱크 내의 재처리 폐기물이다. 강조해야 할 점은 이 두 종류의 폐기물 모두는 현재 환경으로부터 적절히 격리되어 있다는 것이다.(p45) <방사성폐기물 어떻게 처리할 것인가> 中


 사용 후 고열과 방사선을 외부로 방출하는 핵연료봉을 식히는 냉각수는 원자로의 운영과 직접적인 연관이 있기에 고준위 폐기물임에 틀림없다. <방사성폐기물 어떻게 처리할 것인가>에서는 이러한 고준위 폐기물은 고체상태로 전환되어 처리되는 것이 안전한 처리라고 설명하는데, 이는 지상에서 지하수에 스며드는 것을 방지하기 위함이다. 그렇지만, 후쿠시마 오염수는 액체상태로 바다로 던져지게 된다. 


 우리는 지표면 환경에서 멀리 떨어져 있으면서 더 이상 감시할 필요가 없는 곳에 폐기물을 놓아둘 장소가 필요하다. 이를 위해 폐기물을 지하 심부로 옮겨놓아야 한다는 데 대해서 일반적으로 동의한다. 안전성을 보장하기 위해서는 모든 폐기물이 매립 전에 고체로 전환되어야 한다.(p48) <방사성폐기물 어떻게 처리할 것인가> 中


 방사성폐기물을 단순히 바다에 던져버리는(투기 dumping) 방법은 매우 낮은 준위의 물질들의 경우를 제외하고는 안전한 처분 방법이 아니라는 데 대해서는 대개 의견이 일치한다. 대양저(바닥)에 있는 퇴적물 내에 묻는 방법(매립)은 그러나 고려할 만한 가치가 있다.(p65)... 대양의 부피는 엄청나고 인간이 발생시킨 폐기물의 부피는 상대적으로 작아서 간단한 희석작용에 의존하여 폐기물 내에 있는 모든 독성물질의 농도를 감지할 수 없을 정도의 수준으로 신속히 감소시킬 수 있는 것처럼 보인다. 이러한 생각과 주장은 대양 내에서 혼합작용이 충분히 신속하고 널리 일어난다면 타당하다고 할 수는 있으나 그런 신속한 혼합작용이 있을 것이라고 보장할 수는 없다... 따라서 어떤 종류의 방사성폐기물도 연안 해수 밖에 있도록 유지해야 하고, 고준위폐기물은 개방된 대양 내 어느 곳에 위치해서도 안된다는 데 대해 보편적으로 동의하고 있다.(p174) <방사성폐기물 어떻게 처리할 것인가> 中


  결국, <방사성폐기물 어떻게 처리할 것인가>의 내용에 따르면 고준위 폐기물 처리 시 액체 상태로 바다에 던져버리는 것은 가장 위험한 방법임을 알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후쿠시마 오염수를 무책임하게 바다에 투하하려는 일본 정부의 행태는 비판하지 않을 수 없다.


 처분장에 있는 폐기물이 모두 미래의 어느 한때에 한꺼번에 방출되고, 그것들이 가까이에 있는 인간들에게 접근하게 된다고 가정하면, 폐기물은 1억 년 이상 유독한 상태로 남아 있을 것이다.(p76) <방사성폐기물 어떻게 처리할 것인가> 中


 <방사성폐기물 어떻게 처리할 것인가>는 핵폐기물처럼 우리에게 핵(核)을 바라보는 두 관점을 제시한다. 미래의 자원으로 볼 것인가, 아니면 우리를 천천히 피폭(被曝, radiation poisoning)시키는 핵무기로 볼 것인가. 이러한 관점의 차이는 원자력의 경제성에 대한 많은 논란을 가져오겠지만, 분명한 것은 안전(安全)이 전제되지 않는 상태에서는 어떠한 논의도 무의미할 것이다. 그리고, 이의 연장선상에서 후쿠시마 원전의 오염수 방류 문제는 단순히 일본 국내 문제가 아닌 전세계가 관심을 가져야 할 심각한 사항임을 다시 한 번 확인하며 리뷰를 마무리한다.


PS. 사용 후 핵연료와 관련하여 KBS에서 제작한 <10만년 후>는 핵의 위험성에 대해 잘 알려준다 생각되기에 관련 영상을 공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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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8-09 08:58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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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8-09 09:53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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