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원한 것을 다시 읽고 싶은 명작 5
나가이 다카시 지음, 이승우 옮김 / 바오로딸 / 201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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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많은 병 가운데 불치병이라는 것이 있긴 하지만 그래도 치료를 받으면 어느 정도 생명을 연장시킬 수 있다. 그러나 병이 일시적으로 가볍게 되기는 하지만 병의 진행은 막을 수는 없다. 그중에서도 백혈병은 생명을 연장시킬 수 없는 병이다.(p289)... 류우키치는 자기 목숨을 단축시킨 뢴트겐 기계를 쳐다 보았다. 여기에서 나온 방사능이 자신을 죽이는 것이다. 그러나 이상한 일은 조금도 원망스러운 마음이 들지 않고 오히려 깊은 친밀감이 솟아오르는 것이다.(p290)

「영원한 것을」의 주인공 류우키치는 군의관으로 종군하던 중 방사선을 많이 쬐어 백혈병에 걸려 시한부 판정을 받고 삶을 마무리하던 중. 여기에 설상가상으로 이번에는 나가사키에 떨어진 원자폭탄의 충격을 몸 전체로 받는다.

8일 오전 11시 2분. 나가사키에 떨어진 원자폭탄이 제2차 세계대전의 종말이었다. 그전에 히로시마에 떨어진 것은 이에 비하면 하나의 점에 지나지 않았다.(p309)

현관에 폭탄이 명중했나 싶어 몸을 낮추려는 순간, 눈에 보이지 않는 무서운 힘이 소리도 없이 창으로 들어와 류우키치의 몸을 3미터나 들었다 놓았다. 류우키치는 보았다. 유리창이 가을바람에 휘날리는 낙엽처럼 날아왔다. 유리조각에 다치면 위험하다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피할 도리가 없었다. 푹푹소리와 함께 오른쪽 몸에 온통 유리 파편이 박혔다.(p310)

일상생활과 전장 모두에서 당한 주인공의 피폭. 이 책은 빠져나갈 수 없는 절망적인 상황에서 주인공의 깨달음을 말한다.

인류와 인류의 삶은 모두 허무로 돌아가고 말았다. 이것이 천재지변이라면 오히려 느낌이 가벼우리라. 그러나 이는 인류가 지혜로 만들어 낸 우주의 원동력을 자유의지로 이용함 결과이기에 문제가 크다. 지혜와 자유의지는 인류의 행복을 위해 주어진 것이다. 이제 인류는 인류 자체의 생존이나 멸망을 결정할 힘을 얻은 것 같다.(p320)... 전쟁을 그만두자! 영원히 전쟁을 하지 마라!... 류우키치는 잿더미를 향해 외쳤다.(p320)

「영원한 것을」의 주인공 류우키치의 삶에는세계 유일의 원자폭탄 피폭국 일본의 아픔이 고스란히 담겨있다. 그리고, 처절한 상황에서 주인공의 깨달음은 독자들에게 평화의 소중함을 세계로 알리는 처절한 외침으로 다가온다.

그렇지만, 현실에서 일본이 보이는 모습은 이러한 울림을 잠재운다. 제2차 세계대전의 전범국으로서 반성보다는 자신들이 당한 피해만을 강조하는 현대 일본의 모습을 볼 때, 주인공 류우키치와 같은 지식인의 깨달음이 반성으로 이어지지 않았음이 아쉬워진다.

특히, 2011년 동일본 대지진으로 오염된 후쿠시마 토양에서 생산된 농산물을 세계인들에게 굳이 ‘나누려는‘ 모습은 지난 과거에 대한 그들의 사과가 ‘혼네‘가 아닌 ‘다테마에‘에서 비롯된 것은 아닌가 하는 의구심이 들게 한다. 그들은 전쟁을 통해 어떤 교훈을 얻었을까.

「영원한 것을」의 주인공 류우키치와 같이 평화의 소중함을 강조하는 목소리가 더 크게 나와 평화헌법 개정을 통해 재무장하려는 세력의 시도를 덮기를 희망하며 리뷰를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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