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의 이면 - 레비-스트로스, 일본을 말하다
클로드 레비-스트로스 지음, 류재화 옮김 / 문학과지성사 / 2014년 12월
평점 :
절판


대빙하기 동안, 그러니까 약 12만 년 에서 18만 년 전까지만 해도 일본은 아시아 대륙에 붙어 있었다는 것을 잊으면 안 됩니다... 수천 킬로미터에 이르는 바다 위에 떠오른 육지처럼 아시아와 아메리카는 현재의 베링해협을 육지처럼 사이에 두고 이어져 있었습니다. 대륙 가장자리를 따라 일종의 육교가 만들어졌고, 이로 인해 인간과 물건과 사상들이 중국 연안지대와 한국, 만주, 시베리아 등을 거쳐 인도네시아에서 알래스카까지 자유롭게 이동할 수 있었습니다... 신화는 공통의 문화유산이며 우리는 그 파편들을 여기저기서 모으는 것일 뿐입니다.(p27)

「고사기」안의 일본 문화 특성을 두 측면에서 생각해 봅시다. 우선, 그 먼 옛날에 그렇게 다양한 요소를 가지고 상대적으로 동질적인 민족적 유형과 언어, 문화를 형성한 것을 보면, 일본은 만남과 혼합의 장소였을 것입니다. 반면, 구세계의 극동이라는 지리적 위치 및 간헐적 고립으로 인해 일본은 아주 희귀하고 섬세한 정수들만 증류하는 일종의 여과 장치 혹은 증류기 기능을 했습니다.(p31)

일본 문화는 다른 동양이나 서양에 비해 독특합니다. 일본은 먼 과거에는 아시아로부터, 가까운 과거에는 유럽으로부터, 최근에는 미국으로부터 많은 영향을 받았습니다. 하지만 이렇게 차용한 것들을 자신과 잘 동화되도록 아주 정성스럽게 걸러내 최대한 미세하게 만들어 그 정수만을 받아들입니다. 이 때문에 지금까지도 일본 문화는 그 특수성을 잃지 않았습니다.(p54)

보이는 달 표면, 즉 고대 이집트, 그리스, 로마 시대부터의 구유럽 세계의 역사가 아니라, 보이지 않는 달의 이면, 즉 일본학 연구자들과 아메리카 원주민학 연구자들이 다루는 역사를 통해 보면, 일본 역사는 더욱더 중요해집니다. 고대 일본이 유럽과 태평양 사이에서 일종의 다리 역할을 했다는 점을 염두에 두어야 합니다.(p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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