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50년대에서 1890년대 사이에 잉글랜드에서 케이프타운까지 여행하는 데 걸리는 시간은 42일에서 19일로 줄었다. 증기선은 훨씬 빠를 뿐 아니라 외양도 커졌다. 그래서 같은 기간에 평균 총 용적 톤수는 대략 두 배가 되었다. 1870년대에 이르면 인도에서 오는 전보가 몇 시간 안에 이곳에 도착할 수 있었고, 여왕은 전보를 주의 깊게 읽었다. 이것은 빅토리아 여왕 치세 동안 세계에서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를 완벽하게 보여준다. 세계는 축소되었다... 1840년대 말에 이르자 전보가 육상 통신에 혁명을 일으킬 것이라는 사실이 명백해졌고, 1850년대에 이르면 인도의 건설 공사는 전신이 폭동을 진압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할 정도로 충분히 발전했다. 전신 케이블과 증기선 노선은 세계를 일제히 단축시키고 통제를 더 쉽게 만든 세 개의 금속 네트워크들 가운데 두 가지였다. 세번째는 철도였다.(p242) <제국 Empire> 中
[그림] 빅토리아 여왕 시기 영국제국(출처 : http://www.victorianschool.co.uk/empire.html)
니얼 퍼거슨(Niall Ferguson, 1964 ~ )은 <제국 Empire>에서 영제국(British Empire)의 전성기인 19세기 말 제국이 얼마나 효율적으로 통제될 수 있었는가에 대해 서술한다. 저자는 증기선, 전보 그리고 철도의 도입을 통해 유럽 제국주의가 이전 제국과는 달리 오랜 기간 패권을 유지할 수 있었다는 점을 책을 통해 강조하는데, 우리는 이를 통해 과학과 제국주의의 결합에 대해 확인하게 된다. 그렇지만, 과학이 가져온 변화는 기술적인 면에 그치지 않는다.
1850년대에 시작된 과학이 가져온 이러한 변화는 처음에는 인프라 확충의 모습으로 나타났으나, 시스템이 구비된 19세기 말에는 시스템의 통합이 요청되었고, 이를 위한 새로운 이론(理論)이 요구되었다. 이러한 요청에 대해 <아인슈타인의 시계, 푸앵카레의 지도 - 시간의 제국들 Einstein’s Clocks, Poincare’s Maps: Empires of Time>은 물리학이 상대성 이론을 통해 어떻게 응답했는가를 잘 보여준다.
1860년대와 1870년대에 좌표화된 시간은 도시와 철도 시스템에 더 깊숙이 파고들었다. 동기화된 시계는 언론의 환대를 받고 길거리에 등장하고 천문대와 실험실에서 연구 대상이 되면서 이제 더 이상 이색적인 과학이 아니었다. 동기화된 시계는 기차역과 동네와 교회로 거미줄처럼 뻗어나가, 과거에 전력과 하수시설과 가스가 그러했듯이 대중의 일상생활에 스며들어 근대의 도시적인 삶을 순환하는 물과 같은 존재가 되었다.(p140) <아인슈타인의 시계, 푸앵카레의 지도> 中
독일인들만이 아니라 그들의 적인 프랑스인들도 1870년에서 1871년에 있었던 보불전쟁이 끝나고 나서, 폰 몰트케가 시간이 정확하게 맞추어져 있는 철도를 제대로 활용한 것이 프랑스 제2제정(1852 ~ 1870)을 무너뜨렸고 유럽 권력의 균형을 근본적으로 바꾸어 놓았던 것을 인식하게 되었다.(p206) <아인슈타인의 시계, 푸앵카레의 지도> 中
양(量)적인 팽창이 완료된 후 이의 효율적인 활용이 국력(國力)임을 절감한 유럽 정치인들은 시간의 통합의 중요성을 깨닫게 된다. 세계 각지에 흩어져 있는 식민지를 효율적으로 통제하기 위해서는 제국 내 시간이 통합될 필요가 있었고, 1905년의 알베르트 아인슈타인(Albert Einstein, 1879 ~ 1955)의 상대성 이론은 이들 정치인들에게 통합의 실마리를 던져주었다.
거대 정치 조직은 행정 효율성과 관련된 공간의 문제, 연속성과 관련된 시간의 문제에 대한 해결책을 함축하고 있다. 구조의 유연성은 인재 발굴에 대한 지속적인 관심, 지식 독점에 대한 공격과 관련이 있다. 또한 안전성은 통치의 발전 가능성뿐 아니라 통치 기관의 한계와도 관련이 있다.(p285) <제국과 커뮤니케이션> 中
파바르제는 파리에 토대를 둔 국제 도량형국이 두 가지 근본적인 양인 공간과 질량을 정복하기 시작했음에도 불구하고, 마지막 첨단 분야인 시간이 아직 개척되지 않고 있다고 주장했다. 시간을 정복하는 방법은 점점 확장되는 전기 네트워크를 창조하는 것으로, 이 전기 네트워크를 천문 관측소와 연결된 모시계에 덧붙여서 계전기들이 그 신호를 증폭시켜 보니면, 대륙 전체에 있는 호텔과 저잣거리와 교회의 뾰족탑의 시계를 자동으로 맞출 수 있을 것이다.(p294) <아인슈타인의 시계, 푸앵카레의 지도> 中
시간에 대해, 그리고 원거리 동시성에 대해 이야기하려면 먼저 시계를 동기화 同期化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그리고 만일 두 개의 시계를 동기화하려면, 하나의 시계에서 다른 시계를 향해 신호를 쏘아 보낸 후에 그 시계에 도착한 신호의 시간을 조정해야 한다. 이보다 더 간단하게 설명할 수 있을가? 시간에 대한 이 절차상의 정의 덕분에 상대성 이론 퍼즐의 마지막 조각이 맞춰졌고, 그 이후 물리학은 완전히 새롭게 변화한다.(p20) <아인슈타인의 시계, 푸앵카레의 지도> 中
<아인슈타인의 시계, 푸앵카레의 지도>에서는 물리학에 의한 시간 통합의 과정이 잘 서술되어 있다. 데카르트(Rene Descartes, 1596 ~ 1650)에 의해 직교좌표계가 도입되었고, 칸트(mmanuel Kant, 1724 ~ 1804)에 의해 직교좌표계에 시간과 공간이 개별 변수로 할당된 근대 이후 시간과 공간의 기준점이 되기 위한 각국의 노력은 치열해졌다.
[사진] Space and Time(출처 : https://www.archive.scienceandnonduality.com/lost-in-space-and-time/)
결국 공간은 프랑스의 미터(meter)법에 의해, 시간은 영국 그리니치(Greenwich) 천문대 기준으로 본초자오선이 설정되면서 세계의 시간과 공간의 기준점은 영국과 프랑스로 분할되었고, 이를 기준으로 세계는 통합 출발선에 서게 되었다.
20세기로 접어들 무렵 유럽과 북아메리카는 좌표화된 십자선들로 구획이 나뉘었다. 열차 선로, 전신선, 기상 관측 네트워크, 경도 측량, 이 모든 것들이 관찰 가능하고 점차 보편화되어가던 시계 시스템 아래 놓이게 되었다. 이러한 맥락에서 볼 때 푸앵카레와 아인슈타인이 도입한 시계 좌표화 시스템은 세계의 기계였다. 처음에는 상상으로만 가능했던 동기화된 시계들의 방대한 네트워크가 구현되었고, 21세기로 넘어갈 무렵에는 범선이 끌어주는 해저케이블 네트워크가 되었고 위성을 수신하는 극초단파 방송망이 되었다.(p370) <아인슈타인의 시계, 푸앵카레의 지도> 中
시간이 시간 기록과 완전히 일치되었던 적은 한 번도 없었고, 지구 전역에 절차나 거리상의 동시성을 기술정치적으로 확립해주는 통일 시간이 있었던 적도 전혀 없었다. 이전의 평범했던 시스템들과 마찬가지로 아인슈타인의 시계 동기화 시스템은 시간을 절차적인 동기화 문제로 한정시켜 전자기장 신호로 시계들을 연결했다. 사실상 시계 단위에 대한 아인슈타인의 계획은 여기서 더 나아가 도시, 국가, 제국, 대륙, 세계를 넘어 마침내는 현재 전체적으로 유사 데카르트적인 우주라고 일컫는 무한대까지 확장하는 것이었다.(p373) <아인슈타인의 시계, 푸앵카레의 지도> 中
시간과 공간의 통합이 가져온 변화는 생각보다 컸다. 제국의 역량을 하나로 결집시킬 수 있었던 열강들은 자신들의 힘을 과신하고 충돌한 결과 제1차 세계대전, 제2차 세계대전을 통해 무너질 수 밖에 없었다. 이를 대신한 새로운 제국인 미국은 과거의 제국과는 문화(culture)를 통해 자신의 지배력을 유지하게 되는데, 이러한 변화의 출발에는 세계의 시간과 공간의 통합이 있었음을 생각하게 된다.
중심에서 방출된 전자기 신호가 바로 옆방이든 아니면 수백 킬로미터 떨어진 곳이든 떨어져 있는 지점들에 다다르는 것, 이것을 동시라고 정의한 사람이 비단 아인슈타인과 푸앵카레만은 아니다... 전기 신호의 교환을 바탕으로, 철도 계획자들은 열차 시간표를 짜고, 제독들은 군대를 소집하고, 전신 교환원들은 사업 거래를 타전하고, 측지학자들은 지도를 그린다.(p349)... 무선 기술은 파리와 파리 근료의 모든 지역에 시간을 분배해줄 것이고, 낡은 증기 시스템뿐 아니라 전신을 전달하는 전기 시간에 사용되는 불편한 지상의 전신선들을 몰아낼 것이었다.(p350) <아인슈타인의 시계, 푸앵카레의 지도> 中
미국에서는, 신문이 공간을 지배한다는 점 때문에 커뮤티케이션 독점을 크게 발달시켰으며 이는 시간 문제의 경시를 의미했다... 공간을 강조하는 종이 편향과 지식 독점은 새로운 매체인 라디오의 발달로 견제를 받았다. 그 결과는 시간 문제에 대한 관심 증대, 계획 성장과 사회주의 국가 등장으로 나타났다. 커뮤니케이션 편향을 막을 수 있는 정체를 발전시킬 수 있는 능력과 공간 및 시간의 의미에 대한 평가는 제국의 문제, 서구 세계의 문제 과제로 남겨 놓을 수 있다.(p286) <제국과 커뮤니케이션> 中
<아인슈타인의 시계, 푸앵카레의 지도>는 이처럼 상대성 이론이 가져온 인식의 변화가 20세기 초 세계를 어떻게 바꾸었나를 보여준다. 그리고, 여기에서 시작된 변화는 인터넷(Internet)을 통해 세계가 통합된 오늘날도 유효하다는 점에서 우리는 물리학의 상대성 이론과 생물학의 진화론을 새롭게 바라볼 필요가 있음을 새삼 깨닫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