흐름 - 불규칙한 조화가 이루는 변화 필립 볼 형태학 3부작
필립 볼 지음, 김지선 옮김 / 사이언스북스 / 201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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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는 초기에 물에서 일어난 한 조그만 회전이 왜 강력한 소용돌이로 발전하는지는 알고 있다. 이것은 배출구로 모여드는 물의 움직임 때문이다. 이론적으로 이 집중은 완벽하게 대칭을 이룰 수 있다. 물은 모든 방향에서 배수구를 향해 안쪽으로 움직인다. 그렇지만 그 대칭적 상황에서 약간만 벗어나도 유체 흐름의 작용 방식 때문에 변화가 증폭될 수 있는데, 그것은 언제든지 일어날 수 있는 일이다. 흐름은 마찰 때문에 한 유체 영역에서 다른 유체 영역으로 전달될 수 있다.(p60) <흐름> 中


[사진] 물 흐름(출처 :: https://kr.freeimages.com/photo/water-flow-1559287)


 필립 볼(Philip Ball)의 형태학 3부작 중 2번째 이야기는 <흐름 Flow>이다. 전작 <모양>에서 패턴과 형태가 나타나는 것을 '대칭성의 깨짐'으로, 이러한 현상이 일어나는 이유를 엔트로피(entropy)법칙을 통해 파악했다면, <흐름>에서는 이러한 패턴의 경향성(傾向性)에 대해 말한다. 물리학 법칙이 적용되는 자연에서 패턴의 다양성은 어떻게 설명될 수 있을까? 성질이 같은 물이 만들어 내는 흐름, 모래 알갱이들이 만들어 내는 사구(沙丘)의 모양이 다른 이유는 무엇일까?


 배수구의 소용돌이는 자발적인 대칭 파괴의 한 예다. 방사상으로 모이는 원형 대칭의 흐름은 비대칭적으로 틀어진 흐름으로 발전한다. 그 방향은 회전을 처음 일으킨 너무나 미세한 추진력의 성질에 따라 시계 방향일 수도 반시계 방향일 수도 있다.(p61) <흐름> 中


 <흐름>에서는 이러한 패턴 다양성의 원인을 시스템의 조건과 구성 요소의 특질에서 찾는다. 이들의 작은 차이로 인해 전체 흐름의 틀은 유지되지만, 개개의 흐름은 자신만의 개성을 갖게 된다.


 대류하는 유체에서 볼 수 있는 이 패턴들의 풍부함과 다양성 때문에, 하나의 주어진 실험에서 어떤 패턴이 나타날지를 예측하기는 쉽지 않다. 원칙적으로 한 특정한 집합의 조건들에서 몇 가지 대안적 패턴들이 가능할 때, 어떤 것이 선택되느냐는 시스템이 어떤 조건을 갖추었느냐에 달렸을 수도 있다. 즉 초기 조건들과 그 조건들이 변화하여 실험적 매개 변수들의 특정한 집합에 도달하는 방식을 말한다. 그렇다면 패턴 형성은 그 시스템의 과거 역사에 달렸다.(p83) <흐름> 中


[사진] 신두리 사구의 모래물결(출처 : 환경부)


 자연의 모래 패턴들이 보여주는 한 가지 흥미로운 특징은 모래 알갱이들이 크기에 따라 각자 언덕의 다른 부분에 분류된다는 것이다. 모래 잔물결에서, 가장 굵은 알갱이들은 마루에 그리고 슈토스면을 뒤덥은 얇은 표면층에 쌓이는 경향이 있다. 큰 사구들에서는 종종 그것과 정반대다. 가장 잔 알갱이들이 마루에 모이고, 가장 굵은 알갱이들이 고랑에 모인다.(p126) <흐름> 中


 그리고, 개성(個性)을 갖는 서로 다른 패턴을 하나의 흐름으로 인식하게 만드는 것은 임계점(臨界點)이다. 임계점에 이르렀을 때, 집단을 움직이는 흐름은 다시 원점으로 회귀(回歸)되고 이러한 일련의 흐름속에서 우리는 반복(反復)되는 통계적 규칙성을 확인하게 된다.


 무질서하고 예측 불가해 보이는 현상을 뚜렷한 패턴을 낳는 현상들과 관련짓는 요인에는 매우 중요한 통계적 규칙성이 있다. 사태들은 대다수 패턴들과 마찬가지로, 스스로를 조직하기 때문이다.(p140) <흐름> 中


 사태가 일어나기 시작하는 그 각도는 최대 안정성 각도라고 한다. 그리고 사태가 끝나면 그릇 속 알갱이들의 경사는 안정적인 값으로 줄어들 것이다. 이것은 휴식각이라고 불린다. 반복되는 사태는 한 더미의 알갱이들이 얼마나 높이 쌓이든 경사가 동일한 휴식각에 이르러, 어느 정도는 항구성을 유지하게 만든다. 이런 '사태 각도들'은 알갱이 모양에 달렸다.(p132) <흐름> 中


 <흐름>에서는 이처럼 물리학 법칙(엔트로피 법칙)이 적용되는 세상에서 물질의 개별 특질과 시스템의 환경이 서로 다른 모양의 흐름을 만들어내지만, 이러한 흐름의 큰 형태는 차이가 없음을 밝히고 있다.


 우리는 유체에서 흐름의 상세한 패턴을 보려고 노력하기보다 그냥 평균적 특성들에 관해 묻는 편이 더 낫다. 다른 말로 우리는 유체 입자들의 개별적 궤도들을 잊어버리고 그 대신 그들의 통계적 성질들을 고려해야 한다. 그러고 나면 심지어 난류 같은 명백히 무작위적인, 구조가 없는 시스템조차 특징적인 형태가 있음이 밝혀진다.(p230) <흐름> 中


 그렇다면, 흐름은 우리에게 어떤 의미가 있을까. 두 가지 면에서 살펴보자.

 요즘(2019년 1월 현재) 세계 경제 전체가 불안한 가운데 한국 주가지수(KOSPI) 역시 많이 하락한 상황이다. 이러한 시장 상황속에서 포트폴리오(portfolio) 구성만으로 하락하는 주식시장에서 높은 수익률을 거둘 수 있을까?(생각해보니 있긴하다. 공매도, Reverse-ETF, 옵션 등등) 별로 좋은 예는 아닌 듯 하지만, 논의를 계속 해보자.


 일반적으로 총위험을 체계적 위험(systematic risk))과 비체계적 위험(unsystematic risk)으로 나눈다. 이 경우 체계적 위험은 시장위험이라고도 하는데, 말 그대로 시장 전체에 미치는 영향을 의미하며, 비체계적 위험은 분산 투자를 통해 회피할 수 있는 위험을 의미한다. 결국, 하락하는 시장의 흐름 속에서 개별 주식의 베타(β, 개별 주식이나 펀드가 시장의 지수 변동에 반응하는 정도)가 낮은 주식을 사는 것으로  체계적 위험를 피할 수 없고, 비체계적 위험만 피할 수 있다는 재무관리 이론 안에서 우리는 '흐름'의 내용을 유추할 수 있다. 개별 주식의 특성으로 다른 형태를 만들 수 있지만, 임계점 이후의 붕괴 상황까지 만들어내기에는 부족함이 있는 주식 시장을 보면서, '흐름(cash flow)'을 생각하게 된다. 그리고, 우리는 <흐름>을 통해 독서의 목적에 대해서도 생각해 볼 수 있을 것이다.


  꿀벌 떼는 20개체 중 단 하나의 개체만 좋은 장소로 가는 길을 알고 있어도 새로운 둥지의 부지를 찾을 수 있다... 무리의 다른 누구도 누가 '가장 잘 아는지'를, 아니 애초에 어떤 개체가 나머지보다 더 잘 안다는 사실 자체를 알지 못한다. 그렇지만 '좋은' 방향으로 향하는 적은 수의 모든 개체들이 집단 움직임에 약간의 편향만 더해 줘도, 그 정도면 다른 개체들이 따라오게 만들기에 충분하다.(p190) <흐름> 中


 <흐름>에서는 생물이 만들어내는 사회적 흐름에 대해서도 말한다. 단지 5%의 꿀벌만 제대로 길을 알고 있어도 좋은 길을 찾을 수 있다는 저자의 말 속에서 우리의 현실은 돌아보면서, 그 안에서 우리 자신을 바로 세워야 하는 이유를 찾게 된다. 그리고, 우리가 책을 읽는 목적 중 하나가 올바른 흐름을 찾기 위해서가 아닐까도 생각해 보면서 이번 리뷰를 갈무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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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1-19 00:41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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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1-19 04:29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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