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는 위험에 처해 있는데, 이는 영국 사회학자 앤서니 기든스(Anthony Giddens, 1938 ~ )에 따르면 적어도 어느 정도는 세계화 때문이다. 그는 근대성이 정부와 개인들이 기후변화 같은 세계적 위험에 직면하는 '질주하는 세계'를 낳았다고 믿는다... 근대성의 세계화와 그 결과는 인류 문명의 새로운 단계를 나타내는데, 기든스는 이를 '후기근대(late modernity)'라고 부른다. 후기근대의 생활이 때론 유익하고 신나기는 하지만, 한편으로 개개인은 새로운 불확실성에 직면해야 하고, 추상적인 체제를 신뢰해야 하며, 새로운 문제와 위험을 헤쳐나가야만 한다.(p148)... 기든스는 심각한 기후변화의 피해에서 벗어나려면 전 세계가 지금부터 즉시 과격할 정도의 획기적인 온난화 대책을 시행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하지만 기든스는 미래를 낙관한다. 그는 첨단기술 사회를 낳은 바로 그 인간 독창성이 탄소 방출 절감을 위한 혁신적 해결책을 찾는 데 쓰일 수 있다고 믿는다.(p149) <사회학의 책> 中
앤서니 기든스는 근대의 결과로 세계화가 진행되었고, 이의 부산물로서 기후변화라는 위기가 초래되었다고 주장하면서, 문제 해결을 위해 급진적인 해결을 주장하고 있다. 동시에, 기후 변화로 초래된 위기는 인간의 독창성으로 해결할 수 있다는 주장 또한 펼친다. 이러한 생태 문제에 대한 기든스의 입장은 사회 문제를 바라보는 관점에서도 일관되어 나타나고 있는데, 이번 페이퍼에서는 <좌파와 우파를 넘어서 Beyond Left and Right>와 <제3의 길 The Third Way>을 통해 기든스의 관점을 살펴보고자 한다.
생태학적 위기는 이 책의 핵심이기는 하지만 비정통적인 방석으로 이해되어야 한다. 생태학적 위기 및 그와 관련하여 발생한 여러 철학과 운동은 근대성의 표현이다. 근대성은 전 지구화 추세에 따라 그리고 스스로 자신에게 등을 돌리게 됨에 따라 한계에 도달하게 된다. 이 문제를 풀기 위해서는 당연히 새로운 전략들과 계획들이 요구되기는 하지만 그에 따라 제시될 대부분의 실천적, 윤리적 고찰들은 새로운 것이 아니다.(p23) <좌파와 우파를 넘어서> 中
기든스는 1994년 출간된 <좌파와 우파를 넘어서>를 통해 현재 사회의 인위적 불확실성(manufactured uncertainty)이라 칭하면서, 전 지구화, 탈전통화, 사회적 성찰(social reflexivity) 등이 불확실성을 가속화 시킨다고 분석하고 있다. 이와 같이 불확실한 상황에서 우리에게 주어진 과제는 무엇일까?
삶의 정치문제는 전 지구화(globalization)와 탈전통화(post- traditional)가 결합된 영향력의 결과로서 중요성을 띠게 된다. 전 지구화와 탈전통화 과정은 서구적 의미를 강하게 띠고 있으나 전 세계 국가들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포괄적으로 볼 때 급진적 정치틀은 유토피아적 현실주의의 관점에서 그리고 무엇보다도 네 가지 근대성 범주와의 연관 속에서 발전된다. 절대적/상대적인 빈곤과의 전쟁, 환경 파괴의 구제, 전제권력에 대한 대립, 사회적 삶에서의 강제력과 폭력의 역할 감소 이것들이 유토피아적 현실주의의 지향점이다.(p272)... 내가 해석한 생태학적 위기는 전 지구화 되어가는 세계에서 본질적으로 도덕적 의미의 위기를 의미한다.(p273) <좌파와 우파를 넘어서> 中
<좌파와 우파를 넘어서>에서 제기한 현대 사회의 문제에 대해 기든스는 자율성과 의존성의 결합, 연대성 증진, 삶의 정치 확대 등을 대화민주주의(dialigic democracy)의 방법을 통해 해결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한다. 이러한 그의 관점은 환경 문제를 인간의 독창성을 극복할 수 있다고 보는 그의 낙관적인 전망의 연장선상에 놓여 있다.
사회적 연대성의 재건은 경제영역을 포함한 다양한 사회적 삶의 영역에서 조화로운 자율성과 상호 의존성을 결합시키는 것으로 이해되어야 한다... 탈전통사회에서 연대성 증진은 능동적 신뢰(active trust)로 이름 붙일 수 있는 것에 달려 있다. 이것은 타인에 대한 개인적/사회적 책임의 회복과 연결된다.(p26)... 삶의 정치(life politics)는 삶의 기회의 정치가 아니라 삶의 스타일의 정치이다... 능동적 신뢰는 발생적 정치(generative politics)의 개념을 포함한다. 발생적 정치는 사회의 전반적 관심과 목표라는 맥락에서 개인과 집단이 무슨 일인가를 발생시키도록 하는 정치이다.(p28) <좌파와 우파를 넘어서> 中
그렇지만, 이러한 인류적 과제 앞에 기존의 정치사상들은 과거와 달리 변화되고 있다. 보수주의는 급진화되고, 사회주의는 보수화되면서, 신자유주의는 그 모순을 나타내고 있다는 것이 기든스의 진단이다. 그리고, 저자는 1998년 출간된 <제3의 길>을 통해 자신이 생각하는 방향을 제시한다. <제3의 길>을 통해 저자가 생각하는 바람직한 체제는 무엇일까? 이를 살펴보기 전에 그가 추구하는 방향을 먼저 살펴보자.
보수주의는 경쟁자본주의와 자본주의가 야기하는 경향인 극적이고 원대한 변동과정이라는, 이전 같았으면 거부했을 면들을 다소 갖고 있다... 보수주의가 급진화된 것과는 대조적으로 사회주의는 보수화되었다.(p14)... 좌파 급진주의자들은 또 다른 방향으로 눈길을 돌리고 있다. 페미니즘, 생태학, 평화와 인권에 관련된 새로운 사회운동이 그것이다.(p15)... 우파는 급진적으로 전환된 반면 좌파는 보수적 기질을 보인다. 복지국가적 특성들을 보존하려하는 것 등이 그 예이다... 다른 한편 신자유주의는 내적으로 모순적이고 이 모순은 점점 더 흔하게 발견된다. 한편으로 신자유주의는 전통에 대해 적대적이고 곳곳의 전통을 소멸시키는 주요 동인의 하나이며 시장과 공격적인 개인주의 증진의 결과이다. 다른 한편 신자유주의는 정당성을 위해 그리고 보수주의와의 유착을 위해 국가, 종교, 성, 가족의 영역에서 전통의 보존에 의존한다.(p22) <좌파와 우파를 넘어서> 中
기든스는 <좌파와 우파를 넘어서>를 통해 생산성주의를 자본주의와 연계시키고 이를 비판한다. 조화로운 사회를 이루기 위해 우리가 극복해야 할 것이 생산성주의라고 했을 때, 내적으로 모순을 가지고 있는 신자유주의사상은 결코 답이 될 수 없을 것이다. 또한, 급진화된 보수주의나 보수화된 급진주의 역시 불확실한 상황에서 우리의 과제를 해결하기에는 부족하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기든스가 제시한 개념이 '제3의 길'이다.
이상적 지향으로서의 탈결핍사회 개념과 생산성주의 비판은 이러한 관점에서부터 도출된다. 간단히 말해서 탈결핍사회는 더 이상 생산성주의를 지배적 규칙으로 삼지 않는 사회이다. 나는 생산성주의를 노동이 자율적인 사회, 경제발전 기제가 개인의 성장과 타인의 조화를 이루어 행복하게 살아가는 목표를 대체하는 사회의 핵심으로 규정한다... 생산성주의는 자본주의와 긴밀하게 연관되어 있다... 그러나 생산성주의를 비판하기 위해서는 사회주의 사상과는 아주 다른 정책을 취해야 한다.(p274) <좌파와 우파를 넘어서> 中
기든스는 <제3의 길>을 통해 정부와 시민사회의 조화로운 협력을 강조하면서, '신혼합경제'체제를 주장하고 있다. '규제완화'와 '작은 정부'를 말하는 우파와 '복지 사회'를 주장하는 좌파를 넘어선 새로운 길이 기든스가 주장하는 제3의 길이다.
국가와 정부의 개혁은 제3의 길 정치의 근본 방향을 설정하는 원칙이어야 한다. 즉 국가와 정부의 개혁은 민주주의를 심화시키고 확장시키는 과정이어야 한다. 정부는 공동체의 복원과 발전을 촉진시키기 위해 시민사회의 행위 주체들과 동반자로서 활동해야 한다. 이 동반자 관계의 경제적 기반은 바로, 내가 신혼합경제(new mixed economy)라고 부르게 되는 것이다.(p125)... 제3의 길은 '정부를 적이라 말하는' 우파와 '정부가 해답이라고 말하는' 좌파를 넘어서서 국가를 재구성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한다.(p127) <제3의 길> 中
기든스가 <좌파와 우파를 넘어서>와 <제3의 길>을 통해 새로운 정치방향을 제시한 지도 벌써 20여년이 넘었지만, 현재 우리 사회가 안고 있는 문제와 이를 둘러싼 문제를 돌아본다면 기든스의 이론을 낡았다고 비판하기 어렵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그림] 새정부 경제정책 기본 방향 (출처 : 경북일보)
경제 문제에 있어 소득주도 성장인가, 혁신주도 성장인가 하는 문제를 양자택일(兩者擇一)의 관점에서 바라보는 일부의 문제 인식과 정치 성향을 '진보', '보수'의 기준으로 구분하는 현실을 살아가는 우리에게 비록 오랜 시간이 지났어도 기든스의 조언은 여전히 유효다 여겨진다. 마지막으로 저자가 강조하는 '제3의 길'의 여섯 가지 중심 과제를 마지막으로 이번 페이퍼를 갈무리한다.
저는 특히 제3의 길을 이루는 여섯 가지 중심 과제를 강조합니다. 첫째는 정부의 재창조입니다. 둘째는 시민사회를 재구성하는 것이며, 셋째는 정부의 규제 완화와 민영화등을 통하여 시장 중심적인 신혼합경제를 이끄는 과제입니다. 넷째는 인적 자원의 개발과 위험 사회에 대한 적극적인 처방으로 복지체제를 개편하는 것입니다. 다섯째는 생태환경적 현대화로 표현할 수 있는 것이지요... 마지막으로 여섯째는 세계적 민주주의를 관철할 수 있는 세계적 관리운영 체제를 준비하는 것입니다.(p274) <제3의 길> 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