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집트인은 인간의 생이 현세에 국한되지 않고 사후세계에서도 현세 이상의 행복한 생활을 영위할 수 있다고 믿었다. 이러한 내세관은 이집트가 갖고 있는 건조한 사막의 풍토 속에서 잉태되었다. 사막의 열사 위에서 죽은 사람들의 몸이 건조한 기후로 인해 자연적으로 미라화되어 생전의 모습이 거의 그대로 남아 있는 것을 본 후손들은 사자가 현세와 동일한 신체를 가지고 사후생활을 한다는 믿음을 갖게 된 것이다.(p87) <이집트 사자의 서> 中


 부활을 얻기 위해서는 영혼과 육신이 결합해야만 한다. 마치 오시리스가 세트에 의해 살해된 후 이시스에 의해 부활한 것처럼, 영원한 삶을 위해서는 육신과 영혼이 파괴당하지 않아야 한다는 것이 고대 이집트인들이 믿었던 내세관이다. 이집트인들이 말하는 영혼은 카(Ka)와 쿠(Khu)로 이루어진다. 우리식 개념으로 보자면 카는 영(靈)에 해당하고, 쿠는 혼(魂)에 해당한다. 그리고 여기에 제3의 개념으로 영혼의 새인 바(Ba)가 있다.(p88) <이집트 사자의 서> 中 


 <이집트 사자의 서 the Egyptian Book of the Dead>는 죽음 이후 영원한 삶을 믿었던 그들의 내세관(來世觀)이 담긴 책이다.  이집트인들은 사자(死者)는 죽음을 통해 오시리스(Asar, Aser, Ausar, Ausir, Wesir, Usir, Usire, Ausare)의 심판을 받은 후 정화되고 태양신 라(Ra)가 지배하는 저편에서 행복한 삶을 살 수 있다고 믿었다. 


 카는 개인의 운명을 내세로 인도하고 내세에 거주한다. 즉 사자를 도와서 신 앞에서 그를 변호하거나 태양신 라 앞에 인도하며 사자에게 먹을 것을 제공하고 모든 악으로부터 보호한다... 반면, 우리의 관념상 혼에 해당하는 개념이 '쿠'이다. 쿠는 인간의 육체 내에 있지만 인간이 잠들어 있는 동안에는 체내를 빠져나와 여기저기를 오가며 사람들을 만나는 것으로 믿어졌다.(p89)... 사람의 머리에 새의 모습을 하고 있는 것으로 '바'가 있다. 생전에는 육체에 있지만 사후에는 체외로 빠져나와 비상(飛上)하여 사자의 미라 주위를 선회하거나 미라 위에 앉아 있다가 다시 체내로 들어간다... 신관들이 장례일에 행하는 장의의 목적은 바가 갇히거나 파괴당해 내세로 못가게 되지 않도록 기원하는데 있다.(p90) <이집트 사자의 서> 中


 인간의 영혼은 '카'와 '쿠' 그리고 '바'로 구분된다. '카'는 웹툰만화 <신과 함께>에서 변호사 진기한(영화에서는 등장하지 않는 인물)과 같은 역할을 하는 존재이고, '바'는 사후 오시리스를 만나는 여행을 하는 존재로 설명된다. '쿠'는 유체이탈을 하는 '혼(魂)'으로 이해된다. 그리고, <이집트 사자의 서>는 죽은 후 '바'가 몸밖으로 빠져 나오는 것으로부터 시작된다.


 <사자의 서>에 수록된 각 장은 사실상 전체가 주문으로 되어 있다. 이를 이해하는 열쇠는 "주문을 낭송하기 위해서는 라 앞에서 손을 씻고, 정화하고, 향을 피우고, 빵과 맥주를 바쳐야 한다. 그러면 영혼이 파괴당하지 않고 백만 년의 수명이 주어질 것이다" "이 주문을 아는 자는 내세에서 영원을 얻을 것이다"라는 류(類)의 주문에 있다. 이것이 부활의 조건이 된다. 주문의 궁극적인 목적은 사자의 영혼이 부활하여 영원을 얻는데 있다. 모든 장들은 이 목적을 실현하기 위한 수단이 된다. (p151) <이집트 사자의 서>中 


 심판관인 오시리스를 만나기 전 사자의 '바'는 적들로부터 위협을 받는다. 이를 물리치기 위해 죽은 자는 끊임없이 오시리스와 라를 향해 기도를 하면서 오시리스에게로 나아간다. 그리고 그곳에서 그는 '심장의 무게 달기' 의식을 통해 심판을 받는다. 의식을 통해 정화된 영혼은 오시리스를 만나고 부활을 통해 영원한 세상에서 복된 삶을 누리게 된다는 것이 고대 이집트인들의 죽음과 삶에 대한 생각이다.


[사진] 심장의 무게 달기(출처 : 위키백과)



 이집트의 전수 및 죽음의 의식 가운데 절정을 이루는 것은 '심장의 무게 달기'의식이다.(p181)... 충실한 보호자 아누비스와 죽은 자 후네페르 앞에는 진실의 저울이 놓여 있으며 접시 위에는 마트의 흰색 깃털이 꽂혀 있다. 무릎을 꿇은 아누비스가 저울의 균형을 살피고 있으며, 굶주린 괴물 아미트는 불순한 심장의 찌꺼기를 먹기 위해 기다리고 있다. 후네페르의 심장이 왼쪽 접시에 놓여 있고 오른쪽에는 진실의 깃털이 놓여 있다. 저울이 균형을 유지하면 후네페르는 '정의로운 것'으로 선언된다. 그러나 저울이 심장 쪽으로 기울면 심장의 불순한 조각을 제거해서 후네페르가 저주받지 않도록 하는 것이다. 즉 괴물 아미트가 심장의 불순물을 먹어치워 영혼을 순수하게 하고 카르마, 즉 업보로부터 자유롭게 해준다는 것이다... 심판을 마치고 환하게 미소짓는 전수자는 매의 머리를 한 호루스에게 인도되어 심판관 오시리스를 만나게 된다.(p183)  <벽화로 보는 이집트 신화> 中


 오시리스가 동생 세트(Seth)에 의해 죽임을 당한 후 아내 이시스(Isis)에 의해 부활할 수 있었던 것처럼, 이집트인들에게 죽음은 다른 삶으로의 연결인 탄생이기도 했다. 그렇지만, 그들의 '죽음 이후의 삶'은 생전의 육신과 사후 영혼인 '바'의 결합이 필요한만큼, 티벳 불교의 윤회와는 다르다.  죽음에 대한 두 문명의 차이는  장례 문화의 차이에서 보다 극적으로 표현된다. <티벳 사자의 서>에서는 육체보다 정신을 강조했으며, 사후 하늘로 돌아간다는 의미에서 천장(天葬)을 지냈지만, 고대 이집트인들은 '바'의 귀환을 기다리며 사막 위에 부활의 공간인 피라미드(pyrramid)를 만들어냈다.


 죽음은 냉혹하게도 탄생과 연결된다. 이 둘은 밤과 낮, 음과 양, 동전의 양면과도 같다. 이렇듯 신은 종종 이중적 역할을 수행한다. 오시리스는 원래 죽음과 관련이 있지만 재생과 부활을 상징하기도 하고, 사랑과 탄생의 신인 하토르는 죽음을 상징하거나 매일 저녁 해가 지고 '죽는' 서쪽과 연관되기도 한다.(p177) <벽화로 보는 이집트 신화> 中


 이집트의 전생은 우리가 생각하고 있는 인과응보적인 윤회사상과는 다르다. 이집트인들은 생전에 악행과 악업을 저지른 삶이 오시리스의 법정에서 혼을 파괴당하면 그의 바는 전생(轉生)하여 살아갈 수 없다고 믿었다. 때문에 동양적 사고에서 말하는 윤회와는 거리가 먼 개념이다.(p90) <이집트 사자의 서> 中

 

 무엇보다도 이 책의 뛰어난 점은, 우리가 사후에 보게 되는 그 모든 빛들과 신들의 세계가 사실은 우리 자신의 마음에서 투명된 환영에 불과한 것이라고 분명히 선언하고 있다는 점이다. 그것들은 실체를 가진 것이 아니라 우리의 무의식 세계가 펼쳐 보이는 환상의 그림자에 지나지 않는다. 나아가 삶도 죽음도 우리의 환영이고, 모습도 색깔도 마음까지도 실체 없는 환영의 세계이다. 삶도 내 자신이 만드는 것이고, 세계도 내가 창조하는 것이다.(p12) <티벳 사자의 서> 서문中


 <이집트 사자의 서>는 이처럼 이집트인들만의 삶과 죽음에 대한 생각을 담고 있지만, 우리는 또한 책 안에서 유럽 문명의 여러 철학과 사상을 확인하게 된다. 그리고,  이 점이 이 책의 진정한 가치라 여겨진다. 그중 한가지 예를 들어보자. 


 카 사상은 고대 그리스 철학자 플라톤에게 많은 영향을 주었다. 기원전 399년, 스승 소크라테스가 죽자 정신적 지주를 상실한 플라톤은 고독감을 견디지 못해 이집트로 여행을 떠난다. 여기서 그는 카 사상으로부터 지적 충격을 받고 이것을 '이데아'로 받아들여 그의 저작에서 발전시켰다.(p89)<이집트 사자의 서> 中


 저녁에 태양이 지면 그것은 종종 지하 세계나 지옥의 영역으로 잘못 알려진 어둡고 굴 같은 두아트 속으로 들어가는 것으로 믿었다... 두아트는 12개의 구획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이는 밤의 12시간과 일치한다... 이 어둡고 불안한 통로를 성공적으로 항해하게 되면 그 결과로 태양이 떠오르고 낮이라는 밝은 세상이 나타나는 것이다.(p162) <벽화로 보는 이집트 신화> 中


 플라톤(Platon, BC 428 ~ BC 348)이 이집트 사상의 영향을 받았다는 위의 글을 읽은 후 <국가> 제 7권을 읽어보면,  '동굴의 비유'를 다른 관점에서 해석할 수 있다. 속세의 굴레에서 살아가던 사람들 중 하나가 죽음을 맞은 후 두아트를 지나 태양신 라를 만나, 새로운 세상을 보게 된 후 다시 동굴로 돌아와 부활한다는 이집트 신화에 기반한 해석도 가능하지 않을까. 물론, 플라톤은 <국가>에서 이런 뜻으로 사용하지는 않았지만, 우리는 '동굴의 비유' 이면에 이집트의 영향이 있음을 추측할 수 있을 것이다. 이외에도 <이집트 사자의 서> 속에서 우리는 고대 그리스와 기독교 신화 원형들을 여럿 발견할 수 있지만, 구체적인 예는 다음 기회로 미루자. 다만, 이처럼 <이집트 사자의 서>는 우리에게 고대 이집트에 관한 새로운 사실과 생각할 거리를 준다는 면에서 읽을만한 가치가 있는 책이라 여겨진다.


[사진] 플라톤의 동굴의 비유(출처 : https://www.pinterest.co.uk/pin/454159943648399992/)


 여기 지하 동굴이 하나 있고 그 안에 사람들이 살고 있다고 생각해보게. 동굴의 입구는 길고 동굴 자체만큼 넓으며 빛을 향해 열려 있네. 그들은 어릴 때부터 다리와 목이 쇠사슬에 묶여 있었기에 언제나 같은 곳에 머물러 있으며, 쇠사슬 때문에 고개를 돌릴 수 없어 앞쪽 밖에 볼 수 없네. 그들의 뒤편 저 멀리 위쪽으로부터는 불빛이 그들을 비추고 있으며, 불과 수감자들 사이에는 위쪽으로 길이 나 있고, 그 길을 따라서는 나지막한 담이 쌓여 있네.(514 a-b)... 그들 가운데 누가 쇠사슬에서 풀려나 갑자기 일어서서 고개를 돌리고 몸을 움직이며 불빛을 쳐다보도록 강요받는다면, 그는 고통받을 것이며 광채에 눈이 부셔서 여태까지 보아온 그림자들의 실물들을 바라볼 수 가 없을 것일세.(515 c-d)... 마지막에는 태양을 보게 될 텐데, 본래 있어야할 장소에서 태양 자체를 직접 보며 관찰하게 될 것이네. 그 다음 그는 벌써 계절과 해(年)를 만들어 내는 것이 바로 태양이며, 또한 태양이 가시적인 세계 안에 있는 모든 것을 관장할 뿐만 아니라...(516 b) <국가 Politeia> 中


 PS. 이집트 문명 또는 오리엔트 문명이 그리스 문명에 미친 영향에 대해서 알고 싶다면 다음의 책들을 참고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 아래 책들의 상세한 내용은 다음 기회에 소개하기로 하면서 이번 페이퍼를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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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7-04 14:01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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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7-04 14:31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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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7-04 15:00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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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7-04 15:05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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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7-10 18:48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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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7-10 21:27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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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7-10 22:08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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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호랑이 2018-07-10 23:34   좋아요 1 | URL
미드를 안 봐서 잘 모르겠지만, 곧 세상이 끝날 것 같은 종말론적 세계관은 저 역시 공감하기 어렵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