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도] 정화함대가 개척한 해상실크로드(출처 : http://premium.chosun.com/site/data/html_dir/2016/05/23/2016052302399.html)
인도양에서 홍해의 남단 병목에 있는 아덴(Aden)을 지나 홍해에 진입한 후 북상하다가 아라비아 반도 서안에서 육로로 연결된다... 이렇게 해로와 육로가 결합된 이 교역로에서 인도 상인들이 화물을 아덴까지 해로로 운송하면 거기에서 아랍인이나 그리스인들이 화물을 넘겨받아 지중해 연안 일대에 육로로 운송한다.(p148) <씰크로드 학> 中
고대 문명권들 간의 교통로인 실크로드(silk road)는 육상과 해상으로 이어져 있었다. 해상 실크로드에서 아덴은 아프리카와 유럽으로 들어가는 관문(關門) 역할을 하는 지정학적으로 매우 중요한 위치에 있음을 우리는 지도 속에서 확인할 수 있다. 그리고, 아덴의 역사는 동서양을 잇는 중요한 위치만큼이나 많은 우여곡절이 있었다.
아라비아 반도 서남단 예멘의 국제무역항. 아라비아 반도의 서남단, 아라비아해와 홍해의 접점인 아덴만에 자리하고 있다. 화산의 화구(火口)에 지어진 항구도시로 서구 열강들이 일찍부터 관심을 가졌다. 1513 ~ 1538년 및 1547 ~ 1548년에 포르투갈이 점령한 바 있으며, 이후 오스만 투르크를 거쳐 술탄 라헤지가 통치하였다. 이 지역에 눈독을 들이던 영국은 1839년 아덴을 할양받아 인도 총독부의 관할하에 두었으며 1937년부터 독립식민지로 운영해왔다. 1967년 아덴 사태 이후 예멘으로부터 독립하면서 남예멘의 수도가 되었다가 남북 예멘이 통일되자 수도의 지위를 잃었다. 아덴은 유럽과 아시아를 잇는 교통의 요충지로서 일찍부터 이곳은 유향(乳香), 몰약(沒藥), 계피(桂皮) 등 향신료의 집산지이자 중계 무역지였다. 수에즈 운하가 개통되면서 아덴의 중요성은 더욱더 부각되었다.(p481) <실크로드 사전> 中
고대로부터 해상 무역항으로서 번성했던 아덴이었지만, 19세기에 들어 강대국간의 대립으로부터 자유로울 수는 없었다. 러시아의 남진 정책과 이를 저지하려는 영국간의 대립은 역사에서는 그레이트 게임(Great game, 1813 ~ 1907)으로 불리운다. 지리적으로는 서쪽으로는 크림반도로부터 동쪽으로는 조선에까지, 나이팅게일(Florence Nightingale, 1820 ~ 1910)로 유명한 크림전쟁(Guerre de Crimee, 1853 ~ 1856)과 영국에 의한 조선의 거문도 점령(1885 ~ 1887)이 이 기간에 일어난 사건들이었다.
예카테리나 대제는 러시아가 동쪽으로만 확장해야 하는 것은 아니니, 남쪽으로도 내려갈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예카데리나 대제의 군대는 흑해 연안을 차지하고 튀르크족을 유럽에서 몰아내기 위해 오스만 군대와 전투를 벌였다... 수세기 동안 힌두쿠시 산맥과 페르시아 고원은 인도를 정복하려면 거쳐가는 중간 대기 구역 노릇을 해왔다. 영국의 지도자들은 이 전선을 따라 모든 지역에서 러시아의 전진을 막아야만 한다고 결정했다. 그렇게 '그레이트 게임'이 시작됐다. '그레이트 게임'은 북쪽의 러시아 제국과 남쪽의 대영 제국 사이 지역을 지배하고자 영국과 러시아가 벌인 분쟁에 영국 소설가 조지프 러디어드 키플링이 붙인 이름이다.(p378) <이슬람의 눈으로 본 세계사>中
[지도] 그레이트 게임(출처 : <조르주 뒤비의 지도로 보는 세계사>(p251)) 中
이러한 일련의 역사 흐름 속에서 아덴은 영국의 손에 넘어가기도 했으나, 1960년대에는 다시 소련의 영향력에 놓이는 등 예멘은 냉전(cold war) 대립의 중심에 있었던 분단(分斷)국이었다는 면에서 우리와 여러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아덴을 점령한 영국과 오스만 투르크의 협정 속에서 예멘은 1904년 남북으로 분할되었고, 우리 역시 해방 이후 미국과 소련의 이익에 따라 남북이 분할 점령된 아픈 역사를 경험한 바 있다.
1948년에 남과 북에 두 개의 공화국이 수립되기 훨씬 전에, 한국인들은 양쪽 편으로 갈렸고 워싱턴과 모스끄바가 그런 양자택일을 강화함으로써 한국은 해방 후 몇개월 만에 사실상 분당되었던 것이다. 한국의 분단에는 어떤 역사적인 정당성도 없었다. 만약 어떤 동아시아 나라를 분단했어야 했다면 그것은 일본이었다. 그 대신 한국과 중국과 베트남이 모두 2차 대전의 여파로 분단되었다... 38선이 한국인들에게 유일하게 중요한 선, 필요한 모든 수단을 다해 제거해야 할 경계가 되었다. 우리가 냉전에서 연상하는 모든 정체적, 이데올로기적 분단들이야말로 한국분단의 이유였다.(p262)...
<브루스 커밍스의 한국 현대사> 中
소련 군함들은 1960년대 말에 인도양에 배치되어 수단, 예멘, 소말리아에서 새로 정권을 잡은 혁명 정부들을 지원했다. 소련이 여러 해 동안 세심하게 관계를 구축해 온 세력들이었다. 이를 통해 소련은 아덴, 모가디슈, 바르바라 등에 부러워할 만한 발판을 확보했다. 따라서 소련은 수에즈 운하 접근을 옥죌 수 있게 되었다. 미국 정책 입안자들이 오랫동안 두려워하던 일이었다. (p727) <실크로드 세계사 : 고대 제국에서 G2 시대까지> 中
그리고 1990년대 이후 소련의 페레스트로이카(Perestroika)의 영향으로 공산권이 몰락하면서, 소련의 2차 세계대전 후 생겨난 여러 분단국들 중 한국을 제외한 베트남(1975), 독일(1990), 예멘(1990) 모두 통일이 되었다. 그렇지만, 오랜 기간의 분단에서 오는 갈등과 석유를 둘러싼 남북의 대립으로 인한 난민 발생은 예멘의 현재 문제이기도 하다.
최근(2018년) 제주도에 온 500여면의 예멘 난민과 관련한 사회적 논란이 뜨겁다. 난민을 받아들여야할 것인가, 아니면 거부해야할 것인가의 문제는 국내외적으로 많은 고려요인이 있고, 사회적 합의도 이끌어야 하는 풀기 어려운 우리 사회의 과제라 여겨진다. 그렇지만, 위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강대국의 이익에 의해 희생되어왔던 약소국의 아품을 공유한다는 점에서, 난민을 받아들이는 문제의 출발을 보다 긍정적인 측면에서 시작해야 하는 것은 아닐까. 그 이유에는 유엔난민기구(UNHCR)의 출발이대한민국의 구호와 재건을 목적으로 유엔한국재건단(UNKRA)설립에서부터 시작되었다는 점도 추가된다.
관련기사 : https://www.unhcr.or.kr/unhcr/html/001/001004001001001.html
[사진] 한국과 난민(출처 : https://www.unhcr.or.kr/unhcr/mobile/contents/activity04.jsp)
이러한 논란의 중간과정에서 이슬람에 대한 사회적 혐오가 확산된다는 점은 걱정스러운 지점이다. 이슬람에 대한 이야기까지 하려면 페이퍼가 너무 길어지기에 다음 기회로 넘기겠지만 적어도 이들을 받아들이는 우리의 자세는 다음의 이야기 속에서 배울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보면서 이번 페이퍼를 마친다.
"네 이웃을 너 자신처럼 사랑해야 한다.'고 하였습니다." 하고 대답하자, 예수님께서 그에게 이르셨다. "옳게 대답하였다. 그렇게 하여라. 그러면 네가 살 것이다." 그 율법 교사는 자기가 정당함을 드러내고 싶어서 예수님께, "그러면 누가 저의 이웃입니까? 하고 물었다... 너는 이 세 사람 가운데에서 누가 강도를 만난 사람에게 이웃이 되어 주었다고 생각하느냐?" 율법교사가 "그에게 자비를 베푼 사람입니다." 하고 대답하자, 예수님께서 그에게 이르셨다. 가서 너도 그렇게 하여라." (루카 10 : 28 ~ 37)
"You shall love your neighbor as yourself." He replied to him, "You have answered correctly ; do this and you will live." But because he wished to justify himself, he said to Jesus, "And who is my neighbor?"... Which of these three, in your opinion, was neighbor to the robbers' victim?" He answered, "The one who treated him with mercy." Jesus said to him, "Go and do likewise."(Lk 10 : 28 ~ 37)
PS. 만약 사마리아인에게 치료 받은 청년이 후에 강도를 만난 다른 이를 못 본 척 외면한다면, 그는 다른 이들로부터 몇 배로 비난받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