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가 미국 대통령으로 당선된 지 1년이 지난 지금 미국은 고립주의를 택하면서 글로벌 리더의 자리를 스스로 포기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으며, 중국과는 정치적으로는 북핵 문제와 남지나해 문제 등으로, 경제적으로는 보복 관세 부과등을 통해 대립각을 세우고 있다. 


[사진] 트럼프의 무역쇄국(출처 : 매일경제)


 이러한 현실 속에서 1년 전 미국의 석학 조지프 나이(Joseph Samuel Nye, Jr., 1937 ~ ) 하버드 대학 교수가 미국이 '킨들버거 함정'과 '투키티데스 함정'에 빠지지 않도록 경고했던 기고문을 새롭게 생각하게 된다. 이번 페이퍼와 다음 페이퍼에서는 킨들버거 함정과 투키티데스 함정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해당 서적을 통해 자세히 살펴보고자 한다.  


 기사출처 : http://www.hankookilbo.com/v/2538a200b1e94befaa0d19e9bccec112/

 

 <경제 강대국 흥망사 : 1500 - 1990 World Economic Primacy : 1500 to 1990> 를 통해 찰스 P. 킨들버거(Charles P. Kindleberger, 1910 ~ 2003)는 다양한 요인의 상호작용에도 불구하고 경제적 선두의 등장과 쇠퇴에는 일종의 cycle이 존재하며, 이러한 주기를 움직이는 요인은 내부적 요인과 외부적 요인으로 나눌 수 있다고 말한다. 다만, 시간과 공간에 따라 여러 요인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하기 때문에 최적의 제도 역시 사안에 따라 판단할 수 밖에 없다는 것을 주장하고 있다. 


 이 책 속에서 말하는 킨들버거 함정은  마셜 플랜을 설계한 찰스 킨들버거가 제시한 이론으로, 새롭게 등장한 패권 국가가 기존 패권국이 생산하던 공공재(public goods)를 제공하는 데 실패할 때 전 세계적 재앙이 발생한다는 내용이다. 그렇다면, 경제적 선두의 정의는 무엇인가부터 살펴보자.


 1. 경제적 선두와 공공재

 

킨들버거에 따르면 경제적 선두란 지배의 개념이 아닌 '리더십에 따른 공공재'를 의미한다. 애덤 스미스에 따르면 공공재에는 국방, 사법, 대규모 SOC건설 등이 포함되지만, 이러한 구분은 국내에 한정되는 한계가 있기 때문에 우리는 국제적 차원의 리더십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경제적 선두(economic primacy)는 국민소득(총소득과 1인당 소득), 성장률, 기술혁신의 수와 그것이 장차 개화될 가능성, 생산성 증가율, 투자 수준(국내투자와 해외투자), 원료 및 식량과 연료의 통제, 각종 수출시장 점유율, 금 보유고와 외환 보유고, 자극 화폐가 다른 나라에서 교환수단, 계산단위, 가치의 축적 수단으로 쓰이는가의 여부 같은 것 중 어느 하나로 잴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그보다는 이것들과 함께 또 다른 경제적 기준들이 혼합되는 가운데 - 그리고 그때의 가중치는 시간과 장소마다 다르게 변화하는 가운데 - 경제적 우위가 결정되는 것이다... 경제적 선두는  최상의 경우 지배나 헤게모니보다는 세계경제의 리더십에 따른 공공재(公共財, public goods)가 된다.(p28) <경제강대국 흥망사 1500 ~ 1900> 中


 애덤 스미스는 세 가지 형태의 공공재를 언급한 바 있다. 국방, 사법, 그리고 민간부문이 영리를 목적으로 하여 수행하기에는 너무나 큰 규모의 건설이 그것이다. 이 각각의 카테고리는 더 다양한 정부의 업무로 확장할 수 있다.(p54) <경제강대국 흥망사 1500 ~ 1900> 中


 몇 해 전에 나는 1930년대의 세계공황에 대한 책에서 경제적 리더십을 가진 국가는 상품, 자본, 외환의 국제시장을 유지하고 거시경제 정책을 조정하며 위기시에는 최후의 신용공여자(信用供與者) 역할을 해야 하는 부담을 지게된다고 쓴 바 있다.(p15) <경제강대국 흥망사 1500 ~ 1900> 中


 세계경제의 리더십에 따른 공공재로서 '경제적 선두'의 역할 중 하나를 킨들버거의 다른 책 <광기, 패닉, 붕괴 : 금융위기의 역사 Manias, Panics and Crashes : A History of Financial Crises> 속에서 확인할 수 있다. 


2. 궁극적 대여자


 국가 차원에서 궁극적 대여자는 유동성 부족으로 인해 초래될 경제적 파탄을 방지할 책임을 가진다면, 국제적 차원의 궁극적 대여자는 국제 단위 환율 변동 등을 막기 위해 보다 광범위한 역할을 수행하게 된다. 


 일국 차원의 궁극적 대여자가 맡아야 하는 기본적 책임은, 국내 유송성의 부족이 채물지불 능력의 문제로 확대됨으로써 투매와 경계 매도(precautionary selling)가 없었다면 피할 수 있었던 파산을 야기하게 될 개연성을 줄이는 일이다... 국제적 차원의 궁극적 대여자가 맡아야 하는 기본적인 책임은 필요한 환율 변동의 범위를 개선하고 경제적 펀더멘털 측면에서 불필요한 환율 변동을 막기 위해 유동성을 제공하는 일이다.(p395) <광기, 패닉, 붕괴 : 금융위기의 역사> 中


 국제적차원의 궁극적 대여자는 여러 나라들이 장기균형 환율에서 이탈한 시장 환율의 괴리를 완화시키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국제적 차원의 궁극적 대여자를 창출하는 일에서 한 가지 문제는 그 활동을 통제하게 될 법률적 틀과 운영규칙을 수립하는 것이다.(p398) <광기, 패닉, 붕괴 : 금융위기의 역사> 中


 금융면에서 경제적 선두의 대표적 역할은 기축통화(基軸通貨, 영어: world currency)이 공급이라 할 수 있다. 최근까지 세계의 소비국으로 물건을 소비하고, 대금을 달러로 지급하면서 달러를 공급하던 미국의 역할은 트럼프의 정책이 보호무역주의로 선회하면서 서서히 막을 내리고 있다. 세계가 직면한 문제는 미국 이후의 글로벌 경제 리더의 역할을 받을 나라가 아직 없다는데 있다.


3. 세계경제 주도권 행사


 1973년 이전에는 세계경제의 주도권을 행사하던 한 국가가 쇠퇴하면 대개 그 자리를 기꺼이 넘겨 받으려고 하거나 더 나아가서 그러기를 열망하는 다른 국가가 흥기(興起)했다. 프랑스, 독일, 일본의 경우가 말해 주듯이, 아직 그 자리가 비지 않았을 때에 이미 계승 후보자들이 존재하기도 했다.(p354)... 경제력을 갖추었다는 것과 세계평화, 안정, 성장과 같은 공공재를 구축하기 위해서 그 경제력을 사용하는 것 사이에는 모호성이 존재한다.(p355)  <경제강대국 흥망사 1500 ~ 1900> 中


 킨들버거도 이후 어떠한 국가가 세계 경제 리더쉽을 이어받을지에 대해서는 언급을 피하고 있다. 현재까지 분명한 것은 중국이 미국 다음의 경제 대국임에는 틀림이 없지만, 중국 경제의 미국 의존도가 매우 높기 때문에 독자적인 무역대국으로서 중국을 생각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이러한 점에서 경제력을 갖추었지만, 세계 공공재를 구축하기 위해 그 경제력을 사용하는데 모호성이 있다는 점에서는 현대 중국도 마찬가지라 할 수 있다. 


 기꺼이 지도자 자리를 인수하려는 자가 없다면 그 다음은 어떻게 될 것인가? 나이, 나우, 피터슨, 로즈크런스와 기타 여러 사람이 주장하듯이 미국 경제가 새로운 회복력을 보이고, 미국의 경제와 정치 리더십이 1950년대와 1960년대처럼 다시 압도하게 될 가능성이 아직 남아 있다.(p356) <경제강대국 흥망사 1500 ~ 1900> 中


 만약 미국이 복귀하여 세계경제의 중심 혹은 리더의 역할을 계속하는데 성공하지 못한다면, 그 다음은 어떻게 될 것인가? 내 판단으로는 가까운 미래에 어느 나라가 다른 나라보다 더 큰 가능성을 가지고 있다고 말하는 일은 불가능하다.(p357) <경제강대국 흥망사 1500 ~ 1900> 中


 누군가는 최근 막 내린 중국 공산당 19차 전국대표대회(당대회) 속의 내용을 바탕으로 중국이 대국굴기(大國崛起)를 선언한 것이 아닌가 주장할 수도 있겠다. 시진핑의 1인 집권을 장기화했다는 비난을 받기도 하지만, 환경 문제 해결 등 인류 보편적인 가치를 추구하고 있다는 점을 그 예로 들기도 하겠지만, 이 역시 '중화사상 中華思想'이라는 고립주의의 또다른 표현이라는 편이 보다 더 정확다고 여겨진다. 



 [사진] 시진핑 주석의 19차 당대회 보고 주요 내용(출처 : 경향신문)


 사실, 중국이 경제적 선두가 되기 어려운 문제는 중국의 경제가 미국 의존적이라는 사실에 있다. 중국 수출품의 다수가 미국에서 팔리고, 중국의 첨단 기술 다수가 미국이 지적 소유권을 가지고 있다는 현실 속에서 '미국 없는 중국 경제 패권'은 아직 상상하기 힘들다.


 [사진] 중국 경제의 미국 의존도(출처 : 뉴스타파) 


 이런 관점에서 본다면, 현재 세계경제가 직면한 킨들버거 함정은 '너무도 빠르게 경제적 선두의 위치에서 내려온 미국과 아직 경제적 선두로 올라가기에는 경제력이 약한 중국'의 문제가 될 것이다. 그렇다면, 조지프 나이 교수가 지적한 투키티데스 함정은 무엇인지는 <펠로폰네소스 전쟁사>를 통해서 살펴보도록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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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4-09 16:0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8-04-09 16:0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8-04-09 16:1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8-04-09 16:21   URL
비밀 댓글입니다.

후애(厚愛) 2018-04-10 09:3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올려주시는 글 잘 보고 있어요.
감사합니다.^^

즐겁고 행복한 하루 되세요.^^

겨울호랑이 2018-04-10 09:52   좋아요 0 | URL
감사합니다^^:) 후애님도 행복한 하루 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