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개의 상품이 있습니다.

바베트의 만찬
이자크 디네센 지음, 추미옥 옮김, 노에미 비야무사 그림 / 문학동네 / 2012년 1월
11,500원 → 10,350원(10%할인) / 마일리지 570원(5% 적립)
2026년 01월 13일에 저장
구판절판
바스커빌가의 사냥개
아서 코난 도일 지음, 하비에르 올리바레스 그림, 최파일 옮김 / 문학동네 / 2025년 8월
15,500원 → 13,950원(10%할인) / 마일리지 770원(5% 적립)
양탄자배송
내일 아침 7시 출근전 배송
2026년 01월 13일에 저장

장화 신은 고양이
샤를 페로 지음, 하비에르 사발라 그림, 송의경 옮김 / 문학동네 / 2013년 12월
9,000원 → 8,100원(10%할인) / 마일리지 450원(5% 적립)
양탄자배송
내일 아침 7시 출근전 배송
2026년 01월 13일에 저장

아담과 이브의 일기
마크 트웨인 지음, 프란시스코 멜렌데스 그림, 김송현정 옮김 / 문학동네 / 2021년 4월
12,500원 → 11,250원(10%할인) / 마일리지 620원(5% 적립)
양탄자배송
내일 아침 7시 출근전 배송
2026년 01월 13일에 저장



19개의 상품이 있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어셔가의 몰락 일러스트와 함께 읽는 세계명작
에드거 앨런 포 지음, 아구스틴 코모토 그림, 이봄이랑 옮김 / 문학동네 / 2025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이 결핍 때문에, 어쩌면 이 방계의 결핍 때문에, 그리고 그로 인해 아버지에서 아들로 유산과 가문의 이름이 고스란히 대물림된 탓에, 결국에는 저택과 가문이 동일시되어 사유지의 본래 이름이 예스럽고 모호한 '어셔가'라는 명칭으로 통합되었는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다 - 이 명칭을 사용하는 소작농들에게 그것은 가문과 가문의 저택 모두를 의미하는 듯했다. _ <어셔가의 몰락>, p.15/70


 하나된 가문과 저택, 어셔가(家). 어셔가의 몰락은 가문의 몰락일까, 저택의 붕괴일까 또는 둘 다일까. 이름에 담긴 의미만큼 모호함에 대한 물음으로 읽어내려간 <어셔가의 몰락>은 가문과 저택의 붕괴라는 답을 내놓는다. 정말 이들은 하나였을까, 아니면 하나의 형상과 그것을 비추는 거울이었을까. 아마도 후자 쪽에 가깝지 않을까 여겨진다. 가문의 몰락이라는 내면의 추락과, 이를 처절하게 형상화한 저택의 물리적 붕괴.


 내가 지켜보는 동안 균열은 빠르게 넓어졌고, 회오리바람의 사나운 입김이 몰아쳤고, 완전한 구형의 달이 내 시야에 불쑥 난입했고, 거대한 벽들이 산산이 무너져내리는 광경에 내 머리가 빙글빙글 돌았고, 수천 개의 물줄기가 내는 목소리 같은 길고 떠들썩한 아우성이 어어졌으며, 이윽고 내 발치에 있던 깊고 음습한 호수가 침울하게 침묵하며 '어셔가'의 잔해를 삼키고 수면을 닫았다.  _ <어셔가의 몰락>, p.64/70


 작품에서 저택은 가문의 몰락을 극적으로 보이기 위한 장치만은 아니다. 특별히 하자가 없는 외관과 이를 이루는 벽돌들의 낡은 상태. 그것은 방계를 허락하지 않는 어셔가의 높은 자존심인 동시에 유전적 질환을 대물림한 개인들의 불행을 상징한다. 그리고, 이러한 부조화 속에 찾아온 것은 '두려움에 대한 공포'였다.


 나는 건물의 실제 면면을 좀더 자세히 살펴보았다. 가장 주요한 특징은 지극히 고색이 짙다는 점인 듯 했다. 세월로 인한 변색이 극심했다. 미세한 이끼와 외벽 전체를 뒤덮고 가늘게 뒤엉켜 처마에 거미줄처럼 매달려 있었다. 그러나 이 모든 것에도 불구하고 건물에 특별한 하자는 전혀 없었다. 돌벽이 무너진 부분도 없었다. 완벽하게 제 기능을 유지하고 있는 건물의 각 부분과, 바스러져가는 벽돌 개개의 상태가 현저한 부조화를 이루었다. _ <어셔가의 몰락>, p.18/70


 오랜 세월이 건물을 서서히 낡게 만들다가 결국에는 무너뜨리는 것처럼, 로드릭 어셔는 순수 혈통만을 강조한 가문의 폐쇄성으로 인해 육체적으로 유전적 취약성을, 정신적으로 심기증을 앓게 된다. 이제는 가문의 마지막 상속인이 돼버린 로더릭과 누이동생. 순수성에 대한 가문의 집착이 가져온 비극적 결과를 지켜봐야하는 로더릭의 공포. 결국 그는 두려워하던 공포(누이의 귀환)를 스스로 집행함으로써 가문과 저택의 몰락이라는 예언을 완성했다. 이같은 공포가 작품 전반에 음울하게 자리하기에 화자인 '나'는 로더릭의 공포와 대면 후 황급히 자리를 뜨게 된다. 


 사실 내가 꺼리는 것은 특정한 위험이 아니야. 다만 그것이 동반하는 절대적인 결과 - 공포 - 지. 이렇게 불안하고, 이렇게 한심한 처지에 놓인 채 나는 그 시기가 곧 다가올 것임을 느끼네. '두려움'이라는 음침한 환영과 사투를 벌이다 삶과 이성을 전부 내던지는 날이." _ <어셔가의 몰락>, p.26/70


 <어셔가의 몰락>을 통해 독자들은 로더릭과 친구인 '나'가 직면한 상황와 두려움을 알게 된다. 그렇지만, 정작 독자들이 실감하는 공포는 조금 다르다. 로더릭이 처한 상황적 공포 대신 화자가 서술한 달빛 아래와 황량함에 대한 세세한 서술은 독자들로 하여금 어느새 머리 속으로 이토 준지의 작품을 떠올리게 하는 음습함을 느끼게 한다. 글로 접하는 이토 준지의 작품 세계가 있다면 이럴까.


 나는 눈앞에 펼쳐진 풍경을, 저택 그 자체와 주변 사유지의 단순한 지형지물을, 음산한 벽을, 텅 빈 눈 같은 창문들을, 몇몇 무성한 사초 莎草 덤불을, 그리고 썩은 나무 몇 그루의 흰 나무줄기를 지극히 우울한 영혼의 눈으로 바라보았다. 지상에 존재하는 감각 중 이때의 심정에 제대로 비견할 수 있는 것은 아편에 취해 흥청거리던 이가 꿈에서 깨어났을 때의 감각, 그 일상으로의 혹독한 귀환, 베일이 벗겨지는 순간의 끔찍함뿐이리라. _ <어셔가의 몰락>, p.11/70


 <어셔가의 몰락>은 피가 튀고, 손발이 잘려나가는 잔인한 공포는 없다. 대신, 가문의 전통으로 인해 고통받는 개인의 한계상황과 이로인해 피어나는 공포와 두려움과 함께 이를 건물로 형상화한 저자의 세세한 묘사들은 독자들의 머리 안에 음습함이 퍼져 나가게 만든다는 점에서 매력적인 공포문학의 고전이라 생각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부총리급 인사가 면전에서 반박하고,
국가 정보기관이 ‘지시‘ 사실을 부인하는 상황에서 개별 기업에 불과한 쿠팡의 이같은 ‘미움받을 용기‘는 어디서 나오는 것일까. 우선 이 정도 소란을 벌이더라도 ‘망하지 않는다‘는 확신이 필요하다. ‘하천에서 건진 에코백‘을 대중이 믿든 안 믿든, 이용자들이 쿠팡 서비스를 벗어날 수 없다면 지금의 위기는 돌파가 가능한 소나기에 그친다.  - P10

타이완 노동부는 쿠팡의 타이완 현지 운영 구조를 콕 집으며 "현재 타이완 쿠팡의 상황과 관련해 노동부가 파악한 바에 따르면 타이완 쿠팡은 화물운송 업무를 외부 운송회사에 위탁하는 동시에, 타이완 내에 자체 물류 배송팀을 구축하여 그 규모를 지속적으로 확대하고 있다. 이 경우 배송 기사와 회사 간에는 고용관계가 성립하며, 도급이나 자영업자 관계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타이완 정부의 이런 기조는 쿠팡이 한국과 같은 방식으로 타이완에서 점유율을 높이기 어렵다는 것을 의미한다. - P14

김동찬 위원장은 아직까지 이재명 정부의 언론관을 판단하기엔 이르다면서도, "윤석열 정부에서 기존 제도를 악용하는 행태가 나타났다면 이재명 정부는그 원인을 바로잡기보다 자신들이 ‘옳다‘
고 여기는 방향으로 운영하면 된다고 보는 경향이 있다"라고 말했다. - P17

"기판력 법리와 소멸시효 완성, 판례에 근거해 원고들의 청구 대부분을 기각했습니다. 국가의 불법행위에 의해 정신적 고통을 받은 것에 대해 같은 국가기관으로서 심심한 사과와 위로 말씀을 전해드립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20부(재판장 이세라)가 김병진씨에게 남긴 말이다. 그러나 진정한 위로는 기존법리와 판례를 바꾸는 일이 아닐까? - P25

농산물값을 둘러싼 이야기는 참으로 의아하다. 농민은 생산원가도 안 나와서 못살겠다고 아우성치고, 소비자는 너무 비싸서 못 먹겠다고 손사래를 친다. 농산물값이 비싸지는 가장 큰 원인은 기후위기로 인한 생산량 감소에 있지만, 복잡한 유통단계와 유통비용 역시 주된 원인 중 하나로 꼽힌다. - P32

백혜숙 성신여대 소비자산업학과 겸임교수는 "경매제 일변도 구조에서는 가격이 왜곡되고 농가의 선택지는 줄어들 수 밖에 없다. 농산물값 안정을 위해서는 계약재배, 산지소비지 직거래, 공공급식연계 공급 등 다양한 유통경로 개발이 필요하다. 특히 전국에 퍼져 있는 농협 조직이 이런 구실을 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영세한 국내 농가의 특성이 유통 비용 상승의 원인이라는 주장에 대해 농민들은 말을 아꼈다.  - P37

민사·공보 관련 임무로 참전했던 그는 전장에서 미국이 전파하려던 ‘민주주의‘라는 대의가 얼마나 처참하게 무너지는지 목도했다. 이라크전쟁은 그로 하여금 미군이 세계 경찰 역할을 수행하며 민주주의를 이식해야 한다는 네오콘식 개입주의 정책을 극도로 혐오하게 했다. 그에게 동맹이란 더 이상 가치를 나누는 친구가 아니라, 미국의 자원을 축내는 부담일 뿐이다.  - P49

그가 창업한 팔란티어 (Palantir)는 미국 국방부와 긴밀히 협업하며 전장의 복잡한 데이터를 AI로 분석해 실시간 타격 지점을 제시하는 등 무기 체계의 패러다임을 소프트웨어 중심으로 재편하고 있다는 평을 듣는다. 또한 그는 다수제 민주주의가 자유와 혁신을 항상 보장하지는 않는다고 비판해 왔고 국가를 스타트업처럼 효율적으로 개편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 P49

21세기 AI 패권 전쟁에서 한국과 타이완의 반도체가 없다면 미국의 하이테크는 그저 ‘거대한 고철 덩어리‘로 전락한다. 1950년대의 한국은 군사 지정학적 방어선 밖에 있었을지 모르나, 2025년의 한국은 미국 안보의 생명줄인 ‘디지털 애치슨라인‘의 정중앙에 위치한다. 미군은 빼고 싶지만, 미군을 빼면 AI 패권까지 포기해야 한다. - P51


댓글(0)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재계와 학계 일각에서는 ‘자사주 소각을 법으로 강제하는 나라는 없다‘라며 반발한다. 반은 맞고 반은 틀렸다. 그 나라들의 기업은 애초부터 자사주를 경영권 보호에 활용하지 않는다. 문제가 없기에 규제도 없는 것이다. ‘자사주 소각의무화‘는, 자사주를 경영권 보호 수단으로사용해온 한국의 특수 상황에 대한 맞춤형 대응이다. ‘글로벌 스탠더드‘다. - P20

중국의 급속한 산업 발전은 강력한 산업정책인 ‘중국제조 2025‘ 그리고 전기차, 배터리, 반도체 등 전략적 산업 부문에 적자를 감수한 천문학적 투자 덕분이라고 평가된다. 한국 기업들이 지금의 난국을 극복하려면 공격적 투자로 산업 경쟁력을 높여야 한다. 자사주 소각 의무화는 자칫 투자에 쓸 돈을 주주들에게 나눠주는 데 그칠 수 있다. - P22

그들의 진짜 주장은 ‘남녀 상호 유불리론‘
이다. "남녀 서로 유불리 영역이 따로 있다"라는 의견이 20대 남자에서 63%, 30대 남자에서 62%, 40세 이상 남자에서74%다.
우리는 이 결론, "남성 차별론에 공감하는 남자들 대부분은 ‘구조적 남성 차별론자가 아니다"라는 결론을 중요한 발견으로 제시한다.  - P26

온라인 ‘영포티‘ 담론에서 눈에 띄는건 20대 남자와 40대 남자의 충돌이다. 이들은 정치 성향(20대 남자 보수와 40대 남자 진보), 젠더 문제에 대한 태도(20대 남자들의 남성 차별론과 40대 남자들의 ‘친 20대 여성‘ 성향) 등에서 가장 첨예한 대립 관계로 종종 묘사된다.  - P30

그러나 20세기 한국 정치사를 민주주의 쟁취의 승리 서사로(만) 쓸 때, 왜 시민들이 그토록 자주 거리에 나가야 했는지를 설명할 수 없다. 민주주의를 쟁취하는 데 성공했다면, 굳이 생업을 제쳐두고또다시 거리에 나가지 않아도 되었을 것을. 군부독재를 종식시켰다고 환호한 뒤에 군부 출신이 다시 집권하지 않았나. 촛불시위가 정권을 바꾸었다고 환호한 뒤얼마 지나지 않아 같은 세력이 다시 집권하지 않았나. 그뿐이랴. 심지어 계엄이 수십 년 만에 다시 시도되지 않았나.  - P45

그러나 마침내 승리를 선언했을 때, 마침내 상황이 정상화되었다고 믿을 때,
우리는 악을 발견하기를 멈춘다. 그렇게 발견하기를 멈춘 눈 아래서 악은 자신을 숨기기 시작하고, 그만큼 악은 잠재적인 것이 된다. 사람들이 승리를 만끽하는 동안, 승리에 도취하는 바로 그때, 악은 비가시적이 되고, 그 비가시성은 악을 더욱 악화시킨다.  - P47


댓글(0) 먼댓글(0) 좋아요(6)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물의 시대 - 기록, 살인, 그리고 포르투갈 제국
에드워드 윌슨-리 지음, 김수진 옮김 / 까치 / 2024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유럽인들은 수 세기에 걸쳐 사제왕 요한을 발견하기를 꿈꾸었다. 사제왕 요한은 동방 너머 어디인가에서 엄청나게 부유하고 강력한 기독교 왕국을 통치한다고 전해지던 전설 속의 왕이다. 유럽인들은 사제왕 요한이 유럽과 힘을 합쳐 이슬람을 포위하여 보편적인 기독교 제국을 실현하리라고 믿었다. _ <물의 시대>, p.94


 대서양의 작은 왕국 포르투갈은 왜 베르데 제도를 통과해 대서양의 무역풍을 따라 희망봉을 건너 모잠비크와 모가디슈를 거쳐 인도 코친에 가는 머나먼 길을 갔을까.  에드워드 윌슨-리의 <물의 시대>는 이러한 물음에 대해 다미앙 드 고이스와 루이스 드 카몽이스의 서로 다른 두 삶을 통해 '대항해시대'가 단순한 발견의 역사가 아닌, 치열한 인식의 충돌임을 보여준다. 왕립 기록물 보관소장 다미앙 드 고이스와 모험가이자 문인인 루이스 드 카몽이스. 이들의 삶과 여정은 여러 면에서 대비가 되며, 그들의 마지막은 대항해시대를 맞이한 당시 포르투갈의 사회, 문화, 종교 분위기를 잘 보여준다는 점에서 상징적이다. 


 종교 개혁의 파고 속에서 타 문화를 인정하고 소통하려 했던 다미앙의 여정은 북해와 발트해 연안을 거쳐 모스크바, 크라쿠프 등 북유럽을 향하는 반면, 포르투갈 중심주의자 카몽이스는 대서양을 건너 인도양의 코친에 이르는 인도 항해 경로를 따라 움직였다. 다미앙의 여정이 종교 개혁과 관련된 것이었다면, 카몽이스의 여정은 식민지를 개척하는 제국주의로의 이행이었다. 북쪽에서는 종교 개혁의 움직임이, 동쪽과 남쪽에서는 오스만 튀르크의 압박이 거세지던 시기에 레콩기스타를 통해 이베리아반도에 겨우 근거지를 마련한 포르투갈에게 대항해시대는 종교적으로는 기독교 동맹의 발견과 경제적으로는 향신료 시장의 독점이라는 희망과 기회의 시대로 다가왔다.


 기독교와 힌두교의 유사점에 방점을 찍었던 시각과는 달리, 다른 일각에서는 두 종교가 대조되는 부분을 보고 심각한 경각심을 가지게 되었다. 이렇게 되면 유럽 문화의 중심을 이루는 기독교의 계시를 유일무이하거나 특권적인 것으로 볼 이유가 전혀 없었기 때문이다. 더 나아가 유럽인이 비非기독교 세계에 있을 필요도 전혀 없는 셈이 되었다. 결국 많은 이들이 이 모든 것을 악마가 놓은 덫이라고 결론을 내렸다. _ <물의 시대>, p.114


  유럽인에게는 이런 믿음이 가능하다고 상상하는 것조차 고역이었다. 이를 고려한다면, 이런 믿음이 유럽의 사상계에 얼마나 큰 위기를 안겼는지 충분히 알 수 있다. 복잡하고 까다로운 신학체계만이 아니라, 그 체계로부터 나온 윤리적, 철학적 사상에도 큰 위협이 되었다... 모든 동물에 인간과 비슷한 영혼이 있다는 애니미즘 신념은 인간과 동물을 나누던 모든 경계를 허무는 위협으로 다가왔다. _ <물의 시대>, p.262


 그렇지만, 그들은 머지않아 사제왕 요한의 왕국이 진정한 기독교 왕국이 아닌 이단의 왕국임을 알고 실망하게 된다. 그들의 실망감은 곧 진정한 믿음을 전파해야겠다는 신앙심으로 대체되었고, 새로 만난 세계는 동맹이 아닌 선교의 대상이 되었다. 이러한 인식의 변화는 <물의 시대> 안에서 다미앙과 카몽이스의 말년으로 극명하게 대비된다. 새로운 세계를 인정하고 소통할 수 있었던 다미앙은 종교재판을 거쳐 비참한 최후를 맞이한 반면, 포르투갈 중심의 사고에서 벗어나지 못한 카몽이스는 국민 시인으로 영광에 싸여 삶을 마감한다. 이후 카몽이스의 포르투갈은 화약, 대포, 범선을 앞세워 상대를 무력으로 협박하여 독점을 통해 막대한 부(富)를 쌓으면서 제국주의의 선두를 차지한다.


 많은 이들이 대항해시대의 명(明)나라 쇄국정책을 비판한다. 정화 함대라는 유례없는 대함대를 수차례에 걸쳐 아프리카에까지 파견할 정도의 국력과 기술력을 가졌음에도 불구하고, 앞을 내다보지 못하고 함대를 해산시켰던 것이 이후 서양과의 격차를 가져왔다는 것이다. <물의 시대>는 이러한 비판에 대해 반론을 제기한다. 새로운 세계를 만나는 것에 대한 두려움은 서구 세계 역시 못지 않았다는 것이다. 다만, 차이가 있다면 명나라의 쇄국이 물질적이었다면, 포르투갈의 쇄국은 타자를 있는 그대로 보지 못하고 자신의 틀에 가두는 것이었다. 상대를 인정했기에 함대를 해산하고 교류를 끊는 쇄국과 상대를 인정하지 않고 정복의 대상으로 바라보는 쇄국. 


  포르투갈은 카이로와 알렉산드리아를 지나는 무역을 위축시킴으로써 이집트의 맘루크 왕국을 무너뜨렸을 뿐만 아니라, 베네치아와 제노바의 경제적 기반도 위태롭게 만들었다.... 첸투리오네는 포르투갈이 향신료 시장을 완전히 장악한 데에 대한 불만을 표출했다. 그는 포르투갈이 전대미문의 부담스럽고 감당할 수 없는 가격을 책정하고, 이런 가격에도 불구하고 형편없는 품질의 상품을 공급한다고 했다. 신선하던 향신료가 저장고의 오염과 선박의 불결한 위생 상태, 리스보아에서의 장기 저장으로 인해서 변질되어 원래의 풍미와 맛이 사라지고 품질이 떨어졌다는 주장이었다.  _ <물의 시대>, p.156


 이런 점에서 바라본다면, 결국 대항해시대의 모험정신이라고 하는 것은 두려움을 이겨내기 위한 탐욕의 화려한 포장에 불과하지 않을까. <물의 시대>의 대비되는 두 인물은 다른 한 편으로 <남한산성>의 두 인물 김상헌과 최명길을 떠올리게 한다. 기존의 세계관을 사수하려 했던 자(카몽이스/김상헌)와, 무너지는 경계 위에서 새로운 질서를 꿈꿨던 자(다미앙/최명길). 명분과 실리의 두 갈래 속에서 당대의 선택과 역사의 평가는 어떻게 달랐는가. 다미앙과 카몽이스에 대한 평가도 이같지 않을까.


 흔히들 대항해시대를 '발견의 시대'라 부르지만, 어쩌면 그것은 거대한 '상실의 시대'였는지도 모른다. 타자를 인정하지 않고, 자신의 두려움을 정복이라는 이름의 탐욕으로 바꾼 이들의 역사. 500년 전 다미앙 드 고이스가 마주했던 그 서늘한 종교재판의 칼날은, 오늘날 우리에게 다른 형태의 '정신적 쇄국'을 강요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생각하게 된다.

시망은 다미앙과 한때 좋은 친구였지만, 그로서는 다미앙이 라틴어, 프랑스어, 이탈리아어, 어쩌면 네덜란드어와 독일어까지 할 줄 알기 때문에 가톨릭 신앙에 커다른 위험이 될 수도 있다는 점이 두렵다고 했다. 그리고 시망은 더 기억난 사실이 있다면서 이틀 뒤 다시 종교재판소를 찾았다. - P297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5)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