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페어 - 사법체계에 숨겨진 불평등을 범죄심리학과 신경과학으로 해부하다
애덤 벤포라도 지음, 강혜정 옮김 / 세종(세종서적) / 201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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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사법농단 사태로 인해 전직 대법원장이 구속되고 많은 법관들이 재판을 받고 있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진

가운데 사법제도가 과연 공정하게 이뤄지고 있는가에 대해선 점점 불신의 골이 깊어져 가고 있다.

그나마 상대적으로 신뢰를 받았던 법원마저 무너진 가운데 예전부터 각종 부정과 비리에 자유롭지

못했던 경찰과 검찰은 수사권 조정 문제로 한참 갈등 중인 상태라 과연 우리의 형사 사법제도는 어디로

것인지 예측불허의 상태에 이르고 말았다. 이 책은 제목부터 사법제도가 우리가 기대하고 생각하는

것처럼 공정하지 않다는 사실을 보여줄 작정임을 선언하는데 수사 단계에서 처벌 단계까지 형사절차의

관여자들의 관점에서 어떤 불공정한 일들이 일어나는지를 다양한 실제 사례들을 통해 설명한다.

 

먼저 유럽의 중세시대인 12세기의 프랑스에서 벌어지는 종교재판을 보여주는데 이단으로 고발된

죄인(?)들을 물 속에 집어넣고 물 위에 뜨는지 가라앉는지에 따라 죄가 있는지 여부를 판단하는 장면은

그래도 현재의 사법제도가 과거에 비하면 엄청 진보한 듯한 느낌을 갖게 해준다. 하지만 현재 우리가

과거의 사법 시스템을 비판하는 것처럼 미래의 사람들도 현재의 사법 시스템이 후진적이라고 비난할

것이 명약관화라 할 수 있다. 피해자는 형사절차에서 종종 소외되거나 오히려 2차 피해를 입고는 한다.

이 책에 나오는 제리 프리쳇의 사례는 사람들의 선입견으로 인해 강도 피해자인 위급한 환자를

만취자로 오인하여 벌어진 비극이라 할 수 있었다. 수사의 주체라 할 수 있는 형사들은 자백의 유혹에

빠지기 쉽다. 일단 용의자의 자백만 받아내면 나머지 절차는 대충 일사천리로 진행되는 경우가

많은데 무고한 사람이면 절대 자백을 안 할 거라 생각하지만 자신의 결백을 밝히는 것도 쉽지 않기

때문에 사전 형량 거래에 응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로 인해 무고한 사람이 억울하게 누명을 쓰는

동시에 진범에게 면죄부를 주는 꼴이 되어 심각한 문제를 야기하는 것 같았다. 범죄자는 유전적으로

결함이 있거나 특별한 인간이라고 생각하지만 우리 주위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평범한 사람들도

범죄자가 될 수 있다는 점, 공소권을 가진 검사는 범인을 처벌해야 한다는 강박감과 책임감에 규칙을

위반했다가 억울한 피해자를 만들기도 한다는 점, 주위 상황에 쉽게 영향을 받고 편견에서 자유롭지

못하는 배심원들, 전문가의 증언이라면 더 신뢰하기 마련이지만 오히려 거짓일 수 있다는 점 등

형사절차에 참여하는 여러 사람들이 우리의 막연한 기대와는 달리 진실에 반하는 언행을 하는 경우가

많음을 실제 다양한 사례를 통해 보여줬다. 인간의 기억이 불확실함에도 잘못된 기억에 근거하여

엄한 사람 잡는 경우도 종종 생기는데 이 책을 읽다 보면 과연 형사절차를 지금처럼 운영해도 되는

건지 하는 의구심마저 생겼다. 저자는 이 책에서 이러한 문제들에 대한 다양한 해법을 제시하는데 

인간의 편견과 실수를 줄이기 위한 가상재판의 도입이나 범죄를 전염병처럼 공중위생의 문제로 다루자는 등 상당히 파격적인 제안들도 많이 제시했다. '유전무죄, 무전유죄'라는 말도 있지만

형사사법절차는 그 어떤 제도보다 공정성이 담보되어야 하는데 이 책을 읽고 나니 여기저기 구멍이

너무 많았다. 이 책에서 지적한 많은 문제들을 진지하게 검토해서 우리의 형사사법절차도 억울한

사람이 생기게 하지 않으면서도 공정하게 운영될 수 있도록 개선방안을 모색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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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 더 퓨처 - 기후 변화, 생명공학, 인공지능, 우주 연구는 인류 미래를 어떻게 바꾸는가
마틴 리스 지음, 이한음 옮김 / 더퀘스트 / 201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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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가 다르게 기술이 발전하면서 미래를 예측하는 일은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지만 그럼에도 미래를

엿보고 싶은 욕망은 인간으로서 어쩔 수 없는 부분이라 늘 미래와 관련된 책이 나오면 저절로 반응을

하곤 한다. 제목부터 미래에 관한 것임을 분명하게 밝힌 이 책은 유명 천문학자가 저자인지라 과연

어떤 미래를 담아내고 있을지 궁금했는데, 저자인 마틴 리스는 과학자이자 시민이자 인류 종의 걱정

많은 일원이라는 세 가지 관점에서 인류가 과연 번영할 것인지 쇠퇴할 것인지는 과학과 기술이 제공하는

지혜에 달려 있음을 다양한 사례를 통해 보여준다.

 

과학 기술의 발달은 인류가 과거보다 훨씬 풍요로운 삶을 살 수 있도록 해주었지만 여러 가지 부작용도

야기했다. 미래에도 과학 기술은 양날의 검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다분한데 저자는 비교적 낙관적인

입장을 견지하고 있지만 생명공학, 정보기술, 인공지능 등 21세기 과학이 오용될 위험도 점점 커지고

있음을 지적한다. 인구 증가와 기후 변화의 압력이 지속되면서 생물 다양성 훼손 등이 이미 진행 중에

있음에도 이에 대한 대처는 미온적인 경우가 많다. 인구 증가도 양극화로 인해 비교적 부유한 나라들은

인구가 감소한다고 난리인 반면 아프리카 등 가난한 나라들은 여전히 엄청난 출산율로 굶주리다 죽는 

사람들이 많으니 쉽지 않은 문제이고, 기후 변화도 규제에 소극적인 미국과 개발도상국들의 입장과

이미 기후를 오염시킨 주범들인 선진국들의 입장이 대립하며 화석 연료 사용 제한 등의 적극적인

조치가 취해지지 못하고 있다. 이런 문제들을 해결할 수 있는 재생 가능한 에너지 시스템 등 신기술의

발전은 장미빛 미래를 약속하기도 하지만 동시에 예측불가한 위험도 도사리고 있는데 이 책에서는

생명공학, 정보기술 등 분야별로 인류의 미래를 비교적 가까운 시일에 가능한 부분들부터 차근차근

짚어보고 있다. 여기까진 비교적 다른 책에서도 많이 다루고 있는 내용이어서 그리 낯설진 않았는데 

그 다음 장인 '우주적 관점에서 본 인류'에선 천문학자답게 생명체가 존재하는 다른 행성이 있는지,

우주 탐사와 외계 지성체와의 소통 가능 여부 등 지구를 벗어난 SF적인 예측으로 나아간다. 우주적인

관점으로 접근하면 좀 뜬구름 잡기가 될 수밖에 없지만 과학은 점점 우리가 상상하기도 어려웠던

부분들에 대한 다양한 가능성을 열어놓을 것임은 분명한 것 같다. 저자는 이런 급속한 과학 발전의

시대에 과학자가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에 대한 얘기로 마무리하는데 과학 기술 발전에 있어서

과학자들이 윤리적 의무를 지켜야 한다고 강조한다. 이 책을 읽고 나니 우리의 미래가 어떤 방향으로

흘러갈 것인지는 결국 과학 기술을 어떻게 다룰 것인지에 달려 있음을 잘 알 수 있었다. 인류의

미래는 결국 과학이 올바른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인류가 지혜를 모아야 함을 다시 한 번 깨닫게

해준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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맞춤법을 알고 나니 사회생활이 술술 풀렸습니다
함정선 지음 / 메이트북스 / 201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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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어 능력이 중요 스펙으로 취급 받으면서 영어는 물론 각종 외국어 공부에는 혈안이 되어 있지만

정작 우리말을 정확하게 제대로 구사하는 것은 결코 쉽지 않다. 모국어다 보니 대충 의사소통은 되지만

글로 쓸 때 맞춤법에 맞게 정확한 어휘를 구사하고 띄어쓰기도 안 틀리기는 늘 어렵다는 느낌이 들곤

하는데 이 책은 한국인이 가장 많이 틀리는 맞춤법 70가지를 소개하고 있어 과연 나의 맞춤법 수준이

어느 정도인지 확인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되었다.

 

서평 등 나름 글쓰기를 꾸준히 하는 편이어서 애매한 단어나 문장은 네이버 검색이나 맞춤법 검사기를

사용해 확인하는 편인데 전에 '진짜 경쟁력은 국어 실력이다', '우리말 필살기', '고종석의 문장 2' 등의

책을 통해 가끔씩 맞춤법이나 글쓰기 관련된 책으로 공부를 했지만 늘 부족함을 느끼던 차에 이 책에선

맞춤법에 얽힌 흥미로운 사례를 통해 맞춤법을 제대로 읽힐 수 있게 도와줬다. 1장에선 비슷하게

생겨 바꿔 쓰는 단어를 소개하고 있는데, 35개의 단어 중에 내가 잘못 알고 있는 단어들도 더러

등장했다. 각 단어들마다 제일 앞에 OX 퀴즈 네 문제를 제시하는데 전부 맞추기가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무엇보다 함께 등장한 말과의 구별할 수 있는 기준을 알려줘서 좋았는데, '어떻게'와 '어떡해'는

'어떻게 해'를 넣어서 어색하면 '어떻게'가 맞고, 어색하지 않으면 '어떡해'가 맞으며, '맞히다'와

'맞추다'의 구별은 '맞히다' 자리에 '맞다'를 넣어도 문장이 성립하면 '맞히다'가 맞고, '맞추다'는

2개 이상을 비교할 때 쓰인다는 것이다. '던지'와 '든지'의 구별도 '던지'가 두 가지 상황을 연결하면서

원인과 결과를 나타날 때 쓰는 반면 '든지'는 여러 개를 나열할 때 쓴다는 걸 명확하게 알게 되었고,

'웃'과 '윗'도 '위'와 '아래'가 명확하게 대립할 때 '윗'을 쓴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이렇게 우리가

자주 헷갈리는 단어들을 비교하면서 그 구별방법을 알려줘서 맞춤법 공부에 큰 도움이 되었는데

게다가 맞춤법을 가지고 벌이는 재밌는 사연들이 더욱 맞춤법 공부의 재미를 더했다. 회사에서

맞춤법 실수는 물론 일상에서, 특히 연애나 사귀는 단계에서 맞춤법 때문에 나쁜 인상을 갖게 되는

설정은 맞춤법의 위력을 제대로 보여주었다. 2장에선 하나만 맞는 단어를 잘못 사용하는 사례들을 소개하고 있는데, 흔히 값을 '치루다'라고 쓰지만 '치루다'는 없는 말이고 '치르다'가 정확한 

단어이며, 아이스크림이나 각종 노래 가사에 익숙하게 등장하는 '설레임'도 '설렘'의 잘못된 표현으로

사전에 없는 단어였다. '바뀌다'와 '사귀다'는 줄일 수 없는 말임에도 '바껴', '사겨'로 잘못 쓰고 있는

등 내가 잘못 알고 있는 단어들도 생각보다 많았다. 마지막 3장에선 둘 다 맞는 말로 '늑장/늦장',

'차지다/찰지다', '예쁘다/이쁘다'를 소개하면서 마무리하고 있는데 마지막에 복습용으로 앞에서

배운 내용을 연습문제 50개로 만들어 수록하고 있는데 금방 배웠는데도 헷갈려서 틀리는 게 적지

않았다. 딱딱하기 쉬운 맞춤법 공부를 일상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상당히 흥미로운 사연들로 꾸며

공부하기 쉽게 잘 구성된 책이었는데 문제는 금방 구별기준을 잊어버리고 헷갈린다는 점이다. 역시

맞춤법 공부도 반복학습과 정확한 사용을 계속해서 내것으로 만들어야 틀리지 않음을 확인시켜준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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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기를 뒤흔든 불멸의 사랑
조동숙 지음 / 문이당 / 201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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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은 보통 연예인들의 연애가 대중들의 이목을 끌곤 하지만 세계 역사를 살펴보면 유명 인물들의

연애사가 역사를 바꿀 정도로 영향력이 큰 사건이 된 적이 적지 않았다. 전에 읽었던 '거장들의 스캔들',

'영문학 스캔들', '명작에게 사랑을 묻다' 등에서 예술분야 스타들의 사랑 얘기를, '스캔들의 여인들',

'세계사를 움직인 위대한 여인들'에선 역사 속 이름을 남긴 여성들의 사랑 얘기를 만날 수 있어서

왠만한 역사 속 스타(?)들의 러브 스토리는 대략 안다고 생각했는데 이 책에선 세기를 뒤흔들었던

22명을 선정하여 그들의 특별한 사랑 얘기를 들려주고 있다. 

 

저자의 간택을 받은 인물 중에 모르는 인물은 거의 없을 정도로 나름 지명도가 있는 인물들이 등장했는데

포문을 연 인물은 프랑스 혁명의 희생양(?)이었던 비운의 왕비 마리 앙투아네트였다. 합스부르크 왕가와

프랑스 왕실의 정략결혼으로 루이 16세에게 시집갔지만 '목걸이 사건'의 누명 등 왕실의 사치와 부패의

모든 비난을 한 몸으로 받아야했던 불운의 주인공이기도 했는데 그녀에게도 페르센이란 스웨덴 귀족이자

기사인 진정한 사랑을 나눈 정부가 있었다. 사랑을 위해 왕위를 버린 것으로 유명한 에드워드 8세의

경우 그가 왕관 대신 선택한 심슨 부인이 이 책에선 과연 그럴 가치가 있는 여자였나 싶을 정도였는데

왠지 에드워드 8세가 꽃뱀(?)에게 낚인 게 아닌가 하는 느낌이 들었다. 르네상스 시대의 대표적인

천재로 손꼽히는 레오나르도 다빈치가 동성애자였다거나 영원한 청춘의 상징인 제임스 딘도

동성애자에 가까운 양성애자였다는 점은 이 책을 통해 처음 알게 된 충격적인 사실이었다.

비틀즈의 존 레논도 오노 요코라는 일본 여자를 만나 다른 멤버들과는 사뭇 다른 인생 행보를

보였는데 이 책에 묘사된 오노 요코는 앞에서 본 심슨 부인에 거의 필적했다. 삼각관계라 할 수

있었던 슈만과 클라라, 브람스나 잘못된 만남이라 할 수 있는 로댕과 카미유 끌로델, 여러 유명

인사들과 염문을 뿌리다 미스터리한 죽음을 맞은 마릴린 먼로 등 그야말로 세기의 인물들의 파란만장한

연애사들을 만나볼 수 있었는데 흔히 생각하는 이상적인 모습으로 사랑의 결실을 맺은 인물은 거의

없었다. 모두 서양의 유명인사만 등장하다 유일하게 공민왕의 부인이었던 노국공주가 동양 대표

선수로 한 자리를 차지하는 등 세 장으로 나눠진 22명의 인물들은 좀 체계적인 분류라고 할까 뭔가

공통 분모로 잘 엮이진 않은 느낌이고 각 인물들 얘기 말미에 실은 저자의 시는 좀 뜬금없는 구성이라

할 수 있었다. 그래도 가장 흥미진진한 역사 속 스타들의 연애사를 재미있게 잘 엮어낸 책이었는데

유명세가 꼭 사랑에서의 성공을 보장해주지 않는다는 사실을 잘 보여준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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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화된 신
레자 아슬란 지음, 강주헌 옮김 / 세종(세종서적) / 201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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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이 존재하는지 여부는 사람들마다 생각이 천차만별이겠지만 신과 종교가 인간의 역사에서 상당한

역할을 해온 것만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과거에 비하면 신과 종교가 인간 사회에 미치는 영향력이

줄었지만 여전히 광신도들이 끔찍한 테러를 저지르고 있고 상당수의 사람들이 신과 종교를 믿으며

살고 있어 과연 신과 종교의 실체는 무엇이기에 인간을 이토록 좌지우지하는지는 항상 해결되지 않는

의문이라 할 수 있는데 이 책에 왠지 답이 있지 않을까 싶은 기대가 되었다. 

 

이 주제는 나름 관심이 있는 문제라 리처드 도킨스의 '만들어진 신'이나 '거대한 신, 우리는 무엇을

믿는가' 등을 통해 어느 정도의 지식은 얻었지만 이 책은 인간이 신이란 존재를 인간화시켰다는 약간은

다른 관점에서 접근하고 있다. 먼저 신을 인간화하려는 충동이 우리 뇌에 생득적으로 설계되어 있어

세상에 알려진 거의 모든 종교적 전통의 주된 특징이 되었고, 신이라는 개념이 인간이 진화하는 과정에서

생겨나 우리가 의식적이든 의식적이지 않든 간에 신을 우리의 형상대로 만들었다고 얘기한다. 사실

어느 종교나 신화에서도 신적 존재를 인간의 형상을 한 초인적 존재로 생각하고 있다는 사실은 주지의

사실인데 이 책의 저자는 신의 존재 여부는 입증할 만한 객관적인 증거 자체가 없기 때문에 이 책의

논의 대상이 아니고 신을 어떻게 인간화해왔는지에 관한 역사를 살펴보면서 신에 대한 범신론적 견해를

발전시키고자 한다. 이란 출신이면서 이란 혁명때 미국으로 이민 갔던 저자는 기독교를 믿다가

가족의 종교인 이슬람교로 개종한 이력도 흥미로웠는데, 먼저 아담과 하와 시절(물론 고고학적으론

훨씬 더 이전) 동굴에서 발견된 벽화들이 흔히 알려진 일종의 '사냥 주술'이 아닌 영적인 존재의

표현(동물들의 신)으로 보고 있다. 이런 종교적 감정은 대답하기 어려운 의문의 답을 구하고,

위협적이고 예측할 수 없는 세계를 관리하는 데 도움을 얻으려는 인류의 진화과정에서 생겨난 것이라

볼 수 있다. 종교가 일종의 사회적 결속 수단으로 생겨났다는 뒤르켐의 이론이 현재도 종교적 충동의

기원에 대한 설명으로 가장 폭넓게 인정받고 있다지만 문제는 종교가 통합하는 힘과 분열시키는 힘을 

동시에 갖고 있다는 점이다. 암튼 영혼의 존재에 대한 인류의 믿음이 신에 대한 믿음으로 발전했다고

보는데, 이 책에선 종교적 충동이 뇌의 복잡한 작용이 우연히 빚어낸 결과물이 아닌 육체화한

영혼이라는 순전히 경험에 근거한 직관적, 생득적 믿음의 산물이라고 얘기한다. 성경 속 에덴동산의

얘기도 특별한 세계관을 전달하려는 신화로 읽혀야 마땅하며 최초의 종교적 신전이라 할 수 있는

쾨베클리 테페도 신적인 존재를 인간화하려는 무의식적 욕구의 발현으로 보고 있다. 여기서 신적인

존재를 인간화하려는 충동이 빚어낸 중대한 결과 중 하나로 농업이 탄생했다고 주장하는데, 기존에

제러드 다이아몬드의 '총, 균, 쇠' 등에서 농업을 하기 시작하면서 정착생활을 하게 되었다는

이론과는 정반대로 정착생활을 시작하면서 농업이 생겨났다는 것이 학계의 정설이 되었다고 얘기해

혼란스러웠다. 그 선후는 잘 모르겠지만 암튼 신적인 존재에 대한 믿음이 종교로 승화하면서

정착생활을 이끌어냈고 신화를 기록하기 위해 문자가 발명되었다는 기존에 알고 있던 내용과는

사뭇 다른, 내가 생각하기엔 신과 종교의 영향에 대한 다소 과대평가된 부분들도 적지 않았다.

초기 종교들은 대부분 다신교였고 일신교가 쉽게 뿌리내리지 못한 이유가 유일신이라는 개념이

신적인 존재를 인간화하려는 인간의 보편적 충동과 충돌했기 때문이라는 거나 지상 정치가 전제

왕권화되면서 일신론화 되었다는 점, 이스라엘도 다신교에서 일신교로 변화했다는 점 등 이 책에선

그동안 내가 알지 못했거나 다르게 알고 있던 부분들에 대한 새로운 관점을 제시해주었다. 저자는

궁극적으로 신이 우리를 자신의 형상대로 만들지 않았고 우리도 신을 우리 형상대로 짓지 않은,

우리는 세상에 존재하는 신의 형상, 즉 형태나 외향에서 닮은 형상이 아니라 본질에서 닮은 형상이며

당신이 곧 신이라는 범신론적 관점으로 자신의 주장을 마무리한다. 사실 녹록하지 않은 책이었지만

그동안 생각해보지 못했던 여러 가지 새로운 시선들을 제공해줘서 신이나 종교라는 어려운 문제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해볼 계기를 마련해준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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