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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 왕을 말하다 2 - 이덕일 역사평설 조선 왕을 말하다 2
이덕일 지음 / 역사의아침(위즈덤하우스) / 201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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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권에서 8명의 조선 왕을 다룬 기세를 이어가 2권에선 한 명 늘어 총 9명의 조선 왕을 다룬다. 삼종

혈맥의 시대를 연 임금들로 효종, 현종, 숙종을, 독살설에 휩싸인 임금들로 예종, 경종을, 성공한 

임금들로 세종, 정조를, 나라를 열고 닫은 임금들로 태조와 고종을 다룬다.


먼저 북벌론으로 유명한 효종은 아버지 인조 덕분에 왕위에 올라 실제 북벌을 위한 준비에 나섰다.

당시 조정에서도 말로는 서인들이 삼전도의 치욕과 오랑캐에게 원수를 갚자고 했지만 정작 효종이 

무신들을 우대하는 정책을 쓰자 반발한다. 군대를 길러야 북벌을 할 수 있는데도 입으로만 북벌에

찬성할 뿐 자신들의 기득권을 침해하는 건 반대했기에 효종 혼자 설친다고 북벌 준비가 제대로 될 리

없었고 결국 효종이 급서하자 북벌은 흐지부지 끝나고 만다. 효종의 뒤를 이은 현종은 예송논쟁으로

유명한 데 현종 시대에는 가뭄, 홍수, 냉해, 태풍, 병충해의 오재가 한꺼번에 닥친 경신대기근이 발생

했다. 대동법 전국 시행 등을 통해 국난을 극복하기 위해 힘썼지만 역시 기득권 세력인 서인들의 저항에

부딪혀 서인 정권을 갈아치우려다 34세에 급사하면서 숙종이 뒤를 잇는다. 숙종은 왕권 강화를 위해

정권을 계속 갈아치우는 환국 정치를 단행하는데 왕권 강화엔 성공하지만 극단적인 정권 교체로 인해

오히려 남인 세력의 몰락과 서인의 일당독재만 더 강화되고 만다.


'조선 왕 독살사건'이란 저자의 히트작에서도 자세히 다뤘지만 이 책에서도 예종과 경종의 독살설을

다룬다. 1권에서도 세조와 성종을 다루며 예종의 갑작스런 죽음에 공신들이 개입된 게 아닌가 하는 

의혹을 제기했는데 예종이 죽자마자 미리 알았다는 듯이 성종을 왕으로 추대하고 일사천리로 구체제로

복귀한 것은 충분히 의심을 살만 했다. 경종의 독살설은 당대에도 파다해서 늘 영조의 아킬레스건으로

작용했다. 왕에게 잘못 약을 썼으면 어의나 관련자들이 목숨을 내놓아야 하는데 제대로 처벌을 받지

않았다는 게 모종의 거래가 있었을 것으로 보기에 충분했다. 다음으론 조선시대 가장 성공한 왕으로

평가받는 세종과 정조가 등장한다. 세종은 우리 역사의 대표적인 성군으로 추앙받고 있는데 신분보다

능력을 우선한 인재 등용이 큰 성과를 거두었다. 이 책에서 황희가 서자 출신이란 사실을 처음 알게

되었고, 세종의 가장 위대한 업적이라 할 수 있는 한글 창제와 관련해선 일제강점기를 거치며 아래하가

폐지되는 등 크게 퇴보되었는데 원래 한글 창제 당시 원칙으로 돌아가면 지구상 모든 언어를 완벽하게

표기할 수 있다는 흥미로운 주장을 펼친다. 한편 기득권층 반발에 종모법을 복원시켜 노비제를 확대

시킨 잘못도 이번에 처음 알게 되었다. 정조는 노론에 의한 독살설로 유명한데 정조가 노론 당수 심환지

에게 보낸 어찰이 발견되면서 독살설이 근거가 없다는 주장도 나왔지만 저자는 당시 상황에 대한 이해

부족 내지 현재도 살아 있는 노론 벽파의 시각에서 역사를 바라본 견강부회라고 치부한다. 마지막으로 

태조는 저자의 '조선왕조실록 1'에서 자세하게 알려주었던 내용을 복습하는 계기가 되었고 고종은

제대로 된 개혁을 추구하기보단 전제 왕권에 집착한 자질 부족한 임금으로 오락가락하는 정치 행보를

보이다 결국 나라를 식민지로 전락시켰다는 혹평을 받았다. 기존에 알고 있던 내용들도 많았지만 

이 책을 통해 새롭게 알게 된 사실들도 적지 않았는데 저자의 달필로 만나는 역사이야기는 소설책을

읽는 듯 항상 흥미진진해서 역사를 읽는 재미를 제대로 맛볼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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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딩 2021-02-14 23: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근대사를 보고 나니 조선사가 무척 궁금했는데 감사합니다!!!

sunny 2021-02-15 00:03   좋아요 1 | URL
조선 왕들의 진면목에 대해 관심이 있으시면 읽어볼 만한 책입니다.^^
 
조선 왕을 말하다 - 이덕일 역사평설 조선 왕을 말하다 1
이덕일 지음, 권태균 사진 / 위즈덤하우스 / 201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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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대 시절 '조선 왕 독살사건'을 통해 처음 만나게 된 이덕일 작가의 책은 기존 주류 역사관과는 사뭇

다른 입장에서 역사를 기술하고 있어 신선한 충격을 안겨 주었는데 이후 여러 책들을 통해 역사책 읽는

재미를 알게 해 주었다. 조선 왕들에 대해선 워낙 많은 책들이 나와 있어 새삼스러운 면도 없진 않았지만

이덕일 작가는 과연 조선 왕들을 어떻게 평가했는지 궁금했는데 오랫동안 책장 속에 잠자고 있던 이

책을 드디어 꺼내 읽게 되었다.


후속편이 있어 1권이라 할 수 있는 이 책에선 총 4부에 걸쳐 8명의 왕을 다룬다. 악역을 자처한 두 임금

에선 태종과 세조가, 신하들에게 쫓겨난 임금들은 당연히 연산군과 광해군이, 전란을 겪은 임금들에도

당연히 선조와 인조가, 절반만 성공한 임금들로는 성종과 영조가 등장했다. 조선 개국의 일등 공신

이었지만 아버지 태조의 그릇된 자식 편애로 인해 두 번의 왕자의 난을 치르고서야 왕위에 오른 태종은 

이후에도 외척, 공신 척결을 통해 왕권 강화에 힘썼다. 그러다 보니 당연히 욕을 많이 먹었지만 그런

그의 욕받이는 세종의 태평성대를 열기 위한 고육지책이었다는 평가로 정당화되곤 한다. 한편 세조는

조카의 왕위를 빼앗고 형제나 수많은 반대파들을 제거했지만 그가 내세운 명분은 오로지 자신과 

공신들의 특권을 위한 것으로 이후에도 특권층들의 천국이 되다 보니 그리 좋은 평가를 받지 못한다.


황음무도한 군주로 악명이 높은 연산군의 경우 이 책에선 실제 증거가 없음에도 조선 사관들의 덧칠한

가치관에 의해 반정을 정당화했다는 시각으로 접근하고 있고, 동북아 정세 급변에 유연하게 대처한

시대를 앞서간 군주로 재평가받고 있는 광해군도 신하들의 소통과 화합에 실패하고 대북 강경파에

의지해 폐모 등 실책을 거듭하다 쫓겨난 허무한 종말을 맞았다고 평가한다. 임진왜란과 병자호란이란

조선 최대의 전란을 겪은 선조와 인조는 최악의 임금들이라 할 수 있었는데, 방계승통이란 콤플렉스에서

벗어나지 못했던 선조는 나라를 망국 직전까지 몰고 갔으면서도 정신을 못 차리고 늦둥이를 보면서

후계 문제로 정쟁의 소용돌이에 몰아 넣었고, 헛된 명분론에 사로잡혀 다시 전란을 불러온 인조는

치욕을 당하고도 왕위를 빼앗길까봐 아들마저 독살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예종의 급서와 왕실과 공신들의 정치적인 거래로 왕위에 오른 성종은 현실과의 타협을 할 수밖에 없어

반쪽짜리 개혁에 그쳤고 연산군의 어머니를 죽이면서 또 다른 비극의 씨앗을 뿌렸다. 경종 독살설에서

자유로울 수 없었던 영조는 나름의 업적을 쌓기는 하지만 자신의 치부에서 벗어나지 못해 노론과 손잡고

아들마저 죽이는 비극을 낳고 말았다. 대부분 아는 내용들이 많았지만 이 책을 통해 좀 더 자세하고,

새롭게 알게 된 부분도 적지 않았는데 조선시대 사료들을 볼 때 성리학적 관점과 당파적 관점이 큰

영향을 미친다는 점을 감안해야 한다는 사실을 새삼 실감했다. 요즘도 프레임 타령이 범람하면서 

정반대의 입장에서 세상을 바라보는 사람들로 가득차 있는데 역사를 바라볼 때는 결국 역사가 승자의

기록이란 점을 간과해선 안 될 것 같다. 흔히 역사를 과거학으로만 치부하는 경향이 있지만 역사라는

거울을 통해 현재의 모습을 바라본다는 측면에선 역사는 현재학이고, 이를 통해 미래를 조망한다는

측면에선 미래학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런 점에서 이 책은 기존의 일방적인 역사관에서 벗어나 역사를

새로운 시각에서 바라볼 수 있음을 보여줘 조선 왕들의 진면목을 좀 더 입체적으로 바라볼 수 있게

도와준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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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왕조실록 1 : 태조 - 혁명의 대업을 이루다 조선왕조실록 1
이덕일 지음 / 다산초당(다산북스) / 201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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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왕조실록은 워낙 여러 사람들에 의해 정리되어서 역사서로는 단골 소재이기 때문에 많은 종류의

책들이 범람하고 있는데 박영규의 '한 권으로 읽는 조선왕조실록' 등 여러 책을 봤지만 내가 즐겨 보는

이덕일 작가표 조선왕조실록이 나온다고 하니 과연 어떤 내용이 담겨 있을지 기대가 되었다.

한국 주류 사학계의 식민사관에 기초한 조선왕조실록이 아닌 새로운 시각에 의해 해석된 조선왕조실록을

보면 분명 기존에 알고 있던 사실과는 다른 관점들을 발견할 수 있을 것 같았는데 이 책에선

조선왕조실록의 가치를 먼저 언급한다. 동시대의 중국 왕조의 정사인 '명사', '청사고'가 후대 왕조에서

편찬한 것인 반면 조선왕조실록은 조선왕조가 직접 편찬한 것이라면 점, 위 중국 정사들이 기전체인 반면

조선왕조실록은 편년체라는 점, 살아있는 권력의 간섭을 막기 위해 후왕도 실록을 볼 수 없도록 한 점

등 조선왕조실록은 중국 정사들과는 다른 독자성을 가지고 있었다. 

 

우왕 시절 동북면 병마사였던 이성계가 토지 개혁 상소문을 올린 사건으로 얘기를 풀어가는데,

그 당시 별의 변고가 많아 서운관에서 변방에서 군사들의 난이 일어날 거란 점사를 내놓았지만

우왕과 중방은 이를 별로 신경쓰지 않았는데 결과적으로 이성계의 등장을 예언한 거라 볼 수 있었다.

격구 천재였던 이성계의 청년 시절 에피소드 등 이성계에 대해 잘 몰랐던 사실들을 많이 알게 되었는데

출생지인 화령 흑석리를 식민사학에선 함경도 영흥으로 보고 있으나 이 책에선 두만강 건너

알동지역으로 보고 있다. 이성계의 어머니가 원나라 출신인 사실도 처음 알게 되었는데 충렬왕

이후 고려 왕실이 원나라와 혼인관계를 맺고 있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그리 놀랄 점도 아니었다.

학교 다닐 때 배운 용비어천가에 나오던 해동 육룡 중 목조(이안사), 익조(이행리), 도조(이춘),

환조(이자춘)의 이성계 직계 조상들의 얘기도 자세히 알 수 있었는데 이성계가 이자춘의 서자로

볼 수 있다는 점도 처음 알게 되었다. 조선 건국 과정을 설명하기 위해선 당연히 고려의 멸망 과정도

설명해야 하기 때문에 공민왕 시대부터 얘기가 전개된다. 원나라 말기의 어수선한 중국 정세의 

틈을 이용해 공민왕이 나름 국토 수복과 개혁을 시도했지만 자신이 믿고 힘을 실어줘서 개혁을

추진하던 신돈을 제거하면서 고려는 희망의 끈을 놓게 된다. 공민왕의 암살 후 우왕이 즉위하면서

다시 과거로 회귀하게 되는데 여기서 고려 멸망과 조선 건국의 결정적 사건인 위화도 회군이 일어난다.

요동 정벌을 둘러싼 두 세력의 대결은 결국 역사의 흐름을 바꿔놓는데 이 책에선 요동정벌이 허황된

구호만은 아니었다고 주장한다. 개혁을 내세운 이성계와 신흥세력이 명나라에 대한 사대주의의

논리로 회군한 것은 이후 조선시대의 사대주의의 시발점이라고도 할 수 있었는데 역성혁명을 일으킬

명분으로는 민망할 나름이었다. 암튼 위화도 회군으로 정권을 잡은 이성계와 정도전 일파는 차츰

반대세력을 제거해나가지만 위기의 순간도 적지 않았다. 고려 충신으로 널리 알려진 정몽주가 

거의 마지막 순간이 되어서야 이성계의 역심을 깨닫지만 이방원의 신속한 결단이 결국 조선 왕조의

문을 열게 만들었다. 전에는 막연하게 위화도 회군 이후 이성계가 정권을 잡아 순탄하게 조선을

개국한 것으로 알고 있었는데 이 책을 통해 조선왕조의 탄생까지 여러 우여곡절과 긴박한 순간들이

있었음을 자세히 알 수 있었다. 이렇게 새 왕조가 시작되지만 이성계가 후계자 선정에 악수를

두면서 다시 골육상쟁의 피바람이 불게 된다. 이 와중에 북벌론이 제기되고 실제 상당한 준비까지

되었는데 위화도 회군으로 정권을 잡은 걸 생각하면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었다. 하지만 한 번 어긋난

일은 다시 어긋날 수밖에 없는 법이라고 대의명분보다는 권력을 탐하는 세력이 이를 가만두지 않아

결국 왕자의 난이 일어나면서 내부분열로 또 한 번 북벌의 꿈은 허무하게 무너지고 만다. 한국사를

보면 늘 내부의 권력 다툼이 더 큰 일을 도모하지 못하게 만드는 경우가 많은데 중국의 정권교체기를 

제대로 활용하지 못한 건 현재까지 한반도를 벗어날 수 없게 만든 원인이 아닌가 싶다. 그래도

이성계는 자신을 낮추는 섬김의 리더십으로 새왕조를 창조하는 대업을 이루지만 자기 집안 문제를

제대로 처리하지 못해 불행한 말년을 보내게 된다. 이 책을 통해 고려 말 조선의 건국과정과 조선

초기의 상황을 제대로 알 수 있었는데 역시나 이덕일 작가의 책은 물 흐르듯 술술 읽혀서 역사책을

읽는 건지 소설책을 읽는 건지 헷갈릴 정도였다. 이제 시작된 조선왕조실록 시리즈가 순서대로

잘 나와서 조선 역사를 참신한 시각에서 재조명할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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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 선비 당쟁사 - 사림의 등장에서 세도정치까지, 선비들의 권력투쟁사로 다시 읽는 조선 역사
이덕일 지음 / 인문서원 / 201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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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정치의 고질적인 폐해 중 하나가 정당간의 막무가내식 폭로전과 죽기살기로 정쟁에 몰두하는

악습이라 할 수 있는데 하루 아침에 생긴 고질병이 아니라 붕당정치가 시작되면서부터 생긴 유구한

역사의 산물이라 할 수 있다. 이제 정치라는 단어 자체만 들어도 신물이 날 정도라 할 수 있지만  

이런 상태에 이른 역사적 배경을 제대로 이해하면 그 해법도 찾을 수 있을 것 같아 주류 역사학계에

반항하는 믿고 보는 작가 이덕일 선생의 이 책을 손에 들게 되었다.

 

학창 시절 국사를 공부할 때 동인, 서인, 남인, 북인으로 부족해 대북, 소북, 소론, 노론 등 워낙 파벌이

많다 보니 왠지 한국인의 패거리 문화를 그대로 입증하는 게 아닌가 하는 씁쓸한 생각도 들었는데, 

훈구파와 목숨을 건 싸움으로 4대 사화를 거친 후 가까스로 정권을 장악하게 된 사림이 동인과 서인으로

분당하게 되면서 얘기가 시작된다. 이 책에서 다뤄지는 얘기 이전인 4대 사회 등은 저자의 '조선 선비

살해사건 2'을 통해 잘 정리할 수 있었는데 훈구파라는 공동의 적이 사라지자 사림은 이조전랑이란

인사권의 요직을 둘러싼 갈등으로 선조 8년 김효원의 동인과 심의겸의 서인으로 갈라지게 된다.

어떻게 보면 사소한 감정싸움이 발단이 된 것 같은데 한 번 갈라선 이후론 정권을 두고 서로 죽고 죽이는

불구대천의 원수로 발전하게 된다. 초창기에는 아직 누가 어디 소속인지 편가르기가 명확하지 않았는데

중립적 성향이었던 이이를 두고 동인이 집요하게 공격을 하자 어느 틈엔가 본의 아니게 서인으로

자리매김한다. 당쟁은 왕위계승과 연결되면서 정말 생사를 건 투쟁으로 변질되게 되는데 선조가

맘에 들어하지 않았던 광해군이 임진왜란 덕에 세자가 되었다가 우여곡절 끝에 즉위하면서

광해군을 지지했던 대북이 집권하게 된다. 그 이전에 광해군 세자 건저 문제로 실각한 서인 정철 등의

처벌을 두고 동인은 엄정한 처벌을 주장했던 북인과 관대한 처벌을 주장했던 남인으로 갈라섰고, 

북인은 다시 광해군을 지지하는 대북과 영창대군을 지지하는 소북으로 나뉘게 되는데 그때나

지금이나 어느 줄에 서느냐에 따라 운명이 달라졌다. 서인이 광핵군을 몰아내고 인조반정에 성공하면서

이후의 역사에선 주로 서인이 여당을 남인이 야당을 맡게 되는데 숙종시대 이전까진 그래도 어느 정도

공존이 가능했지만 숙종의 연이은 환국정치로 집권 여당을 계속 갈아치우자 집권을 하지 못한

세력에겐 죽음만이 기다려서 각종 음모론이 판을 치는 세상이 되고 말았다. 게다가 경종, 영조,

사도세자, 정조로 이어지는 과정에서 자기 편이 임금이 되지 못하면 죽게 되는 세상이 되자

서인도 노론과 소론으로, 노론도 시파와 벽파로 세분화되어 치열한 생존경쟁을 벌이게 된다.

이 책을 통해 막연하게만 알고 있던 조선시대의 당쟁사를 일목요연하게 정리할 수 있었는데

당쟁이라는 게 정말 가치 있는 주제에 대해 합리적인 논거를 바탕으로 하는 건설적인 논쟁이기보단

순전히 왕위계승이나 성리학이나 탁상공론적 주제를 두고 벌이는 그들만의 논란에 불과해서 과거나

지금이나 국민은 안중에 없는 건 하나도 달라진 게 없었다. 소모적인 당쟁으로 왜란과 호란을 겪고

심지어 나라를 빼앗기는 지경에까지 이르렀지만 역사를 통해 배운 게 아무것도 없음을 여실히 드러내는

현실 정치를 보면 결국 숙종때처럼 국민의 심판으로 정권을 계속 갈아치는 수밖에 없는 것 같은

생각도 들었는데 한국정치의 폐단이 어디서부터 시작되었는지를 제대로 알 수 있게 조선시대의 당쟁사를 깔끔하게 잘 정리한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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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과 나 - 왕을 만든 사람들 그들을 읽는 열한 가지 코드
이덕일 지음 / 역사의아침(위즈덤하우스) / 201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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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대권력자인 왕과 참모라 할 수 있는 신하는 기본적으로 갑을관계일 수밖에 없다.

아무리 킹메이커로 맹활약하여 왕이 즉위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고 해도

왕과 신하의 권력관계가 근본적으로 바뀌지는 않는데 왕과의 관계를 적절히 지켜서 천수를 누리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지켜야 할 선을 넘어서 죽음을 재촉하는 사람도 있다.

이 책은 이렇게 왕과 미묘한 관계에 있는 참모의 입장에서 11가지 키워드를 선정해

여러 유형의 인물들의 삶을 보여주는데 김유신, 정도전 등 대부분 우리에게 친근한 인물들이 많았지만

박자청처럼 이 책을 통해 처음 알게 된 인물도 있었다.

 

먼저 포문을 연 인물은 신라의 삼국통일의 주역인 김유신이었다.

엄격한 골품제도가 유지되던 신라사회에서 가야 출신 2류 진골인 김유신은 사회적으로 출세에 한계가

있자 역시 하자 있는 왕족이었던 김춘추를 발판삼아 신라사회의 신주류로 부상하는데

삼국통일이라는 커다란 어젠다를 제시했기에 폐쇄적인 신라사회를 역동적으로 변화시킬 수 있었다. 왕건이 후삼국을 통일하여 고려를 반석에 올리는 데 있어 결정적인 역할을 한 신숭겸, 배현경, 복지겸,

홍유는 대부분의 개국공신들과는 다른 행보를 보였다. 개국공신들은 논공행상과정에서 더 많은 권력을

원하고 왕과 맞먹으려 들다가 결국 스스로 불행을 자초하는 경우가 많은데 위 네 명의 공신들은

마음을 비우고 오로지 충심으로 헌신했기에 당대는 물론 사후에도 존경의 대상이 될 수 있었다.

'관통 한국사'란 책에서 한국사의 주요인물로 선정되었던 소서노는 고구려와 백제의 건국에 실질적인

주역이라 할 수 있었다. 아무 세력이 없던 주몽이 고구려를 건국하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음에도

북부여에서 유리가 찾아오자 주몽은 유리를 태자로 삼는다. 자신의 아들이 주몽의 뒤를 이을 거라

생각했을 소서노로선 굴러 온 돌에게 왕위를 빼앗긴 형세라 주몽과 유리 부자에 맞서

권력투쟁을 할 수도 있었지만 새로운 곳을 찾아 떠나는 모험을 선택한다.

보통 기득권에 집착해 좁은 시야에서 잘못된 선택을 하기 쉬운데

넓은 시야에서 한 대범한 결정이 결국 고구려와 백제 모두 윈윈하는 결과를 낳았다. 

요즘 혁명가로 주목받고 있는 정도전은 당대의 핵심 문제라 할 수 있는 토지개혁을 추진해

역성혁명의 토대를 제공했지만 사병혁파에는 실패하여 결국 이방원에 의해 제거된 반면,

황희는 자신을 믿어주는 군주들을 만나 평생 할 말 다하면서도 천수를 누릴 수 있었다.

당파를 뛰어넘어 백성들을 위해 꼭 필요한 정책이었던 대동법의 전국 실시를 지속적으로 주장한 김육은 당리당략과 자기들 이익에만 골몰하는 요즘 정치인들이 꼭 본받아야 할 인물이었고,

불륜으로 낳은 아들을 왕으로 만들기 위해 선왕의 적자를 죽이려 한 천하의 악녀라는 누명을 쓴 천추태후는 사대주의에 매몰된 유학자들에 맞서 전통 풍습을 계승하고 고려의 자주성을 지켜려

한 인물이었다는 새로운 모습을 발견할 수 있었다. 명청 교체기에 마지 못해 명나라 원군으로

파병된 병사들을 이끌어야 하는 악역을 맡은 강홍립은 원치 않은 일도 임무가 주어지면 해내야

하는 신하의 운명을 잘 보여주었는데, 재조지은 타령을 하며 이구동성으로 파병을 주장했지만

정작 파병군들의 지원에는 눈곱만큼도 관심이 없던 당시의 조정을 보면 정말 한심하기 그지없었다.

이 책에서 가장 낯선 인물인 박자청은 경회루 등 조선 개국 당시 서울의 주요 건축물 공사에 거의 모두 관여한 인물이었는데 미천한 신분이라 양반들의 천시와 질투가 계속되었지만 탁월한 기술과

성실함으로 태종과 세종에게 인정받아 1품의 지위에까지 이르렀는데 조선 초기의 역동적인 사회상을

보여주는 사례였다. 오직 권력만을 탐하다 연산군의 패륜이라는 비극을 자초한 인수대비나

참모로서 지켜야 할 선을 넘어서 왕의 역린을 건드려 결국 파멸에 이르고 만 홍국영까지 

이 책에서 다루는 여러 인물들은 각자의 스타일대로 왕을 보필하거나 자신의 꿈을 추진하지만

자신과 궁합이 잘맞는 군주와 시대를 만나 성공적인 삶을 사는 사람이 있는 반면

지나친 욕심과 군주와의 코드가 맞지 않아 비극적인 최후를 맞은 인물도 적지 않았다.

이덕일이 쓴 역사책들을 이미 여러 권 읽었지만 그의 책은 늘 소설책을 읽는 것처럼 흥미진진한

얘기들을 담고 있어 술술 읽히면서도 기존에 알던 사실과는 사뭇 다른 내용들을 새롭게 알게 된다.

이 책도 왕과 신하 사이의 미묘한 역학관계를 역사속 다양한 사례를 통해 잘 조명해낸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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