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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왕조실록 1 : 태조 - 혁명의 대업을 이루다 조선왕조실록 1
이덕일 지음 / 다산초당(다산북스) / 201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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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왕조실록은 워낙 여러 사람들에 의해 정리되어서 역사서로는 단골 소재이기 때문에 많은 종류의

책들이 범람하고 있는데 박영규의 '한 권으로 읽는 조선왕조실록' 등 여러 책을 봤지만 내가 즐겨 보는

이덕일 작가표 조선왕조실록이 나온다고 하니 과연 어떤 내용이 담겨 있을지 기대가 되었다.

한국 주류 사학계의 식민사관에 기초한 조선왕조실록이 아닌 새로운 시각에 의해 해석된 조선왕조실록을

보면 분명 기존에 알고 있던 사실과는 다른 관점들을 발견할 수 있을 것 같았는데 이 책에선

조선왕조실록의 가치를 먼저 언급한다. 동시대의 중국 왕조의 정사인 '명사', '청사고'가 후대 왕조에서

편찬한 것인 반면 조선왕조실록은 조선왕조가 직접 편찬한 것이라면 점, 위 중국 정사들이 기전체인 반면

조선왕조실록은 편년체라는 점, 살아있는 권력의 간섭을 막기 위해 후왕도 실록을 볼 수 없도록 한 점

등 조선왕조실록은 중국 정사들과는 다른 독자성을 가지고 있었다. 

 

우왕 시절 동북면 병마사였던 이성계가 토지 개혁 상소문을 올린 사건으로 얘기를 풀어가는데,

그 당시 별의 변고가 많아 서운관에서 변방에서 군사들의 난이 일어날 거란 점사를 내놓았지만

우왕과 중방은 이를 별로 신경쓰지 않았는데 결과적으로 이성계의 등장을 예언한 거라 볼 수 있었다.

격구 천재였던 이성계의 청년 시절 에피소드 등 이성계에 대해 잘 몰랐던 사실들을 많이 알게 되었는데

출생지인 화령 흑석리를 식민사학에선 함경도 영흥으로 보고 있으나 이 책에선 두만강 건너

알동지역으로 보고 있다. 이성계의 어머니가 원나라 출신인 사실도 처음 알게 되었는데 충렬왕

이후 고려 왕실이 원나라와 혼인관계를 맺고 있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그리 놀랄 점도 아니었다.

학교 다닐 때 배운 용비어천가에 나오던 해동 육룡 중 목조(이안사), 익조(이행리), 도조(이춘),

환조(이자춘)의 이성계 직계 조상들의 얘기도 자세히 알 수 있었는데 이성계가 이자춘의 서자로

볼 수 있다는 점도 처음 알게 되었다. 조선 건국 과정을 설명하기 위해선 당연히 고려의 멸망 과정도

설명해야 하기 때문에 공민왕 시대부터 얘기가 전개된다. 원나라 말기의 어수선한 중국 정세의 

틈을 이용해 공민왕이 나름 국토 수복과 개혁을 시도했지만 자신이 믿고 힘을 실어줘서 개혁을

추진하던 신돈을 제거하면서 고려는 희망의 끈을 놓게 된다. 공민왕의 암살 후 우왕이 즉위하면서

다시 과거로 회귀하게 되는데 여기서 고려 멸망과 조선 건국의 결정적 사건인 위화도 회군이 일어난다.

요동 정벌을 둘러싼 두 세력의 대결은 결국 역사의 흐름을 바꿔놓는데 이 책에선 요동정벌이 허황된

구호만은 아니었다고 주장한다. 개혁을 내세운 이성계와 신흥세력이 명나라에 대한 사대주의의

논리로 회군한 것은 이후 조선시대의 사대주의의 시발점이라고도 할 수 있었는데 역성혁명을 일으킬

명분으로는 민망할 나름이었다. 암튼 위화도 회군으로 정권을 잡은 이성계와 정도전 일파는 차츰

반대세력을 제거해나가지만 위기의 순간도 적지 않았다. 고려 충신으로 널리 알려진 정몽주가 

거의 마지막 순간이 되어서야 이성계의 역심을 깨닫지만 이방원의 신속한 결단이 결국 조선 왕조의

문을 열게 만들었다. 전에는 막연하게 위화도 회군 이후 이성계가 정권을 잡아 순탄하게 조선을

개국한 것으로 알고 있었는데 이 책을 통해 조선왕조의 탄생까지 여러 우여곡절과 긴박한 순간들이

있었음을 자세히 알 수 있었다. 이렇게 새 왕조가 시작되지만 이성계가 후계자 선정에 악수를

두면서 다시 골육상쟁의 피바람이 불게 된다. 이 와중에 북벌론이 제기되고 실제 상당한 준비까지

되었는데 위화도 회군으로 정권을 잡은 걸 생각하면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었다. 하지만 한 번 어긋난

일은 다시 어긋날 수밖에 없는 법이라고 대의명분보다는 권력을 탐하는 세력이 이를 가만두지 않아

결국 왕자의 난이 일어나면서 내부분열로 또 한 번 북벌의 꿈은 허무하게 무너지고 만다. 한국사를

보면 늘 내부의 권력 다툼이 더 큰 일을 도모하지 못하게 만드는 경우가 많은데 중국의 정권교체기를 

제대로 활용하지 못한 건 현재까지 한반도를 벗어날 수 없게 만든 원인이 아닌가 싶다. 그래도

이성계는 자신을 낮추는 섬김의 리더십으로 새왕조를 창조하는 대업을 이루지만 자기 집안 문제를

제대로 처리하지 못해 불행한 말년을 보내게 된다. 이 책을 통해 고려 말 조선의 건국과정과 조선

초기의 상황을 제대로 알 수 있었는데 역시나 이덕일 작가의 책은 물 흐르듯 술술 읽혀서 역사책을

읽는 건지 소설책을 읽는 건지 헷갈릴 정도였다. 이제 시작된 조선왕조실록 시리즈가 순서대로

잘 나와서 조선 역사를 참신한 시각에서 재조명할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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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 선비 당쟁사 - 사림의 등장에서 세도정치까지, 선비들의 권력투쟁사로 다시 읽는 조선 역사
이덕일 지음 / 인문서원 / 201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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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정치의 고질적인 폐해 중 하나가 정당간의 막무가내식 폭로전과 죽기살기로 정쟁에 몰두하는

악습이라 할 수 있는데 하루 아침에 생긴 고질병이 아니라 붕당정치가 시작되면서부터 생긴 유구한

역사의 산물이라 할 수 있다. 이제 정치라는 단어 자체만 들어도 신물이 날 정도라 할 수 있지만  

이런 상태에 이른 역사적 배경을 제대로 이해하면 그 해법도 찾을 수 있을 것 같아 주류 역사학계에

반항하는 믿고 보는 작가 이덕일 선생의 이 책을 손에 들게 되었다.

 

학창 시절 국사를 공부할 때 동인, 서인, 남인, 북인으로 부족해 대북, 소북, 소론, 노론 등 워낙 파벌이

많다 보니 왠지 한국인의 패거리 문화를 그대로 입증하는 게 아닌가 하는 씁쓸한 생각도 들었는데, 

훈구파와 목숨을 건 싸움으로 4대 사화를 거친 후 가까스로 정권을 장악하게 된 사림이 동인과 서인으로

분당하게 되면서 얘기가 시작된다. 이 책에서 다뤄지는 얘기 이전인 4대 사회 등은 저자의 '조선 선비

살해사건 2'을 통해 잘 정리할 수 있었는데 훈구파라는 공동의 적이 사라지자 사림은 이조전랑이란

인사권의 요직을 둘러싼 갈등으로 선조 8년 김효원의 동인과 심의겸의 서인으로 갈라지게 된다.

어떻게 보면 사소한 감정싸움이 발단이 된 것 같은데 한 번 갈라선 이후론 정권을 두고 서로 죽고 죽이는

불구대천의 원수로 발전하게 된다. 초창기에는 아직 누가 어디 소속인지 편가르기가 명확하지 않았는데

중립적 성향이었던 이이를 두고 동인이 집요하게 공격을 하자 어느 틈엔가 본의 아니게 서인으로

자리매김한다. 당쟁은 왕위계승과 연결되면서 정말 생사를 건 투쟁으로 변질되게 되는데 선조가

맘에 들어하지 않았던 광해군이 임진왜란 덕에 세자가 되었다가 우여곡절 끝에 즉위하면서

광해군을 지지했던 대북이 집권하게 된다. 그 이전에 광해군 세자 건저 문제로 실각한 서인 정철 등의

처벌을 두고 동인은 엄정한 처벌을 주장했던 북인과 관대한 처벌을 주장했던 남인으로 갈라섰고, 

북인은 다시 광해군을 지지하는 대북과 영창대군을 지지하는 소북으로 나뉘게 되는데 그때나

지금이나 어느 줄에 서느냐에 따라 운명이 달라졌다. 서인이 광핵군을 몰아내고 인조반정에 성공하면서

이후의 역사에선 주로 서인이 여당을 남인이 야당을 맡게 되는데 숙종시대 이전까진 그래도 어느 정도

공존이 가능했지만 숙종의 연이은 환국정치로 집권 여당을 계속 갈아치우자 집권을 하지 못한

세력에겐 죽음만이 기다려서 각종 음모론이 판을 치는 세상이 되고 말았다. 게다가 경종, 영조,

사도세자, 정조로 이어지는 과정에서 자기 편이 임금이 되지 못하면 죽게 되는 세상이 되자

서인도 노론과 소론으로, 노론도 시파와 벽파로 세분화되어 치열한 생존경쟁을 벌이게 된다.

이 책을 통해 막연하게만 알고 있던 조선시대의 당쟁사를 일목요연하게 정리할 수 있었는데

당쟁이라는 게 정말 가치 있는 주제에 대해 합리적인 논거를 바탕으로 하는 건설적인 논쟁이기보단

순전히 왕위계승이나 성리학이나 탁상공론적 주제를 두고 벌이는 그들만의 논란에 불과해서 과거나

지금이나 국민은 안중에 없는 건 하나도 달라진 게 없었다. 소모적인 당쟁으로 왜란과 호란을 겪고

심지어 나라를 빼앗기는 지경에까지 이르렀지만 역사를 통해 배운 게 아무것도 없음을 여실히 드러내는

현실 정치를 보면 결국 숙종때처럼 국민의 심판으로 정권을 계속 갈아치는 수밖에 없는 것 같은

생각도 들었는데 한국정치의 폐단이 어디서부터 시작되었는지를 제대로 알 수 있게 조선시대의 당쟁사를 깔끔하게 잘 정리한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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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과 나 - 왕을 만든 사람들 그들을 읽는 열한 가지 코드
이덕일 지음 / 역사의아침(위즈덤하우스) / 201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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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대권력자인 왕과 참모라 할 수 있는 신하는 기본적으로 갑을관계일 수밖에 없다.

아무리 킹메이커로 맹활약하여 왕이 즉위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고 해도

왕과 신하의 권력관계가 근본적으로 바뀌지는 않는데 왕과의 관계를 적절히 지켜서 천수를 누리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지켜야 할 선을 넘어서 죽음을 재촉하는 사람도 있다.

이 책은 이렇게 왕과 미묘한 관계에 있는 참모의 입장에서 11가지 키워드를 선정해

여러 유형의 인물들의 삶을 보여주는데 김유신, 정도전 등 대부분 우리에게 친근한 인물들이 많았지만

박자청처럼 이 책을 통해 처음 알게 된 인물도 있었다.

 

먼저 포문을 연 인물은 신라의 삼국통일의 주역인 김유신이었다.

엄격한 골품제도가 유지되던 신라사회에서 가야 출신 2류 진골인 김유신은 사회적으로 출세에 한계가

있자 역시 하자 있는 왕족이었던 김춘추를 발판삼아 신라사회의 신주류로 부상하는데

삼국통일이라는 커다란 어젠다를 제시했기에 폐쇄적인 신라사회를 역동적으로 변화시킬 수 있었다. 왕건이 후삼국을 통일하여 고려를 반석에 올리는 데 있어 결정적인 역할을 한 신숭겸, 배현경, 복지겸,

홍유는 대부분의 개국공신들과는 다른 행보를 보였다. 개국공신들은 논공행상과정에서 더 많은 권력을

원하고 왕과 맞먹으려 들다가 결국 스스로 불행을 자초하는 경우가 많은데 위 네 명의 공신들은

마음을 비우고 오로지 충심으로 헌신했기에 당대는 물론 사후에도 존경의 대상이 될 수 있었다.

'관통 한국사'란 책에서 한국사의 주요인물로 선정되었던 소서노는 고구려와 백제의 건국에 실질적인

주역이라 할 수 있었다. 아무 세력이 없던 주몽이 고구려를 건국하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음에도

북부여에서 유리가 찾아오자 주몽은 유리를 태자로 삼는다. 자신의 아들이 주몽의 뒤를 이을 거라

생각했을 소서노로선 굴러 온 돌에게 왕위를 빼앗긴 형세라 주몽과 유리 부자에 맞서

권력투쟁을 할 수도 있었지만 새로운 곳을 찾아 떠나는 모험을 선택한다.

보통 기득권에 집착해 좁은 시야에서 잘못된 선택을 하기 쉬운데

넓은 시야에서 한 대범한 결정이 결국 고구려와 백제 모두 윈윈하는 결과를 낳았다. 

요즘 혁명가로 주목받고 있는 정도전은 당대의 핵심 문제라 할 수 있는 토지개혁을 추진해

역성혁명의 토대를 제공했지만 사병혁파에는 실패하여 결국 이방원에 의해 제거된 반면,

황희는 자신을 믿어주는 군주들을 만나 평생 할 말 다하면서도 천수를 누릴 수 있었다.

당파를 뛰어넘어 백성들을 위해 꼭 필요한 정책이었던 대동법의 전국 실시를 지속적으로 주장한 김육은 당리당략과 자기들 이익에만 골몰하는 요즘 정치인들이 꼭 본받아야 할 인물이었고,

불륜으로 낳은 아들을 왕으로 만들기 위해 선왕의 적자를 죽이려 한 천하의 악녀라는 누명을 쓴 천추태후는 사대주의에 매몰된 유학자들에 맞서 전통 풍습을 계승하고 고려의 자주성을 지켜려

한 인물이었다는 새로운 모습을 발견할 수 있었다. 명청 교체기에 마지 못해 명나라 원군으로

파병된 병사들을 이끌어야 하는 악역을 맡은 강홍립은 원치 않은 일도 임무가 주어지면 해내야

하는 신하의 운명을 잘 보여주었는데, 재조지은 타령을 하며 이구동성으로 파병을 주장했지만

정작 파병군들의 지원에는 눈곱만큼도 관심이 없던 당시의 조정을 보면 정말 한심하기 그지없었다.

이 책에서 가장 낯선 인물인 박자청은 경회루 등 조선 개국 당시 서울의 주요 건축물 공사에 거의 모두 관여한 인물이었는데 미천한 신분이라 양반들의 천시와 질투가 계속되었지만 탁월한 기술과

성실함으로 태종과 세종에게 인정받아 1품의 지위에까지 이르렀는데 조선 초기의 역동적인 사회상을

보여주는 사례였다. 오직 권력만을 탐하다 연산군의 패륜이라는 비극을 자초한 인수대비나

참모로서 지켜야 할 선을 넘어서 왕의 역린을 건드려 결국 파멸에 이르고 만 홍국영까지 

이 책에서 다루는 여러 인물들은 각자의 스타일대로 왕을 보필하거나 자신의 꿈을 추진하지만

자신과 궁합이 잘맞는 군주와 시대를 만나 성공적인 삶을 사는 사람이 있는 반면

지나친 욕심과 군주와의 코드가 맞지 않아 비극적인 최후를 맞은 인물도 적지 않았다.

이덕일이 쓴 역사책들을 이미 여러 권 읽었지만 그의 책은 늘 소설책을 읽는 것처럼 흥미진진한

얘기들을 담고 있어 술술 읽히면서도 기존에 알던 사실과는 사뭇 다른 내용들을 새롭게 알게 된다.

이 책도 왕과 신하 사이의 미묘한 역학관계를 역사속 다양한 사례를 통해 잘 조명해낸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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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 선비 살해사건 2
이덕일 지음 / 다산초당(다산북스) / 200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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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권'에서 고려 말 이성계가 조선을 건국할 때부터 예종 때 훈구파에 의해

남이 장군이 옥사당하는 사건까지 조선의 선비들이 살해당했던 사건들을 다뤘다면

2권에선 우리가 4대 사화로 알고 있는 제대로 된 선비 집단 살해사건들이 등장한다.

조선 건국 초기엔 주로 왕과 신하 사이의 권력 다툼에서 패배한 신하들이 죽음을 맞게 되었다면

2권에서 다루는 선비들의 죽음은 훈구파와 사림파의 선비간의 대결 결과라 할 수 있었다.

세조의 반란을 도운 한명회 등 공신세력은 이후 훈구파로 불리며 조선 정권을 장악한다.

예종이 갑자기 죽은 후 후계자를 선택할 때부터 훈구파는 강력한 영향력을 행사한다.

예종의 아들인 제안대군도, 세조의 장자인 의경세자의 큰아들인 월산군도 제치고 왕위에 오른

자을산군 성종이 보위에 오르게 된 결정적인 이유는 그가 바로 한명회의 사위였기 때문이었다.

그러다 보니 그야말로 훈구파의 세상이 되고 말았는데 성종이 친정을 하기 시작한 후

나름 정치력을 발휘하긴 하지만 그들의 전횡을 완전히 근절할 수는 없었다.

이런 훈구파에 맞선 세력이 성리학으로 무장한 사림파였다.

사림파들이 자신들의 독주에 조금씩 태클을 걸기 시작하자 벼르고 있던 훈구파는

연산군이 집권하자 김일손의 사초에 꼬투리를 잡아 무오사화를 일으킨다.

안 그래도 사관과 사림들에 불만이 많던 연산군을 충동질하는 건 식은죽 먹기였는데,

사람의 대부라 할 수 있는 김종직의 '조의제문'을 트집잡아 신진 사림들의 씨를 말린다.

하지만 훈구파에게도 머지 않아 피바람이 불어닥친다.

연산군은 생모인 폐비 윤씨의 죽음에 관여된 훈구파 공신들에게 어머니의 복수를 하면서

갑자사화를 일으키는데 사림들 역시 안전할 수 없었다.

이렇게 연산군 시대에는 미친 임금의 비위에 거슬리면 바로 목숨을 내놓아야 했기 때문에

정상적인 선비들이라면 중앙 정계에 진출할 생각조차 할 수 없었다.

 

연산군의 폭정에 결국 박원종, 성희안, 유순정 등 반정 삼대장을 중심으로 연산군을 몰아내고

성종의 차남인 진성대군을 보위에 올리는 데 그가 바로 중종이다.

신하가 임금을 갈아치우고 새 임금을 세웠기에 중종은 당연히 반정세력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세조를 도왔던 한명회 등의 공신들과는 달리 박원종 등 반정세력은 일찍 세상을 뜨면서

생각보다 빨리 중종은 자신의 정치를 펼 수 있게 되고 그 중심에 조광조를 비롯한 사림을 기용한다. 

중종의 전적인 지지를 받은 조광조는 개혁에 앞장서 훈구파들이 누리던 특권을 없애기 시작한다.

원칙주의자였던 조광조가 자신의 주장을 관철시키기 위해 사사건건 훈구파들과의 대결을 벌이고

심지어 임금인 자신에게도 압박을 가하자 중종은 점점 개혁피로감을 느끼며 조광조를 괘심하게 여긴다.

결국 이런 중종의 변화를 눈치 챈 훈구파는 있지도 않은 누명을 씌어

조광조를 비롯한 사림파를 제거하는 데 이게 바로 기묘사화였다.

무오사화나 갑자사화는 그래도 광인 임금 시절이니 그러려니 했지만

자신이 발탁한 조광조를 비롯한 사림들을 죽음으로 몰아넣는 중종은 좀 너무한 감이 없지 않았다.

특히 귀양가서 사약까지 받아 든 조광조가 끝까지 중종이 변심해서 자신을 살려주지 않을까 기대를

했던 모습은 정말 안쓰러운 장면이었다. 아무리 임금과 신하관계가 슈퍼갑과 을의 관계지만

한때 전폭적으로 힘을 실어주던 신하를 돌변해서 죽이는 임금의 모습은

권력의 잔인한 속성을 여지없이 보여주는 장면이었다.

중종이 완성하지 못한 개혁을 완성해낼 수 있는 성군의 자질을 지녔던 인종이

계모인 문정왕후와 윤원로, 윤원형 형제의 압박에 갑작스레 세상을 떠나고 

나이 어린 명종이 즉위하면서 또다시 피바람이 불기 시작한다.

문정왕후와 그녀의 형제들인 소윤은 인종의 처가인 윤임의 대윤 세력을 몰아내기 위해

또 한 번 말도 안 되는 음모를 꾸미는 데 아무리 권력이 좋다지만 아무 죄도 없는

상대를 죽음으로 몰아넣는 짓을 아무렇지 않게 저지르는 자들의 모습은 소름이 돋을 정도였다. 

이렇게 조선 전반기에는 임금과 신하 사이에, 훈구파와 사림파 사이에 주도권을 잡기 위해

서로 죽고 죽이는 살벌한 싸움이 끊임없이 벌어졌는데,

명종이 친정을 하게 되며 을사사화의 주역 윤원형을 쫓아내면서 결국 사림 세력이 최후의 승자가 된다.

이 책을 보니 그동안 제대로 정리가 안 되었던 4대 사화가 깔끔하게 정리가 되었다.

학교에서 공부할 땐 늘 4대 사화의 순서와 원인이 헷갈리곤 했는데

그 발단이나 전개 등을 차근차근 얘기로 풀어가니 역시 기억에 오래 남았다.

1,2권의 조선 선비 살해사건은 결국 사림이 집권하기까지의 험난한 과정을 담아낸 것인데

이렇게 성리학에 바탕을 둔 이상적인 정치를 꿈꾸던 자들이 패권을 잡게 되자 붕당을 이뤄 싸우고

자기들이 비판하던 훈구파와 똑같은 모습을 보였다는 건 절대 권력은 절대 부패한다는

세상의 속설은 그대로 보여줘서 씁쓸한 마음이 들게 했다.

과거나 지금이나 늘 말로만 이상적인 정치를 말하고 국민을 위한다고 하지만

금방 타락하고 자기 욕심만 채우는 괴물로 전락하고 마는 게 정치인의 속성이 아닌가 싶다.

암튼 조선 전기의 선비들의 수난사를 다룬 두 권의 책을 통해 조선 전기 역사를 잘 정리할 수 있었다.

역시 믿고 보는 이덕일표 역사서의 진가를 확인할 수 있는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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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국의 역사학, 어디까지 왔나
이덕일 지음 / 만권당 / 201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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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한국과 중국, 일본의 동아시아 삼국은 한창 영토분쟁과 역사분쟁을 벌이고 있는 상황이다.

정부는 이에 대응하기 위해 고구려연구재단을 설립했다가 이를 동북아역사연구재단으로 확대 발전시켜

현재에 이르고 있다. 언론에서 일본의 역사왜곡이나 중국의 동북공정이 보도될 때마다 대부분의

대한민국이라면 분노를 표출했을 거라 생각하는데

정작 우리 내부에 그들과 동조하는 인간들이 무수히 많다는 사실은 간과하고 있었다.

그것도 일본과 중국의 역사왜곡을 최일선에서 무력화시켜야 할 동북아역사재단이

그런 짓을 하고 있었다는 사실에 정말 충격을 금할 수 없다.

그런데 어찌 보면 이는 당연한 결과라 할 수 있었다.

동북아역사재단의 주요 세력이 모두 한국 역사학계의 주류 세력인데 그들은 애초에 역사왜곡을 저지른

일본 역사학자들의 제자들이었으니 도대체 뭘 기대하겠는가.

문제는 이런 일이 버젓이 벌어지고 있다는 사실을 대다수의 국민들이 모르고 있다는 점인데

이 책은 한국 역사학계의 주류세력이라는 식민사학자들이

얼마나 어이없는 짓을 저지르고 있는지를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중국의 동북공정과 일본 극우파의 식민사관의 기본 논리는 한사군 한반도설과 임나일본부설이다.

이를 근거로 중국은 북한 지역이 자신들의 강역이라 주장하고,

일본은 한반도 남부와 독도가 자기 영토였다고 주장하는 것이다.

이런 주장에 제대로 된 역사적인 근거가 없는 건 이 책에서 자세히 논증하고 있는데, 

중국이나 일본 모두 사료적 근거는 희박하면서 무작정 소설을 써대고 있음에도

문제는 우리 역사학자라는 인간들이 그들의 주장을 그대로 베끼고 있다는 사실이다.

그것도 47억여 원 이상의 혈세를 들여 동북아역사재단에서 만들고 있는 동북아역사지도에

중국과 일본의 주장이 고스란히 반영된 사실인데 정말 충격 그 자체였다.

국회 동북아특위에서 이를 확인하기 위해 벌어진 회의 내용이 이 책에 실려 있는데 정말 가관이

아니었다. 이 책의 저자 이덕일이 동북아역사지도의 문제점을 각종 사료를 바탕으로

일목요연하게 지적하는데 반해 동북아역사재단의 대표로 나온 임기환은

장황하고 해괴한 논리로 변명하기에 급급했다.

우리 역사의 뼈아픈 현실을 고스란히 보여주는 장면이었는데 친일파들을 제대로 청산하지 못하다

보니 해방 이후 매국에 앞장섰던 친일파들이 정재계는 물론 학계마저 접수해서

광복 70년이 지난 오늘날까지도 여전히 득세하고 있는 실정이다.

무엇보다 친일 세력을 청산해야 했을 역사학계도 마찬가지였는데

한국 역사학계의 태두라 불리는 이병도도 역사왜곡에 앞장선 쓰다 소키치의 제자였고,

그런 이병도의 제자들이 한국 역사학계를 지배하고 있으니

제대로 된 역사인식 자체가 가능할 수 없는 상황이다.

더 끔찍한 사실은 이들이 여전히 한국 역사 교과서를 집필하고 있고, 대학을 비롯한 여러 학교와

국책연구기관들을 장악하고 있으니 우리의 역사교육이 제대로 되길 기대하는 게 어불성설이다.

과거에는 사료 자체의 접근이 용이하지 않으니 학문권력을 가진 이런 자들이

어디에 이런 내용이 있다고 주장하면 믿을 수밖에 없었지만

정보가 대중화된 요즘 세상에선 더 이상 이들의 일방적인 주장이 통하지 않는다.

정확한 근거와 논리가 뒷받침되지 않으면 바로 공격당하는 게 정상적인 학문 현장일 것인데

자신들의 선생이 주장하던 이론을 그대로 답습해서 무작정 자기들이 옳다고 하는 자들이

여전히 주류가 되어 자기들과 다른 주장을 하면 무조건 왕따시키고 무시하니

한국의 역사학이 정상일 수가 없었다.

이 책을 읽으면서 정말 놀라웠던 사실은 매국사학자들이 삼국사기의 초기기록은 불신하면서

조작으로 점철된 일본서기와 그게 기초한 그들의 교주들의 이론은 철저히 맹신하고

여러 해석가능성이 있는 사안에 대해선 우리에게 유리한 사료는 무시하고

불리한 자료만 무조건적으로 믿고 옹호한다는 점이다.

도대체 이런 인간들은 어느 나라 국민이고 정신상태가 어떤지 정말 이해가 되지 않았다.

백 번 양보해서 그들의 주장이 맞다면 제대로 된 논거를 들어야 할 텐데

이 책에서 드러난 것처럼 그들에겐 제대로 된 논거가 있을 턱이 없다.

이것도 학문의 자유라고 하자. 그러면 동북아역사재단은 도대체 뭐하는 단체인가.

중국의 동북공정과 일본의 역사왜곡에 맞서기 위해 세금으로 만든 재단이다.

그런데 여기에 소속된 인간들이 하나같이 중국의 동북공정과

일본의 역사왜곡에서 주장하는 것과 동일한 얘기를 하고 있다.

물론 대놓고 중국 동북공정과 일본 역사왜곡이 맞다고 하진 않는다.

하지만 교묘한 말장난으로 자신들의 진위를 숨기면서 그들의 논리를 그대로 차용하고

심지어 지도마저 그대로 베끼고 있는 실정이니

이를 감독해야 할 정부는 도대체 뭘 하고 있었는지 정말 통탄할 지경이었다.

독도가 일본땅이라고 대놓고 주장하는 자가 있지 않나 정말 이 책을 읽는 내내

분노와 충격의 연속이었는데 이런 자들이 세금으로 먹고 살면서 버젓이 학자니 교수니 연구원이니

하면서 행세하면서 살아가고 있다는 사실이 정말 한국사회에 대해 절망하게 만든다.

이런 사실이 제대로 알려졌다면 난리가 났어야 마땅할텐데

몰라서 그러는지 알면서도 모르는 척 하는 건지 언론도 잠잠하고 당연히 일반 대중들은 알 턱이 없다.

중국이나 일본 욕할 줄은 알았지 정작 자기 역사학자들이 뭔 짓을 하고 있는지는

모르고 있었다니 한심할 지경이었다. 오히려 이런 문제를 지적하는 사람들을 국수적이니

민족적 편견을 가졌니 하면서 몰아붙이는 황당한 일들이 벌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과연 우리가 역사와 영토분쟁에서 살아남을 수 있을까 싶은 생각이 들었다.

중국과 일본처럼 역사를 왜곡해서 그들의 주장을 반박하라는 것도 아니고

얼마든지 우리에게 유리한 역사적 사료와 유물 등이 있었에도

이런 건 모른 척하고 저들의 주장에 동조하는 이들과 같이 대한민국에서 살아가고 있음이 정말

수치스러울 정도였는데 저런 자들의 민낯을 까발려서 이 사회에서 매장시키지 않으면

영원히 우리는 중국과 일본의 식민지 노릇이나 하고 있어야 할지도 모른다.

이 책은 얼마 전에 읽은 '한국 중국 일본 그들의 교과서가 가르치지 않는 역사'

저자의 '한국사 그들이 숨긴 진실' 보면 중국과 일본의 역사왜곡에 흥분할 게 아니라

우리 내부의 쓰레기들 청소부터 먼저 해야 하는 게 우선임을 잘 보여주었다.

단재 신채호 선생은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 미래는 없다'고 했다.

우리 역사 자체를 왜곡하고 있는 식민사관의 학문카르텔을 이 땅에서 척결하지 않는 한

중국에 사대하고 일본에게 침탈당한 과거의 치욕을 되풀이하는 건 시간문제임을

뼈아프게 깨닫게 해준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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