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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와 신화로 읽는 심리학 - 우리 삶을 읽는 궁극의 메타포
김상준 지음 / 보아스 / 201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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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와 신화로 심리학을 읽는다는 컨셉인 이 책은 내가 좋아하는 세 가지를 한 권으로 만나볼 수

있어 바로 눈길을 사로잡았는데 과연 어떤 영화들을 어떤 신화와 연결시켜 심리학으로 풀어냈을지

정말 기대가 되었다. '자아를 찾아서', '시련을 건너는 법', '사랑의 의미', '인간 내면의 본능과 욕망의

그림자', '삶이란 태어나서 죽음에 이르는 여정'이라는 총 5장에 걸쳐 19편의 영화들을 다루고 있는데

내가 본 영화들이 다수여서 저자가 과연 어떤 내용을 담아냈을지 궁금했다.

 

첫 번째 영화로 짐 캐리 주연의 '마스크'를 소개한다. 여기에 연결되는 신화로는 북유럽 신화 속

악동 로키인데 당연히 '가면'이 중심 소재로 얘기가 진행된다. 흔히 '페르소나'라는 용어를 종종

쓰는데 고대 그리스 시대에 배우가 썼던 가면을 뜻하고, 정신분석가인 융은 인간이 갖고 있는 여러

가지 모습인 가면을 '페르소나'라고 지칭했다고 한다. 인간의 삶은 다양한 페르소나를 가지고

살아간다고도 할 수 있을 것 같은데 강요된 자신에게 맞지 않는 잘못된 페르소나를 쓰고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진정한 자신의 페르소나를 찾는 길에 대해 진지한 고민을 던져주는 작품이었다. 가부장제

사회에서 신데렐라가 되라며 유리구두를 억지로 신기는 세상에 대한 반항을 하는 '뮤리엘의 웨딩'과

가부장제하에서 설 자리를 잃은 실직 남성들의 과감한 도전을 다룬 '풀 몬티'는 묘하게 상반되는

측면이 많았고, 다시 한 번 등장한 짐 캐리의 주연의 '트루먼쇼'는 달콤한 안락에 안주하는 것이

아닌 진정한 자아를 찾아 험난한 길을 선택하는 용기를 보여주었다.

 

1장에선 모두 본 영화라서 내용들이 친숙했던 반면 2장에선 드디어 안 본 영화가 등장했는데 바로

'와일드'였다. 제목만 봐선 애니메이션을 말하는 건가 싶었는데 내용을 보고 찾아보니 리즈 위더스푼이

주연한 영화로 어린 시절의 아픈 상처와 어머니를 잃은 상실감으로 인해 방탕한 삶을 살던 주인공이

퍼시픽 크레스트 트레일이라는 멕시코 국경에서 캐나다 국경에 이르는 4천 킬로미터의 여정을 걸어서

떠나는 내용으로 인생에 이런 담금질의 시간이 필요함을 알려준다. '달콤한 인생'과 '밀양'으로

시련을 건넌 후 인생의 가장 큰 화두인 사랑에 대해선 '굿 윌 헌팅', '12몽키즈', '브로크백 마운틴'이

소개된다. 다른 두 영화는 어느 정도 공감이 가는 선정이었다면 '12몽키즈'는 좀 의외였는데 본 지

오래되어서 그런지 기억이 가물가물하긴 했지만 이성적인 여자와 감성적인 남자의 사랑이라면서

카산드라 콤플렉스를 연관시켜 소개하니 완전히 새로 영화를 보는 느낌이었다. 4장에서도 너무

유명하지만 영화로는 안 봤던 '닉슨'이나 조금은 생소한 '더 헌트', '포르노그래피'라는 작품이 등장해

이 책을 통해 영화의 핵심을 보는 시간을 가지게 되었다. 출생에서 죽음까지의 인생이라는 여정을

다룬 5장에서는 '벤자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 외에 '스틸 라이프', '심플 라이프', '여인사십'이

모두 낯선 영화들이어서 인생은 역시 한 치 앞도 모르는 여정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게 만들었는데

내용들을 읽어 보니 인생의 의미를 다시 한 번 생각해보게 해주는 영화들이었다. 이 책을 읽으면서

여러 영화들을 신화와 관련지어 심리학적으로 분석해보는 재미를 제대로 맛볼 수 있었는데 중간

중간에 신화와 관련한 그림까지 곁들여서 미술까지 감상할 수 있었지만 흑백으로 실려 있어 조금

아쉬웠다. 역시 문화 콘텐츠는 다양한 시각에서 봐야 그 의미를 입체적으로 이해할 수 있음을 잘

보여준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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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로 보고 눈으로 듣는 영화 이야기 딴지영진공 - 촌철살인한 영화.시사 코드와 전문 OST 분석
차양현 외 지음, 서용남 그림 / 성안북스 / 201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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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 더불어 여가활동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영화에 대해선 나름 왠만한 작품은 거의 다 봤다고

자부하는데 대중예술의 꽃이라 할 수 있는 영화보는 사람에 따라 해석이 천차만별이어서

내가 본 영화들을 다른 사람은 어떻게 봤을까 궁금할 때가 많다.

가끔씩 TV 영화 프로그램이나 포털 사이트의 영화 정보 등을 통해 영화에 관한 다양한 해석을

접할 때가 있는데 이 책은 인기 영화 팟캐스트 딴지 영진공의 방송 내용을 정리한 책으로

특유의 삐딱한(?) 시선으로 영화를 통해 세상을 바라본다.


이 책에선 크게 슈퍼 히어로, 거장, SF, 애니메이션, 방화, 로코, 호러,

번외편의 여덟 부분으로 나눠 흥미로운 얘기들을 들려준다.

먼저 슈퍼 히어로는 영화가 즐겨 애용하는 단골 주인공들인데

영화 속에서 막강한 힘을 발휘하지만 여러 가지 정신적인 문제를 안고 있었다.

슈퍼맨 등 A급 히어로뿐만 아니라 거액의 제작비를 들이고도 실패한 B급 히어로들도

적지 않았는데 성공한 영화들에만 주목하지 않고 망한 영화들도 살펴보는 점에서

이 책의 독특한 시선을 느낄 수 있었다.

특히 두 번째 테마인 거장편에선 정말 의외의 거장 서세원과 심형래를 소개한다.

두 사람 모두 한국 최고의 코메디언이었다가 영화계로 진출한 공통점이 있는데

한편으론 결국 어설픈 영화로 재산을 탕진하고

사생활에서도 구설수에 오르는 등 한심한 행보를 보인 점도 닮은 꼴이다.

문제는 두 거장이 전형적인 사기꾼 스타일이라는 점인데 여전히 허세에 젖어

또 다른 명작(?)으로 재기를 꿈꾸고 있기에 과연 두 거장의 다음 행보가 어떨지 주목된다.

SF와 관련해선 시리즈물로 우리에게 친숙한 에이리언, 트랜스포머,

혹성탈출을 재밌게 분석하고 있는데 각 작품에 담긴 숨겨진 의미들을 발견할 수 있었다.

내가 즐겨 보는 애니메이션에선 거장 미야자키 하야오의 '바람이 분다'에 얽힌 논란을 다루고 있다.

반전주의자이자 밀리터리 마니아라는 모순된 성향에 기인한 작품이란 변명을 해주고 있지만

우경화로 치닫고 있는 일본의 군국주의를 미화했다는 비판에선 결코 자유로울 수 없을 것 같다.

우리나라에서도 천만 관객을 달성한 '겨울왕국'을 통해선 주인공 엘사와 같은 은둔형 외톨이를

얘기하는데 일베에서 박근혜 대통령을 엘사와 동일시하는 걸 풍자한다.

작년 한 해 한국 영화의 역사를 새로 쓴 명량을 필두로 여러 작품들이 사랑을 받았는데

이 책에선 방화란 테마로 '관상'과 '변호인', '괴물' 등 정치적으로 해석할 수 있는 영화들을 다룬다.

한편으론 뜬금없이 총기 고증의 베스트와 워스트 영화들을 선정하는데

베스트론 '의형제'가, 워스트론 '쉬리'가 꼽혔다.

그리고 특유의 풍자정신으로 약을 빨고 썼다는 방화 걸작선(?)은 이렇게 망한 영화도 있음을 

잘 보여주었다.

로코(로맨틱 코메디)는 주로 여자들이 좋아하는 장르라 할 수 있는데 이 책에선 4대 퀸을 선정했다.

바로 맥 라이언, 산드라 블록, 줄리아 로버츠, 앤디 맥도웰인데 개인적으론

산드라 블록과 앤디 맥도웰을 로코의 퀸이라 하기엔 대표작들이 좀 빈약한 게 아닌가 싶다.

차라리 카메론 디아즈나 드류 배리모어가 좀 더 가깝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좋아하는 호러 장르로는 컨저링을 비롯한 다양한 유형의 작품들을 소개하고 있고,

번외편으로 병맛 무비와 귀로 보는 영화, 눈감고 봐도 좋은 영화까지 거의 영화의 모든 장르들을

섭렵하는 구색을 갖췄다. 전체적으로 볼 때 팟캐스트 방송을 들어보지 않아 잘은 모르겠지만

딴지일보 특유의 컨셉이 전편에 걸쳐 느껴졌다.

그다지 딴지일보식의 블랙유머를 즐기는 편이 아니어서 전부 공감하는 건 아니었지만

가려운 데를 긁어주는 느낌이 드는 부분도 있고, 공중파에선 쉽게 언급하거나 다루지 못하는

적나라한 표현 등이 속 시원할 때도 있었다. 암튼 내가 좋아하는 영화를 다양한 각도에서 바라볼 수

있었고, 이미 봤던 영화도 놓쳤던 부분들을 새롭게 인식하고

몰랐던 영화들에 대한 정보들도 얻을 수 있어 나름 수확이 있었던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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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화남녀 - 그림과 영화의 달콤쌉싸름한 만남 12
이혜정.한기일 지음 / 생각정원 / 201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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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를 자주 보는 편이지만 영화와 그림을 연결시키는 건 그렇게 싶지 않다.

물론 화가들을 다룬 영화들은 그림들을 많이 소개하지만

일반 영화들에서는 그림은 그냥 배경에 지나지 않는 경우가 많은데

이 책은 팟캐스트 방송으로 영화를 통해 그림을 소개했던 프로그램의 내용을 담고 있다.


총 12편의 영화와 영화 속에 등장했던 그림을 다루고 있는데 거의 다 내가 봤던 영화였다.

그런데 그 영화 속에 나왔다고 하는 그림들은 전혀 생각이 나지 않으니

이 책을 통해 영화의 재발견을 할 수 있었다.

먼저 '노팅힐'에서는 샤갈의 '신부'가 나왔다고 하는데 샤갈의 그림이 안나(줄리아 로버츠)와

윌리엄(휴 그랜트)을 연결해주는 촉매제의 역할을 톡톡히 했다.

'물랑 루즈'에서는 불편한 몸으로 평생 힘들었던 로트렉을 다루는데, 전에 '로트레크 저택 살인사건'

통해 그의 작품을 좀 만나봐서인지 그리 낯선 느낌은 들지 않았다.

운명적인 만남을 기대하게 하는 '비포 선라이즈'에는 조르주 쇠라의 드로잉이 나왔음을

이제야 알게 되었는데, 점묘법으로 생의 한 순간을 점 하나로 영원히 캔버스에 담아낸

그의 작품을 새롭게 발견하는 기회가 되었다.

배트맨 시리즈의 최고 악당 조커가 유일하게 온전하게 남겨두었던

프랜시스 베이컨의 '고깃덩어리와 인물'은 책을 통해 처음 접했는데

그로테스크한 스타일이 딱 조커의 취향에 맞아서 살아남은 것 같았다.

레오 까락스 감독의 '퐁네프의 연인들'에선 실명하기 전에 미셸(줄리엣 비노쉬)이

간절히 보고 싶어했던 렘브란트의 그림에 대해서 다뤄지고 있고,

우디 앨런의 깜찍한 판타지 영화 '미드나잇 인 파리'에선 1920년대 파리로 돌아가

인상파의 대표 화가 중 한 명인 클로드 모네의 작품들을 감상할 수 있었다.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최후의 만찬'은 댄 브라운의 베스트셀러인 '다빈치 코드'의 소재가 되면서

전세계의 관심을 집중시켰는데, 이 책에선 '다빈치 코드'의 설정이 그야말로 픽션이라고 얘기한다.

책에서 유일하게 다루는 한국 영화이자 한국 그림은 '위험한 관계'를 조선 스타일로

완전히 재해석한 '스캔들'과 조선 후기의 대표화가인 신윤복의 그림들인데,

신윤복이 남자라는 등 각종 루머가 있지만 이 책에선 남자라고 단언한다.

빅토르 위고의 명작을 뮤지컬 영화로 만든 '레미제라블'은 프랑스대혁명을 대표하는

외젠 들라크루아의 '민중을 이끄는 자유의 여신'을 연상시키기에 충분했는데,

그동안 이 그림을 1789년의 프랑스대혁명을 표현한 것으로 잘못 알고 있었지만

알고 보니 1830년의 7월 혁명을 소재로 한 그림이었다.

탐 크루즈 주연의 '오블리비언'은 조금은 낯선 미국의 국민화가라 하는 앤드루 와이어스의 작품을

다뤄 새로운 화가를 알게 되는 계기가 되었고, 제임스 카메론의 대작 '타이타닉'에서

로즈(케이트 윈슬렛)가 잭(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에게 취한 포즈는

딱 티치아노의 '우리비노의 비너스'와 똑같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마지막으로 '냉정과 열정 사이'에선 고미술 복원사였던 준세이가 복원작업을 했던

치골리의 작품을 보여주는데 영화를 볼 땐 전혀 몰랐던 부분을 확인할 수 있는 시간이 되었다.

전반적으로 이 책에 소개된 영화들을 거의 다 봤음에도 그림이 소개된 장면들은

전혀 기억이 나지 않았는데 이 책을 통해 그런 장면들이 있었음을 확인하면서

영화와 그림의 의미를 다시 되새겨보는 좋은 기회가 되었다.

역시 아는 만큼 보인다고 영화를 볼 때는 전혀 몰랐던 그림들을 이 책을 통해 감상하면서

영화와 그림의 시너지 효과를 발견하게 되었는데 영화와 그림이 잘 어울리는 커플임을 알게 되었다.

이 책과 같이 좀 더 대중적인 매체인 영화를 통해 어렵게만 느껴졌던 그림을

보다 쉽게 이해하고 가까워질 수 있는 기회가 있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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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회이명 - 영화 인문학 수프 시리즈 2
양선규 지음 / 작가와비평 / 201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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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를 좋아하다 보니 영화를 소재로 한 여러 종류의 책도 많이 봤다.

'영화처럼 사랑을 요리하다'와 같이 영화 자체에 대한 감상을 소개하는 책이나

'좋은 시나리오의 법칙', '50인의 영화'같이 영화 자체에 대한 설명을 하는 책이 있는가 하면,

'영화로 만나는 치유의 심리학', '스크린에서 마음을 읽다'처럼 영화를 통한 치유를 다룬 책도 만났는데

일단 영화가 소재이다 보니 더 쉽게 이해가 되고 와닿는 느낌이 들었다.

이 책은 요즘 많은 사람들이 관심이 있지만 가까이 하긴 쉽지 않은 인문학을

영화를 통해 접하는 설정의 책이었는데 제목부터 처음 듣는 용회이명이라는 어려운 말을 썼다.

알고 보니 '어두운 곳에서 빛은 빛난다'라는 뜻이라는데,

영화가 인문학적인 가치와 태도를 자신의 어둠으로,

보다 극명하게 드러낼 수 있는 수단이 될 수 있다는 취지에서 이런 제목을 지은 것 같다.

먼저 보통 '남자들의 정체성 서사를 둘러싼 악전고투'로 보고 있는 '무간도'를

이 책에선 '여자가 원하는 남자의 이야기'로 보고 있다.

전형적인 남자들의 영화로 보았던 '무간도'를 색다른 시선으로 해석한 점은 신선하다 할 수 있었는데

같은 '여자의 남자'에 대한 영화지만 남자들이 원하는 여자에 대한 이야기인

'글루미 선데이'와의 비교도 흥미로웠다.

종합예술인 영화도 정보 공급처로서의 역할을 해야 하는데

'최종병기 활'과 '푸른 소금'은 그런 면에서 부족한 점이 있음을 지적한다.

'천장지구'의 경우 원제는 '천약유정'으로 우리나라와 일본에 수출하면서

'노자'에 나오는 구절로 제목을 바꿨는데 그런 철학적 의미가 담겨 있는 줄은 몰랐다.

귀신이 보낸 편지가 살아 있는 인간을 구원한다는 '러브레터' 는 죽은 남자가

두 여자에게 잃어버린 사랑을 되찾게 해주는 영화라 할 수 있었다.

아무래도 이 책에서 인문학적 분석을 하는 영화들은 저자 자신이 좋아하는 영화일 확률이 높은데,

'천장지구', '묵공', '검우강호', '영웅본색' 등 홍콩이나 중국권 영화가 상당수 비중을 차지했으니

저자의 취향은 홍콩느와르나 무협 내지 역사물을 좋아한다고 할 수 있었다.

소개된 영화들이 거의 내가 본 영화들이라(물론 대부분 기억이 가물가물하지만ㅋ)

전에 썼던 리뷰 등을 확인하면서 기억을 재생시켜 그 의미를 되새겨보았다.

상당 부분 내가 영화를 볼 때 생각하지 못했던 부분들과 인문학적 관점에서 영화를 해석한 부분들을

접할 수 있었는데, 아는 만큼 보인다고 영화도 어떤 관점에서 어떻게 바라보느냐에 따라

이해의 폭이 완전히 달라질 수 있음을 깨달았다.

인문학이 세상을 바라보는 안목을 키워주는 역할을 한다고 할 때

이 책은 인문학을 통해 영화를 보는 재미를 한 차원 높여준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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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시나리오의 법칙 - 좋은 영화, 그저 그런 영화, 나쁜 영화에서 배우는
톰 스템플 지음, 김병철.이우석 옮김 / 시공아트 / 201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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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영화를 나름 많이 보는 편이지만 아직 영화를 제대로 보는 법을 익히진 못한 것 같다.

아무 생각 없이 닥치는 대로 영화를 보다 보니 그 영화가 그 영화 같고

어디에 초점을 맞춰 영화를 봐야 할지 모르겠는데  

아무래도 시나리오가 탄탄한 영화가 좋은 영화인 경우가 많은 것 같다.

 

이 책은 시나리오 작법을 강의하고 있는 저자가 영화를 좋은 영화와 그저 그런 영화,

나쁜 영화의 세 개의 범주로 구분하여 영화마다의 시나리오의 장점과 단점을 분석한 책으로

시나리오를 쓰거나 공부하는 사람은 물론 영화를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좋은 시나리오를 바탕으로 한 좋은 영화를 보는 눈을 길러주는 책이었다. 저자는 시나리오가

좋은 대표적인 영화로 '아라비아의 로렌스'를 제시한다.

사실 이 영화를 보긴 봤는데 너무 오래되어서 오로지 기억에 남아 있는 건 사막을 질주하는  

모습뿐이라 이 책에서 영화 장면들에 대한 분석을 통해 기억을 떠올리려고 했는데 쉽진 않았다.

다음으로 소개되는 '19번째 남자'는 그렇게 유명한 영화가 아니지만

야구를 좋아해서 재밌게 봤던 기억이 있는 영화인데 케빈 코스트너, 수잔 서랜던, 팀 로빈스 등  

유명 배우들도 출연하지만 저자는 이 영화의 장점이 대사를 통해 캐릭터를 잘 표현한 점을 든다.

여자 주인공 애니(수잔 서랜던)의 '나는 아구교를 믿는다'는 첫 대사로 시작하는데 이 대사  

하나만으로 애니라는 인물뿐만 아니라 영화 전체를 압축하고 있으니  

영화사상 가장 탁월한 첫 대사 중 하나라는 저자의 평가가 지나치지 않을 것 같다.  

그 밖에 '이창', '킨제이 보고서', '이 투 마마' 등을 좋은 영화로 선정했는데

개인적으론 코엔 형제의 '파고'의 분석이 기억이 새록새록 떠오르면서 와닿았다.

 

다음으로 그저 그런 영화로 큰 인기를 끌었던 블록버스터 시리즈인 '쥬라기 공원'을 들고 있는데

스필버그 감독이 1편뿐만 아니라 속편에 이르기까지 일관성 있는 캐릭터를 만드는 데  

실패했다고 한다. 사실 화려한 CG로 볼거리를 제공하는 영화라 캐릭터에 그다지 신경을 쓰지 않아  

전혀 인식도 못한 점인데 굳이 시나리오상 논리적으로 따지고 드니 할 말이 없었다.ㅋ

참신한 첫 편을 선보였던 '아메리칸 파이'시리즈도 속편들이 줄줄이 김빠진 모습을 보였음을  

증명(?)했다. '아라비아의 로렌스'가 되고 싶었던 영화로 '트로이', '킹 아더', '알렉산더',  

'킹덤 오브 헤븐'을 들고 있는데 공통점은 주연 배우 기용을 잘못한 사례로 러셀 크로를  

기용했으면 보다 나았을 거라 하는데 아무래도 저자가 '글래디에이터'에 큰 감명을 받았나 보다.ㅋ

 

마지막으로 나쁜 영화로는 의외의 작품들이 등장하는데 '아바타' 이전 최고의 흥행을 기록했던

'타이타닉'과 SF의 고전이라 할 수 있는 '스타워즈 에피소드'시리즈 등이 선정되었다.

'타이타닉'의 경우 거대한 예산을 쓴 나쁜 시나리오, 나쁜 물, 나쁜 연기, 나쁜 CGI의 영화로

필요 이상의 긴 영화라는 악평을 하며, '스타워즈 에피소드'시리즈는 

SF영화라도 용서할 수 없는 엉성한 스토리텔링과 캐릭터 설정이란 비판을 한다. 

이 책에서 분석하는 시나리오상으로만 보면 그렇게 생각될 수도 있지만 영화라는 게  

단순히 논리적인 시나리오로 좋은 영화가 되는 게 아니라는 사실은 깜빡한 게 아닌가 싶다. 

 

이 책에서 분석하고 있는 영화들의 상당수를 봤음에도 기억이 가물가물해서 묘사하고 있는  

장면이 확실히 연상이 되지 않아 저자의 분석에 쉽사리 공감할 수 없었던 점이 아쉬운 점이었는데

영화를 보면서 이 책을 보았다면 훨씬 공감할 수 있었을 것 같다.

솔직히 이 책을 보면서 어떤 시나리오가 좋은 시나리오인지 여러 가지 기준이 제시되곤 있지만

시나리오상으로 좋은 것과 영상화되어 관객 입장에서 좋은 것이 똑같은 건 아닌 것 같다.

내가 좋게 본 영화들을 무참히 박살내는 저자의 평가가 한편으론 지나치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는데 관객들을 너무 과대평가한 것인지 영화라는 장르를 너무 이성적인 측면에서만  

평가한 게 아닌가 싶은 생각도 든다. 그럼에도 잘 모르던 시나리오의 세계를 엿볼 수 있는  

좋은 기회였는데 이 책을 읽고 나니 조금이나마 스토리, 캐릭터나 대사, 장면 등  

시나리오의 측면에서 영화를 보는 안목이 생긴 것 같은 느낌이 든다.

앞으로 영화를 볼 땐 좀 더 다양한 관점에서 볼 수 있지 않을까 기대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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