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처한 미술 이야기 2 - 그리스.로마 문명과 미술 : 인간, 세상의 중심에 서다 난생 처음 한번 공부하는 미술 이야기 2
양정무 지음 / 사회평론 / 201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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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처한 미술 이야기' 시리즈의 역주행이 계속 이어지고 있다. 초기 기독교 미술과 문명을 다뤘던 3권

이어 그리스 로마 문명과 미술을 다룬 2권으로 시간을 거슬러 올라갔다. 그나마 서양문명의 토대가 

되는 그리스 로마 문명은 특히 다양한 조각 작품들을 통해 친숙한 편인데 국립중앙박물관에도 그리스

로마실에 생겨서 국내에서도 언제든지 그리스 로마시대 미술 작품을 볼 수 있다는 게 정말 다행인

상황이다. 이 책에선 그리스 로마 미술 이전 시대인 에게 미술부터 시작해 그리스와 로마 시대의 핵심

미술 작품들을 그 당시 시대 배경과 함께 자세히 살펴본다. 


먼저 그리스 문명의 뿌리라 할 수 있는 에게 문명부터 시작하는데 메소포타미아와 이집트의 오리엔트

문명이 지중해를 통해 그리스 본토로 전달되는 통로 역할을 하던 에게해의 크레타 섬에서 먼저 미노아

문명이 발달한다. 크레타 섬은 미노타우루스 신화와 아틀란티스 신화 등 그리스의 여러 신화와 관련된

신화의 고장으로, 이집트와 달리 '정면성의 원리'가 평범한 소년에게도 적용되는 등 좀 더 자유분방하고

활기한 모습을 보여주었다. 신화 속 얘기로만 치부되다가 유적지가 발견되면서 역사가 된 트로이

문명과 그리스 본토의 미케네 문명으로 이어지는데 아가멤논의 황금가면과 선형문자 등이 대표적인

문화유산이었다. 이제 본격적으로 그리스 미술로 들어가 그리스의 여러 도시국가들을 살펴보면서

그리스 문명의 특징을 폐쇄성과 민주주의로 드는데, 그리스 미술을 기하학문양 시대, 고졸기, 고전기,

헬레니즘기로 구분하는 건 이 책을 통해 처음 알게 되었다. 각 시기별 그리스 대표 도자기들과 조각상을

차례로 소개하는데 남성의 나체 조각상을 통해 인간을 신적인 존재로 격상시켰던 인간중심주의는 물론

그리스의 군사주의적 성격, 그리스 사회 내에 자리잡은 불평등을 간접적으로 보여주었다고 평가한다.

개인이 영웅시되는 걸 경계해 하르모디우스와 아리스토게이톤의 조각을 제외하곤 개인 초상조각을

만들지 않았다는 점, 대부분 청동상으로 현재 남아 있는 대리석 작품은 대체로 로마 시대 모조품이란

점도 흥미로웠다. 건축도 빼놓을 수 없는데 대표작인 파르테논 신전을 자세히 살펴보고 마지막으로

알렉산더 제국의 출현으로 등장한 헬레니즘 미술과 그리스 미술이 후대에 어떤 영향을 끼쳤는지를

보며 마무리한다. 로마 미술도 로마의 탄생부터 차근차근 설명하는데 로마는 역시 건축에서 그 역량을 

맘껏 발휘한다. 특히 아치를 활용한 공공시설인 콜로세움과 판테온은 오늘날에도 최고 관광지로 각광을

받고 있다. 세계를 호령하던 대제국 로마는 3세기 이후 쇠락하기 시작하는데 미술에 있어서도 공화정

시기 시민의 덕성을 보여주던 조각이 제정 시대가 되면서 개인의 사유물로 전락하고 만다. 기독교가

로마에서 성공하게 된 원인에 대해서 저자는 죽음의 문제에 대한 명쾌한 대답을 내놓았다는 흥미로운

견해를 제시한다. 이렇게 로마의 멸망으로 2권은 마무리되는데 서양문명의 시작부터 현재까지 근간이

되는 그리스, 로마시대의 미술까지 체계적으로 잘 정리해서 막연한 이미지만 있던 이 시대를 제대로 

정리할 수 있게 해준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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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처한 미술 이야기 3 - 초기 기독교 문명과 미술 : 더 이상 인간은 외롭지 않았다 난생 처음 한번 공부하는 미술 이야기 3
양정무 지음 / 사회평론 / 2017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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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정무 교수의 '난처한(난생 처음 한 번 공부하는) 미술이야기' 시리즈는 6권을 처음 읽다 보니 본의

아니게 역주행을 하게 되었다. 회사 도서실에 1~6권이 구비되어 있어 이탈리아 르네상스를 다룬 5권

중세 미술과 문명을 다룬 4권을 차례로 읽었는데 이 책 3권은 초기 기독교 문명과 미술을 다루고 있다.


초기 기독교 문명과 미술이라고 하면 딱히 떠오르는 미술 작품이 없는데 이 책은 후기 고전기 미술부터

다룬다. 로마제국이 쇠퇴하던 3세기부터인데 로마제국은 죽음 철학이 부재해 각자도생을 할 수밖에

없던 상황에서 내외부적 요인에 의해 점점 쇠퇴해가다가 기독교가 조금씩 부상하기 시작한다. 미술의

관점에서 보면 자연스럽게 인체를 표현했던 그리스, 로마 고전기 조각들이 점점 퇴보하여 어색한 후기

고전기 조각들이 등장하는데 기술적으로는 퇴보했지만 전통적인 구도나 비례 규칙에서 벗어난 자유로운

특징을 선보였다. 초기에 박해를 받았던 기독교가 콘스탄티누스 황제에 의해 합법화된 후 점차 로마의 

국교로 자리잡으면서 신도들이 예배를 드릴 공간이 필요했는데 구 베드로 대성당과 같은 직사각형 

교회와 산타 코스탄차 성당과 같은 원형 교회의 건축 양식으로 양분할 수 있었다. 예루살렘의 예수 

성묘 교회를 필두로 콘스탄티누스 황제가 오늘날의 이스탄불인 콘스탄티노플로 수도를 옮기면서 

중심지가 된 콘스탄티노플을 집중 조명하는데 유스티니아누스 황제에 의해 재건되었다가 오스만 제국의

메흐메트 2세때 모스크로 개조된 특별한 사연을 간직한 하기야 소피아를 자세히 살펴본다. 로마와

콘스탄티노플을 경유하는 위치에 있던 라벤나가 당시 번영을 누렸다는 사실은 이번에 알게 되었는데

비잔틴미술의 정수를 보여주는 모자이크화들을 만나볼 수 있는 곳이었다. 비잔틴미술은 레오 3세가 

성상 파괴 명령을 내리면서 이를 옹호하는 정교회와 포교를 위한 필요성으로 반대하는 가톨릭으로

동서 교회가 분열되었다. 결국 정교회의 종교 예술은 엄격하고 제한적인 이미지만 활용된 반면 로마

가톨릭은 다양한 미술이 발전하는 서로 다른 길을 걷게 된다. 이후 게르만족의 대이동으로 이주민들의

기존 전통과 기독교 신앙이 융합하게 되었고 앵글로색슨족의 미술과 사를마뉴를 중심으로 하는 카롤링거

르네상스로 마무리한다. 로마제국 말기부터 중세 초기까지는 암흑기라 예술과는 무관한 시기가 아닐까

생각했는데 이 시기에도 나름의 예술과 문화가 꽃피었음을 제대로 알게 해준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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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목 - 사유할수록 깊어지고 넓어지는 문화유산
김종수 지음 / 시간여행 / 202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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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유산도 일종의 예술작품이라 '아는 만큼 보인다'는 말이 딱 들어맞는데 작품들을 제대로 볼 수 

있는 안목을 기르기는 결코 쉽지 않다. 사실 이 책과 같은 제목의 유홍준 교수의 책을 구입하고도 아직 

읽지 못하고 있는 상태여서 또 다른 문화유산 전문가인 저자의 이 책은 어떤 내용을 담고 있을지 

궁금했다. 이 책에선 총 3부로 나눠 우리 역사와 문화유산에 얽힌 다양한 흥미로운 얘기들을 들려주는데

1부에선 신라와 관련한 문화유산과 얘기들을, 2부에선 백제와 관련된 문화유산과 얘기들을, 3부에선

주로 조선시대 인물들에 얽힌 얘기들을 들려준다.


먼저 1부 신라편에선 신라가 불교를 수용하던 과정에 핵심 역할을 했던 이차돈의 순교로 시작한다.

서산과 태안의 마애불과 비교하며 경주 남산의 마애불의 미소를 살펴보고 남산 칠불암과 지금은 소실된

황룡사 9층 목탑에 얽힌 사연을 들려준다. 황복사지에서 출토된 국보 제79호와 제80호 불상은 국립

중앙박물관 불교조각실에서 봤는데 아버지 신문왕과 아들 효소왕의 모습이란 건 이 책을 통해 처음

알게 되었고, 우리의 대표 문화유산 중 하나인 석굴암의 천개석이 세 갈래로 금이 가 있는 것도 이번에

알게 되었는데 그에 얽힌 흥미진진한 미스터리에 대한 나름의 대답도 얻었다. 포석정과 관련해선 

경애왕이 연회를 즐기다 견훤에게 죽임을 당했다고 배웠던 것 같은데 시간차가 있는 사건들을 망국의

책임을 경애왕에게 묻기 위해 하나로 엮었다는 견해를 제시한다. 역사 속 미스터리 풀이는 백제편에서

계속되는데 백제의 익산 천도설이나 서동과 선화공주 설화의 진실에 대해 나름 설득력 있는 설명을 

제시한다. 특히 서동과 선화공주 설화는 삼국통일 후 백제계 사람들을 위무하고 민심을 수습하기 위해

신라와 백제가 가장 평화로웠던 시절을 배경으로 한 왕족간 로맨스를 만들어낸 것으로 보았다. 백제의

마지막왕 의자왕이 일본에 전해준 선물에 얽힌 이야기로 마무리한다. 3부에선 정약용을 필두로 여러

인물들과 관련된 문화유산들을 소개하는데 역시 잘 몰랐던 새로운 얘기들이 적지 않았다. 이 책을 읽고

나니 역시 문화유산은 이야기와 함께 설명이 되어야 기억에도 오래 남고 더 관심과 사랑을 가지게 됨을

새삼 느꼈는데 여러 문화유산들에 얽힌 흥미로운 얘기들은 물론 새로운 관점들도 알게 되어 안목을

한층 더 키울 수 있게 된 것 같다. 


* 네이버 책과 콩나무 카페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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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따지는 변호사 - 이재훈 교수의 예술 속 법률 이야기
이재훈 지음 / 예미 / 202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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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미술 작품을 소재로 다른 분야의 전문가들이 두 분야의 통섭을 제대로 보여주는 책들을 많이

만났다. 대표적인 게 '미술관에 간 ~학자' 시리즈로 미술과 무관할 것 같은 이공계 전공자들의 미술

사랑을 엿볼 수 있었는데 아직까지 법과 미술의 협업을 선보인 책은 만나보지 못했다(최근에 '미술관에

간 법학자'가 출간되었다는 소식은 들었다). 이 책은 변호사 출신으로 현재 성신여대 법학부 교수로

재직 중인 저자가 미술 작품들을 법의 시선으로 새롭게 바라본 점에서 과연 어떤 흥미로운 얘기들을

들려줄지 기대가 되었다. 


이 책에선 '일상생활과 법', '지식재산과 법', '아이들과 법', '동물과 법', '사건사고와 법'의 총 5개의

주제로 나눠 법률가의 관점에서 보이는 미술 작품 속 얘기들을 선보인다. 먼저 '일상생활과 법'에선

베르메르의 '진주 귀걸이를 한 소녀'와 관련해 진주가 우리나라 법령상으로는 귀금속에 해당하지 않고

보석과도 다름을 이번에 알게 되었다. 폴 카미유 기구의 '빨래하는 여인'과 관련해선 강가나 호숫가에서

빨래하는 것이 위법한지를, 앙리 루소의 '잠자는 집시 여인'과는 집시의 주민등록 문제를 거론한다.

이렇게 미술 작품을 보면서 전혀 생각을 하지 못했던 법률적인 문제들을 살펴보는데, 아이돌 의상에

저작권이 있는지와 관련해 발레 이야기를 하면서 오늘날과 같은 형식의 발레를 만든 사람이 루이 14세란

놀라운 사실을 알려준다. '태양왕'이란 별칭도 '밤의 발레'란 작품에 루이 14세가 태양으로 등장했기

때문이란 점도 새롭게 알게 되었다. 왈츠를 가르치는 댄스스포츠 학원이 청소년 유해업소에 해당하는지

언급하면서 노래연습장과 만화방이 원칙적으로 청소년유해업소지만 예외적으로 허용되는 경우들이

있음도 알게 되었다. 국내 법령상 반려 동물로 인정하는 것이 개, 고양이, 토끼, 패럿, 기니피그, 햄스터의

6가지밖에 없다는 사실이나 '삶이 그대를 속일지라도'로 유명한 러시아 시인 푸시킨의 외증조부가 

흑인이었다는 등 이 책은 그동안 몰랐던 흥미로운 사실들을 많이 알려줬는데 역시 법의 관점에서 

바라보면 아름답기만 한 예술 작품도 여러 가지 문제(?)가 있을 수 있음을 새삼 알게 되었다. 역시나

어떤 시각에서 사물을 바라보느냐에 따라 전혀 새로운 관점을 가질 수 있음을 실감하게 해줬는데,

우리가 제대로 모르는 법령이 무수히 많고 그것들이 어떻게 적용되는지와 관련해 법률가의 시선에서

발견할 수 있는 흥미로운 얘기들을 잔뜩 알려준 책이었다. 


* 네이버 책과 콩나무 카페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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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재의 모든 것을
시오타 타케시 지음, 이현주 옮김 / 리드비 / 202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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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괴사건을 소재로 한 소설이나 영화 등을 종종 만나곤 했다. 그동안 봤던 작품들을 확인해 보니 

'범인에게 고한다', '게임의 이름은 유괴', '구원의 날', '완전 무죄' 등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더 많은

작품들과 만났음을 알게 되어 조금은 의외였는데 그만큼 유괴가 미스터리나 스릴러 장르의 단골소재임을 새삼 실감했다. 이 책도 500페이지가 훌쩍 넘는 분량의 작품이라 과연 어떤 내용을 담고 있을지

궁금했는데 그동안 봤던 유괴를 소재로 하는 어떤 작품에서도 보지 못했던 아동 동시 유괴사건이라는 

초유의 사건을 다룬다.


먼저 1991년에 발생했던 사건을 생생하게 보여주는데 유괴사건을 직접 담당한 형사가 쓴 게 아닌가

싶을 정도로 실감나는 전개를 보여준다. 가나가와 현에서 연이어 아동 유괴 사건이 발생하고 손자인

료가 유괴되었다고 신고한 두 번째 사건에서 범인의 요구에 따라 몸값을 전달하는 과정에서 벌어지는

범인과 경찰 사이의 치열한 눈치작전이 흥미진진하게 펼쳐진다. 경찰을 따돌리기 위해 몸값을 가지고

가는 할아버지를 이리저리로 이동시킨 끝에 몸값이 든 가방을 공원 전망대에 두고 가게 했지만 수상한

자가 근처를 어슬렁거리다가 달아나는 걸 경찰이 놓친 이후 가방은 황당하게도 지나가던 행인이 

발견하고 파출소에 가져다주면서 범인과 경찰의 밀당은 끝이 난다. 이후 범인에게서 별다른 연락이

없어 시간만 가다가 3년이 훌쩍 지나 료가 조부모의 집으로 무사히 귀가하지만 그동안에 있었던 일에

대해 입을 굳게 다물면서 사건은 흐지부지 끝난다. 30년이 지나 사건 담당 형사가 죽고 남긴 기록을

토대로 담당 취재 기자였던 몬덴이 다시 유괴 사건의 진실을 파고드는데 성인이 된 료는 유명한 화가가

되었고 조금씩 밝혀지는 유괴사건의 진실과 유괴사건 이후 료의 행적을 보면 결과적으로 유괴사건을

어떻게 평가하는 게 맞는지 혼란에 빠지게 된다. 요즘은 워낙 부모 노릇을 제대로 못하는 부모 같지 않은 부모들이 많다 보니 차라리 좋은 사람들에게 입양을 가는 게 더 나을 수도 있을 것 같은데 이 책의

사건이 바로 그런 쉽지 않은 문제를 정말 촘촘하게 엮어낸 얘기로 잘 풀어낸 것 같다. 유괴된 소년 료가

겪은 '공백의 3년'에 숨겨진 진실이 존재의 의미에 대한 성찰의 시간이 되었음을 흥미진진한 미스터리로

잘 보여준 작품이었다. 


* 네이버 책과 콩나무 카페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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