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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정판 아르센 뤼팽 전집 1 ㅣ 결정판 아르센 뤼팽 전집 1
모리스 르블랑 지음, 성귀수 옮김 / arte(아르테) / 2018년 7월
평점 :
어릴 때는 셜록 홈즈의 라이벌이라고 하면 당연히 아르센 뤼팽이라고 생각할 정도로 아르센 뤼팽의
존재감은 세계 최고의 명탐정 셜록 홈즈에 못지 않았다. 그렇다 보니 아르센 뤼팽이 등장하는 작품들을
아동용으로 거의 다 읽은 기억이 남아 있는데 이제는 봤던 책들 제목만 어렴풋이 남아 있고 내용은 전혀
생각조차 나지 않는다. 그나마 최근에 코너스톤에서 나온 아르센 뤼팽 전집 중 '여덟 번의 시계 종소리',
'칼리오스트로 백작부인', '초록 눈동자의 아가씨 외', '바르네르 탐정 사무소'까지 네 권을 보았지만
아르센 뤼팽이 등장하는 대표작들이라기보단 번외편의 성격이 강해서 언젠가 시간이 나면 어릴 때
봤던 명작들과 재회하고 싶은 마음이 있었는데 이번에 '결정판'이란 말을 자신 있게 쓸 정도로 국내
아르센 뤼팽 번역의 최고 전문가인 성귀수 번역가가 야심차게 기획한 시리즈라 정말 기대가 되었다.
1권에서는 앞 부분에 모리스 르블랑과 아르센 뤼팽 시리즈에 대한 다양한 소개글들이 실려 있다.
비교대상인 코넌 도일의 셜록 홈즈 시리즈가 단편 위주라면 아르센 뤼팽 시리즈는 장편 17편, 중단편
39편에 5편의 희곡까지 상대적으로 장편 위주라 할 수 있었는데 이 책에선 뤼팽이 마치 실제 인물인
것처럼 연대기를 비롯해 다양한 분석자료를 싣고 있다. 결정판답게 앞에 에피타이저로 식욕을 돋군 다음
메인 디쉬로는 출간 순서대로 '괴도신사 아르센 뤼팽'과 '뤼팽과 홈스의 대결', '아르센 뤼팽, 4막극'이
등장한다. '괴도신사 아르센 뤼팽'에는 총 9편의 단편이 실려 있는데 신출귀몰하던 아르센 뤼팽이
어이없게 체포되는 '아르센 뤼팽 체포되다'로 포문을 연다. 도둑을 주인공으로 내세운 것도 파격이지만
체포되는 걸로 시리즈가 시작되니 기존의 추리소설들과는 완전히 다른 새로운 스타일을 창조했다고
할 수 있는데 모리스 르블랑의 독창성은 충분히 인정해줘야 할 것 같다. 감옥에 갇혀서도 세상을
쥐락펴락하던 아르센 뤼팽('감옥에 갇힌 아르센 뤼팽')은 결국 세 번째 작품 '아르센 뤼팽 탈출하다'로
세상 밖으로 나오는데 그의 놀라운 변장술은 항상 모든 등장인물이 아르센 뤼팽이 아닌가 하는
의심을 갖도록 만들었다. 아무래도 도둑이다 보니 보석류를 훔치는 얘기들이 계속 등장하는데
모리스 르블랑은 셜록 홈즈를 몰랐다고 하지만 마지막 단편인 '셜록 홈즈 한발 늦다'를 시작으로
셜록 홈즈를 등장시켜 상당한 재미를 본다. 단편으로 모자라 대놓고 장편 '뤼팽 대 홈스의 대결'을
내놓는데 코넌 도일이 항의하자 셜록 홈스의 철자만 약간 바꿔 어를록 숄메즈 또는 헐록 숌스로
바꾸는 코믹한 상황까지 연출된다. 그래도 아르센 뤼팽이 일방적으로 셜록 홈스를 가지고 노는
수준은 아니어서 나름 엎치락뒤치락하다가 결국엔 아르센 뤼팽의 판정승으로 끝나는 흥미진진한
대결을 보여주는데 최고의 스타들을 출동시킨 작품이라 역시나 화제성과 재미의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었던 것 같다. 하나의 작품인 줄 알았는데 '금발의 귀부인'과 '유대식 램프'의 두 개의
에피소드가 실려 있어 셜록 홈스를 우려먹을 대로 우려먹은 것 같았고, 마지막으로 '아르센 뤼팽,
4막극'은 국내에 처음 소개되는 작품으로 아르센 뤼팽이 등장하는 희곡이란 점에서 특별한 가치가
있었다. 중간중간에 발표 당시 실린 오리지널 삽화를 복원하는 등 결정판으로서의 소장 가치를
한껏 높인 책이었는데 후덜덜한 가격 때문에 시리즈 10권을 전부 볼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아르센 뤼팽을 좋아하는 팬이라면 집에 꼭 모셔두고 싶은 책이 아닐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