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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 왕을 말하다 2 - 이덕일 역사평설 ㅣ 조선 왕을 말하다 2
이덕일 지음 / 역사의아침(위즈덤하우스) / 2010년 11월
평점 :
1권에서 8명의 조선 왕을 다룬 기세를 이어가 2권에선 한 명 늘어 총 9명의 조선 왕을 다룬다. 삼종
혈맥의 시대를 연 임금들로 효종, 현종, 숙종을, 독살설에 휩싸인 임금들로 예종, 경종을, 성공한
임금들로 세종, 정조를, 나라를 열고 닫은 임금들로 태조와 고종을 다룬다.
먼저 북벌론으로 유명한 효종은 아버지 인조 덕분에 왕위에 올라 실제 북벌을 위한 준비에 나섰다.
당시 조정에서도 말로는 서인들이 삼전도의 치욕과 오랑캐에게 원수를 갚자고 했지만 정작 효종이
무신들을 우대하는 정책을 쓰자 반발한다. 군대를 길러야 북벌을 할 수 있는데도 입으로만 북벌에
찬성할 뿐 자신들의 기득권을 침해하는 건 반대했기에 효종 혼자 설친다고 북벌 준비가 제대로 될 리
없었고 결국 효종이 급서하자 북벌은 흐지부지 끝나고 만다. 효종의 뒤를 이은 현종은 예송논쟁으로
유명한 데 현종 시대에는 가뭄, 홍수, 냉해, 태풍, 병충해의 오재가 한꺼번에 닥친 경신대기근이 발생
했다. 대동법 전국 시행 등을 통해 국난을 극복하기 위해 힘썼지만 역시 기득권 세력인 서인들의 저항에
부딪혀 서인 정권을 갈아치우려다 34세에 급사하면서 숙종이 뒤를 잇는다. 숙종은 왕권 강화를 위해
정권을 계속 갈아치우는 환국 정치를 단행하는데 왕권 강화엔 성공하지만 극단적인 정권 교체로 인해
오히려 남인 세력의 몰락과 서인의 일당독재만 더 강화되고 만다.
'조선 왕 독살사건'이란 저자의 히트작에서도 자세히 다뤘지만 이 책에서도 예종과 경종의 독살설을
다룬다. 1권에서도 세조와 성종을 다루며 예종의 갑작스런 죽음에 공신들이 개입된 게 아닌가 하는
의혹을 제기했는데 예종이 죽자마자 미리 알았다는 듯이 성종을 왕으로 추대하고 일사천리로 구체제로
복귀한 것은 충분히 의심을 살만 했다. 경종의 독살설은 당대에도 파다해서 늘 영조의 아킬레스건으로
작용했다. 왕에게 잘못 약을 썼으면 어의나 관련자들이 목숨을 내놓아야 하는데 제대로 처벌을 받지
않았다는 게 모종의 거래가 있었을 것으로 보기에 충분했다. 다음으론 조선시대 가장 성공한 왕으로
평가받는 세종과 정조가 등장한다. 세종은 우리 역사의 대표적인 성군으로 추앙받고 있는데 신분보다
능력을 우선한 인재 등용이 큰 성과를 거두었다. 이 책에서 황희가 서자 출신이란 사실을 처음 알게
되었고, 세종의 가장 위대한 업적이라 할 수 있는 한글 창제와 관련해선 일제강점기를 거치며 아래하가
폐지되는 등 크게 퇴보되었는데 원래 한글 창제 당시 원칙으로 돌아가면 지구상 모든 언어를 완벽하게
표기할 수 있다는 흥미로운 주장을 펼친다. 한편 기득권층 반발에 종모법을 복원시켜 노비제를 확대
시킨 잘못도 이번에 처음 알게 되었다. 정조는 노론에 의한 독살설로 유명한데 정조가 노론 당수 심환지
에게 보낸 어찰이 발견되면서 독살설이 근거가 없다는 주장도 나왔지만 저자는 당시 상황에 대한 이해
부족 내지 현재도 살아 있는 노론 벽파의 시각에서 역사를 바라본 견강부회라고 치부한다. 마지막으로
태조는 저자의 '조선왕조실록 1'에서 자세하게 알려주었던 내용을 복습하는 계기가 되었고 고종은
제대로 된 개혁을 추구하기보단 전제 왕권에 집착한 자질 부족한 임금으로 오락가락하는 정치 행보를
보이다 결국 나라를 식민지로 전락시켰다는 혹평을 받았다. 기존에 알고 있던 내용들도 많았지만
이 책을 통해 새롭게 알게 된 사실들도 적지 않았는데 저자의 달필로 만나는 역사이야기는 소설책을
읽는 듯 항상 흥미진진해서 역사를 읽는 재미를 제대로 맛볼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