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험한 관계
더글라스 케네디 지음, 공경희 옮김 / 밝은세상 / 2011년 5월
평점 :
품절


보스턴 포스트의 카이로 특파원 샐리 굿차일드는 소말리아에서 발생한 대홍수를 취재하던 중에 만난

크로니클의 기자 토니 홉스와 위험한 취재를 함께 하면서 도움을 받자 그에게 반한다.

곧 두 사람은 뜨거운 관계가 되고 샐리가 임신하게 되자 런던에 정착하기로 하고 결혼하여

런던 근교에 집을 구하지만 미국인인 샐리는 영국 스타일에 적응하기 힘들어 하는데...

  

더글라스 케네디의 작품은 '빅 픽처'를 비롯해 '모멘트', '더 잡', '파이브 데이즈'까지

다양한 내용의 작품을 읽어봤는데 모두 탄탄한 스토리와 의외의 반전까지 소설의 재미를 잘 보여줬다.

이번에는 임신으로 인해 쉽게 결혼했다 육아 문제로 힘들어하는 아내를 배신하여

파경을 맞아 법정 공방을 벌이는 부부 문제를 흥미진진하게 그려내고 있다. 

샐리와 토니가 사랑에 빠지는 과정은 영화나 소설에서 즐겨 사용되는 전형적인 코스를 밟고 있는데 어려움을 함께 이겨낸 매력적인 남녀가 사랑에 빠지지 않으면 누가 사랑에 빠질까 싶지만

문제는 그런 사랑은 유효기간이 극히 짧다는 것이다. 특정한 상황에서 불붙은 감정은

보통 그런 상황이 지나가고 일상으로 돌아가면 자연스레 줄어들기 마련이고

그동안 안 보였던 부분들을 인식하게 되면서 관계가 삐걱대며 위기를 맞게 된다.

물론 이런 위기를 슬기롭게 극복하면서 서로를 이해하고 잘 맞춰가려 노력하면 더 단단한 관계가 되지만

대부분은 처음의 감정과 기대와 다른 것에 실망하여 쉽게 타올랐던 것만큼 순식간에 식게 된다.

이 작품 속 샐리와 토니도 딱 그런 관계라고 할 수 있었는데 문제는 샐리가 임신을 하게 되었단 것이다.

딱 봐도 전형적인 바람둥이에 나쁜 남자 스타일인 토니가 예상 외로 샐리와의 결혼과 정착을

선택하지만 런던에서 시작된 이들 부부의 결혼생활은 결코 순탄하지 않았다.

낯선 외국에서 지인도 거의 없는 샐리가 임신 상태로 여러 가지 어려움을 겪는데

무심한 토니의 태도도 한 몫 거드는 것 같았다. 결국 그런 와중에 샐리는 제왕절개로 아들을 낳지만

아기 상태가 좋지 않아 계속 입원해야 하자 샐리는 심긱한 산후후유증을 겪게 되는데...

 

작품의 중반까지 샐리와 토니 부부가 아이를 낳고 퇴원할 때까지 치르는 악몽같은 일들이

계속 이어져 솔직히 보는 내내 답답하고 좀 짜증이 났다. 아이가 없어서 그런지 모르겠지만

임신과 출산과정에서 벌어지는 일들을 보면서 저렇게까지 해야 부모가 되나 싶은 생각도 들었다.

부모는 아무나 되는 게 아니라는 사실을 다시 한 번 깨닫게 되었지만 너무 극성스런 샐리나

너무 무관심한 토니 모두 준비가 전혀 안 된 부모의 전형적인 모습인 듯했다.

점점 심각해지는 샐리의 상태를 참아내는 것도 쉽지 않았는데 마침 미국에 사는 샐리 언니의 전

남편이 사고로 사망하자 토니는 샐리가 미국에 다녀올 수 있도록 만반의 준비를 해준다.

하지만 샐리가 미국에 갔다 돌아오니 토니와 아들 잭은 흔적도 없이 사라져버리고

망연자실한 샐리는 잭을 되찾기 위해 힘겨운 법정투쟁을 시작한다. 

토니와 샐리의 싸움이 시작되면서부터 지루했던 얘기가 활기를 띄기 시작하는데

아무리 그래도 아픈 아내를 상대로 아이를 뺏는 파렴치한 짓을 하는 토니를 보고 있자니

같은 남자지만 정말 부끄러운 생각이 들었다. 결혼한 부부가 이혼하는 과정은 서로의 치부를 까발리며

대부분 진흙탕 싸움으로 끝나게 마련이지만 상태가 안 좋은 아내를 상대로 미국에 간 사이에

몰래 판결을 얻어 아이를 빼돌리는 모습은 정말 최악이라 할 수 있었다.

당연히 샐리의 편에 서서 그녀가 아들을 어떻게 되찾게 될까 하는 조마조마하는 마음으로

소송의 진행과정을 볼 수밖에 없었는데 여러 불리한 상황에도 그녀를 응원하는 사람들의 도움으로

힘겨운 싸움을 계속해나간다. 이 책은 쉽게 만난 남녀 사이가 어떻게 불행으로 끝날 수 있을지를 여실히 보여줬는데, 토니같은 파렴치한은 말할 가치도 없지만 그런 토니에게 빠진 샐리도 별반

잘한 게 없다는 생각이 든다. 바람둥이에 나쁜 남자인 게 눈에 뻔히 보이지만 그런 남자들을 선택하는

여자들을 보면 한심한 생각이 들곤 하는데, 수려한 외모와 달콤한 말솜씨, 그럴 듯한 배경에 넘어가 

나중에 땅을 치고 후회하는 여자들은 당하고 나서야 자신이 남자 보는 눈이 없다는 뼈저린 교훈을

얻게 된다. 물론 남자도 여자의 미모에 혹해 패가망신하는 경우가 적지 않으니 겉으로 드러나는

것에만 치중하다 보면 제대로 된 진실된 인간관계를 맺기가 어려움을 다시 한 번 깨닫게 해주었다.

그리고 출산과 양육이 얼마나 힘든 일인지를 여실히 보여주었는데

좀 극단적인 설정을 한 부분도 없진 않지만 부부가 정말 서로의 고충을 이해하고 배려하면서

출산과 양육에 협력해나가야 함을 잘 가르쳐주었다.

더글라스 케네디의 책은 늘 이야기의 힘이 있어 읽다 보면 저절로 빠져들게 되는데

출산과 양육에 얽힌 문제를 그린 초반부는 사실 몰입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었지만

이후 토니의 배신과 법정공방이 벌어지면서 순식간에 폭풍에 휩쓸리는 것처럼 빠져들었다.

특히 화자가 샐리여서 출산과 양육으로 고통스런 여자의 마음을 남성 작가가 이렇게 잘 표현해낼 수 있었는지 감탄스러울 따름이었다. 소재 자체는 우리의 막장드라마에서나 나올 얘기여서 

진부하다고 할 수 있었지만 여전히 더글라스 케네디의 유려한 글솜씨를 확인할 수 있는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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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브 데이즈
더글라스 케네디 지음, 조동섭 옮김 / 밝은세상 / 2013년 11월
평점 :
절판


실직한 남편 댄의 비위를 맞추며 무미건조한 결혼생활을 이어가던 영상의학과 촬영기사 로라는

영상의학과 학술대회에 참석하러 갔던 보스턴에서 우연히 만난 보험세일즈맨 코플랜드를 만나

그동안 잊고 살았던 사랑의 감정을 다시 확인하게 된다.

불행한 결혼생활에 자포자기하는 삶을 살던 이들 두 사람은 사랑과 행복에 다시 눈 뜨게 되고

함께 새로운 인생을 시작하기로 약속하지만...

 

'빅 픽처'를 시작으로 더글라스 케네디와의 인연은

얼마 전에 읽은 '더 잡'을 거쳐 이 책에까지 이르렀다.

어느새 국내에서도 나름의 인지도와 고정팬을 확보한 작가의 반열에 올랐다고 평가할 수 있는

더글라스 케네디의 작품은 무엇보다 술술 읽히는 그의 탁월한 스토리텔링 능력에 큰 점수를 주고 싶다.

나름 다양한 소설들을 읽는 편이지만 잘 읽히는 책이 있는가 하면

당최 무슨 내용인지 잘 입력이 되지 않는 책들도 있다.

특히 외국 소설들은 번역자의 능력에 따라 그 맛이 완전히 달라질 수 있는데

이 책은 작가나 번역자나 모두 글맛을 아는 사람인 것 같다.

이 책에 나오는 로라는 전형적인 중년의 여자다. 남편과의 관계는 시들하다 못해 거의 회복불능이고

자식들만 바라보며 하루하루를 버텨나가는 그런 상황인데

그런 그녀의 텅 빈 마음을 채워줄 뭔가가 필요하지만 자포자기한 채로 살아가던 그녀는

오랜만에 일상에서 탈출할 기회를 맞게 되는데 그곳에서 운명적인 사랑을 만나게 된다.

사실 자신과 잘 맞는 사람을 만난다는 게 결코 쉽지 않다.

대부분 사람들이 사랑이란 환상에 빠져 결혼을 하지만 자신에게 맞는 사람인 경우는 드물다.

뒤늦게 맞춰 살아보려 하지만 말처럼 쉽지 않고 그냥 삐걱대는 관계를 체념한 상태로

마지못해 살아가는 부부가 상당수인 게 슬픈 현실이 아닌가 싶다.

그런 허전한 마음에 통하는 남자가 나타나자 로라는 다시는 안 올 것 같은 사랑의 예감에 당황한다.

남편에 대한 죄책감도 들지만 그보단 훨씬 강렬한 사랑의 감정을 결코 거부할 수 없던 로라는

그동안 억눌러왔던 자신의 감정에 충실하기로 하고

정말 오랜만에 맛보는 달콤한 주말을 코플랜드와 보낸다.

이렇게 다시 사랑과 행복을 찾아 새출발을 꿈꾸던 로라는 갑작스런 코플랜드의 변심에 절망하는데... 

 

이 책의 기본 줄거리는 사실 우리가 수많은 영화, 소설, 드라마 등에서 접한 내용이다.

삭막하던 결혼생활에서 일탈(?)을 통해 삶의 의미를 새롭게 발견하는 과정은

그다지 낯선 내용은 아닌데 솔직히 현실에서 이게 가능한지는 의문이다.

권태로운 삶에서 벗어나 한때의 불장난은 될 수 있을지 몰라도

진정한 사랑을 만난다는 건 거의 불가능한 일이 아닌가 싶다.

실제 그런 사람을 만난다 해도 그 사람이 현재의 배우자처럼 되지 않을 가능성도 희박하다.

그래서 순전히 갑갑하고 메마른 일상의 단비와 같은 외도에 그칠 가능성이 월등히 높은데

이 책에선 과감히 새로운 사랑을 선택한다. 물론 그런 선택을 한 것에는 충분한 이유가 있다.

무늬만 부부이고 오래 전부터 남보다 못한 관계가 그런 결심을 하게 만드는데

상당수의 부부들이 그렇게 살고 있다는 게 씁쓸한 현실이 아닌가 싶다.

아무리 사랑한다고 난리쳤던 사이도 결혼이란 현실과 세월의 흐름 앞에선 무뎌지게 마련인데

그런 걸 슬기롭게 극복해나가는 부부가 그리 많지 않다는 것이다.

사실 어느 정도 결혼생활이 지나면 부부관계보다는 자식 위주로 가정이 움직여

부부는 오로지 자식을 키우는 공동협력체에 지나지 않게 된다.

상대에 대한 관심은 거의 없고 그저 부부라는 틀 안에서 자식들 키우는데

정신이 없다가 자식들이 성장해 독립할 때가 되면 이혼을 생각하는 게 바로 오늘날 부부들의 현실이다.

그런 점에서 보면 로라는 정말 용기있는 결단을 내렸다고도 할 수 있다.

이 책과 비슷한 '매디슨 카운티의 다리'에서는 사랑보다는 결국 현실의 가정을 선택하는데 비해

로라는 남편과의 결별을 선택하고 그동안 누리지 못한 자신의 삶을 살기로 한다.

코플랜드의 갑작스런 돌변에 좀 황당했지만

이미 자기 자신을 위한 삶을 살기로 다짐한 로라를 막을 수 없었다.

아내와 엄마로서가 아닌 한 여자로서의 삶도 포기하지 않는 게

자신을 위해서 꼭 필요한 것임을 잘 보여주었다.

이 책을 읽으며 자신이 아닌 다른 사람을 위해 사는 삶은 그 사람을 위해서나 자신을 위해선

안 좋은 것임을 깨닫게 되는데 특히 우리나라 부모들이 꼭 명심해야 할 게 아닌가 싶다.

막 폭풍이 몰아치듯이 격정적인 사랑에 빠졌다가 갑자기 폭풍이 휩쓸고 간 허전함에

어쩔 줄을 모르게 된 그런 느낌을 주는 작품이었는데

역시나 더글라스 케네디의 스토리텔링의 힘을 만끽할 수 있는 작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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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잡
더글라스 케네디 지음, 조동섭 옮김 / 밝은세상 / 201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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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컴퓨터 잡지 컴퓨월드의 광고지국장을 맡고 있는 네드 앨런은 회사가 외국계 회사로 매각되어

 

직원들이 해고를 걱정하며 혼란스런 와중에 새로 회사를 인수한 크레플린으로부터

 

발행인 자리를 약속받고 새해까지 비밀로 하기로 한다.

 

하지만 새해 첫 출근날 회사는 다시 재매각되고 자신은 해고되는 상황에 처하자

 

크레플린을 폭행하고 마는데...

 

 

 

'빅 픽처'로 한국에서도 많은 팬을 확보한 더글라스 케네디의 신작인 이 책은

 

살벌한 비즈니스 세계에서 나락으로 추락한 남자가 살아남기 위해

 

발버둥을 치는 과정에서 벌어지는 흥미진진한 얘기를 그려내고 있다.

 

기업을 배경으로 그 속에서 치열한 생존경쟁을 벌이는 샐러리맨들의 애환은

 

여러 드라마나 영화로 접해서 낯설지는 않는데 이 책에서는 광고업계에서 벌어지는 광고수주 경쟁과

 

냉혹한 기업인수와 불안에 떠는 피고용인들의 입장, 해외 페이퍼 컴퍼니를 이용한 조세 포탈과

 

돈 세탁 과정까지 기업과 연관된 다양한 볼거리를 제공해주었다.

 

 

 

한때 잘 나가는 광고세일즈맨이라 할 수 있었던 네드 앨런이 추락하는 건 정말 한 순간이었다.

 

능력은 출중했지만 좀 상태가 안 좋았던 이반을 감싸주기 위해 악당 테드 피터슨에게 협박 아닌

 

협박을 하게 되고, 크레플린과 거래 아닌 거래를 하다가 다시 회사가 매각되면서

 

졸지에 낙동강 오리알 신세가 되면서 어이없이 해고를 당하게 된다.

 

게다가 발행인을 배신했다는 오명과 폭행 건으로 인해 재취업조차 여의치 않은 상황에

 

무계획한 경제생활로 어려움에 처하게 된 네드 앨런은 테드 피터슨이 이반을 자살로 몰아넣자

 

전 동료들과 울분을 나누다 외도마저 하는 실수를 저지른다.

 

아내에게서마저 외면받는 절망적인 상황에 처한 네드 앨런은

 

얼마 전에 다시 만난 동창 제리 슈버트의 제안으로 자기계발 전문가 잭 발렌타인과 관계된

 

투자펀드에서 일하게 되지만 하나같이 의심스러운 구석들 천지인데...

 

 

 

파란만장한 네드 앨런의 삶을 보면서 샐러리맨으로서 살아가기가

 

결코 녹록하지 않음을 잘 알 수 있었다.

 

자기는 아무리 열심히 해도 자기 의사와는 상관 없는 일들이 일어나고,

 

다른 사람들에 의해 얼마든지 자기 입장이 어려움에 처할 수 있는 신세라는 점은

 

항상 을의 입장일 수밖에 없는 샐러리맨들의 아픔인데 벼랑 끝으로 추락하는 건 정말 한 순간이었다.

 

이후 네드 앨런은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동창의 유혹에 빠지지만

 

엄청난 범죄의 소용돌이에 빠지게 된다.

 

얼마 전에 국내에서도 불거진 조세피난처의 적나라한 사례가 등장하고

 

이를 은폐하기 위한 또 다른 범죄까지 어쩔 수 없이 범인들의 수족 노릇을 하게 된 네드 앨런이

 

아내 리지와 함께 위기를 슬기롭게 이겨내는 과정이 마치 헐리웃 영화를 보는 듯한 느낌이 들게 했는데

 

역시나 더글라스 케네디의 작품들은 가독성이 좋은 데다 영화로 만들기에 딱 제격이라 할 수 있었다

 

(얼마 전에 봤던 프랑스판 '빅 픽처'는 조금 기대에 못 미쳤지만).

 

마지막에 네드 앨런의 입을 통해 작가가 얘기하듯이 세일즈는 우리와 인생과도 닮았는데,

 

인생은 절대로 쉬운 여정이 아니며 우리는 인생의 대부분을 우왕좌왕하며 보내지만

 

가끔 다른 사람과 함께 앉아 커피 한 잔을 마실 수 있그런 순간이

 

바로 새로운 시작의 순간임을 느끼게 해준 작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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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 픽처
더글라스 케네디 지음, 조동섭 옮김 / 밝은세상 / 201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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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가로서의 꿈을 접고 뉴욕 월가의 잘 나가는 변호사로 살아가던 벤은

아내 베스와의 결혼생활이 삐걱대던 와중에 아내가 게리라는 삼류 사진가와 바람이 난 사실을

알게 되자 순간적인 분노를 이기지 못하고 게리를 살해하고 마는데...

 

'모멘트'로 처음 만났던 더글라스 케네디의 대표작이라 할 수 있는 이 책은

뜻하지 않게 살인을 하면서 자신이 죽인 남자의 삶을 살아가는 남자의 얘기를 그리고 있다.

자신이 못다 이룬 사진가의 꿈에 미련이 남아 자신의 집에 최고의 촬영장비들과 암실까지 갖춘

벤은 아이러니하게도 자신에게 싫증이 나 아내가 바람을 피운 상대인 게리가 되어 자신의 꿈을

이루게 된다. 스스로는 결코 선택하기 쉽지 않았을 사진가로서의 삶을 살인이라는 돌이킬 수 없는

범죄를 통해 얻을 수 있었으니 인생이란 정말 예측불허임을 잘 보여주었다.

게리의 시체와 함께 자신마저 죽이고 게리로 새롭게 태어난 벤은

몬태나주의 마운틴폴스로 숨어들어 새 인생을 시작하게 된다.

그토록 원하던 사진가의 삶을 시작하게 되었지만 오히려 잃어버린 인생을 간절히 그리워하던 벤.

하지만 조용히 숨어 사진가로서의 삶을 살려고 했던 벤은 물 만난 고기처럼

그동안 몰랐던 실력을 맘껏 발휘하게 되면서 유명세를 타기 시작한다.

자신의 정체가 드러날까봐 조바심이 나면서도 제2의 인생의 기쁨을 누리던 벤은

전시회에서 아내 베스와 마주칠 뻔한 위기상황을 가까스로 벗어나지만

다른 사람에게 자신의 정체가 탄로나는데...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직업으로 하면서 사는 사람은 이 세상에 많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자신이 좋아하는 일과 자신이 잘 하는 일이 일치하는 사람도 많지 않을 것이다.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직업으로 하는 소수의 행운아들이 있겠지만

대부분의 사람은 자신이 좋아하는 일이 따로 있어도 주어진 현실에 맞춰 좋아하지 않는 일이라도

하면서 삶을 꾸려나간다. 그래도 좋아하는 일에 대한 미련이 남아

취미라는 명목으로 끈을 놓지 않는데 이 책에서 벤이 바로 그런 인물이었다.

자신이 좋아하는 사진을 놔두고 어쩔 수 없이 변호사의 길을 가지만

항상 맘은 사진에 있던 벤에게 사진을 직업으로 할 수 있게 된 것은

그동안 그다지 소중하게 생각하지 않았던 직장과 가정, 아니 자신을 잃고 나서부터였다.

벤은 나름 가정을 지키기 위해 최선을 다했지만 다른 남자와 바람이 난 아내는 뻔뻔하게도 이혼을

요구하며 아이들도 데리고 집을 나가버리자 벤은 순간의 분노를 참지 못하고 아내와 바람 피운

게리를 죽이고 만다. 돌이킬 수 없는 잘못을 저지른 벤은 비록 기존의 인생을 송두리째 잃게 되지만

뒷수습을 완벽하게 해 다시 한번 삶을 시작하게 된다. 그것도 자신이 그토록 원했던 사진가로서

성공가도를 달리기 시작하는데 벤으로 살 때 이런 기회가 찾아 왔었더라면 얼마나 좋았을까 하는

아쉬운 맘이 들었을 것 같다. 항상 자신이 뜻하는 대로 인생이 풀린다면 삶이 너무 쉽겠지만

우리네 인생은 항상 최선보다는 차선, 차선보다는 차악을 선택하게 만든다.

나도 '그때 이런 선택을 했다면 지금쯤 다른 삶을 살고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 때가

종종 있는데 어떤 선택을 하든 늘 버린 카드에 대한 미련을 떨치기가 쉽지 않을 것 같다.

선택은 신중하게 하되 후회는 하지 않아야 하는데 녹록지 않은 삶의 무게에 휘청거릴 때마다

맘이 약해져 가지 못한 길에 눈이 돌아가는 게 인지상정인가 보다.

 

몇 번이나 인생 세탁(?)을 해야 했던 벤의 모습을 보면서 과연 어떻게 사는 것이 정답인가

고민하게 만드는데 인생에는 정답이 없고 각자 자신한테 최적의 삶을 살기 위해 노력하면서

거기에 만족을 하는 수밖에 없지 않나 싶다. 벤의 두번째 삶이 원래 벤이 원하던 삶일 수 있었지만

거짓 위에 쌓아 올린 모래성이었기 때문에 한 방에 무너질 수밖에 없었고

결국 다시 새로운 삶을 찾아야했는데 과연 세번째 삶도 그리 순탄하진 않았을 것 같다.

아무리 빨아도 결코 씻을 수 없는 엄청난 죄의 그림자가 항상 벤을 따라다닐 것이기 때문이다.

그래도 그런 벤을 받아주고 함께 할 앤과 새로 태어난 아이까지 있으니

벤의 세번째 인생이 외롭지만은 않을 것 같다. 오히려 엄청난 죄를 저지르고도

자신의 삶을 계속 꾸려나가는 벤의 행운을 부러워하는 게 맞을지도 모르겠다.

 

더글라스 케네디와는 이 책으로 두번째 만남을 가졌는데 그의 이야기 솜씨는 확실히 인정해야 할 것

같다. '모멘트'에서도 순간의 실수로 소중한 사랑을 잃어버린 남자의 얘기가 감칠맛 나게 그려졌는데

책에서도 한 순간의 실수로 다른 삶을 살게 된 남자의 얘기가 정말 스릴 넘치게 펼쳐졌다.

두 책 모두 순간의 실수로 완전히 다른 삶을 살게 되는 남자들의 얘기를 다루는데

두 책의 주인공처럼 평생을 후회하는 실수를 하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벌써 했는지도 모르겠지만).

더글라스 케네디의 책은 단 두 권을 읽었지만 앞으로 그의 책을 계속 읽게 될 것 같다.

그와의 만남은 결코 실수가 아니었음을 확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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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멘트
더글라스 케네디 지음, 조동섭 옮김 / 밝은세상 / 201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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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와 이혼한 후 스키를 타다 죽을 뻔했던 토마스는 베를린에서 온 소포상자를 받는다.

상자에는 26년 전에 토마스가 진정 사랑했던 페트라의 이름이 적혀 있고, 토마스가 상자를 열자  

페트라가 쓴 두 권의 노트가 들어 있는데 과연 두 사람 사이엔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빅 픽처'로 유명한 더글라스 케네디의 최신작으로 개인적으로는 이 책을 통해 더글라스 케네디를  

처음 만나게 되었다. 사실 로맨스 소설은 그다지 좋아하는 편은 아닌데 일생에 단 한번뿐인 운명적  

사랑이야기란 책 소개에  도대체 무슨 얘기길래 하는 호기심이 생겼고 아직도 운명 타령에서  

완전히 자유롭진 못해서 책을 읽게 되었는데 오랜만에 책을 통해 가슴이 저리는 안타까움과 함께  

두 사람의 가슴 뭉클한 사랑을 간접경험하는 만족감을 맛볼 수 있었다.

 

서로 맞지 않았던 부모의 불행한 결혼생활을 보면서 외롭게 자란 토마스는 여자를 사귀게 되어도  

늘 도망갈 궁리만 한다. 역마살이 낀 여행작가인 토마스는 이집트 여행기를 출간한 후  

다음 목적지로 분단의 도시 베를린을 선택하고 그곳에서 동독인들을 대상으로  

미국의 자본주의 체제 선전방송을 하는 '라디오리버티'의 작가로 취직을 하게 된다.

그리고 그곳에서 번역일을 하고 있던 운명의 상대 페트라를 만나게 되는데...

 

1984년(조지 오웰과 무라카미 하루키의 작품이 연상되는 해)의 냉전시대의 베를린을 배경으로

동독에서 추방된 페트라와 미국 남자 토마스의 사랑은 그야말로 첫눈에 반한 열렬한 사랑이었다.

과연 처음 본 순간 바로 이 사람이다는 확신이 들 수 있는지는 아직 경험해보지 못해서 잘 모르겠지만

그런 운명적이자 낭만적인 사랑을 꿈꾸는 건 대부분의 사람들이 가진 희망이자 환상이 아닌가 싶다.

이 책에선 다행스럽게도 토마스와 페트라 두 사람 모두 서로가 자신의 운명의 상대임을 바로 알아본다.

그래서 그리 오랜 탐색전을 치르지 않고도 서로의 마음을 확인하게 되는데  

문제는 페트라에게 깊은 상처가 있단 점이었다.

동독에서 결혼했던 남편의 반체제적인 행동으로 인해 아들 요한을 빼앗기고 감옥에서 고문을 당하다가 

동독과 서독의 스파이 교환으로 서독으로 추방당한 페트라는 동독에 두고 온 아들 생각에 
고통스런  

나날을 보내고 있던 중 토마스를 만나 잠시나마 상처를 잊고 진정한 행복이 무엇인지를 깨닫게 된다.

하지만 그들 사이에 숨겨진 비밀이 드러나는 결정적 순간 토마스는 돌이킬 수 없는 선택을 하고 마는데...

 

그리고 오랜 세월이 지나 페트라의 아들 요한이 보낸 페트라가 쓴 노트 속에 담긴 진실은  

정말 가슴 아픈 사연이 담겨있었다. 그토록 사랑했던 두 사람을 운명의 장난처럼 갈라놓은 오해는  

어떻게 보면 냉전시대의 비극이라 할 수 있었다. 

사랑하는 마음이 클수록 신감도 커질 수밖에 없는데 그 분노의 순간을 참지 못한 토마스는

결국 일생에 단 한번뿐인 운명의 상대와 이별하게 된다. 

내가 토마스 장이었더라도 토마스와 같은 행동을 하고 말았을 것 같은데

순간의 선택이 정말 처절한 결과를 낳고 말아 너무 맘이 아팠다.

인생이 항상 선택의 연속이고 순간순간 어떤 선택을 하느냐에 따라 완전히 삶이 바뀔 수도 있는데

신중하지 못한 선택의 결과가 평생을 후회하게 되는 그런 일이 없어야 하는데

선택을 하는 그 순간엔 그걸 모른다는 게 바로 삶이 녹록치 않은 부분일 것이다.

이런 경우 보통 운명을 탓하며 체념하곤 하는데 운명도 결국 자신이 선택한 결과임을 깨닫고

순간순간의 선택에 최선을 다해야 함을 잘 보여주었다.

 

결과적으론 행복했던 짧은 시간 이후 긴 시간동안의 이별 속에 고통과 죄책감으로 살아야 했던  

토마스와 페트라를 보면 정말 안타까운 맘이 들었는데 특히 어쩔 수 없는 선택을 강요받으면서도  

토마스와의 행복한 삶을 위해 몸부림치다 토마스의 외면을 당하게 된 페트라의 모습을 보면 정말  

연민의 감정이 들었다. 책 제목처럼 바로 그 순간에 간절히 애원하는 페트라의 말을 토마스가  

외면하지만 않았다면 그들이 그렇게 헤어지지 않았을 거라 생각하니 더욱 맘이 아팠다. 

하지만 그들에겐 비록 짧았지만 정말 행복했던 순간들이 있었기에 한편으론 부러운 맘도 들었다.

진정 충만한 사랑의 감정 속에 살아간다는 게 어떤 건지를 잘 몰랐는데 

두 사람의 모습을 통해 조금이나마 맛볼 수 있었던 것 같다.

왜 사람들이 그토록 사랑을 갈구하는 건지를 제대로 보여준 작품이었는데

그런 감정를 느낄 수 있는 기회가 내게도 왔으면 하는 바람이다.^^

 

더글라스 케네디와의 첫 만남은 정말 기대 이상이었다. 냉전시대의 사랑 얘기라는 소재만 본다면  

뻔한 스토리가 전개될 수도 있었지만 깊은 울림이 있는 내용을 선보였다.

사랑과 인생 모두 순간순간이 정말 소중하고 순간의 선택에 따라 우리네 삶의 모습이 결정됨을

토마스와 페트라의 애달픈 사랑을 통해 잘 보여주었다.

현재와 과거, 다시 현재를 넘나들면서 들려주는 이들의 사랑은 독일이 배경이라 그런지 전에 읽었던

'더 리더' 와도 비슷한 느낌이 들었는데 더글라스 케네디라는 작가를 새롭게 발견하게 된 것도  

큰 수확이라 할 것이다. '빅 픽처' 등 그의 다른 작품도 기대가 되는데 빨리 만나러 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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