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에 관한 생각 프로젝트
마이클 루이스 지음, 이창신 옮김 / 김영사 / 2018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행동경제학은 관심 있는 분야라 그동안 나름 여러 책들을 읽어봤다. 2002년 노벨경제학상을 심리학자인

대니얼 카너먼이 '전망 이론'으로 수상하면서 이성과 합리적인 인간을 상정한 경제학의 근본 토대가

커다란 변화를 맞이하게 되었고 행동경제학이라는 경제학의 새로운 분야가 탄생하기에 이르렀다. 

대니얼 카너먼에 대해선 이렇게 행동경제학의 창시자라는 막연한 이미지를 갖고 있었는데 이 책에선

대니얼 카너먼과 그의 운명적인 파트너였던 아모스 트버스키가 행동경제학의 핵심 이론들을

정립하기까지의 과정을 흥미진진하게 보여준다.

 

먼저 '유방남'이란 황당한(변태적인?ㅋ) 제목으로 얘기를 시작하는데 NBA 농구팀의 선수 선발 과정을

소개한다. 이 책의 저자가 '머니 볼'을 썼기 때문에 팀을 어떻게 구성하느냐에 따라 팀 성적이 

좌우되는지에 대해선 나름 해박한 지식을 가졌을 것 같은데 NBA 농구팀의 선수 선발 과정에서도

선수에 대한 어떤 정보에 주목하느냐에 따라 결과가 완전히 달라졌다. 일반적으로 산출하는 성적들의

데이터에만 신경 쓰다 보면 놓치는 부분들이 많기 마련인데 행동경제학에서 말하는 소유 효과,

확증 편향 등 여러 인간의 성향들이 잘못된 판단을 낳는 경우가 많았다. 이런 행동경제학의 창시자라

할 수 있는 대니얼 카너먼과 아모스 트버스키는 둘 다 유대인으로 성향이 극과 극임에도 1969년

히브리 대학에서 만난 후 단짝이 되어 흥미로운 공동 연구를 이어간다. 보통 학자들은 자존심도 세고

자기 주장이 강해 서로 자기를 앞세우려 하는 경향들이 있는데 정 딴판인 두 사람이 의기투합해서

논문도 공저로 하고 대표 저자를 누구로 할 것인지도 동전 던지기로 정할 정도로 서로에 대한 신뢰가

대단했다. 비틀즈의 존 레논과 폴 매카트니가 실제로는 단독 작품임에도 무조건 '레논 & 매카트니'로

한 것과 유사한 사례였는데 완전히 성격이 다른 두 사람이 그렇게 오랫동안 함께 연구를 할 수 있었다는

것 자체가 주변에서 보기에도 신기할 따름이었다. 자기가 항상 틀리다고 확신하는 대니얼 카너먼과

자신이 항상 옳다고 확신하는 아모스 트버스키가 묘한 조화를 이뤄 행동경제학의 대표적인 이론들을

실험을 통해 만들어 나가는 과정이 이 책에 잘 담겨 있는데 천재적인 능력으로 일찌감치 사람들의

주목을 한 몸에 받아 더 잘 나갔던 아모스 트버스키와 상대적으로 학계에서 아모스 트버스키만큼

인정을 못 받던 대니얼 카너먼은 결국 오랜 세월 동안의 동반자 관계가 서서히 멀어지고 서로 각자의

길을 걷게 된다. 그동안 예상을 초월한 끈끈한 관계를 유지했던 두 사람의 말년은 좀 안타까운

면이 없지 않았다. 이 책을 통해 행동경제학의 두 스타가 어떻게 행동경제학의 대표적인 이론들을

다양한 실험들을 통해 만들어나갔는지를 흥미롭게 지켜볼 수 있었고 두 사람 사이의 만남과 우정,

결별까지 숨겨진 일화들을 망라하여 행동경제학이 탄생하는 역사적 장면을 잘 담아낸 책이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에디톨로지 (스페셜 에디션, 양장) - 창조는 편집이다
김정운 지음 / 21세기북스 / 2018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여러 책과 언론을 통해 명성을 얻은 김정운 교수의 책은 제목은 익히 들어봤지만 직접 볼 기회는 없었다.

관심이 가는 책들이 없진 않았지만 그렇다고 안 읽고는 못 베길 정도로 확 끌리는 책도 없어서

그냥 알긴 하지만 연락은 안 하는 그런 사이로 지냈는데 이번에 그의 대표작이라 할 수 있는 이 책이

100만부 돌파 기념(아마 이 책만 100만부라는 게 아니라 그의 책 전부를 합친 숫자일 듯)으로 하드커버

스페셜 에디션으로 출간되어 이번에는 꼭 만남의 기회를 가져야겠다고 생각했다.

 

편집학이란 의미를 가진 '에디톨로지'는 저자가 만든 용어로 '창조는 곧 편집이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저자는 프롤로그에서 본인이 먼저 얘기한 것이 다른 권위 있는 언론이나 저자가 나중에 얘기해서

유명해진 사례를 두 가지 들고 있는데, 동독 공산당 대변인이 여행자유화에 대한 임시 법안을 발표하는

기자회견에서 말실수로 '즉시' 가능하다고 하는 바람에 황당하게 베를린 장벽이 무너진 사건을 저자가

현장에서 직접 보고 여기저기 얘기했음에도 다들 농담으로 듣다가 월스트리트저널에서 독일 통일

20주년 특집 기사로 나오자 한국 신문에서도 이를 원용하면서 '역사적 사실'이 되어 버린 사례와

스티브 잡스의 천재성은 편집능력에 있다고 주장했지만 나중에 말콤 글래드웰이 워싱턴포스트에

기고한 글에서 동일한 주장을 하자 여기저기서 언급하기 시작했다고 한다. 그래서 '에디톨로지'라는

용어를 만들었다고 하니 이번에는 그래도 앞선 사례들과 달리 선점의 효과가 있는 듯하다.

이 책은 총 3부로 구성되어 있는데, 1부 '지식과 문화의 에디톨로지'에선 마우스의 발명과 하이퍼

텍스트를 핵심 주제로 삼아 마우스가 발명되어 인간 의식에 가져온 변화를 중심으로 지식과 문화가

어떻게 편집되는가에 대해 다양한 사례를 소개한다. 과거에는 지식권력이 대학에 있었다면 이제는

언제 어디서든 지식에 접근할 수 있는 세상이 되었기에 편집자에게 지식권력이 이동하고 있다고

주장하면서 편집 가능성이 있어야 좋은 지식이라고 말한다. 2부 '관점과 공간의 에디톨로지'에선

원근법을 중심으로 공간 편집과 인간 의식의 상관관계를 다루는데, 원근법의 발견이 가져온 혁명적

변화와 시간을 다루는 역사학에 밀려 있는 공간학 혹은 공간 연구가 어떻게 전개될 것인지를 보여준다.

독일인들의 공간박탈감이 제2차 세계대전의 원인이었다거나 군대의 제식훈련이나 '땅따먹기' 놀이인

축구 등을 통해 시간에 비해 그 중요성이 덜 인식되고 있는 공간과 편집의 상관관계를 흥미롭게

설명한다. 마지막 3부 '마음과 심리학의 에디톨로지'는 심리학의 대상이 되는 개인이 역사적으로

어떻게 편집되었는지와 프로이트의 정신분석학의 성립과 몰락 과정 등 저자의 전공분야인 심리학에

얽힌 얘기들을 들려준다.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거침 없는 소신 발언을 하는 김정운 교수의

행보는 돈키호테의 느낌도 주지만 자신의 영업비밀(?)까지 이 책에서 공개해놓아 훨씬 더 인간적인

친근감도 들었다. 정보가 범람하는 시대에 편집능력이 곧 창조임을 잘 보여준 책이었는데 '짜깁기'로

폄하될 수 있는 편집이 표절 수준을 넘어 창조가 될 수 있음을 여러 사례로 잘 설명해준 책이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21세기 기본소득 - 자유로운 사회, 합리적인 경제를 향한 거대한 전환
필리프 판 파레이스.야니크 판데르보흐트 지음, 홍기빈 옮김 / 흐름출판 / 2018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4차 산업혁명시대가 화두로 떠오르면서 곧 다가올 변화된 세상에 대한 예측들이 난무하고 있다.

공통된 시각은 인공지능 등이 상용화되면서 기존에 인간이 차지하고 있던 일자리들을 상당수 잠식하여

안 그래도 실업문제가 늘 심각한 사회문제인데 더 남아돌 인간의 노동력을 어떻게 활용할 것인지도

새로운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그래서 이 책의 제목과 같이 기본소득을 제공하는 게 하나의 대안으로

제시되고 있는데 말만 들으면 유토피아에서나 가능한 이상적인 제도로 보이지만 과연 현실성이 있는지

의문이 제기될 수 있는 상황에서 기본소득 제도의 알파와 오메가를 담고 있는 이 책에선 어떤 답변을

내놓을지 기대가 되었다. 

 

이 책의 저자들은 무조건적인 기본소득을 주장하는데 기본적인 생활이 가능할 정도의 기본소득을

누구에게나 아무 조건 없이 지급하려면 가장 먼저 드는 생각이 그만큼의 재원을 어떻게 마련할 것이냐

하는 것이다. 현재 우리가 기초노령연금제도를 시행하고 있는데 최대 20만 원을 주고있지만 다른

소득이나 연금, 자녀의 부양 등이 없는 한 독자적인 생계유지가 불가능한 액수다. 조만간 30만 원까지

올린다는 얘기가 있는데 분명 재정적인 부담이 상당해질 것이다. 그나마 이 책의 저자들처럼

무조건적이 아닌 재산상황에 따라 최소 2만 원에서 20만 원을 지급하고 있는데 고령자들에게만

재산상황에 따라 지급하는 것도 아닌 전 연령대에 무조건적인 기본소득을 제공하려면 과연 어느

정도의 재정이 필요한지, 과연 이를 감당할 나라가 있기는 할지 의문이 들 수밖에 없다.

게다가 재정적 부담이 가능한 상황이라 해도 아무 조건 없이 지급하는 기본소득이 도덕적 해이

문제를 야기할 수도 있고, 결국 재정적 부담은 국민이 납부하는 세금에서 충당할 수밖에 없는데

일도 안 하고 놀고 먹는 사람들을 위해 세금을 더 많이 내라고 하면 조세저항이 생길 게 분명하다.

이렇게 무조건적 기본소득에 대해선 여러 가지 반란이 제시될 가능성이 많은데 이 책은 무조건적

기본소득의 필요성부터 시작해서 유사 제도와의 비교, 재원 마련 방법, 여러 관점에서 제기되는

반발까지 망라하여 다루면서 결국에는 무조건적 기본소득이 최선의 해법임을 나름의 논리로 설득력

있게 설명한다. 물론 개인적으로는 현실가능성이 아직은 떨어지는 방법이라는 생각이 여전히 들었지만

궁극적으로는 인간이 인간답게 살기 위해선 언젠가는 이 책에서 말하는 무조건적 기본소득제도가

꼭 현실화되길 기대해본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자유론 (무삭제 완역본) 현대지성 클래식 20
존 스튜어트 밀 지음, 박문재 옮김 / 현대지성 / 2018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제는 어느 정도 자유가 보장된 사회에서 살다 보니 자유가 얼마나 소중한 가치인지를 대부분 잊은 채

살아가고 있지만 얼마 전에 발생했던 국정 농단 사건 등을 보면 우리가 누리고 있는 자유가 당연히

주어진 게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수많은 나라에서 자유를 누리지 못하는 사람들이 여전히 부지기수고

우리가 현재의 자유를 누리게 된 것도 그리 오래되지 않은 점을 감안하면 자유에 대해 진지한 성찰이

필요한 게 아닌가 싶은데 자유에 대해 논한 대표적인 고전인 존 스튜어트 밀의 이 책을 읽어보는 것이 

좋은 방법이라 생각되어 이 책을 손에 들게 되었다.

 

사실 존 스튜어트 밀이 이 책을 세상에 내놓은 1859년은 미국 독립전쟁, 프랑스 대혁명 등이 일어난 후

자유에 대한 논의가 점점 무르익어 가는 때라 할 수 있다. 산업혁명과 계몽주의의 영향 아래 공리주의를

기초로 삼은 존 스튜어트 밀은 자유가 주어져야 하는 근거로서 공리주의자답게 효용을 제시한다.

인간이 자유를 향유할 수 있어야 자신에게 천부적으로 주어진 모든 재능을 완전히 꽃피워서 인간으로서

성장과 발전을 최대한으로 이루어낼 수 있기 때문이라는 것인데 오늘날 일반적으로 자유를 인정하는

관점과는 사뭇 다르다고 할 수 있었다. 그리고 인간의 불완전성에서도 자유를 인정해야 하는 근거를

도출하는데 인간은 누구나 절대적으로 옳을 수도 틀릴 수도 없기 때문에 자유롭게 자신의 의견을

얘기할 수 있는 자유를 주어야 다른 사람들과의 토론과 검증을 거쳐 최선의 결과를 합리적으로 이끌어

낼 수 있기 때문이었다. 이렇게 사상과 토론의 자유에 대한 그의 생각은 오늘날에 논의하는 수준에

비추어도 여전히 유효하다고 할 수 있을 정도였는데, 인간 자신과 인류 발전을 이끌 원동력으로서

개개인의 개성은 존중받아야 하지만 다른 사람들에게 피해를 주는 것은 사해적 해악이 되므로

사회와 정부가 적절히 개입할 여지를 주었다. 이렇게 기본적인 자유를 최대한 보장하면서도

사회적 관점에서 이를 제한할 수 있도록 한 그의 사상은 오늘날 자유에 관한 각종 입법이나 이론

정립의 기초가 되었다고 할 수 있었는데 어느 정도의 지적 역량을 갖추어야 자유를 올바로 누릴 수

있는 성숙한 시민사회가 될 수 있다고 강조한다. 이 책을 읽으면서 상당히 논리적이면서도 현재에

논의되는 관점들을 포괄하고 있어 역시 왜 이 책을 고전이라 부르는지 알 수 있었다. 160년 전의

책이지만 여전히 그 가치를 맘껏 보여준 존 스튜어트 밀의 '자유론'을 읽으면서 우리가 공기처럼

의식도 하지 못한 채 누리고 있는 자유의 소중함을 다시 한 번 깨닫는 계기가 되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8)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군주론 - 마키아벨리와 군주론 제대로 읽기
니콜로 마키아벨리 지음, 쌔라 강 옮김, 박홍규 / 인물과사상사 / 2018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마키아벨리의 '군주론'은 누구나 제목은 들어봤을 고전 중의 고전이지만 교활한 여우와 사나운 사자를

넘나들어야 한다는 군주의 권모술수를 담고 있다는 막연한 이미지만 있을 뿐 실제로 어떤 내용이

있는지는 잘 모른다. 과연 제대로 읽은 사람이 있기는 한 것인지 모르는 책이 고전이라고도 하지만

이번 기회에 '군주론'에 무슨 내용이 실려 있는지 직접 확인해보기로 했는데 역자는 마키아벨리가

주장한 것이 권모술수에 능한 군주독재가 아니라 민주공화국의 핵심가치인 '민중의 자유와

자치'를 강조했다고 얘기한다.

 

이 책은 마키아벨리가 메디치가의 로렌초 디 피에로 데 메디치에게 바치는 헌정사로 시작하는데

군주국을 여러 유형으로 구분하면서 각 유형별 군주국이 어떻게 형성되었고 군주들이 어떻게 정치를

해야하는지를 역사적 사례들을 들면서 소개한다. 통치 체제를 공화국과 군주군으로 크게 구분하면서

군주국은 지배자의 가문으로 오랜 시일에 걸쳐 세워진 세습 군주국과 새로이 수립된 신생 군주국으로

구분한다. 군주국은 군주가 그의 총애와 신임을 받는 신하들의 도움을 받아 국정을 처리하는 통치

방식과 군주와 영주에 의해 통치하는 방식으로 구분하는데 이론적인 정당성은 차치하고 해당하는

역사적인 사례들로 전자는 튀르크를 후자를 프랑스로 들고 있어 이해하기가 쉬웠다. 전자는 정복하기는

어렵지만 정복하고 나면 권력을 유지하긴 쉬운 반면 후자는 정복하기는 쉽지만 평탄하게 통치하는

어려운 특징이 있는데 알렉산드로스 대왕에게 정복된 다리우스 왕국이 대왕이 사망한 후

후계자들에게 반란을 일으키지 않은 이유가 다리우스 왕국이 전자에 해당하기 때문이라고 본다.

이런 식으로 다양한 유형의 군주국들과 군주들의 통치방법, 군대의 운영 등 강한 국가를 운영하기 위해

분석을 하고 있는데 이를 통해 궁극적으로는 이탈리아가 통일되기를 바라고 있다. 군주에게 자비롭고,

신의가 있고, 인간적이고, 신앙심이 있으며, 정직하게 보여야 한다는 등 군주의 처세술을 담은

책은 분열된 당시 이탈리아의 상황을 정치적인 능력으로 극복해낼 지극히 현실적인 지도자의

등장을 염원한 마키아벨리의 마음이 고스란히 담겼다고 할 수 있었는데 그의 진의와는 달리 

특정 부분만 강조하며 왜곡된 이미지를 심어준 게 아닌가 싶은 생각이 들었다. 역시 고전은 직접

원문을 읽어봐야 그 의미나 가치를 제대로 음미할 수 있음을 꺠닫게 해준 책이었는데 생각보다

그렇게 난해하거나 장황하지 않고 역사적 사례들을 통해 이해하기 쉽게 씌여진 책이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