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사를 움직인 위대한 여인들
조민기 지음 / 미래지식 / 2018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인류의 역사를 보면 아무래도 남성 중심의 역사 서술이 주를 이루고 있다.

여성이 남성과 동등한 권리를 인정받은 시점이 인류의 긴 역사 속에서 불과 얼마되지 않는 점을 생각하면

당연한 결과로도 볼 수 있지만 전면에 부각되지 않았을 뿐 역사를 움직인 남자들 뒤에는 그를 움직인

여자들이 있기 마련이다. 예전에 읽었던 '여왕의 시대'에선 역사를 주름잡았던 12명의 여왕(황후)을

다뤘고, '스캔들의 여인들'에선 역사에 이름을 남긴 파란만장한 여자들의 삶을 조명했다면 이 책에서는

다양한 분야에서 자신의 이름을 남긴 위대한 여인 14명의 삶을 깔끔하게 잘 정리하고 있다.

 

14명을 총 5부에 나눠 소개하고 있는데, 파멸의 길, 군주의 길, 매혹의 길, 예술의 길, 워킹맘의 길을

걸은 여인들 중에는 클레오파트라를 비롯해 친숙한 인물들도 많았지만 예지 소황후나 판원량 등 

책을 통해 처음 알게 되는 여인도 적지 않았다. 먼저 파멸의 길을 걸은 여인들로 클레오파트라,

메리 스튜어트, 마리 앙투아네트가 등장한다. 미인의 대명사가 된 클레오파트라의 삶에 대해선 

이미 여러 책들을 통해 잘 알고 있지만 다시 한 번 정리할 기회가 되었고, 메리 스튜어트도 이전부터

알고 있었지만 늘 엘리자베스 1세의 이복언니였던 메리 1세와 헷갈렸는데 이번에 제대로 구분할 수

있게 되었다. 두 사람 모두 왕족으로 태어나 왕위계승을 두고 피비린내 나는 권력다툼에 휘말리게 되는데

결국 비극적인 최후를 맞이했지만 나름 왕족으로서의 품위는 지켰다. 한편 마리 앙투아네트는 사치스런

생활로 프랑스 대혁명을 야기한 철없는 왕비라는 이미지가 강했는데 이 책을 보니 상당히 억울한

부분이 많았다. 프랑스 대혁명의 서곡이 되었다는 목걸이 사건도 본인과는 아무 관련이 없음에도

누명을 쓴 것이고 왕실 내에서 거의 유일하게 백성들의 삶에 관심을 가졌음에도 오랫동안 적이었던

오스트리아의 공주였던 관계로 모든 비난과 추문의 화살을 한 몸에 받았던 것이다. 단두대로

끌여가던 중에 사형집행인의 발을 실수로 살짝 밟고 사과하는 장면은 마지막까지 왕비의 품격을

지킨 그녀의 전혀 몰랐던 모습이었다. 군주의 길을 걸은 여인들에는 요나라의 예지 소황후와

해가 지지 않는 대영제국의 빅토리아 여왕이 다뤄지고, 매혹의 길을 걸은 여인들에는 중국의 4대

미녀 중 한 명인 서시, 루이 15세의 정부로 맹활약(?)한 마담 드 퐁파두르, 지금도 명성이 높은

패션계의 아이콘 코코 샤넬이 등장한다. 예술 분야에선 영화 '길'로 유명한 줄리에타 마시나를

비롯해 영화로도 만들어진 '연인'의 작가 마르그리트 뒤라스, 파란만장한 삶을 살았던 중국의

현대미술가 판위량이 소개되는데 상대적으로 여성에게 더 관대할 것 같았던 예술분야에서도 

여성으로서 입지를 세우기가 결코 쉽지 않았음을 여실히 알 수 있었다. 마지막 장인 워킹맘은

어쩌면 성공한 여성들의 숙명과 같은 문제인데 뜻밖에도 조선시대의 장계향, 빙허각 이씨라는

두 명의 인물을 소개한다. 흔히 신사임당이나 허난설헌 정도가 널리 알려진 인물인 반면 이 책에

등장한 두 사람은 처음 알게 되었는데 전통적인 여성상을 간직하면서도 나름 여성으로서의

주체적인 삶과 업적을 남긴 인물들이었다. 마지막으론 노벨상 2회 수상에 빛나는 퀴리 부인이

장식했는데 잘 몰랐던 스캔들까지 그녀의 인간적인 면모까지 발견할 수 있었다. 사실 역사 속의

위대한 여성이라고 하면 거의 몇몇 인물들이 반복 등장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 책은 좀 더 다양한

관점에서 잘 몰랐던 여성들을 발굴해내는(?) 의미가 있었다. 이제는 사회 각 분야에서 여성들의

활약이 돋보이지만 기존의 역사 속에서도 전면에 부각되지 않았을 뿐 분명 중요한 역할을 한

여성들이 많이 있을 것인데 그런 여성들의 드라마틱한 삶을 재조명하면서 잘 정리한 책이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7)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