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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론의 법칙 ㅣ 변호사 미키 할러 시리즈 Mickey Haller series
마이클 코널리 지음, 한정아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3년 5월
평점 :
폭행 혐의를 받던 피고인에게 무죄 평결을 받게 하고 축하 파티를 한 후 자신의 링컨 차를 타고 집으로
돌아가던 미키 할러는 차량 뒤쪽 번호판이 없다는 이유로 밀턴 순경의 불심검문에 걸린다. 미키 할러의
거부에도 순경은 그를 체포해서 트렁크를 강제로 열자 그가 예전에 변호했었던 샘 스케일스의 시체가
발견되는데...
1년에 한 권 볼까 말까 하는 마이클 코넬리가 미키 할러 시리즈로 돌아왔다. 이번에는 충격적이게도
미키 할러가 살인 혐의로 구속된 상태에서 자신의 무죄를 증명해야 하는 심각한 상황에서 시작한다.
미키 할러 시리즈도 이번이 벌써 여섯 번째 작품인데 전작들을 읽은 지가 꽤 오래되어 그런지 사실
샘 스케일스의 사건은 기억이 거의 나지 않았다. 암튼 자신의 차 트렁크에서 시체가 발견되고 샘이
살해된 장소가 미키의 집 주차장인 게 밝혀진 이상 미키가 빠져나가기는 결코 쉽지 않았다. 스스로
자신을 변호하기로 하면서 제니퍼를 공동 변호사로 선임해 친구들의 역량을 총동원하는데 여기에는
그의 이복형인 해리 보슈가 기꺼이 참가한다. 그럼에도 구속된 상태에서 공판준비를 하는 것은 녹록하지
않았는데 그의 유죄를 확신하며 부당하게 몰아부치는 버그 검사와 사사건건이 부딪힌다. 미키 할러가
형사 전문 변호사이다 보니 전작들을 통해 미국의 형사절차에 대해서는 대략 알게 되었는데 증거개시
제도나 배심원제도 등 우리와는 형사절차가 좀 다르다 보니 항상 왜 저렇게 절차를 진행할까 하는
의문이 들기도 했다. 우리도 국민참여재판이 있기는 하지만 최종 결정은 판사들이 하는 구조이고
국민참여재판이 의무가 아니다 보니 별로 인기가 없는데 미국에선 검사와 피고인이 최대한 공평한
상태에서 배심원들의 판단을 받게 하고 판사는 절차를 공정하게 진행하는 심판 역할만 하다 보니
공판 전략을 어떻게 세우느냐에 따라 결과가 완전히 달라진다고 할 수 있었다. 미키는 자신에게 누명을
씌운 진범을 찾아 어서 빨리 구치소에서 벗어나려 최선을 다해 간신히 보석으로 풀려나지만 검찰은
미키를 금전적 이득을 위한 특수살인죄로 다시 기소하면서 미키를 궁지로 내모는데...
살인 누명을 쓴 채 자신의 결백을 입증해 자유의 몸이 되기 위한 미키 할러의 치열한 투쟁이 잘 그려진
작품이었는데 미국 형사절차의 면모를 여실히 보여주었다. 검찰과 피고인간의 치사할 정도의 양보
없는 공방전이 펼쳐졌는데 아무래도 주인공이 피고인이다 보니 검찰측의 부당한 행위가 많이 드러났다.
어떻게 보면 실체적인 진실 발견보다는 절차적 정의가 더 중요시되는 듯한 미국 형사절차는 누가 쇼를
더 잘 하느냐의 싸움 같은 그다지 좋지 않은 인상을 줄 뿐이었다. 암튼 자신에 대한 악의적인 계략에
맞서 친구들과 함께 고군분투하는 미키 할러의 맹활약이 흥미진진하게 펼쳐졌는데 까메오처럼 등장한
해리 보슈는 자신의 시리즈만큼 인상적인 모습을 보여주진 못한 것 같다. 코로나 사태가 벌어지기
시작하던 시점을 배경으로 하는 점도 흥미로웠는데 마무리는 미국식 형사절차의 면모를 그대로 보여줘
뭔가 상큼한 느낌을 받지는 못했다. 그래도 오랜만에 미키 할러 시리즈를 만나서 행복한 시간이었는데
감질나게 출간되다 보니 예전 사건들에 대한 기억이 흐릿해지는 단점도 없지 않았다. 다음 책은 제발
빨리 만나볼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