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저널 그날 조선 편 1 - 태조에서 세종까지 역사저널 그날 조선편 1
역사저널 그날 제작팀 지음 / 민음사 / 201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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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저널 그날'은 예전에 TV 채널을 돌리다가 어쩌다 보곤 했는데 역사속 결정적인 장면들을 소환해

재구성해보면서 그 사건의 의미를 다시 생각해보는 설정이 역사 교양 프로그램으로서 신선한 느낌을

주었다. 책으로는 전에 조선편 4권인 '임진왜란'를 봐서 기회가 되면 1권부터 보고 싶었는데 이제야

1권을 만날 수 있게 되었다.


1권에선 태조에서 세종까지 조선의 초창기를 다루면서 총 7번의 역사적인 순간을 담아내고 있다. 먼저

첫 장면은 바로 조선 개국의 일등공신이라 할 수 있는 정도전과 이성계가 만난 날을 꼽는다. 두 사람이

만난 때와 장소는 1383년 가을 함주(함흥)에 주둔하고 있던 이성계의 군막으로 정도전이 이성계를 

찾아가서 이뤄졌다. 당시 눈부신 전공으로 고려를 대표하는 무장 반열에 오른 이성계를 유배에서 돌아와

아직 관직도 없던 정도전이 찾아가 만난 그날 두 사람이 무슨 얘기를 했는지는 구체적으로 알 수 없으나

10년 후에 조선을 건국하게 된 초석이 된 결정적인 만남임에는 분명할 것 같다. 이후 조선 건국까지

여러 사건들이 있었지만 이성계가 실질적인 권력자가 된 위화도 회군도 중요한 장면으로 볼 수 있는데

정도전에 비중을 두다 보니 이성계와 정도전의 만남이 선정된 것 같다. 다음 장면은 이성계가 500년 

조선왕조의 서막을 열던 날이 선정되었는데, 조선 국호의 선정과정과 관련해선 '회령'과 '조선' 중에서

명나라에서 '조선'으로 정해주었다는 얘기가 빠진 점은 좀 아쉬운 부분이었고, 한양이 도읍지로 선정된

과정과 경복궁 등 정도전이 설계한 조선의 정치 시스템의 목표가 백성들을 위한 정치에 있었음을 

잘 보여줬다. 다음으론 빼놓을 수 없는 왕자의 난이 등장한다. 조선 개국의 일등공신 중 한 명이지만

푸대접을 받았던 이방원이 동생들과 정도전 등 개국공신들을 처단하면서 왕권 중심으로 나라의 기틀을 

확실히 세웠는데 이는 다음 사건인 세자 양녕을 폐위시키고 충녕을 세자로 삼는 것으로 이어지며 

조선의 화려한 전성기를 여는 결정적인 선택이 되었다. 다섯 번째 장면은 조금 의외라 할 수 있는 

대마도 정벌이 등장하고, 여섯 번째 장면은 세종이 집현전을 열면서 조선의 문화를 세계적인 수준으로

올려놓는 순간을 포착했다. 마지막 장면도 좀 생소한 1430년 첫 국민투표를 하던 날로 선정했는데,

토지에 대한 새로운 세법인 공법 제정을 두고 백성들에게 직접 의견을 묻는 오늘날의 국민투표와

비슷한 여론조사를 했다니 벼락치기로 날림 입법과 정책 시행을 하면서 부작용을 낳고 있는 한심한 

국회와 정부 모습과 대비되었다. 특별기획으로 '창덕궁 가는 날'을 부록처럼 싣고 있는데 전에 가봤던 

창덕궁에 얽힌 여러 얘기들을 만나볼 수 있어 훈훈한 마무리가 된 것 같았다. 아무래도 TV 프로그램을 

책으로 엮다 보니 기존 역사서들과는 사뭇 다른 설정들이어서 새로운 관점에서 역사를 바라볼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된 것 같았는데 기회가 되면 후속편들과도 조만간 만날 수 있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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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을 낳은 칠궁의 후궁들 - 왕이 사랑했지만 결코 왕비가 될 수 없었던 여인들
홍미숙 지음 / 글로세움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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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시대 역사와 관련한 콘텐츠들은 대부분 왕과 그 주변 인물들의 얘기를 다루고 있는데 가끔 후궁

들이 주연급으로 등장하곤 한다. 대표적인 인물이 여러 드라마로 이름을 떨친 장희빈이라 할 수 있는데

남존여비 사상이 철저했던 조선시대이다 보니 여성이 두각을 드러내긴 힘든 구조에서 그나마 왕비도

아닌 후궁이 인정을 받을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은 왕자를 낳아 왕이 되게 만드는 것이라 할 수 있는데

이 책은 왕을 낳은 칠궁의 후궁들의 얘기를 담고 있다. 알고 보니 작년에 읽었던 '비운의 왕세자들'

저자가 쓴 책이어서 이번에는 과연 얼마나 흥미로운 얘기들을 들려줄지 기대가 되었다.


조선의 왕과 왕비의 신주를 모신 종묘는 널리 알려져 있지만 칠궁이라는 사당이 있다는 사실은 이 책을

통해 처음 알게 되었다. 칠궁에는 조선의 왕을 낳았으나 왕비가 되지 못한 7명의 후궁들 신주가 모셔져

있는데, 우리에게 친숙한 경종의 어머니 희빈 장씨를 비롯해 영조의 어머니 숙빈 최씨, 순조의 어머니

수빈 박씨는 진짜 왕들의 어머니들이고, 추존왕인 원종(인조의 아버지)의 어머니 인빈 김씨, 진종(영조 

첫째 아들인 효장세자)의 어머니 정빈 이씨, 장조(사도세자)의 어머니 영빈 이씨, 영친왕의 어머니 

순헌황귀비 엄씨까지 총 7명의 후궁이 칠궁의 주인공이었는데, 정작 왕의 어머니인 광해군의 어머니 

공빈 김씨는 광해군이 폐위되면서 이곳에 함께하지 못했다. 그래도 이 책에선 공빈 김씨를 1번 타자로 

왕의 어머니 대접을 해주었는데 광해군을 낳은 후 산후병으로 사망해서 아들이 왕이 되는 것도 폐위

되는 것도 직접 보지는 못하고 아들의 처지에 따라 죽은 후의 대접이 오락가락 했다. 다음 타자인 희빈

장씨야 워낙 유명한 인물이라 그다지 새로울 건 없고 궁녀 출신인 처음이자 마지막 왕비였는데 

숙종이 후궁이 왕비가 되지 못하게 만들어버렸기 때문이다. 무수리 출신으로 영조의 어머니인 숙빈

최씨도 아들 덕에 죽고 나선 왕비 못지 않은 대접을 받았고, 순조의 어머니 수빈 박씨는 삼간택을 거친

인물이라 그런지 성품이 온화하였고 왕이 된 아들의 모습을 22년이나 지켜볼 수 있었다. 추존왕을 

낳은 어머니들은 아들이 실제 왕이 된 인물들은 아니어서 죽은 뒤에 아들이 왕으로 추존되면서 대접을

받게 되었는데 아무래도 사도세자의 어머니인 영조의 후궁 영빈 이씨는 친정을 지키기 위해 아들을 

외면한 비정한 어머니이면서도 나중에 손자인 정조 덕에 죽고 나서라도 대접을 받으니 아이러니하다

할 수 있었다. 민비를 배신(?)하고 고종의 승은을 입어 조선의 마지막 황태자 영친왕의 어머니가 된

순헌황귀비 엄씨까지 칠궁에 모셔져 있는 후궁들과 그들의 아들들의 얘기가 잘 정리되어 있었는데,

죽고 나서 아무리 잘 대접을 해주는 것보다는 살아 있을 때 행복한 삶을 사는 게 훨씬 낫지 않을까 싶은

생각이 들었다. 이 책에 등장하는 후궁들은 그래도 아들이 왕이 되거나 손자 등 후손이 왕이 되는 

바람에 죽은 후엔 제대로 대접을 받았으니 나름 성공한 인생이라고 할 수 있었는데 그래도 후궁으로서의

애환이 없다고는 할 수 없었다. 왕비들에 비하면 주목을 받지 못했지만 결국 아들이 왕이 되면서 죽고

나서 인생역전(?)을 이뤄낸 후궁들의 흥미진진한 역사 속 얘기들을 만나볼 수 있도록 의미 있는 시간을

만들어준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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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를 만나는 산책길
공서연.한민숙 지음 / 교보문고(단행본)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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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코로나 사태로 인해 동네 산책에 나서지 못하고 있지만 작년 상반기에는 동네 한 바퀴를 하면서

주변에 있는 몰랐던 여러 장소들을 발견하는 재미를 맛봤다. KBS에서 토요일 저녁에 방송되는 '동네

한 바퀴'를 직접 실천했다고 볼 수 있는데 올해는 코로나로 집콕하면서 책으로나마 산책을 떠날 기회를

찾던 중에 딱 내가 원하는 컨셉에 맞는 이 책을 만나게 되었다. 


서울에 살다 보니 아무래도 서울을 다룬 책이 좋을 것 같았는데 대부분 서울을 배경으로 한 역사 

산책에 나서 나중에 직접 찾아가 보면 좋을 듯 싶었다. 총 4장에 걸쳐 산책에 떠나는데 먼저 파리가

부럽지 않은 역사 도시 서울로의 여행을 떠난다. 한때 서울의 첫인상이라 할 수 있던 서울역에서 출발해

중앙고등학교, 서울대학교병원 의학박물관 등을 둘러봤는데 서울에 오래 살았으면서도 이런 곳들이 

있는지조차 모르고 살았다. 그나마 우리 동네에 있는 서울시립미술관 남서울미술관이 등장해 반가웠는데

구 벨기에 영사관이자 사적 254호인 문화재여서 출퇴근 길에 볼 때마다 묘한 기분이 들곤 했다. 비극의

주인공인 단종과 정순왕후의 사연이 담긴 정업원 터, 청룡사 우화루, 영도교 등 영월에만 있는 줄 

알았던 이들의 흔적이 서울에도 남아 있어 기회가 되면 한 번 찾아가 보고 싶었다.


다음으론 '왕의 길'을 주제로 정조가 사도세자의 능인 융릉까지 18번이나 능행차를 하는 여정에 있는

여러 유적이 소개된다. 하루아침에 왕이 된 강화도령 철종과 관련해선 융흥궁 등 강화도의 유적들이,

격동의 개화기의 왕이었던 고종의 아관파천과 관련한 덕수궁과 구 러시아 공사관이, 홍건적의 침입에

충주로 피난갔던 공민왕에 얽힌 하늘재, 마지막으로 여주에 함께 이름도 같은 영릉(한자는 다름)으로

쉬고 있는 세종과 효종의 얘기를 만나볼 수 있었다. 주로 역사적인 유적들을 찾아다니던 발길은 다음

챕터에선 문래동, 익선동, 을지로의 과거와 현재를 둘러보면서 사람 냄새 나는 재래시장까지 다녀온다.

마지막 장에선 오늘날 우리의 자유로운 삶이 있기까지의 역사적 순간들을 둘려보는데 조금 안 맞는

남한산성과 삼전도의 굴욕을 필두로 많은 독립투사들이 고통을 받았던 서대문 형무소, 김구 선생의

마지막을 장식한 경교장, 최근 영화로 알게 된 장사리와 고문의 현장으로 기억되는 남영동 대공분실로

마무리를 한다. 이 책을 보면서 서울을 비롯한 도처에 우리의 역사 속 흔적을 만날 수 있는 곳들이 

무수히 많다는 사실을 새삼 알게 되었는데 코로나를 물리치면 나만의 역사를 만나는 산책길을 다시

재개해 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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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운의 왕세자들 - 왕이 되지 못한
홍미숙 지음 / 글로세움 / 201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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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왕조에 대해선 워낙 많은 문화 콘텐츠들이 있어서 왠만한 얘기들은 익숙하다고 할 수 있다.

그래도 대부분 왕을 중심으로 한 얘기들로 권력 다툼의 과정에서 생긴 사건들이 대부분인데 이

책의 제목처럼 왕이 되지 못한 비운의 왕세자들만 따로 다루는 책은 본 적이 없었던 것 같다.

왕이 되지 못한 대표적 인물로는 아버지 영조에게 죽임을 당한 사도세자나 아버지 태조에게 세자

자리에서 쫓겨난 양녕대군 정도가 떠오르는데 이 책에서는 조금은 낯선 인물들도 상당수 등장해

과연 그들에겐 어떤 사연이 있었는지 궁금증을 자아냈다.

 

이 책에선 왕이 되지 못한 비운의 왕세자를 왕세손까지 포함하여 크게 5가지로 분류하고 있다. 먼저

폐세자가 된 4명, 요절한 6명, 폐세자가 되었다가 복위된 사도세자와 대한제국 최초이자 유일한

황태자 의민황태자 이민, 단명한 왕세손 2명까지 총 14명의 왕세자 내지 왕세손을 다루고 있다.

폐세자가 된 인물 하면 양녕대군이 가장 먼저 떠오르는데 그보다 먼저 최초의 타이틀을 차지한

사람이 있었으니 조선의 첫 번째 왕세자였던 의안대군 이방석이었다. 태조 이성계가 총애한 계비

신덕왕후 강씨와의 사이에 태어난 막내 아들인 이방석은 아버지의 사랑과 신권 중심의 나라를 만들려는

정도전 등 개국공신 세력들의 지지로 첫 왕세자의 영광을 차지하지만 장성한 이복형들이 그냥 두고

볼 리가 없었다. 결국 왕자의 난으로 최초의 폐세자이자 살해된 세자가 되는 비극의 주인공이 되고

말았는데 이때부터 조선왕조의 골육상쟁이 시작된 게 아닌가 싶다. 그와 반대로 폐세자가 되고도

천수를 누린 사람이 바로 양녕대군이다. 그가 세종에게 왕위를 빼앗겼기(?) 때문에 명군이 탄생하게

되었으니 나름의 역할을 했다고도 볼 수 있는데 세조의 왕위찬탈을 옹호하는 등 종친 어른으로서의

역할도 제대로 하진 못했다. 나머지 두 명은 생각도 못했던 연산군과 광해군의 장자들이었다.

그들은 아버지가 왕이어서 왕이 되는 게 누워서 떡 먹기였지만 운명은 그들을 결코 왕이 아닌

처참한 죽음으로 내몰았다. 다음으로 요절한 왕세자 중엔 역시 소현세자가 단연 눈에 들어왔다.

아버지 인조의 독살설이 유력한 소현세자는 못난 아버지가 왕이 되면서 세자의 자리에 올랐지만 못난 아버지 때문에 본인은 물론 처자식이 몰살당하는 비운의 주인공이 되고 만다. 그 외에 부모

등의 죄를 대신 일찍 갚은 듯한 인물들로 세조의 장자였던 의경세자(성종의 아버지로 덕종으로

추존)나 할머니 문정왕후의 죄를 대신한 듯한 명종의 아들이자 마지막 적통이었던 순회세자, 역시

아버지 영조 대신 일찍 간 듯한 효장세자, 정조의 아들 문효세자, 순조의 아들 효명세자까지 조선

왕실은 유독 요절한 왕세자들이 많은 것 같았다. 그것도 대부분 피를 보고 왕이 된 자들의 자식들이어서

인과응보라는 말이 괜히 있는 게 아닌 듯 했다. 폐세자가 되었지만 유일하게 복위된 인물은 친숙한

사도세자였고, 영친왕으로 더 잘 알려진 의민황태자가 조선의 마지막 황태자라 할 수 있었다.

단명한 왕세손까지 저자는 조선 왕실의 능, 원, 묘들을 일일이 찾아다니며 생생한 사진까지 싣고

있어 새롭게 알게 된 부분들이 많았는데 특히 마지막에 등장한 영친왕의 약혼녀 민갑완의 사연은

정말 비극의 주인공이라 할 수 있었다. 영친왕과 딱 한 번 만나고 정식 약혼녀가 되었지만 일제에

의해 영친왕이 일본 왕실의 이방자와 결혼하게 되면서 졸지에 파혼녀 신세가 되어 평생 외롭게

혼자 살다 쓸쓸하게 죽어가야 했던 그녀의 한 많은 인생에 저절로 마음이 짠해졌다. 이 책을 보니

조선왕실의 왕릉 투어를 한 것 같은 느낌도 들었는데 그동안 잘 다루지 않았던 주제를 잘 정리한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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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산하에 인문학을 입히다 - 이야기 길 따라 걷는 시간 여행 우리 산하에 인문학을 입히다 3
홍인희 지음 / 교보문고(단행본) / 201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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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상반기에는 주말 등을 이용해 집 주변에 걸어서 갈 수 있는 곳들을 운동삼아 다녀보곤 했다.

오랫동안 한 동네에 살면서 바로 주변에 있는 곳들도 몰랐다는 사실을 새삼 실감하게 되었는데

찾아보면 인근에 우리 역사의 흔적들도 많이 발견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이 책은 인문학적 관점에서

경기도 곳곳에 산재해 있는 대중들이 잘 모르는 부분들을 20가지 이야기로 엮어 소개하고 있는데

그동안 제대로 모르고 있던 역사적인 사실들을 새롭게 알게 되는 경우가 많았다.

 

먼저 여주를 시작으로 이야기 여행을 시작하는데 여주라고 하면 역시 세종대왕을 빼놓을 수 없다.

세종의 업적이나 에피소드들은 여러 책들에서 많이 접해서 특별할 것은 없었지만 세종에겐 사사건건

반대하는 골치 아픈 두 명의 신하 허조와 고약해가 있었지만 늘 그들의 견해를 경청해서 요즘같은

불통의 시대와는 사뭇 대조된다고 할 수 있었다. 그리고 대부분의 조선 왕릉이 서울 안이나 인근에

있는데 비해 세종의 영릉이 여주에까지 간 사연이 문종부터 시작된 왕실의 비극이 세종의 묘가 있던

지금의 헌인릉 부근이 흉지여서 예종 때 여주로 옮겼다고 하니 세조가 일으킨 피바람을 엉뚱하게도

세종의 묘 위치 탓으로 돌린 듯한 느낌도 들었다. 양평편에서도 언급되었던 정약용은 다음 편에선

본격적인 주연으로 등장하는데 그가 풍산 홍씨 집안의 홍혜완에게 장가들 때의 얘기부터 오랜 유배

생활을 거쳐 고향인 마현으로 돌아오기까지의 아내와의 애틋한 사연들이 담겨 있었다. 선정비와

관련한 얘기는 그동안 모르고 있었던 추한 역사의 단면을 제대로 보여주었는데 옛날에 아이들이 하던

비석치기도 선정비와 관련 있다는 견해가 있을 정도로 탐관오리들이 자화자찬식의 선정비를 남겨

놓아 원통한 백성들이 선정비의 글자들을 뭉개버리는 등 훼손시키는 사례들이 많았다고 한다.

물론 반대로 선정을 베풀고 떠나는 고려 시대 순천 지역 태수 최석에게 백성들이 모은 돈으로 산

말 7마리를 전별 선물로 딸려 보내자 서울로 돌아온 최석이 상경 길에 낳은 망아지까지 8마리를

돌려보내 백성들이 팔마비를 세워줬다는 훈훈한 사연도 있었다. 이렇게 경기도 여러 지역들마다

관련된 역사적인 인물들이나 사연들을 소개하고 있어 그동안 큰 줄기의 역사와 수도 중심의 역사에서

벗어나 지역마다 우리가 잘 모르고 지냈던 아기자기하면서 흥미로운 역사 얘기가 많이 숨겨져

있음을 잘 알 수 있었다. 그동안 역사책들은 왕조와 정치 중심으로 서술되는 게 보통이었는데 이

책은 역사도 중앙집권화에서 벗어나 지방분권형으로 바뀌어야 함을 제대로 보여주었다. 우리

주변에서 얼마든지 역사의 현장과 얘기거리들이 무궁무진함을 잘 일깨워준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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