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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 사는 소녀 밀레니엄 (문학동네) 6
다비드 라게르크란츠 지음, 임호경 옮김 / 문학동네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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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레니엄 시리즈가 드디어 대단원의 막을 내렸다. 스티그 라르손이 무려 10부작이라는 원대한 계획을

세우고 '여자를 증오한 남자들', '불을 가지고 노는 소녀', '벌집을 발로 찬 소녀'를 세상에 내놓았지만

갑자기 사망하면서 시리즈가 중단될 위기에 처했다가 다비드 라게르크란츠가 구원투수로 투입되어

'거미줄에 걸린 소녀''받은 만큼 복수하는 소녀'를 선보이며 꺼져가던 불꽃을 되살려냈다. 시리즈의

여섯 번째 작품인 이 책으로 기나긴 여정을 마무리하게 된다니 시원섭섭하다는 말이 딱 맞을 것 같았다.


스티그 라르손의 1~3편이 리스베트와 아버지 살라첸코 일당과의 대결이었다면 다비드 라게르크란츠의

4~6편은 리스베트와 쌍둥이 여동생 카밀라의 대결이라고 할 수 있다. 리스베트를 눈엣가시처럼 여기고

제거하기 위해 혈안이 된 카밀라로부터 벗어나기 위해 리스베트가 과감한 선제공격을 시도하는 걸로

얘기가 시작된다. 쌍둥이라면서도 철천지 원수처럼 살아온 카밀라를 없애는 것만이 자신의 안전을 

확보하는 것이기에 리스베트의 시도는 적절하다고 할 수 있었으나 결정적인 순간에 차마 방아쇠를 

당기지 못한다. 한편 정체불명의 걸인이 죽었으나 누군지 알 수 있는 별다른 단서가 없고 오직 그가

갖고 있던 전화번호의 주인공이 바로 미카엘 블롬크비스트여서 법의학자 프레드리카가 미카엘에게

전화를 걸지만 미카엘은 그가 누군지 처음엔 전혀 기억을 못한다. 걸인의 정체가 누구인지, 그가 왜

죽었는지를 밝히기 시작하면서 스웨덴 국방부 장관인 요하네스가 예전에 갔다가 일행 중 사망자가

발생했던 에베레스트 등반대의 얘기가 소환된다. 걸인은 DNA 조사를 통해 셰르파(히말라야 등산 

안내자)임이 밝혀지고 당시 에베레스트 등반대에 무슨 일이 있었기에 셰르파가 스웨덴까지 와서 

걸인 생활을 하다 죽었는지에 대한 진실 찾기가 시작된다. 에베레스트에서 과연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인지를 추적하는 과정은 왠지 예전에 읽었던 '마크스의 산'이란 작품을 떠올리게 했다. 사실 산에서

있었던 일이 엄청난 비밀인 것 같았는데 밝혀지는 진실은 생각보단 수위가 높진 않았다. 모든 게 악의

근원이라 할 수 있는 존재와 집단들과 연결되어 있다 보니 이를 추적하는 미카엘과 리스베트도 위험에

빠지게 되고 리스베트를 노리는 카밀라 일당의 함정에 빠진 미카엘을 구하기 위해 리스베트는 스스로

불구덩이에 뛰어든다. 후반부는 현재 상황과 에베레스트에서 있었던 상황을 번갈아가며 점점 절정으로

치닫는데 최후의 대결은 왠지 싱거운(?) 결말로 마무리되고 말았다. 밀레니엄 시리즈가 6권에 이르기

까지 정말 우여곡절이 많았는데 마무리가 좀 아쉬움 감이 없지 않았다. 괴물과 그를 비호한 세력들에

의해 고통받은 사람들이 결국은 악을 응징하기는 하지만 그동안 겪은 고통과 상처가 너무 컸다고 

할 수 있었다. 이제 리스베트가 모든 것에서 자유롭고 편안해지길 바라며 역대급 캐릭터인 리스베트가

다른 작품에서라도 만나볼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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받은 만큼 복수하는 소녀 밀레니엄 (문학동네) 5
다비드 라게르크란츠 지음, 임호경 옮김 / 문학동네 / 201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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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스티그 라르손이 본인이 계획했던 시리즈를 완성하지 못한 채 3권만 남기고 세상을 떠나면서 너무

아쉬움이 남았던 밀레니엄 시리즈를 다비드 라게르크란츠가 4권 '거미줄에 걸린 소녀'를 내놓으며

부활시키자 마치 죽은 줄만 알았던 친구가 살아 돌아온 것 같은 반가움을 느꼈다. 그래서 또다시

후속편이 언제나 나올까 하는 기다림이 시작되었는데 그래도 다행스럽게 1년만에 5권인 이 책이 나와서

목이 빠지지는 않았다.ㅋ 전에 5권 제목이 '자기 그림자를 찾는 남자'라고 소개가 되었는데

출간 제목은 전혀 다르게 '받은 만큼 복수하는 소녀'라서 왜 갑자기 변경이 되었는지도 궁금했다.

 

교도소에 수감된 리스베트의 얘기로 시작되는데 4권을 읽은 지가 1년이 가까워지다 보니 왜 리스베트가

수감되었는지 기억이 나지 않았다(치매인가...ㅎ). 암튼 유명 스타(?)가 등장하자 교도소를 사실상

지배하던 베니토 일당은 리스베트를 주목하고 베니토 일당이 괴롭히는 이슬람 집안의 여자 파리아를

보호하기 위해 리스베트는 베니토 일당과의 결전을 준비한다. 한편 리스베트의 부탁을 받은 변호사

홀게르는 불편한 몸에도 불구하고 리스베트가 입원했던 정신병원의 기록을 검토하던 중 뭔가를 발견해

직접 전화를 걸어 물어보려다가 자신이 큰 실수를 저질렀음을 깨닫는다. 미카엘 블롬크비스트도

리스베트의 부탁으로 유명 금융인인 레오에 대한 조사를 시작하는데 그에게서 이상한 점을 발견한다.

저녁 9시에 만나기로 했던 홀게르 변호사가 연락이 되지 않자 불길한 예감이 든 미카엘은 서둘러 그의

집으로 달려가지만 홀게르는 이미 누군가에 의해 죽기 직전의 상태에서 '힐다 폰에게 얘기하라'는

말만 남기고 세상을 떠나는데... 

 

리스베트의 과거 속에 숨겨진 엄청난 음모를 밝혀나가는 과정이 그려진 이 책에선 정말 이런 일이

일어날 수 있을까 싶은 끔찍한 음모가 벌어진다. 과학적인 목적에서 다양한 실험이나 조사들이

행해지지만 보통은 사람을 직접 대상으로 하는 건 정말 조심스럽게 접근할 수밖에 없는데 인위적으로

조건을 만들어 실험을 하다니 정말 충격이 아닐 수 없었다. 종종 기사 등에 오랜 시간 동안 사람들을

추적한 연구결과들이 발표될 때마다 어떻게 저런 걸 조사할 수 있었을까 하는 의문이 들곤 했는데

이 책에서처럼 대놓고 실험 조건을 만들어내면 정말 결과 확인을 하기는 쉬울 것 같았다. 하지만

실험대상이 된 사람들의 인생은 과연 누가 보상할 것인가? 아마 그런 실험을 자행하는 인간들은

자신이나 가족이 실험대상이 되는 건 결코 원하지 않을 것이다. 이 책에서도 엄청난 만행을 저지른

자들이 자신들의 범죄가 드러날 것 같자 입을 막기 위해 또 다른 범죄들을 서슴지 않고 저지른다.

여기에 여전히 테러와 만행을 일삼는 이슬람 극단주의자들로부터 파리아를 구하기 위한 리스베트의

활약과 레오의 정체에 얽힌 비밀까지 밀레니엄 시리즈다운 사회성 짙은 문제들을 소재로 하여 광폭

질주를 선보였다. 다만 기존 작품들과는 분량이 상대적으로 적어 그런지 예상하지 못한 반전을

선보이진 못한 느낌인데 이제 밀레니엄 시리즈도 단 한 권만 남았다고 하니 아쉬운 마음이 크지만

과연 어떤 얘기로 마무리를 할 것인지 벌써부터 기대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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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미줄에 걸린 소녀 밀레니엄 (문학동네) 4
다비드 라게르크란츠 지음, 임호경 옮김 / 문학동네 / 201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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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레니엄 시리즈가 다시 돌아왔다. 스티그 라르손이 '여자를 증오한 남자들', '불을 가지고 노는 소녀',

'벌집을 발로 찬 소녀'까지 자신이 계획했던 10부작 시리즈 중 겨우 3부작만 남기고 세상을 떠나는

바람에 걸작 미스터리 시리즈가 아쉽게 중단되고 말았었는데 스티그 라르손의 뒤를 이어

다비드 라게르크란츠가 투입되어 시리즈의 4편인 이 책을 세상에 내놓았다.

과연 스티그 라르손이 이룬 엄청난 업적을 제대로 승계할 수 있을 것인지 기대 반 걱정 반이었는데 

이 책을 읽어 보니 스티그 라르손의 후계자로 손색없는 작가가 선택된 것 같았다.

'벌집을 발로 찬 소녀'를 읽은 지도 3년이 훌쩍 지나 사실 기존 시리즈의 내용이나 등장인물들에 대한

기억이 가물가물한 상태였는데 아무도 못 말리는 리스베트와 미카엘 콤비의 반가운 등장에

여러 가지 우려는 말끔하게 사라져버렸다.

 

이야기는 프란스 발데르라는 천재 인공지능학자로부터 시작된다. 며칠 전에 읽은 댄 브라운의 신작

'오리진'에서도 인공지능이 중요한 소재로 활용되었는데 4차 산업혁명 시대의 핵심기술인 인공지능은

인류의 삶을 급변시킬 존재임은 명확한 것 같다. 프란스 발데르가 자신이 개발한 기술을 누군가에

도둑 맞았다고 주장하는 가운데 그를 주목하던 미 국가안보국 NSA와 스웨덴 국가안보기관 세포는 

프란스가 위험에 처한 사실을 알고 신변보호를 위해 경찰을 보내지만 느닷없이 나타난 킬러에 의해

암살당하고 만다. 한편 프란스가 암살당하기 직전 미카엘에게 자신이 알고 있는 엄청난 비밀을

털어놓으려 하다가 미카엘이 보는 앞에서 암살당하자 미카엘은 리스베트에게 도움을 청하고,

이미 프란스의 요청으로 그가 개발한 기술을 도난당한 경위를 조사했던 리스베트는

프란스를 암살한 킬러가 자신을 본 프란스의 자폐아들 아우구스트마저 없애려고 음모를 꾸미자

자신이 총격을 받으면서도 아우구스트를 구해내는데...   

 

전작들에서도 엄청난 스케일과 국가기관들이 개입한 음모 속에 힘겨운 투쟁을 해야 했던

리스베트와 미카엘은 이번에도 누구도 믿을 수 없는 상황 속에서 진실을 밝히기 위한 분투를 벌인다.

프란스의 암살을 시작으로 아우구스트 살해 미수로 이어지며 정체불명의 킬러와 그를 후원하는

세력에 맞서 리스베트가 거의 혼자 싸우는 형세였는데 천채 해커이자 파란만장한 삶을 통해

철인으로 단련된 리스베트에겐 왠만한 고난과 위기는 별것 아니었다. 흥미로운 사실은 리스베트의

쌍둥이 여동생이자 리스베트와는 모든 게 정반대인 카밀라가 등장하여 리스베트와 한판 대결을

벌이는데 전작들에서 카밀라의 존재가 거의 기억나지 않을 정도였던 반면(내가 기억 못하는 것일

수도 있다) 이 책에선 리스베트의 새로운 호적수로 강렬한 존재감을 과시했다. 특히 남자들을

꼼짝 못하게 만드는 미모와 사람들의 마음을 뺏는 매력으로 무장한 카밀라가 후속작에서도 분명

비중 있는 역할을 할 것으로 보여 쌍둥이 사이의 치열한 대결이 기대가 된다.  

엄청난 사건의 진실을 밝히면서 한동안의 침체기에서 벗어난 미카엘과 여전히 나쁜 자들을 시원하게

응징하는 리스베트 콤비의 활약상은 오래 묵은 체증을 확 뚫어주었는데 어느 나라나 정보기관들이

하라는 일은 제대로 안 하고 딴 짓만 하고 있어서 정말 문제인 것 같다. 다시 못 볼 줄 알았던

밀레니엄 시리즈의 반가운 귀환은 팬으로서 큰 선물이었는데 이미 5권인 '자기 그림자를 찾는 남자'도

출간된 것 같아 어서 번역되어 만나볼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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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집을 발로 찬 소녀 2
스티그 라르손 지음, 임호경 옮김 / 뿔(웅진) / 201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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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밀레니엄 시리즈의 대단원의 막이 내렸다.

2부를 읽은 후 상당한 시간동안 공백이 있었지만 3부를 손에 들자마자 금방 푹 빠질 수밖에 없었는데

마지막 장을 덮은 지금 짙은 여운과 함께 아쉬움이 가득 남는다.

원래 스티그 라르손이 무려 10부작을 계획하고 있었지만

갑작스런 죽음으로 인해 3부작으로 그치고 말았으니 리스베트와 블롬크비스트 콤비의

멋진 활약상을 더 이상 볼 수 없다는 사실은 정말 안타깝기 그지없는 사실이다.

그의 마지막 작품이라 할 수 있는 이 책에선 그동안 살라첸코를 보호하기 위해 온갖 악행을

서슴지 않았던 세포내 비밀조직 섹션의 정체와 그 연루자들이 만천하에 공개된다.

사실 섹션이 리스베트를 다시 정신병원에 감금하기 위해서 벌이는 추악한 음모는 이미

블롬크비스트와 그의 친구들이 파악한 상태였기 때문에 오히려 섹션이 블롬크비스트의 손바닥

안에서 놀아나는 상황이라 언제 그들이 통쾌하게 처벌을 받을 것인지만 기다리면 되는 단계였다.

하지만 블롬크비스트가 밀레니엄을 통해 뭔가를 준비하고 있음을 눈치 챈 섹션은

가만히 당하고만 있지 않았다. 블롬크비스트 집에 마약을 숨겨 놓고 살인청부업자들을 통해 그를

처치하려 하지만 이런 사실을 극적으로 알아챈 세포내 수사기관에 의해 간신히 화를 피한다.

그리고 드디어 시작된 리스베트의 재판. 엑스트룀 검사가 살라첸코에 대한 살인 미수 등

많은 죄명으로 그녀를 기소하지만 리스베트는 파격적인 복장으로 법정에 출석하여

그들의 주장이 완전히 거짓임을 조목조목 밝혀낸다. 특히 그녀를 정신병원에 감금되고

후견체제 하에 놓이게 되는데 결정적인 기여를 한 페테르 텔레보리안을 증인신문하는 장면은

이 작품의 하이라이트라 할 수 있었다. 자신이 저명한 정신과의사라는 권위를 바탕으로

아무런 증거없이 그녀를 위험한 정신병자 취급했던 그의 추악하고 역겨운 모습이 적나라하게

드러나는데 그를 조금씩 무너뜨리며 그의 정체를 밝혀내는 레스베트의 변호사 안니카 잔니니의

변론은 짜릿한 전율과 소름끼치는 통쾌함을 안겨주기 충분했다.

권위 있는 전문가라는 가면을 쓰고 온갖 악행을 저지르는 악마의 본모습을 까발리는 게

결코 쉽지 않은 일이지만 뭐든지 알아낼 수 있는 특별한 능력을 가진

리스베트와 그의 친구들에겐 그리 어렵지 않은 일이었다.

이렇게 거대한 산처럼 군림했던 섹션의 몰락은 한순간이었는데 너무도 쿨한 리스베트는

이 모든 것을 뒤로 한 채 지브롤터로 여행을 떠난다. 이렇게 사건이 모두 마무리되는가 싶었지만

살라첸코가 유산으로 남긴 벽돌 공장을 찾아갔던 리스베트는 

잠시 잊고 있던 니더만과 재회하고 최후의 대결을 벌이게 되는데...

2부와 3부에선 국가기관이 개인에게 얼마나 끔찍한 일들을 아무렇지 않게 저지를 수 있는지를

여실히 보여줬다. 스웨덴같은 나라에서도 이런 일이 일어날 수 있다는 게(물론 픽션이지만)

충격적인데 우리는 너무 많이 겪은 일들이라 오히려 익숙한 일이라 할 수 있다.

남북분단 상황에서 정권유지를 위해 수많은 무고한 사람들을 간첩으로 만들어 고문하고

범죄자로 만들어냈던 전력이 있는 나라의 국민으로서 리스베트가 겪은 끔찍한 일들은

결코 남의 일 같지가 않았는데 문제는 지금도 그런 일이 일어나고 있을지 모른다는 점이다.

온갖 조작이 횡행하고 권력이 거기에 개입되어 있는 불편한 진실들이 여전히 유효한 현실에서

리스베트가 당한 그런 일들, 아니 우리가 과거에 있었던 일들이 재발되지 않게 하기 위해선

국가권력에 대한 철저한 통제와 감시가 필요하다. 특히 국정원, 검찰, 경찰, 국세청, 군대 등

부당한 권력행사로 인권을 짓밟을 수 있는 기관들은 잠시만 방심하면 무슨 짓을 할지 모르기

때문에 시스템적으로 투명한 법집행이 이뤄지게 만드는 게 무엇보다 중요한 것 같다.

물론 이 책에 등장하는 섹션의 인간들처럼 자신들의 조직과 목적을 위해선 무슨 짓이든 하는 

광신도 확신범들은 마땅한 대책이 없을 수도 있지만 이런 인간들이 애초에 그런 짓을 못하도록

확실한 방책이 있어야 할 것 같다. 무엇보다도 그런 엄청난 일들을 겪고도 자신의 신념과 소신을

꿋꿋하게 유지하는 리스베트는 정말 대단하다 할 수 있었다.

보통 사람은 그런 끔찍한 일들에 쉽게 굴복하고 말 것 같은데 고통을 이겨내고

어떤 압력에도 굴하지 않는 리스베트는 그야말로 신념의 화신이었다.

이렇게 엄청난 얘기들을 쏟아냈던 스티그 라르손이 더 이상 좋은 작품들을 세상에 내놓을 수

없다는 점은 정말 애통하다. 만약 밀레니엄 시리즈가 계속 되었으면 어떤 얘기들이 이어졌을까

하는 생각을 해보니 더욱 아쉬움이 가득한데 이런 아쉬움을 달래줄 만한 작품을 만나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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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집을 발로 찬 소녀 1 밀레니엄 (뿔) 3
스티그 라르손 지음, 임호경 옮김 / 뿔(웅진) / 201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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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리에 총알이 박힌 채 간신히 목숨만 붙어 있는 채로 병원에 실려온 리스베트 살란데르와

머리를 도끼에 찍혀 겨우 살아 있는 살라첸코는 살그렌스카 병원에서 수술을 받고 간신히 소생한다.

한편 미카엘 블롬크비스트가 묶여 있던 니더만의 위치를 알려주지만 그의 말을 무시한 한심한 

수사책임자로 인해 니더만은 자신을 찾으러 온 경찰을 죽이고 유유히 사라진다.

조금씩 회복된 살라첸코는 옆 병실에 있는 리스베트를 처리할 마음을 먹지만 살라첸코의 정체가

드러날 경우 조직이 위험에 빠질 걸 두려워한 세포내 비밀조직은 그를 제거하는데... 

  

'여자를 증오한 남자들', '불을 가지고 노는 소녀'에 이은 밀레니엄 시리즈 3부작의 완결편인

이 책을 이제야 읽게 되었다. 전작을 읽은 지 무려 3년이 훌쩍 넘은 상태라 기억이 가물가물했는데,

부녀지간으로 생사를 건 혈투를 펼친 리스베트와 살라첸코가 같은 병원에서 치료를 받게 되면서

얘기는 다시 시작된다. 역시 시리즈는 연달아 읽어야 내용을 놓치지 않고 계속 읽을 수 있는데

이미 일어났던 사건이나 등장인물들이 어렴풋이 기억나는 관계로 바로 의미가 와닿지 않았다.

그럼에도 서로 못 죽여서 안달인 부녀와 이 모든 사건의 배후에 있는 거대 악이 정체를 드러내기

시작하면서 밀레니엄 시리즈 특유의 속도감이 붙기 시작했다.

악마같던 살라첸코가 조직에 의해 어이없이 처치되고 그의 아들 니더만은 줄행랑을 쳐서

이제 싸움은 무슨 짓이든 하는 국가기관과 이에 맞서는 정의의 사도들간의 대결로 압축되었다.

나라마다 정보기관들을 두고 이들 기관이 비밀스런 임무를 수행하는 건

어찌 보면 필요악이라 할 수 있다. 냉전시대에는 정말 국가 생존에 필수적인 조직으로 존재했는데

냉전시대가 끝나고 이제 국가운영체계가 정상적으로 작용해야 함에도 예전의 잘못된 버릇을

고치지 못하고 초법적인 권력을 남용하면서 문제가 발생하기 시작한다.

우리도 과거 군사독재 정권시절의 안기부가 저지른 엄청난 범죄들을 이제야 바로잡고 있는데

문제는 국정원으로 바뀌고 나서도 하는 짓이 별로 달라지지 않았다는 점이다.

선거에 개입하고 간첩조작하는 등 도대체 무슨 짓을 하는지 통제가 안 되는 조직을 갖고 있다는

건 국가와 국민에게 상당한 위협이 된다는 사실이다.

여전히 남북대치상황이라 이런 조직이 필요하긴 하지만 자신들의 권한을 맘대로 남용하여

온갖 범죄와 부정을 저지르는 건 절대 용납해서는 안 될 일이다.

이 책에서도 소련에서 망명해온 살라첸코를 세포에서 적절히 활용하는 건 당연한 일이었지만

온갖 개망나니 짓을 저지르는 그를 보호하기 위해 뒷설거지를 하면서 무고한 사람들,

특히 리스베트에게 해서는 안 되는 끔찍한 범죄를 저지르면서 밀레니엄 시리즈의 엄청난 얘기를

만들어내게 되었다. 부당한 권력의 횡포에 맞서 싸우기는 결코 쉽지 않다.

다윗과 골리앗의 싸움이라 할 정도로 무기대등의 원칙이 지켜지지 않기 때문에

일방적인 싸움이 되는 경우가 많은데 이 책에서는 언론인 블롬크비스트와 천재 해커 리스베트,

그들의 후원자들의 전투력이 결코 살라첸코 그룹에 뒤지지 않아서 정말 팽팽한 대결이 계속된다.

자신들의 더러운 과거를 은폐하기 위해 리스베트를 정신병자로 만들려는 음모에 맞선

리스베트와 그의 친구들. 과연 이들의 대결은 어떤 결말을 맞을지 그 결과가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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