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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사를 바꾼 10가지 감염병 ㅣ 세계사를 바꾼 시리즈
조 지무쇼 지음, 서수지 옮김, 와키무라 고헤이 감수 / 사람과나무사이 / 2021년 8월
평점 :
전대미문의 코로나 시대를 살아가고 있다 보니 자연스레 과거에는 어떤 전염병들이 인류를 괴롭혔는지
궁금해지는데 이러한 궁금증에 대한 해답을 제시해줄 만한 책이 바로 제목부터 딱 제격인 이 책이라
할 수 있다. 그동안 '세계사를 바꾼 13가지 식물 이야기', '세계사를 바꾼 37가지 물고기 이야기',
'세계사를 바꾼 6가지 음료' 등 '세계사를 바꾼' 여러 주인공들을 다룬 책들을 만나왔지만 감염병의
위력은 현재진행형으로 체감하고 있다 보니 과연 어떤 감염병들이 등장할까 궁금했는데 당연히 포함될
코로나19는 아직 끝을 알 수 없어 이 책에선 다루지 않았다.
세계사 공부를 할 때 종종 등장했던 페스트가 당당히 첫 주자로 등장한다. 페스트가 여러 번 유행했지만
특히 14세기에 유럽 인구의 1/4~1/3을 사망에 이르게 하면서 유럽을 초토화시켰는데 이 책에선 이렇게
페스트의 맹활약이 유럽 근대화의 인큐베이터였다고 평가한다. 인구가 대폭 감소하면서 자연스레
인건비 폭등이 뒤따랐고 신기술이 도입되었으며, 그동안 천대받던 장인, 상인, 농민의 지위향상으로
이어졌다. 그리고 신분이나 출신 가문과 상관없이 열정적으로 새로운 지식 습득과 기술 연마를 한
새로운 인재가 등장하면서 변화를 주도했는데 페스트 팬데믹이 중세에서 근대로 도약하는 중요한
디딤돌 역할을 하였다고 본다. 다음으론 인플루엔자가 등장하는데 특히 20세기 초 제1차 세계대전 중
전 세계를 휩쓸며 수천만 명의 목숨을 앗아간 스페인 독감은 전쟁을 중단시킬 정도로 위력을 발휘했다.
이후 친숙한(?) 전염병들이 줄줄이 등장한다. 콜레라가 원래 인도 등에서 국지적으로 발생하던 풍토병
이었다가 세계화의 바람(?)을 타고 전 세계로 진출했고, 열대성 전염병인 말라리아도 태평양 전쟁 등에
큰 영향력을 발휘했다. 오랜 역사를 가진 이질은 십자군 원정을 중단시키거나 백년전쟁의 판도에 큰
영향을 주는 등 여전히 활약 중인 반면 산업혁명 이후 널리 퍼진 결핵은 하얀 페스트로 불리며 끔찍
하지만 낭만적인 병이라는 묘한 대접을 받으며 현재 에이즈, 말라리아와 더불어 3대 감염병의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천연두는 스페인의 아메리카 정복의 일등공신 역할을 했다가 인류 역사상 최초로
완벽하게 퇴치했는데 소련 붕괴 후 생물 병기로 보관하고 있던 게 반출되어 다시 발생할 우려가 있다고
한다. 백인이 아메리카대륙을 침략한 후 전 세계에 퍼지기 시작한 황열병과 나폴레옹의 러시아 원정을
패배로 몰고 간 티푸스를 거쳐 한때 불치병으로 여겨졌다가 페니실린의 등장으로 한결 약해진 매독으로
세계사를 바꾼 10대 감염병 소개를 마무리한다. 감염병의 발생과 확산은 어떻게 보면 인류 역사의 발전과
그 궤를 같이한다고 볼 수 있었는데 여전히 계속되고 있는 감염병과의 전쟁에서 인류가 과연 승리를
거둘 수 있을 것인지 과거 사례들을 통해 배울 수 있는 계기를 제공해준 책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