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의 완벽에 가까운 사람들 - 미친 듯이 웃긴 북유럽 탐방기
마이클 부스 지음, 김경영 옮김 / 글항아리 / 201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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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유럽이라고 하면 스칸디나비아반도의 3개국인 스웨덴, 노르웨이, 핀란드가 우선 떠오르는데

이 책에선 덴마크와 아이슬란드까지 포함해 5개국을 여행한 후 각국의 이웃나라들과의 차별화되는

특징들을 작가의 재밌는 입담으로 들려준다. 예전에 봤던 에릭 와이너의 '행복의 지도'라는 책과도

유사한 설정의 책이라 할 수 있었는데 북유럽이라는 서로 가까운 곳에 살면서 역사적으로도 얽히고

설킨 나라들이지만 알고 보면 서로 다른 나라들의 흥미로운 얘기들을 만나볼 수 있었다.

 

먼저 첫 테이프를 끊은 나라는 덴마크였다. 아마도 영국 출신인 작가가 스스로 제2의 고향이라 부를

정도로 덴마크에서 오래 생활한 점도 있지만 아무래도 아내가 덴마크 출신이다 보니 왠지 처갓집

말뚝에 절하는 심정도 있지 않았을까 싶다.ㅎ 덴마크는 상대적으로 스칸디나비아 3국에 비하면

북유럽 느낌이 적게 들지만 가장 행복한 나라 조사에서 거의 매번 1위를 차지하는 나라라서

정말 어떤 삶을 살기에 행복하다고 할까 하는 궁금증이 생겼다. 북유럽 국가들의 공통점이 '요람에서

무덤까지'로 표현되는 강력한 사회보장제도에 있지만 덴마크는 전체 노동 인구의 20% 이상이

전혀 일을 하지 않고 실업수당이나 장애급여의 보조를 받으며 살고 있다고 한다. 그러기 위해선

당연히 돈이 필요한데 덴마크 납세자가 부담하는 총 직간접세가 무려 58~72%에 이른다고 한다.

우리같으면 자기가 낸 세금으로 놀고 먹는 사람들까지 먹여살린다고 난리가 났을 것 같은데

덴마크 사람들은 생각보다 큰 불평 없이 세금을 내고 있는 듯 싶었다. 얀테의 법칙으로 대변되는

남들보다 잘난 척 하지 않는 태도나 노르웨이 등 과거의 영토를 잃고도 현재에 순응하는 자세 등

나름의 자기합리화가 그들을 행복한(?) 국민으로 만든 게 아닌가 싶은데 여러 문제가 있음에도

느긋한 편인 국민성이 과연 덴마크의 미래를 어떻게 만들 것인지 궁금했다.

 

다음 주자인 핀란드는 산타클로스의 공식 고향이라는 이미지가 강한데 북유럽 사람 중에서 제일

예의가 바르지만 과묵하면서 술고래가 많았다. 아무래도 추운 날씨와 러시아와 스웨덴의 두 강국

사이에 끼여서 시달리던 역사가 이들의 우울한 스타일의 원인이 되지 않았나 싶다. 한편으로는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교육제도와 양성평등이 구현된 사회는 앞으로의 미래를 밝게 했다.

현재 여러 어려움에 처한 아이슬란드는 다른 북유럽 나라들에 비하면 면적이나 인구 등에서

월등히 왜소하면서도 북유럽들과 같은 듯 다른 면이 많았다. 다른 북유럽 국가들이 사회적 결속을

바탕으로 장기적 안정과 책임, 평등, 번영을 키운 반면, 아이슬란드는 부정부패를 키워 경제적

위기를 겪게 된다. 아이슬란드는 도산 위기에서 벗어나기 위해 세계 친환경 데이터 허브가 되려는

목표를 세웠는데 과연 가능할 것인지 귀추가 주목된다. 요 네스뵈의 해리 홀레 시리즈로 친숙한

노르웨이는 북해 유전 발견으로 중동 못지 않은 엄청난 부를 누리고 있지만 석유기금을 조성해

철저히 관리와 통제를 하고 있다. 갑작스레 졸부가 되었지만 돈을 펑펑 쓰지 않고 나름 잘 관리하는

편인데, 충격적인 테러 사건이 발생한 후 본격 대두된 이민자 문제나 국민들이 열심히 일하고

공부해야 할 동기를 상실했다는 점이 노르웨이가 해결해야 할 문제라 지적한다.

마지막으로 북유럽의 중심국가라 할 수 있는 스웨덴은 역사적으로 이웃 나라에 상당한 영향을 줘서

이웃 나라들이 그다지 스웨덴을 좋아하지 않았는데, 다른 북유럽 국가 사람들과 비슷하게 수줍음과

마찰을 피하려는 태도를 가졌다. 모르는 사람과는 엘레베이터를 같이 타지 않는다고 하는데 

그런 스웨덴 사람들을 상대로 작가가 다양한 실험을 시도하는 과정이 흥미롭게 그려진다.

스티그 라르손의 '밀레니엄 시리즈'를 통해 강간의 왕국이란 부정적 이미지도 있었지만

여러 문제에도 불구하고 스웨덴은 여전히 경쟁력을 갖춘 복지국가라 할 수 있었다.

이 책을 보면서 그동안 막연하게만 알고 있던 북유럽 국가들의 과거, 현재, 미래 모습을 엿볼 수

있었는데 닮은 듯 다른 그들의 삶과 국민성을 조금이나마 알게 된 것 같다. 그냥 북유럽 국가들로

한 덩어리로 취급하기 쉬운 각 나라들의 모습을 작가의 유쾌한 입담을 통해 재밌게 살펴볼 수 있는

책이었는데 아무래도 그 나라 사람이 아닌 다음에는 직접 겪어봐야 그 나라 사람들의 진면목을

알 수 있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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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끼리 2018-03-11 22: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스웨덴 사람들이 모르는 사람과는 엘레베이터를 같이 타지 않는 다는 건 처음 알았네요... 사회의 불신 때문 일까요?
저도 북유럽 쪽에 관심이 많은데 한번 읽어 보고 싶은 책이네요. 감사합니다.

sunny 2018-03-11 23:43   좋아요 0 | URL
불신이라는 취지보단 낯선 사람과 한 공간에 있는 걸 어색해하는 수줍음(?) 때문이랍니다. 북유럽 여러 나라의 실상을 엿볼 수 있는 흥미로운 책입니다.

프레이야 2019-12-23 11: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책 담아갑니다.
문득 카테고리를 보고 놀랐어요. 작가별로 자세히 많이 주루룩이네요.
잘 보고 갑니다. ^^

sunny 2019-12-24 00:07   좋아요 0 | URL
북유럽 사람들의 스타일을 재밌게 알 수 있는 책입니다.
방문해 주셔서 감사하고 행복한 크리스마스 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