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말 필살기 - 텔레비전, 영화, 광고, 인터넷에서 찾아낸 우리말 절대 상식
공규택 지음 / 추수밭(청림출판) / 201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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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무상 보고서를 써야 할 때가 종종 있고 다른 사람이 쓴 글에 오탈자가 있는지, 

맞춤법에 맞는지를 확인해야 할 때가 많은데 그럴 때마다 네이버 사전이나

맞춤법, 띄어쓰기 검색기를 활용해 확인하지만 뭔가 찜찜한 기분이 남을 때가 많다. 

우리말을 학교 다니는 동안 계속 배웠고 지금도 항상 정확한 표현인지 확인하면서 글을 쓰지만

제대로 우리말을 쓴다는 게 결코 쉬운 일은 아닌 것 같다.

 

이 책은 우리가 늘 접하는 TV, 영화, 광고 등 대중매체에 나오는 우리말 사례들을 통해

틀리기 쉬운 부분들을 지적하며 우리말 원리의 급소를 조목조목 짚어주는 책이었다.

먼저 어원을 통해 우리말의 의미를 밝히는 부분에선 원래 강원도 방언이었던 참치, 가로막살이  

변형된 돼지고기의 한 부위인 갈매기살 등 잘 몰랐던 단어들의 어원을 잘 알 수 있는 기회가 되었다.

특히 '개'와 관련된 단어들에 대한 설명에선 우리가 얼마나 개에 대한 편견을 가지고 있는지를  

확인할 수 있었는데 개고생, 개떡, 개꿈, 개소리에 쓰인 개는 모두 멍멍이를 뜻하는 개가 아닌

접두사 '개'가 쓰인 표현임에도 상당수의 사람들은 멍멍이와 잘못 연결짓는 것 같다.

접두사 '개'는 '야생 상태의', '질이 떨어지는', '헛된', '쓸데없는', '정도가 심한' 등의 부정적인 
의미를  

가졌는데 이런 누명을 멍멍이들이 고스란히 뒤집어썼다는 걸 생각하니 불쌍한 느낌마저 들었다.ㅋ

게다가 강아지 계열 욕의 기본인 '개새끼'도 멍멍이 새끼를 뜻하는 게 아니라 접두사 '개'의 의미인

'정도가 심한'의 의미가 쓰여 '정말 나쁜 새끼'란 의미라니 멍멍이들이 정말 분통터질 일이 아닐까 싶다.ㅋ

(그런데 영어의 유사한 욕은 멍멍이 새끼를 뜻하는데 그것과는 아무런 관련성이 없는지 궁금하다.ㅋ)

 

우리가 쉽게 틀리는 표현 중에 한자로는 같은 '일절'과 '일체'의 구별,

긍정적인 표현인 '칠칠하다', '칠칠맞다'를 부정적 의미로 잘못 쓰는 점을 제대로 알 수 있었고, 

'삐대다', '젠장맞을' 같은 저속한 표현들이 표준어란 사실도 새롭게 알게 되었다.

흥미로운 점은 한자어들이 중국에선 완전히 다른 의미로 사용된다는 사실이었다.

우리의 자동차는 중국에선 기차로 표현하고 기차는 중국에서 화차로 쓴다는 점이나,

우리의 정거장이 중국에선 주차장을 의미한다는 점(정거장은 중국에선 차점이라 한다),

애인은 남편이나 아내를 의미한다는 점(우리가 쓰는 의미의 애인은 중국에선 정인이라 한다) 등을 보면 

똑같은 한자어임에도 완전히 다른 의미로 사용해 한자문화권이란 표현이 무색할 지경이었다.ㅋ

 

그밖에 우리말에서 가장 어려운 부분이라 할 수 있는 사이시옷이나

외래어표기법 등을 제대로 정리할 수 있었고(그래도 여전히 어렵다ㅋ),

TV프로그램인 '상상더하기'에서 나왔던 외래어를 우리말로 바꾸는 작업 등 우리말과 관련한  

시사적인 내용까지 총망라하고 있어 정확한 우리말 쓰기에 도움이 되는 책이라 할 수 있었다.

이 책을 보면서 모국어임에도 우리말을 정확하게 못 쓰고 있는 현실이 부끄럽고 아쉽게 느껴졌는데,

영어를 비롯한 외국어 공부에는 다들 울며 겨자 먹기식이라도 시간을 투자하면서

우리말은 학교에서 배운 것 외엔 관심을 갖지 않는 점이 안타까웠다. 

1989년 노벨문학상 수상자인 카밀로 호세 밀라는 영어, 스페인어, 아랍어, 중국어 외엔

앞으로 사라지거나 지역 방언으로 남을 거란 충격적인 말까지 했는데

그만큼 우리말을 아끼고, 제대로 익히며, 발전시켜 나가지 않으면

언젠가는 소중한 우리말을 잃어버리는 사태까지 이를 수 있음을 늘 자각하지 않으면 안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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